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https://bbs.ruliweb.com/mobile/board/184992/read/114114
1편: https://bbs.ruliweb.com/mobile/board/184992/read/114115
2편: https://bbs.ruliweb.com/mobile/board/184992/read/114124
3편: https://bbs.ruliweb.com/mobile/board/184992/read/114125
4편: https://bbs.ruliweb.com/mobile/board/184992/read/114158
5편: https://bbs.ruliweb.com/mobile/board/184992/read/114159
6편: https://bbs.ruliweb.com/mobile/board/184992/read/114160
7편: https://bbs.ruliweb.com/mobile/board/184992/read/114178
8편: https://bbs.ruliweb.com/mobile/board/184992/read/114189
9편: https://bbs.ruliweb.com/game/84992/read/114191
10편: https://bbs.ruliweb.com/game/84992/read/114246
11편: https://bbs.ruliweb.com/mobile/board/184992/read/114248
12편: https://bbs.ruliweb.com/mobile/board/184992/read/114281
13편: https://bbs.ruliweb.com/mobile/board/184992/read/114282
14편: https://bbs.ruliweb.com/mobile/board/184992/read/114297
15편: https://bbs.ruliweb.com/mobile/board/184992/read/114299
16편 (完): https://bbs.ruliweb.com/mobile/board/184992/read/114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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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란한 소음이 아련히 멀어져 간다. 마리아는 비틀비틀 안개 속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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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투성이였다. 지쳤다. 피곤했다. 방호복도 방독면도 다 찢어져, 몸과 얼굴이 그대로 노출된 채로, 그녀는 이 방사능투성이 회색도시의 잿빛 거리를 정처없이 터덜더덜 걸었다. 겨우 그 죽음과 파괴의 구덩이를 도망쳐 나왔지만, 그녀는 갈 곳이 없었다. 돌봐야 할 아이들을 두고 어딜 간단 말인가. 아이들이 없다면, 그녀의 존재 의미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아. 싸움은 어떻게 되었을까? 아이들은, 괜찮을까?
“아아. 아가들아....”
그녀의 뇌까림에 부응하듯, 어디선가 질질 끄는 듯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마리아만큼이나, 상처받고, 지친 듯한. 그녀는 그 발걸음 소리를 잘 알았다. 마리아는 안개 저편을 돌아보았다.
이윽고, 도시의 불길하게 내려앉은 안개를 뚫고 괴물이 하나 나타났다. 마리아는 그 앞에 섰다. 비척비척 다가오는, 다친 괴물 앞으로. 그녀는, 따뜻하게 괴물을 맞았다.
“오, 오, 아가야. 걱정했단다.”
나머지 둘의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어디에서도. 죽은 걸까, 그 처음 보는 금속성 괴물에게? 거기까지는 지치고 해진 그녀가 알 수 없었다. 지금 당장 그녀 앞에 있는 괴물도 지치고 해진 건 매한가지인 것 같았다. 후두둑, 하고 괴물의 몸에서 꿈틀거리는 살점들이, 냄새나는 체액이 떨어졌다. 수없이 많은 아이들이 엮여서 만들어진 녀석의 덩치는, 이제 고작 절반도 안 되게 줄어들어 있었다. 원래는 수천 명분의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려주던 녀석의 뇌파는, 이제 고작 수십 명분으로 줄어 있었다.
“아아...다쳤구나.”
이렇게나 작게 줄어들다니. 그 많았던 아이들이 이렇게나 줄어 버리다니, 마리아는 가슴이 아팠다. 너무 많은 아이들이, 그들의 뇌파가 사라졌다. 그녀가 보살펴주어야 할 아이들이.
“다들 어디 간 거니, 아프지는 않니?”
그녀가 부드럽게 물었다. 그에 응답한 건진 몰라도, 낮게 그르렁거리는 소리가 돌아왔다. 그녀는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엉금엉금 기다시피 다가가, 그, 다치고 멍들고 찢겨진 괴물의 상처 입은 몸을 어루만졌다.
“오, 아가야.”
신음하듯, 마치 어린아이가 울듯 낮게 우짖으며 꿈틀대는, 다친 괴물을, 마리아는 온 몸으로, 힘껏, 껴안았다. 작게나마 따스한 온기가 전해지길 바라며. 그녀는 믿었다. 그녀가 그 아이들을 사랑하듯이, 아이들도 그녀를 사랑함을. 당연하다. 그러니 이 도시에서 수십 년을 살아온 것 아니겠는가. 악취나는 진물이 흐르는 괴물의 상처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며, 그녀는 자애롭게 물었다.
