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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다 살다 철충을 응원하는 날이 오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
‘잘했어, 페더!’
나는 내 정신나간 부탁을 수행해 준 - 아마도 한참 울면서 이 도시의 허공을 헤매고 있을 - 그 중증 변태 치녀에게 감사를 표했어. 이게 내 아이디어였어. 며칠 전부터 이 주변에서 우릴 찾아 헤매던 그 철충, 그 프로스트바이트를, 도시 안으로 유인하는 것. 그리하여, 괴물이 괴물을 만나게 하는 것.
놈들은 처음에 이, 자기들보다 훨씬 큰 거대한 금속 덩어리를 보고 당황한 것 같았어. 멈칫했으니까. 그리고 그건 저 쪽 프로스트바이트 - 지난 며칠 간 나랑 페더를 찾아다니느라 눈이 벌갰을 - 도 동일한 것 같았지. 당연하겠지. 서로가 서로를 처음 보는 존재일 테니까. 그러나 먼저 정신을 차리고 포효를 내지른 쪽은 세 마리 괴물들 쪽이었어. 자기들 나와바리에 웬 듣도보도 못한 떡대가 들어왔으니 당연히 화가 나겠지.
키에에에에에---
듣기 싫은 합창 같은 소리가 오래된 도시에 울려퍼졌지. 프로스트바이트도 그 소음이 듣기 싫은 게 분명했어. 혹은 녀석들의 명백한 적의를 놈도 느꼈거나.
쿠오오오오---
놈도 마주 포효했어. 포효란, 두 야수가 서로의 힘과 호전성을 가늠하고 상대방을 기선 제압하려는 행동이야. 그러나 둘은 포효만으로는 서로를 제압하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그리고 그렇다고 어느 한 쪽이 물러나기도 애매한 상황이라는 걸 깨달은 듯했어. 철충 입장에서는 적대적인 하등한 살덩이들을 내버려 둘 수 없을 테고, 괴물들 입장에서는 여기가 자기들 둥지니까. 그러면 어쩌겠어, 싸워야지. 그래! 싸워라! 싸워라!
그들은 충돌했어.
괴물들이 달려들었어. 프로스트바이트가 주먹을 휘둘렀어. 뻐억! 아아, 청명한 충돌음. 놈의 주먹이 가장 첫 번째로 이빨을 드러내고 달려드는 괴물의 면상에 꽂혔지.
하지만 첫 번째 놈이 나가떨어지는 사이에 나머지 두 놈이 각각 프로스트바이트의 팔과 다리를 물고 매달렸어. 놈들의 이빨이 철충의 장갑에 먹힐까? 프로스트바이트의 장갑이 뚫린 것 같진 않지만, 예리한 이빨에 긁힌 상처들이 났어. 아프긴 한건지, 아니면 충분히 위협감을 느끼는 건지 놈은 자기 팔을 물고 늘어진 괴물에게 파쇄탄을 먹였어. 콰작!
끼에엑! 하는 비명과 함께 놈은 프로스트바이트의 팔을 놓쳤지만, 칸 대장 말대로 놈들은 그 정도엔 죽지 않았어. 프로스트바이트가 뭔 생각을 하는진 알 수 없지만(놈들은 표정이 없으니깐), 아마 존나게 당황했을걸. 하지만 세 마리 괴물들 쪽도 당황한 건 마찬가지일 거야. 수십 년 동안 이토록 거대하고 막강한 적수를 만나보지 못했을 테니까.
와, 마치 신화 속의 한 장면 같았어. 전설 속에나 나올 법한 괴수와 괴수들이 맞붙는.
“햐. 나 이거 옛날 영화에서 본 거 같은데, 뭐였지? 고X라 vs. 콩? 퍼X픽 림?”
“그딴 거 생각할 시간 있으면 뛰어, 멍청아!”
워울프는 진심으로 이 영화 같은 풍경(아, 그래, 참 역동적이긴 하네)을 더 보고 싶어하는 것 같았지만, 그 의견을 존중해 줄 여유는 없어서 말이지! 죽다 살아난 나는, 간신히, 비틀거리며 일어났어. 그리고, 저 괴물들이 서로 엎치락뒤치락 뒤영켜 싸우는 데 정신이 다 팔린 틈을 타, 대장과 워울프를 향해 뛰어가려 했어. LRL의 손을 잡고서.
그러나 내 바로 뒤편에서 다시 한 번....쾅! 괴수들이 뒤엉키며 격돌했지. 쿠당! 땅이 흔들리고 흙먼지가 피어올랐어.
“으악!”
