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https://bbs.ruliweb.com/mobile/board/184992/read/114114
1편: https://bbs.ruliweb.com/mobile/board/184992/read/114115
2편: https://bbs.ruliweb.com/mobile/board/184992/read/114124
3편: https://bbs.ruliweb.com/mobile/board/184992/read/114125
4편: https://bbs.ruliweb.com/mobile/board/184992/read/114158
5편: https://bbs.ruliweb.com/mobile/board/184992/read/114159
6편: https://bbs.ruliweb.com/mobile/board/184992/read/114160
7편: https://bbs.ruliweb.com/mobile/board/184992/read/114178
8편: https://bbs.ruliweb.com/mobile/board/184992/read/114189
9편: https://bbs.ruliweb.com/game/84992/read/114191
10편: https://bbs.ruliweb.com/game/84992/read/114246
11편: https://bbs.ruliweb.com/mobile/board/184992/read/114248
12편: https://bbs.ruliweb.com/mobile/board/184992/read/114281
13편: https://bbs.ruliweb.com/mobile/board/184992/read/114282
전전편: https://bbs.ruliweb.com/mobile/board/184992/read/114297
전편: https://bbs.ruliweb.com/mobile/board/184992/read/114299
-----
우르르르르!!!
께에에에에엑!!!
하. 괴물들이 서로 뒤엉키며 싸우는 저 난리통에 뛰어든다니. 그야말로 미친 짓이지. 난 미쳤어. 미쳤다고! 세 번째 괴물까지 프로스트바이트와의 싸움에 가세하는 바람에 간신히 일어나려던 마리아는 다시 나동그라지고 말았어. 하마터면 거기에 가까이 다가가던 나도. 실제로 서로 죽여대느라 여념이 없는 세 야수들은 내 코앞까지 바짝 따라붙었어. 놈들은 내게 신경도 안 쓰고 있었겠지만, 불행히도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법이니.
“아오 새우도 좀 살게 해주라!!”
나는 목청이 터져라 외쳤어. 이 대혼돈의 난장판 속에서, 페더가 날 찾을 수 있도록.
“페에에에더어어어어!!! 나 죽으면 밤마다 니가 하는 짓 다 공개할 거야아아아아!!!”
가만. 근데 죽으면 어떻게 공개를 하지? 그래도 내 협박(?)을 들었는지 페더의 부스터음이 점점 더 크게 들려왔어. 그 사이에, 나는 마침내 정신 못 차리고 쓰러진 마리아의 코앞까지 다다랐지. 그런다고 무기도 다 망가진 내가 그녀를 죽일 순 없겠지만, 내가 여기 온 이유는 그게 아니었어. 저딴 년은 이제 관심도 없어. 하지만 내겐 아직 할 일이 있었거든.
“찾았다!”
마지막 순간, 나는 마리아의 품에서 떨어져 땅바닥 위를 꿈틀거리는 LRL을 홱 낚아챘어. 시간이 없어서 거칠게 잡아챘던지라, 좀 아팠을 거야. 미안!
“으아아아아아----카메에에에에엘------!!!”
그와 거의 동시에 거의 죽기 직전인 비명과 함께, 괴물들이 일으킨 흙먼지를 뚫고서 페더가 나타났어. 정신 나간 수준의 저공비행을 하면서 말이지. 방독면을 쓰고 있어서인지 졸라게 큰 파리처럼 보였지 뭐야? 잔뜩 울상을 지어 울그락푸르락한 채 그녀가 내게 날아들었어.
“잡아요오오오!!!”
“꽉 잡아, 꼬마야!”
난, 그대로 뛰어올라 필사적으로 페더의 허벅지 말랑한 다리를 붙잡았어. 내 몸이 울며불며 날아제끼는 그녀를 따라 홱 들리는 게 느껴지자마자 난 곧바로 명령(?)했지. 마치 열혈로봇물 주인공처럼.
“날아라!”
“이미 날고 있어요오오오오!!”
아니, 내가 페더의 정당한 명령권자는 아닌데, 그 상황에선 내가 안 시켜도 누구나 속도를 쎄게 올렸을 거야. 누구라도 그 위험천만한 싸움판 속에서 일 초라도 더 있고 싶진 않았을 테니까.
“나, 정말, 카멜이, 미워요오오오!”
“난 사랑할게!”
