"얘들아 나왔어-"
"어서 오세요 도련님."
집안 특유의 익숙한 공기가 내 코를 찔리면서 우리 집 하우스 키퍼인 콘스탄챠가 나를 먼저 반겨주었고 그 뒤에서 바닐라하고 모모도 모습을 드러냈다. 모두에게 웃는 모습으로 마주하려고 미소를 지었다. 나 또한 기분이 엄청 좋은 상태이기도 하고. 이상하게도 얼굴이 빨개진 듯한 느낌도 들고.
"아니 도련님 지금 시간이 몇 시인데 왜 인제야 돌아오십니까?"
"에 시간 말이야?"
바닐라는 다가와 시간을 물어보길래 바늘이 12시로 가리키는 시계를 바라보았다.
"오전 12시 잖아. 그렇게 엄청나게 늦게 들어온 것은 아니잖아?"
"12시는 늦은 시간입니다 도련님. 일찍 오기로 한 약속 잊으신 건가요 설마."
"바닐라양 말대로예요. 안 그래도 요즘 예전보다 테러리스트들의 활동력이 더욱더 심해졌다 하는데 늦게 오시면."
"정말 말이 많네."
세 메이드는 지금 내가 한 말에 크게 눈을 떴다. 마치 듣지 말아야 할 것을 듣고 말았다는 듯. 중간에 모모도 두 언니를 번갈아 가면서 쳐다보고 있었고. 언니들에게 뭐 물어보려 하는데 뭘 물어봐야 할지 모르는 그런?
"방금 뭐라 하셨나요?"
"안잡히면 된거잖아. 나 이렇게 무사히 돌아온거면 된거잖아?"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는 콘스탄챠에게 웃으면서 나는 대답해주었다. 웃고는 있지만 속으로는 엄청 귀찮다는 생각이 들었고. 어느정도라면 하마터면 입밖으로 "아 왔으면 된거잖아. 왜이리 말이 많아" 라고 말할뻔 한거 정도.
"아 피곤해…. 나 가서 좀 잘래…. 너무 논 거 같아."
"코트 받아 줄게요 도련님."
"고마워 모모."
코트를 받아 주는 모모를 향해 빙긋 미소를 지으면서 뒤를 돌아보니 콘스탄챠와 바닐라를 바라보니 변함없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살짝 미소를 짓고 있는 모모와 달리 무표정인 체로 말이다.
"오늘 그래서 안 가본 곳이 없었어. 크레페도 먹었고 영화관도 가보고 떠나기 전에 선물로 인형을 사주고 그랬거든."
"즐거웠겠네요 도련님. 행복해 보이시고요."
"매우 즐거웠어. 난생 이런 기분은 처음이고."
침대에 누우신 도련님은 아까부터 여자친구분 얘기를 계속해서 하시는 거다. 표정을 보아하시니, 마치 세상 모든것을 얻으신 듯한 표정이셨고.
"왜 내 또래 애들이 여자 친구 사귀고 그러는지 이해가 가더라고. 진작에 이럴걸 이라는 기분조차 들고."
"그래도 모모도 도련님과 많이 놀았잖아요."
코트를 옷장에 건 뒤 잠옷 꺼내면서 말을 이어갔다.
"어릴 적에는 모모랑도 여기저기 다녀왔잖아요. 영화관도 가보고 게임 샵도 가보고-"
"그거랑 이거랑 엄연히 다른 거잖아 모모."
한 손으로 눈을 가리면서 한숨을 내뱉으셨다. 내 눈도 마주치시지 않으신 체 큰 숨을 내뱉으면서.
"놀러 가는 거와 연인 끼리와의 데이트는 엄연히 다른 거야 모모. 너와 나는 놀러 간 거고 걔하고는 놀러간거고."
"죄송합니다. 도련님."
고개를 숙이면서 나는 누워 계신 도련님 곁에 잠옷 세트를 놔주었다. 입기 좋아지라고.
"모모가 아직 인간 분들의 사회를 몰라서 그만."
"알면 됐어."
"네..?"
"알면됬다고."
이불을 덮으셨다. 옷도 갈아입으시지 않은 채 옆에 놓은 잠옷들을 그대로 몸으로 밀어내 땅으로 떨어뜨리면서.
"나 좀 잘 거니까 불 꺼줘 모모."
"네 도련님."
딸깍
내 방에서 들려오는 것은 문 닫는 소리와 함께 내 방에 들어오니 답답한 공기가 나를 맞이해 주었다.