그 엄청난 기세에 휘말려 나와 LRL은 서로 떨어지고 말았어.
“LRL!"
내가 외쳤지만, 괴수들이 이리 부딪히고 저리 부딪히며 자욱하게 돌과 자갈과 먼지가 튀어올랐어. 그 아수라장에서 LRL을 찾는 건 불가능해 보였어.
“카멜, 빨리 와라!”
칸 대장이 손짓했지. 젠장, LRL도 데려가야 하는데! 그러나 움직이려는 내 앞길을 누군가가 막아섰어.
“어딜 가시려고요!”
마리아였어. 방독면을 쓴. 그 새 잡아챘는지, 한 쪽 팔에 어떻게든 끌려가지 않으려 낑낑대는 LRL을 억지로 붙들고서.
“당신들은 저 아이들의 식사가 되어주셔야 해요”
“누구 맘대로!”
나는 으르렁거렸어. 여기서 저 여자를 다시 볼 줄은 몰랐는데. 간이 배 밖으로 나왔나? 지금 세상에 둘도 없는 흉측한 괴물들이 저기 한가득이라고?
“너도 위험할 텐데, 그 애 내려놓고 몸이나 피하시지”
그러나 마리아는 고개를 저었어. 그 태도에는, 어딘지 비뚤린 자존심이나 자부심 같은 것마저 드러났어.
“아니요. 저 아이들은 저를 공격하지 않아요”
“허?”
“제가 그 아이들을 먹여 왔어요. 저는 그 아이들의 엄마나 다름없어요.”
“하”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 같군.
“정말 그럴까?”
나는 냉소적으로 비웃었어.
“왜 네가 LRL을 데리고 있었는지 알 것 같네”
“?”
“정말로 저 괴물들이 널 엄마로 생각해서 공격하지 않았을까?”
“무슨...말을 하려는 거에요?”
오늘 두 번째로 마리아의, 저 방독면 쓴 뻔뻔한 얼굴가죽 아래서 분노가 솟아오르는 것 같았어. 자기 자신을, 혹은 자신의 그 ‘사랑’을 부정당한 듯한, 참을 수 없는 분노가. 반대로 나는 왜 조금 전 내가 LRL을 만날 수 있었는지 알 것 같았지.
“정말 그렇게 믿는다면, 왜 LRL을 데려왔지?”
“....”
“저것들, LRL 앞에서는 잠시 주춤하더군. 뇌파가 비슷해서? 유전자가 같아서? 나야 모르겠지만, 아무튼 저 아이는 잠시동안이지만 건드리지 않았어. 알고 있었지?”
“.....”
“알고 있으니까, 이제껏 살려 둔 거지?”
마리아가 두 눈을 부릅떴어.
“닥쳐요”
“상식적으로는 장님인 아이가 생존자 그룹에서 제일 쓸모없었을 텐데 말이야.”
“닥치라고요!”
“괴물들은 너를 공격하지 않는 게 아니야. 네가 데리고 있는 LRL을 봐주는 거지. 엄마를 알아본다고? 웃기시네.”
마리아가 여기에 LRL을 데려왔던 거야. 그녀 스스로가 뭘 어떻게 믿건 간에. 보험은 필요했던 거겠지. 이미 알았든 아니면 경험적으로 터득했든, 그녀도 알고 있던 거겠지. 저 괴물들은 LRL앞에서는 잠시뿐이지만 주저한다는 것. 적어도 망설이는 척이라도 한다는 걸. 그러나 그건 동시에 날 화나게 했어.
“이런 무서운 곳까지 저 어린 애를 데려왔어야 했어? 너 정말 보모 맞아?”
“감히....”
다시 말해 저년은, 이 괴수들이 난동하는 한복판에 아이를 데려 온 거야. 그러나 내가 그녀의 정체성을 건드리자 그녀의 눈이 분노로 타올랐어. 그래. 그렇겠지. 그 오랜 세월 동안 ‘보모’로서 ‘충실하게’, 헌신을 다했는데 부정했으니. 그러나 곧 그녀의 목소리에 다시 안정감과 비웃음이 깃들었어.
“전 저 아이들을 믿어요. 저는 안전해요.”
“아. 퍽이나”
“저 아이들은 나쁘지 않아요, 카멜. 그저 배고플 뿐인, 착한 아이들이에요.”
“미1친년”
“누군가는 저 아이들을 먹여야 했죠. 그리고 저는 완벽한 보모에요”
"도른년"
“이제 그만 둬요, 마리아!”
마리아의 손에 잡힌 LRL이 울부짖었어.
“얼마나 더 죽어야 해요? 네?”