“전, 참모에, 정찰병이지, 전투원이 아니라구요오오!”
그렇게 죽어라 울부짖으면서도 페더도 죽기는 싫은지 부스터의 불을 최대한으로 땡겼어. 덕분에 페더의 다리를 붙잡은 내 양 측면으로 추진기의 열기가 확 솟구쳐 지나갔어. 저 열기에 닿기라도 했다간 난 그대로 낙타 통구이가 될 거야. 그래서 난 어ᄄᅠᇂ게든 몸을 가눠서 부스터의 분사 범위에 들지 않으려고 몸을 뒤틀며 발악했지...LRL을 떨어뜨리지 않게 하려고도.
...정체불명 – 아, 이제 정체를 알긴 한다 – 의 괴물들에게 무력하게 붙잡혀 죽는 것 보단 이게 나으니.
“으꺄아아악!!”
괴물들의 투기장을 탈출한 탈론페더의 초고속 저공비행도 결국 끝이 났어. 장대하게 땅바닥에 부딪혀 수십 미터를 와장창 긁으며 나아가는 것으로 말이야. 그 바람에 페더의 다리를 놓친 나는 LRL이 다칠새라 두 손으로 그 아이를 꽉 껴안고 흙먼지 속을 데굴데굴 굴렀지. 온 몸이 두들겨맞은 기분이었어. 으....페더는 괜찮나...?
“으으...카멜...원망할 거에요...복수할 거에요....”
팬티를 하늘로 향한 채 헤롱거리면서도 복수를 다짐하는 거 보니 멀쩡한가보네. 금이 간 도로를 부수고 가르고서 저만치 질주해 거꾸로 처박힌 것치고는.
“카멜, 카멜! 괜찮나!”
대장이 내게 달려왔어. 워페인트도 다 지워지고 눈가가 새빨갛게 부어 있는 그 얼굴을 좀 더 오래도록 보고 싶었어. 아니, 보기 좋은 건 아닌데, 앞으로 칸 대장의 저런 얼굴 볼 기회가 몇이나 되겠어?
“대장, 방독면이나 써요. 죽으려고 정신 나갔어요?”
“.....”
대장한테 내가 핀잔 줄 기회도 앞으로 얼마나 되겠고 말이야.
“오르카 돌아가면 꼭 제염처리 받아요.”
하지만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는 눈물범벅인 대장 얼굴 감상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었지. 난 내 품 속으로 고개를 숙였어.
“얘, 괜찮아?”
“어지러워...토할 거 같애....”
“그럼 괜찮은거네.”
난 씩 웃었어. 내가 꽉 껴안은 덕분인지 - 덕분에 내 팔은 긁히고 피나고 찰과상 박람회가 되었지만 - LRL은 멍해 보였지만 몇 군데 좀 까진 것 말곤 무사해 보였어. 나는 눈 없는 그 아이를 번쩍 안아들었어. 이 시점에서 여기 모인 우리 모두들 - 저만치 떨어진 채, 혼란의 한복판에서 몸 못 가누는 마리아만 빼고 - 의 의견은 일치했지.
“어딜 가려 해!! 돌아와!!”
“싫은데!”
“당신들은 아가들을 먹여 줘야 한다고!”
헤. 누가 그러고 싶겠어? 부질없는 절규일 뿐. 마리아는 우릴 쫒아오려는 듯했어. 하지만 그녀는 쉽게 일어나지 못했지. 내가 방금 도멍쳐 나온 곳, 이미 거대한 괴물들의 싸움 한복판에 휘말려들어 버렸거든. 놈들이 자기들끼리 치고 받을 때마다 벽이 와르르 무너지고 충격파가 퍼져나갔어. 그녀는 그 모든 걸 뒤집어써야 했어. 솔직히, 그녀가 일어나는 건 고사하고 저 난장판 속에서 살아나올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 뭐, 우리에게야 잘 된 일이지. 지금 상황에서 우리가 할 일은,
“달려라! 놈들이 한눈파는 사이에!”
호드는 기동부대고 기동의 생명은 일격이탈일지니, 드디어, 이 악몽 같은 도시에서 빠져나갈 때가 된 거야. 이 빌어먹을 장소와 작별할 시간인 거야. 마침내, 그럴 수 있게 된 거야. 대환영이지!
지치고, 만신창이가 되고, 부서졌지만, 우린 나아갔어,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라, 앞으로.