“배고프지?”
괴물이 마치 알아듣는 것처럼, 어린아이마냥 칭얼댔다. 강아지처럼 자신에게 더 앵겨드는 괴물의, 추하게 흘러내리는 살점을 뒤집어쓰면서도 마리아는 미소지었다. 오늘 그렇게나 고생했으니 당연히 배고프리라. 바깥에서 놀다 온 아이들은 늘 허기진다. 그 아이들에게 밥을 먹여주는 게 그녀의 역할이다. 그녀는 괴물을 껴안고 포근하게 속삭였다.
“걱정할 것 없단다. 엄마가 여기 있단다.”
오늘 상처 입은 아이. 처음부터 상처 입고서 세상에 내던져지고 만 아이. 먹는 것 외에는 세상과 소통할 줄 모르는 아이, 혹은, 아이‘들’. 그들의 집합체.
누군가는 이 버림받은 아이들을 이해해줘야 한다. 누군가는 이 불쌍한 아이들을 돌봐줘야 한다. 누군가는 이 아무도 사랑해주지 않는 아이들을 보살펴줘야 한다. 누군가는....이 아이들을....먹여줘야 한다. 누군가는, 누군가는. 마리아가 작게 웃었다.
“엄마가...밥 줄게”
괴물이 입을 쩌억 벌렸다. 이빨이 가득한 그 입을.
< E N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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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으로 원자력대회 장편 소설을 제출합니다.
에필로그를 올림과 동시에, 지난 게시글들의 모든 이미지파일을 지웠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봤는데, 완전히 비상업적인 2차창작글이면 몰라도 상품을 걸고 창작물을 심사받는 대회 출품작으로는 저작권 문제가 있을 수도 있겠다 싶더라고요. 이 소설에서의 이미지 파일은 라스트오리진 캐릭터들의 SD나 일러스트 클립들, 그리고 가끔씩 작중 배경의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해 위키백과나 바탕화면 다운로드 사이트에서 구한 이미지를 소수 넣었었습니다.
물론 이것들은 무료인 이미지이고 비상업적으로 쓴다면 문제 없긴 하겠습니다만, 원자력대회에서 심사하는 것은 심사가 끝날 때까지는 '상업적 목적을 가진 것'으로 볼 여지가 있기 때문입니다(어쨌든 상품, 즉 금품이 걸려 있으니까요). 원자력대회 심사와 수상작이 모두 공개되고, 거기에 이게 끼어 있으면, 보러 와주시는 분들을 위해 추후에 다시 넣도록 하겠습니다.
p.s: 제가 프롤로그에도 번호를 붙여버리는 바람에 편수랑 게시글 번호가 약간 어긋났습니다. 게시글 수는 총 18개이고, 프롤로그와 에필로그가 각 1편, 본편이 16편입니다. 이에 맞추어 번호를 다시 붙였습니다. 관리자님께 혼선을 드려 죄송합니다.
마지막까지 제 글들을 클릭해서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덧글과 추천에 항상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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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렇습니다. 오르카는 그 악몽 같은 곳으로 다시 인원을 파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가더라도 뭐 얻을 것도 별로 없고, 얻는 건 거의 없는데 위험하기까지 하니. 2. 제 생각에 프로스트바이트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을 것 같고 철충들에게도 그렇게 보고했을 것 같습니다. 걔네가 바이오로이드들을 하나하나 개체별로 세세히 구분할 것 같진 않고, 프로스트바이트 입장에서는 귓가에 앵앵대는 파리 살덩이(탈론페도)를 쫒아갔더니, 방사능능 수치가 불쾌할 정도로 높은 곳에 다다랐고, "좀 독특할 정도로 밀도 높게 뭉쳐져 있는 하등한 살덩이 뗴거지 한 무리"를 만났고, 박살냈다, 정도로 보고하고 끝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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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니 탈론페도라니 탈론페더 탈론페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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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두 문장은 중의적 의미가 있습니다 1. 엄마가 밥 줄게 = 내가 어디서 꼭 새로 먹을 것을 구해다 주겠다 = 내 몸이라도 먹어라 2. 괴물이 입을 벌렸다 = 마리아를 잘 먹겠습니다 = 아파서 아기처럼 마리아에게 칭얼대느라 입 벌린 것 말씀하신 결말도 좋군요. 결국 마리아의 뒤틀린 모성을 보여주고 찜찜한 뒷맛도 남기니. 다만 저는 마리아가 무얼 생각하고 또 결국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해 조금의 열린 가능성을 두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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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성이 안 좋았죠. 괴물들의 예리한 방사능 이빨은 살덩이 생물체인 바이오로이드에겐 치명적이지만 두껍고 막강한 장갑을 갖춘 기계인 프로스트바이트에게는 불리했을 테니까요. 걔네가 철충의 금속조직을 소화시킬 수 있는것도 아니고. 반면 크고 육중한 프로스트바이트는 그 덩치를 거대한 망치로서 괴물들에게 휘두를 수 있고. 사실 등장 철충을 뭘로 할지에 대해서는 고민을 했습니다. 덩치가 매우 크고, 매우 힘세면서도, 연결체(연결체가 뜨면 여기가 갑자기 핫플레이스가 되니깐...)급까진 아니어야 하는...