그녀가 자기 품 안에서 발버둥치는 그 아이를, 거의 목 조르듯이 꽉 붙잡아 안았어. 하지만, LRL은 켁켁거리면서도 절규했어.
“인간들도, 다른 어른 바이오로이들도 모두 사라졌어요! 언제까지 이걸 계속할 거에요?”
마리아가 LRL을 땅바닥에 내동댕이쳤어. 그 행동에 난 눈이 뒤집힐 거 같았어. 저게 보모라고? 저게 보모가 할 행동이야? 그러나 그녀는 이미 반쯤 미쳐서 소리쳤어.
“이 배은망덕한 것!”
그녀가 발치에 쓰러진 LRL, 그 아이의 작은 몸을 다시 잡아 올렸어.
“폐기될 뻔한 너를 살려준 게 누구였지? 원래 죽어야 했을 너를 거둬준 게 누구였지? 그런데 여기서 이렇게 날 방해해?”
“....난, 차라리,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어요....”
어린아이 입에서 저런 소리가 나오다니.
“내가 태어난 바람에 쟤들이 생겨났어요...내가 그냥 죽었으면, 쟤네가 태어날 일도 없었을 텐데...”
“너의 동생들이야! 네 자매들이야! 가엾은 아이들이라고! 자매들이 불쌍하지도 않니!”
그 자매들은 쟬 죽이려고 했는데?
미칠 것 같은 분노가 솟구쳐 올랐어. 그간 저년에게 속았다는 데서 오는 배신감? 이 미친 짓을 정당화하는 마리아에게서 오는 역겨움? 혹은 그 장대한 착각에 대한 어이없음? 나도 모르게 외침이 터져나왔어.
“수십년간 그 끔찍한 짓을 저지를 만큼? 죄없는 이들을 속이고 저 괴물들의 밥으로 던져줄 만큼?”
하, 하고, 헛헛하게 웃으며 마리아가 날 돌아보았어.
“카멜. 저 아이들은 죄가 없어요. 그저, 태어났을 뿐이죠.”
그래. 태어난 것이 죄는 아니지, 괴물로 태어난 것도 죄는 아니고. 마리아가 말을 이었어.
“오히려 죄는 우리에게 있죠.”
“우리?”
“우리의 책임이에요.”
내 분노와 대조되게도 마리아는 너무도 담담했어. 하지만 목소리는 단호했지.
“저 아이들을 보세요, 카멜. 뒤틀린 채 태어난, 버림받고 불쌍한 아이들을. 아무 죄도 없는데.”
“인간들이 만들었지, 멸망 전의.”
“하지만 우린 인간의 후임자죠”
잠시 할 말을 잃었어. 그래. 우리 바이오로이드는 인간이 사라진 세상에서 인류 문명을 이어갈 유일한 지성체야. 그러나 그러면, 우리가, 그들의 죄악도 같이 이어받아야 하는 걸까? 정말 그럴 수밖에 없는 걸까?
“누군가는 저 아이들을 책임져야죠. 인간의 후계자를 자처할 거라면, 그 유산도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닌가요? 낳아 놓고서 무책임하게 버릴 셈인가요?”
“.....”
닥터라면, 하르페이아라면, 리앤이라면, 사령관이라면. 더 지혜롭고 똑똑한 이들이라면 뭐라고 말했을까. 수긍했을까, 아니면 논리정연한 비판이 있었을까. 불행히도 난 그렇게 똑똑한 바이오로이드는 아니었어. 그래서, 그냥, 되는대로 내 생각을 말하기로 했어. 가능한 한, 저 개 씹년이 받아 마땅한 쌍욕을 섞어서.
“개소리 하시네.”
“뭐라고요?”
“난 멸망 후 개체라 그런 거 몰라. ‘우리’? ‘우리’라고? 조까 시발. 어딜 도매금으로 물타길 하려 들어.”
“이 비참한 죄악에 눈감겠다고요?”
“그래. 이건 죄악이지. 우리 선임자들, 우리 창조자들이 저지른 끔찍한 죄악. 근데 그걸 해결 못한 건 당신 잘못이지. 이딴 식으로 질질 끌어온 것도.“
“비열하게 회피할 생각인가요? 과거의 죄악엔 눈감으면서, 찬란한 영광만 취하겠다는?”
“웃기시네. 취할 생각 없어. 영광? 이 똥구덩이 어디에 영광이 있지?”
“뭐...?”
