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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 정말 대장 맞아요? 진짜 살아 있었네요!”
그래, 젠장, 신속의 칸이 그렇게 쉽게 죽을 여자가 아니지! 죽었을 리가 없지! 암, 오르카 최고의 베테랑인데! 나는 거의 칸 대장의 멱살을 잡다시피 그녀를 붙잡고 환호했어. 다른 부대라면 무례하기 그지없는 행동이겠지만 호드는 그런 격식을 따지는 부대는 아니니깐. 그리고 솔직히 그런 부대였더라도 나는 그러고 말았을 거야. 기쁨을 주체하기 어려웠으니까. 마치 수백 광년 떨어진 외딴 행성에서 아는 사람, 그것도 살면서 최고로 믿을 만한 사람을 다시 만난 기분이었어. 칸 대장은 실제로 믿음직스러우니깐.
“카멜, 그렇게 잡고 흔들지 마라, 균형잡기 힘들다”
“어? 균형?”
대장이 약간 곤란한 표정을 지었어. 그리고는 자신의 왼쪽 다리를 가리켰지. 거길 바라본 내 얼굴에 단박에 수심이 깃들 수밖에 없었어.
“대장...!”
“이제 내가 왜 절뚝거렸는지 알겠군”
대장은 무심하게 말했지만 이건 그렇게 좋은 상황이 아니었어. 신속의 칸의 그 ‘신속’을 보장하는, 두 다리중 한쪽의 강화 외골격 부분이 엉망으로 파손되어 있었으니까.
“놈들 공격에 스쳤다. 야성적이고 거칠지만 확실히 강하긴 하더군”
우리 대장에게 손을 댔을 정도면 그건 분명하지. 덕분에 내가 놈들을 용서할 수 없는 이유도 하나 추가되었고. 이 새1끼들이 감히 누구 대장을 건드려?
“그래서, 연락이 안 되어서 우릴 구하러 온 건가?”
“맞아요.”
“미안하군. 도시에 들어서자 마자 통신장치 회로가 타 버려서 말이다”
그건 나도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 탈론페더도 그거 때문에 도시에 들어오지 못하고 외곽에서 대기중이었으니까. 칸 대장이 우리 중에서 제일 영리하긴 해도 원자력 전문가는 아니었고, 높은 수준의 방사능에 노출되면 통신장비 같이 예민한 전자부품의 회로가 손상된다는 건 대장도 몰랐겠지.
간신히 놈들을 따돌리고 방금 은신처로 헐레벌떡 뛰쳐들어 온, 워울프 저 바보천치야 말할 것도 없을 테고.
“어후! 거 새1끼들 존나게 빠르네”
숨이 턱에까지 차서 - 아, 그래, 방독면 차고 뛰는 거 죽도록 힘들다니까 - 방독면을 벗어제낀 워울프가 투덜거렸어.
“워울프!?”
“응? 그래 카멜. 나야. 워울프. 헹. 오랜만이지? 나 그리웠어?”
두말하면 잔소리지 이 '개'같은 년아! 조금 전에는 상황이 급박해서 미처 찾아들지 못한 울음이 북받쳐 올랐어.
“워울프, 워울프”
나는 미1친년처럼 달려가서는 걔 이름을 반복해서 부르면서 그녀를 만졌어. 정말 워울프였어. 정말 살아 있었어! 좀비나 로봇 같은 게 아니라. 체온도 따뜻하고, 혈색도 좋고, 그리고 그 생각 없는 상판데기까지, 아주 워울프 그대로였어.
“뭐야, 카멜. 왜 이렇게 혼자 호들갑이야”
이 띨빡이 늑대인간 년이 남의 속도 모르고! 내가 누구 떄문에 죽을 각오까지 했는데! 내가 얼마나 슬퍼했는데. 내가 얼마나...네년이 보고 싶었는데.
“살아 있었구나, 살아 있었어! 응, 하하”
“뭐야, 왜 날 죽은 년 만들어. 졸라 숨차긴 하지만 나 아직 살아 있거든?”
나와 칸 대장이 몸을 피하는 새에 놈들의 시선을 끌고 시간을 벌어 주었으니 어지간히 힘들었겠지. 조금 전까지 바깥에서 들려왔던 소음들로 추정해 보면, 방금 전에도 저 바깥에서 죽을 뻔했던 거 같은데. 하지만 얘는 지난 일은 신경쓰는 애가 아니고 - 사실 그럴 머리도 없는 애야 - 방금 전의 생사를 넘나드는 모험은 이제 기억도 안 나는지 아무 생각 없는 표정이었어. 그러다 내가 손에 든 걸 보고 얼굴을 확 폈지.
"오! 그거 내 모자잖아! 완전 잃어버린 줄 알았는데!“
...저 컨셉 폭발하는 모자에 죽고사는 모습을 보니, 진짜 워울프가 맞긴 맞았어.