이 핵폐기물 같은 도시 바깥을 향해.
과거의 망령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 돼! 가지 마!!!”
멀어지는 마리아의 목소리를, 그 뒤에 남겨두고서.
...
.
소음, 괴성, 먼지, 매연, 그리고....방사능. 그 혼돈의 소리들, 죽음의 광경들이 나, 그리고 우리에게서 멀어져 갔어. 우리는 누가 뒤에 쫒아올새라 꽁무니가 빠져라 달렸어.
“헉, 헉, 헉, 흐헥, 대장....”
얼마나 달렸는지 모르겠어. 방독면 아래로 숨이 차서 더는 못 달리겠다고 대장에게 아우성 - 아니, 나도 칸 대장에게 반항하긴 싫은데, 대체 언제까지 도망쳐야 하는 거야? - 치기 직전, 뒤를 돌아본 칸 대장이 짤막하게 선언했어.
“....여기면 안전할 것 같군. 놈들은 서로 싸우느라 쫒아오지 못할 것 같다"
신속의 칸이 맞다면 맞는 거야. 긴장이 풀리자마자 죽을 것 같은 피로가 몰려와 나는 그먼 털썩 주저앉고 말았어. 그리고 그 상태로, 우리가 방금 전 빠져나온, 그, 악몽 같던 회색빛 도시를 멀거니 바라보았어.
“....하아아아”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어. 그건 지쳐서 내뱉는 것이었을까? 안도의 한숨이었을까? 마침내, 우리는, 야외에서 안전하게 방독면과 간이방호복을 벗을 수 있었어. 엄청난 해방감이 느껴졌어.
“아야”
그제서야, 다치고 지치고 피로한 다리가 미친 듯이 뻐근해져 왔어. 우리가 얼마나 멀리까지 달려왔는지 이제야 할 것 같았어. 우리가 저 안에서 그 고생을 하던 그 도시의 전경(全景)이 이제는 꽤 거리를 두고 멀리 떨어져 있었으니까. 우리는 마치, 방금 전 이세계에 있다가 현실로 돌아온 사람들처럼 그 머나먼 광경, 그 안에 이세계를 품은, 버려진 도시를 응시했어.
‘멀리서 보면 이렇게나 고요한데....’
그 참혹한 도살장 같던 잿빛 도시, 현세에 강림한 생지옥이 멀리서는 이렇게 거짓말처럼 조용하고 평온해 보였어. 마치, 우리가 처음 이 도시를 찾아와 멀리서 바라보았을 때처럼. 저 안에 그토록 끔찍한, 그리고 해묵은 원혼(冤魂)이 숨어 있으리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으, 다시는 저기 들어가고 싶지 않아요”
페더가 몸을 떨며 한소리했어. 비록 우리 중에 저기 있던 시간이 가장 짧은 페더였지만, 나도 그 의견에는 크게 공감했지. 다들 저 망할 도시에 대한 나름의 소회(所懷)가 있겠지. 그런 게 없는 건 아마 씩씩대며 내게 다가오는 저 바보 워울프뿐일거야.
“야, 카멜, 너 아까 나한테 뭐라고 했냐?”
“응?”
“뭐? 무슨 썅1년? 누가 골칫덩어리라고?”
“당최....무슨 말씀이신지...”
“야! 어딜 봐!”
모르는 척 고개를 돌리며 나는 저 머나먼 도시를 멀거니 바라보는 칸 대장에게로 고개를 돌렸어. 온몸이 지치고 피곤해서 워울프와 더 입씨름하고 싶지 않기도 했지만, 칸 대장의 생각도 듣고 싶어서.
“결국, 수천 명에 이르는 바이오로이드들은 없었던 거군.”
“.....”
“정정하지. 정확히는 ‘우리가 기대하던’ 형태로 있던 건 아니었군”
그래. 바이오로이드들은 있었지. 엄청나게 많이. 다만, 비뚤어지고 일그러진 형태로. 과거의 죄악을 품고서 사산(死産)된 아이들이. 원자력, 잘못 휘둘러진 그 힘에 으스러지고 만 아이들의 원한이.
하지만.
다시, 나는 비척거리며 일어났어.
“그래도, 우리가 여기 온 게 아주 의미없진 않았어요, 대장”
“왜지?”