이 도시. 아니 어쩌면 이 세상 전부가. 그 더러운 구덩이 속에서, 우리는 추악한 인간들이 남긴 유산 위에서 살아가지. 우리는 그 죄지은 자들이 만든 잠수함에서 숙식하고, 그 죄지은 자들의 기록을 읽고, 그 죄지은 자들이 발명한 기술을 사용하지. 우리는, 그 죄지은 자들에게 의지하지. 이 혹독한 세상에서, 어떻게든 살긴 살아가야 하니까. 아니, 사실은, 우리 자신부터가 바로 그 더러운 자들의 산물이지. 바이오로이드.
하지만 그게 자랑스럽고 영광스럽냐와는 별개지.
단지. 우리는 기억할 따름이야. 고통스러울지라도.
그렇기에 살아갈 거야. 살아야 기억도 하고, 반성도 할 테니까.
“망해버려. 이 졷같은 도시도, 니년도. 싹 다 망해버려라. 죄다 망해서 사라져버려라. 아, 졷같지만 기억은 해주지. 다시는 이런 끔찍한 짓이 벌어지면 안 되니까. 하지만,”
멸망 전의 인류는 끔찍했어. 이기적이고, 오만하고, 탐욕스러웠어. 뭐, 좋은 사람도 있었다지만, 그들이 멸망 전을 대표하는 건 아닐 테지. 그래, 맞아. 우리는 그 끔찍한 이들의 후손이야. 인정할 거야. 기억할 거야. 괴로워할 거야. 그래서, 반성할 거야.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할거야.
하지만 또한 바로 그렇기에, 그 추잡한 과거의 망령이 우릴 더럽히지 못하게 할거야.
“당신 시대의 죄악은 당신 시대에 청산했어야지. 그러지도 못할망정 우리까지 끌어들인다고? 우리도 같이 저 죄악의 밥이 되라고? 이 사악한 짓거리에 동참하라고? 이 죄악을 지속해가라고? 우리 몸 바쳐서? 하!”
나는 잠시 심호흡했어. 그리고 그새 반박하려는 마리아에게 삿대질했어.
“그 입 싸닥쳐. 넌 그저 살고 싶어서 다른 무고한 이들을 대신 저 새1끼들에게 갖다 바쳤을 뿐이야.”
그리고 그래놓고서 비겁하게 변명하고 있을 뿐이야. 스스로를 동정과 불쌍함으로 포장하면서, 자신이 미치지 않았다고 억지를 부리는 것뿐이야. 자신의 살생을 정당화하는 변명일 뿐이야. 이것이, 자기 욕망을 위해 어린 바이오로이드들을 호숫가로 내몰던 과거의 인간들과 무엇이 달라?
그러나 내 분노를 더 부채질하게도 화내는 내 앞의 마리아의 얼굴에 하, 하고 비웃음이 어렸어
“흥. 설득은 소용없겠네요. 하지만 그래서 어쩌시게요? 지금 총을 쥔 쪽은 전데”
옳으신 말씀. 지금 난 무기가 없고 그녀는 샷건을 쥐고 있지.
“맞아. 하지만 난 대신,”
“?”
“시간을 벌었지”
콰르릉 하는 천둥같은 소리와 함께 벽이 무너졌어. 무너진 벽 사이로 괴물이 튕겨져 들어왔어.....그 괴물을 움켜쥐고 미친 듯이 울부짖는 프로스트바이트의 포효와 함께.
께에에에에엑!!!
콰라라라라라라!!!!
혹시 화난 철충 본 적 있어? 철충놈들, 표정을 지을 순 없지만, 걔네도 화를 낼 줄 알거든. 그리고, 분노한 철충들은, 존나게, 존나게 무서워. 그리고 지금 저 프로스트바이트는, 수 년 동안 수많은 철충을 상대해 본 프로페셔널 스페셜리스트 철충 전문가인 내가 장담하건데, 지금 조오오오온나게 화가 났어.
와즉! 놈의 ‘거대한 망치’같은 주먹질에 놈에게 잡혀 있던 놈의 살이 터져나갔어. 프로스트바이트가 그 과물을 우리 바로 옆의 벽에 거칠게 냅다 처박고는 그대로 갈아 버렸어. 거대한 철충이 마찬가지로 그에 버금가는 괴물을 온 힘을 다해 깔아뭉개고 짓뭉개고 밟아 으스러뜨렸지. 놈의 눈알이 터져나가고 이빨이 부러졌어, 칸 대장의 말이 맞았어. 철충의 ‘물리치료’는, 정녕, 효과가 있었어.
“안 돼!! 아가야!!”