오늘따라 도련님이 너무나도 이상하셨다. 아까 두 언니에게 대답한 것도 그러했고, 지금 나랑 대화했을때...
"도련님..."
평소에 내가 알던 도련님이 아니셨어. 여행 떠나시기 전까지는 이러지 않으셨다. 원래 같았으면 "괜찮아 모모. 그럴 수도 있지" 혹은 "차차 알아가면 되잖아 지금부터"라고 하셨지만 방금 들은 대답...
알면 됐어.
"갑자기 왜..."
내가 알던 도련님은 상냥하시고, 남에게 상처 주지 않으려고 배려해주시고, 그리고 무엇보다 바닐라 언니하고 콘스탄챠 언니를 비롯해 나에게 잘 대해주시는데.
두 언니도 내색하지 않으셨지만 똑같은 반응이셨다. 자신들에게 그러지 않으셨던 도련님이 뜬금없이 저러시니 놀라는 것도 무리가 아니시다.
혹시 그 여자가 도련님에게 이상한 얘기를 하신 게 아닌가? 나하고 도련님의 사이를 갈라놓으시게 하려고?
고개를 들어보니 카타나 들이 크기별로 걸려져 있었다. 연기용으로 찍던 카타나를 비롯해 호위 및 경호를 위해 쓰는 소태도들을 비롯해 옆에 MMORPG가 놓여 있었고.
"...모모는."
무의식적으로 천천히 다가와 소태도를 쥐었다. 나가서 누군가를 베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손을 대면서 마음이 다시 편안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정정하겠다.
무언가가 서서히 풀려지는 느낌이다. 꿈틀대던 무언가가 사슬을 천천히 풀고 나오는 것이 느껴졌고.
"모모는 도련님을…."
차를 마시면서 휴식을 취하던 콘스탄챠가 바닐라의 눈에 보였었다. 후우-하면서 홍차 한 모금 마시던 그녀를 대충 무슨 일인지 알고 있다는 듯 바닐라 역시 한숨 쉬면서 천천히 다가와 콘스탄챠 옆에 앉았다.
"도련님 때문이신가요. 언니?"
머그잔을 입에 댄 체 아무 말도 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콘스탄챠를 보면서 바닐라는 고개를 저으셨다.
"걱정하지 마세요 저도 놀랐으니까. 모모 얘도 어지간히 놀랐는지 저희 두 사람을 이리저리 둘러보면 말이죠."
"그것도 그렇지만 더 신경 쓰이는 것이 있었어."
"뭔데요 언니?"
"단순히 내 착각이면 좋겠지만."
눈빛으로 바닐라는 콘스탄챠에게 뭔데요 언니 빨리 말해주세요. 라고 말하고 있었다. 콘스탄챠 본인도 그런 그녀의 심정을 모르는 것이 아니었지만 그래서 더욱더 불편한 표정을 지을 수 밖에 없었고.
하지만 콘스탄챠가 그다음 말을 내뱉자 바닐라 표정 또한 변해버리고 말았다. 언니 지금 농담하신 건가요? 라는 말을 나오지 못하게 억누르면서.
"술 드신 거 같아 도련님 아무리 봐도. 아까 들어올 때 얼굴이 조금 빨개지신것도 수상하고 미약하게 술 냄새가 난 듯 하고."
"언니 그건 좀 아닌 거 같은데요? 그랬다면 어떻게 집까지..."
"술이라고 도수 높은 것만 있는 것이 아니야. 무엇보다 주인님 술에 강하신 거 기억 안 나?"
"그렇긴 하지만..."
술? 술이라고? 그 도련님이? 아직 미성년자 이신 분이?
생각해보니 도련님이 여자 친구분의 집으로 들어가서 저녁을 드셨다고 한 거 같았는데 통신으로?
이 기록을 쓰면서 나는 지금도 후회하고 있다.
나는 그때 내가 사랑하는 세 사람에게 특히 모모에게 상처 주는 말을 내 뱉고 말았다.
나의 철이 없는 행동으로 인해 내가 인지 하지 못했던것이 있었으니 무엇보다.
이때부터 모모 역시 변하기 시작한것이다.
마법소녀 매지컬 모모에서 다른 무언가로. 서서히 조금씩.
검은색의 무언가로 물들여져 갔다고 해야 옳은 표현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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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쓰려다가 졸려서 그만 자버리고 말았네요.
오늘 마저 씁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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