당장 떠오르는게 북쪽 러시아의 이미지와 겹쳐져 프로스트바이트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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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렇습니다. 오르카는 그 악몽 같은 곳으로 다시 인원을 파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가더라도 뭐 얻을 것도 별로 없고, 얻는 건 거의 없는데 위험하기까지 하니. 2. 제 생각에 프로스트바이트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을 것 같고 철충들에게도 그렇게 보고했을 것 같습니다. 걔네가 바이오로이드들을 하나하나 개체별로 세세히 구분할 것 같진 않고, 프로스트바이트 입장에서는 귓가에 앵앵대는 파리 살덩이(탈론페도)를 쫒아갔더니, 방사능능 수치가 불쾌할 정도로 높은 곳에 다다랐고, "좀 독특할 정도로 밀도 높게 뭉쳐져 있는 하등한 살덩이 뗴거지 한 무리"를 만났고, 박살냈다, 정도로 보고하고 끝낼 것 같습니다. | 21.12.19 02:5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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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니 탈론페도라니 탈론페더 탈론페더 | 21.12.19 02:59 | |
(IP보기클릭)58.227.***.***
하기사 저 도시를 철충이 굳이 이용할 가치가 있는것도 아니고, 정찰 중 특이 사례정도만 기억에 남겠군요. 위험하다 보기에는 어쨌든간에 프로스트바이트 하나에게 제압되기도했으니. 다시 한번 이번 소설 써주신거에 감사드립니다. | 21.12.19 03:05 | |
(IP보기클릭)58.227.***.***
페더의 속성이 한층 더 위험해졌군요ㅎㅎ | 21.12.19 03:0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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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성이 안 좋았죠. 괴물들의 예리한 방사능 이빨은 살덩이 생물체인 바이오로이드에겐 치명적이지만 두껍고 막강한 장갑을 갖춘 기계인 프로스트바이트에게는 불리했을 테니까요. 걔네가 철충의 금속조직을 소화시킬 수 있는것도 아니고. 반면 크고 육중한 프로스트바이트는 그 덩치를 거대한 망치로서 괴물들에게 휘두를 수 있고. 사실 등장 철충을 뭘로 할지에 대해서는 고민을 했습니다. 덩치가 매우 크고, 매우 힘세면서도, 연결체(연결체가 뜨면 여기가 갑자기 핫플레이스가 되니깐...)급까진 아니어야 하는...당장 떠오르는게 북쪽 러시아의 이미지와 겹쳐져 프로스트바이트더군요. | 21.12.19 13:1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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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두 문장은 중의적 의미가 있습니다 1. 엄마가 밥 줄게 = 내가 어디서 꼭 새로 먹을 것을 구해다 주겠다 = 내 몸이라도 먹어라 2. 괴물이 입을 벌렸다 = 마리아를 잘 먹겠습니다 = 아파서 아기처럼 마리아에게 칭얼대느라 입 벌린 것 말씀하신 결말도 좋군요. 결국 마리아의 뒤틀린 모성을 보여주고 찜찜한 뒷맛도 남기니. 다만 저는 마리아가 무얼 생각하고 또 결국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해 조금의 열린 가능성을 두고 싶었습니다. | 21.12.19 13:0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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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마리아의 최후는 독자님들 결정에.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21.12.20 09:15 | |
삭제된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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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자추종자
광기에 잠식되긴 했지만, 괴물을 향한 모성 그것 하나는 진짜였죠 | 21.12.22 19:2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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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자추종자
늘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21.12.22 19:2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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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시작할 때 장르가 코미디 호러이기도 하고 해서, 섬뜩한 분위기+어느 정도 열린 결말을 만들고 싶었답니다 ㅎㅎ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21.12.27 16:40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