“그 치밀한 신속의 칸이 안전규정 다 집어던지고 방독면까지 벗어제끼고서는,”
“크...큭....!”
“음, 난생 처음 대장이 우는 꼴을 봤죠”
“우...운 적 없다!”
“워페인트 다 지워진 상태에서 그렇게 말해도 설득력 없어요, 대장”
“그 때 나한테만 소나기가 와서 그런 거다!”
아하, 네이, 네이. 소용없어요, 대장. 지금 이렇게 얼굴 빨개지면서 팔 휘휘 젓는 모습도 난생 처음 보니까, 여기서 뭘 하셔도 제 승리에요.
“그리고 말이죠”.
그래도, 그 악몽 속에서, 적어도 한 명, 단 한 명은 데려올 수 있었으니까.
나는 힘 빠져 주저앉아 있는 LRL을 들어올렸어. 그리고 내 품 안에 그 아이를 안고 토닥였지. 처음에 만났을 때는 눈이 없어서 나도 모르게 놀라 떨었지만, 이제는 아냐. 이 아이는, 그저, 불쌍한 아이일 뿐이야.
자기 의지와 무관하게 이 현세의 지옥에 태어나 버린.
“헤, 꼬마야”
그런 아이를 위해 따뜻한 외투 한 장 덮어주고 웃어줄 수 있는 게 어른 아닐까.
“우리 오르카엔 말이지, 얘, 무려 닥터가 있다고.”
“닥터...?”
“그래. 몇 명만 모이면 기술혁명도 일으킨다는 애들.”
“그, 그런데?”
“걔라면, 분명 네게 새 눈도 가져다 줄 수 있을 거야.”
갑자기 그 아이의 목소리가 떨렸어. 지난 수십 년 동안 그런 건 기대조차 못해 봤을 테니까.
“저...정말이야...? 진짜...? 나..나...볼 수 있는 거야? 세상을...?”
“그럼.”
단 한 명의 양심이라도, 저 생지옥 속에서 구할 수 있었다면, 희망을 줄 수 있다면, 그건 충분히 고생할 가치가 있는 일 아닐까.
“눈?”
이게 뭔 소린가 싶어서 기웃대던 워울프가 내게 다가왔어. 그리고 내 어깨 너머로, 마침내 방독면을 벗은 LRL의 얼굴을 보았어. 내 우려와 달리 그녀는 놀라거나 흠칫하진 않았지만.....언제나 저년의 입이 문제지.
“오. 넌 안대 필요 없겠네”
“...니가 이래서 개 씹 썅1년이란 거야!!”
나는, 이번만큼은 진심으로 걔 엉덩이를 걷어찼어.
< E N D >
<에필로그: https://bbs.ruliweb.com/mobile/board/184992/read/114322>
-----
제 글들을 클릭하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덧글과 추천에 항상 감사드립니다.
(IP보기클릭)211.44.***.***
대부분의 사람들은 해피엔딩을 좋아하죠 ㅎㅎ
(IP보기클릭)58.227.***.***
(IP보기클릭)211.44.***.***
대부분의 사람들은 해피엔딩을 좋아하죠 ㅎㅎ | 21.12.19 02:50 | |
(IP보기클릭)216.181.***.***
호드는 오늘도 승리를 하였노라! 호드를 위하여!!!! Victory for the Horde!
(IP보기클릭)203.232.***.***
그런당신께 진정한 대족장 우바나스의 영정을 | 21.12.19 10:39 | |
(IP보기클릭)1.235.***.***
아무것도 아니게 된.... | 21.12.19 12:59 | |
(IP보기클릭)1.235.***.***
히오스 아심니까? 정말가껨임니다! | 21.12.19 13:00 | |
(IP보기클릭)216.181.***.***
아무것도...아니게 되었다니...? | 21.12.19 13:13 | |
(IP보기클릭)125.178.***.***
(IP보기클릭)1.235.***.***
개그만들기 참 좋죠 ㅎㅎ | 21.12.19 13:00 | |
(IP보기클릭)211.201.***.***
(IP보기클릭)1.235.***.***
페더의 막판 비중이 컸죠 ㅎㅎ 여기서의 고증오류는 패더가 팬티를 입고있다는 것입니다(?) | 21.12.20 09:14 | |
삭제된 댓글입니다.
(IP보기클릭)1.235.***.***
용자추종자
늘 재미있게 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 21.12.22 19:22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