마리아의 절규는 괴물들이 내는 거대한 소음과 흙먼지에 묻혀 잘 들리지 않았어. 프로스트바이트는 곧바로 시선을 돌려 두 번째 달려드는 괴물을 향했어. 두 번째 괴물이 사납게 달려들었어. 놈에게도 복수심 같은 게 있는 걸까? 어쩐지 더더욱 맹렬한 것 같았지. 하지만 머리끝까지 화가 난 철충은, 오, 내가 다시 말하지만, 정말로 존나게 무서워. 프로스트바이트는 놈을 잡아 그대로 도시의 바닥에 내가 꽂아 처박았지. 푸작! 하고 고기 으깨지는 소리가 들렸어. 먼젓번보다 더더욱 거대한 흙먼지도 함께. 거대한 질량의 괴물이 무지막지한 힘 아래 땅에 처박히자 땅이 흔들리고 크게 진동이 울렸어..
그리고, 우릴 두고 괴물들을 향해 달려가려던 마리아는 그만 거기 휘말리고 말았어.
“아악!”
그녀가 휘청했지. 사실 나도 그랬어. 그 장대한 난장판에 끼어 있는 건 그녀만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그녀가 이 거대한 난동을 못 버티고 쓰러지는 사이, 이래봬도 다리에 외골격 단 군인이랍시고 난 간신히 자세를 유지하고 일어설 수 있었어. 그리고 그게 내 마지막 기회였지. 내 귀에 익숙한 부스터음이 들렸어. 나는, 그 틈을 타, 달렸어. 어디로?
쓰러진 마리아를 향해.
<계속: https://bbs.ruliweb.com/mobile/board/184992/read/114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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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러니까 1화(https://bbs.ruliweb.com/mobile/board/184992/read/114115)에서 프로스트바이트에게 쫒겼다는 건 복선이었던 겁니다.
2) 눈 없는 LRL은 멸망 전에 마리아의 공식적인 '육아대상'은 아니었습니다. 10화에서 암시되었지만, 그 시점에서 LRL은 사실 쓸모 없는 존제였고 폐기처분하는 대신에 마리아 옆에서 일손이나 거들라는 거였으므로, 잡일꾼 포지션이면 포지션이지 마리아가 공식적으로 돌보아야 하는 대상은 아니었습니다.
제 글들을 클릭하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덧글과 추천에 항상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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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와 집착의 끝은 모순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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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충 찬양이 있겠습니다 철충님 당신이 옳았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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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와 집착의 끝은 모순이죠. | 21.12.18 17:0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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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오락소설이라 큰 의미도 없고 그런 의미를 둘 필요도 없지만, 이 편과 직전 편이 소설의 주제 부분이라 고민을 좀 했습니다. 혹시라도 이상한 메시지를 던질까봐... 그래도 카멜의 고민은 한번쯤 생각해 볼 만하겠지요. 우리는 멸망 후의 인간 사령관이니까요. 예를 들어 11편에서 카멜이 잠시 걱정했던 것처럼, "막대한 출격비용을 퍼부어 보냈더니 바이오로이드를 데려오긴 커녕 비싼 무기나 깨먹고 돌아온" 카멜을 사령관은 용서할 수 있을 것인가? / 사령관도, 사령관의 후손도 결국 탐욕이나 오만 같은 것에 눈멀어 멸망 전 인간과 같은 패악을 저지르고 똑같은 괴물이 될 것인가? 같은 거. | 21.12.18 17:4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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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죄송합니다. 사실 그건 아닙니다. 카멜이 위에서 언급했듯이 그녀는 이 막장 도시와 마리아의 악행에 질려서 죄다 망해버리길 빌고 있죠. 하지만, 이곳의 모든 게 죄다 망해 부서지더라도, 구해야 할 것 단 하나는 있지요. | 21.12.18 17:5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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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맞다 LRL을 마리아가 붙들고 있었지요 참... | 21.12.18 18:43 | |
삭제된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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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자추종자
철충 찬양이 있겠습니다 철충님 당신이 옳았읍니다!!! | 21.12.18 17:5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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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에서는 크게 부각되지 않았습니다만, 평범한 마리아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광경들을 보아왔겠지요. | 21.12.19 01:5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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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철충과 괴물의 싸움은 생각보다 막상막하로 치열했지만, 퀵 카멜과 마리아의 갈등에 초점이 맞춰져 좀 부족하게 묘사된게 아쉽습니다 ㅎ | 21.12.20 09:1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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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글인데 읽어주실 줄이야. 감사합니다. 철충도 인간과 유사한 점이 있지요. 재밌게 읽으셨다면 기쁠 따름입니다. | 22.07.10 23:5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