“찾아줘서 고마워! 헤헹”
“이 바보 자식아!!! 이걸 놓고 가서 너 죽은 줄 알았잖아!!!”
“응? 아, 아아. 바깥에 쟤네들이 좀 사나웠어야지. 도망치다가 벗겨진 줄도 몰랐어”
“장갑은?”
놈들 이빨에 끼어 있던 워울프의 왼손 장갑 말이야.
“아, 장갑? 내 왼손 팔토시 말이지?”
워울프는 별 것 아니라는 듯 말했어.
“놈들이 대장 머리를 씹어먹으려 들길래, 아갈빡에 총검 박고 영거리 사격하려다가 이빨에 스쳤어. 와, 되게 예리하더라? 송곳니에 걸리자마자 종잇장처럼 찢어져 나가더라고.”
생각 없이 말했지만 그 때 당시의 상황이 얼마나 급박했는지 알 것 같았어. 여기서 만났던 불가사리가 놈들에게 팔을 물어뜯겼다가 어깨 아래로 다 절단해야 했던 걸 생각해보면 위험하기도 했고. 이러니저러니 해도 다들 고생했구나. 하지만, 걱정과 안도가 뒤섞인 내 얼굴을 보고선, 껀수를 잡았다는 듯이 문득 저년 얼굴에 떠오르는 능글맞은 표정은....
“흐응. 맨날 나보고 나가 죽어 나가 죽어 하더니만 이게 본심이었구나?”
“윽....!”
“으응~우리 낙타아~그렇게 내가 조아쪄요~? 그리워쪄여~? 지금까지 다아 쯘데레여쪄요~?”
나는 그만 방독면으로 워울프의 머리를 후려치고 말았어,
...
겨우 해후의 기쁨이 진정되자 - 그리고 워울프의 혹이 가라앉자 - 이제야 좀 서로가 겪은 이야기를 나눌 여유가 생겼어. 나보다 먼저 이 도시에 온 이 둘도, 나 못지 않은 고생을 한 게 분명했지. 워울프가 애지중지하는 모자를 잃고, 대장의 한쪽 다리 추진기가 심각하게 파손된 걸 보면 말이야. 대화를 해 보니까 당시 둘이 어떤 상황일지 짐작이 갔어.
“아마 그 마리아는...우릴 막다른 길목으로 유인했던 것 같군”
배고픈 야수들의 아가리로 말이지. 마리아에 대한 내 설명을 들은 대장이 짧게 답했어.
“미친 것과는 별개로, 꽤 용의주도한 여자임이 틀림없다. 우린 그녀의 존재도, 우리가 유인당하고 있다는 것도 못 알아차렸으니까.”
“그런 짓을 한두번 해봤겠어요? 지난 수십년 동안.”
그러니 그렇게 남을 속이로 끌어들이는 데는 아주 이골이 났겠지. 그녀가 우리에게 한 것처럼. 진짜 개1년이네. 아니 그러고보니 잠깐만.
“대장은 저놈들 뭔지 알아요?”
“그 괴물들 말인가?”
“네. 대체 뭐 하는 놈들이지?”
철충은 확실히 아냐. 이놈들은 아무튼 살덩어리니까. 내가 놈들을 쏠 때도 피와 살점이 튀는 걸 봤어. 그런데 이런 생물체는 우리가 아는 한 없단 말이야.
“하긴 대장도 모르겠죠, 하. 닥터는 알려나. 아님 걔도 처음 보는 신종 생물체라고 좋아하려나”
나야 뭐 대장에게 별로 기대한 건 아니었어. 대장도 아마 여기서 처음 본 괴물딱지들일 테니까. 하지만 놀랍게도 대장은 놈들의 정체에 대해 뭔가 할 말이 있는 듯했어. 그녀가 고개를 끄덕일 줄은 나도 몰랐다니까. 역시 대장은 우리 호드 안에서 제일 똑똑한 게 분명해!
“짐작가는 건 있다”
“대장....?”
“그 점에 대해서, 너한테도 보여주고 싶은 게 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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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울프의 왼손 장갑은, 워울프 기본 스킨에서 자기 왼손에 낀 팔토시 같이 생긴 걸 말합니다.
제 글들을 클릭하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덧글과 추천에 항상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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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자추종자
그래서 바로 다음화를 올렸습니다 ㅎㅎㅎ 오늘은 다음화까지! | 21.12.16 18:2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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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계속 진행됩니다 ㅎㅎㅎ | 21.12.16 18:3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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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울프는 생각이 없는 게 장점이자 단점이죠 ㅎㅎㅎ | 21.12.17 14:1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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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스쳤다는 점에서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었겠죠. 잘못하면 다리를 잃었을 수도 있을 테니. | 21.12.18 03:09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