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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도 다 지고 밤이 찾아온 도시. 이 내가, 죽을 고생을 하면서 - 멀미에 괴로워하고, 철골을 잡느라 팔이 뻐근하며, 다리는 후들거리면서 - 겨우겨우 옥상에 발을 디디려는 바로 그 직전, 저 위, 저편에서 그림자가 하나 꿈틀거렸어.
그리고, 추운 북구의 밤, 그만큼이나 차가운 무쇠막대에 죽어라 붙어 있는 날 내려다보고 입을 열었지. 의외라는 듯. 냉소적으로, 오늘 밤만큼이나 차갑게.
“정말로 여기까지 오실 줄은 몰랐는데”
“....?”
“중간에 잡아먹힐 줄 알았는데, 악착같이 여기까지 오시다니. 그건 참 감탄스럽네요.”
“어...?”
“일부러 숨어 계신 곳을 유도까지 해줬는데 그걸 다 뿌리치시고, 정말 대단하시군요.”
순수하게 감탄하는 목소리. 난 그 목소리를 알고 있었어. 하지만 여기 있을 거라고 예상한 이의 목소리는 아니었기에 나는 멍청하게 반문할 수밖에 없었지.
“마리아...? 여긴 어떻게...?”
“은신처에서 여기 청사로 통하는 비밀 통로가 하나 있지요. 훨씬 빠르게 올 수 있는 지름길이면서도, 저 아이들은 너무 커서 들어올 수 없는.”
“아이들...?”
지금 누굴 말하는 거야, 아이들이라니, 설마...설마 저 괴물딱지들에게 ‘아이들'이라고 한 거야?
“제가 말했죠.”
마리아가 부드럽게 말했어. 멸망 전의 구형 방독면을 쓰고 있어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나는 어쩐지 그 아래 그녀의 얼굴이 웃고 있는 것 같다고 느꼈어. 매달려 있는 나를, 하찮게 내려다보는.
“아이들에겐 늘 먹을 것이 필요해요”
“먹을 것...?”
“네. 살아 있으니까요. 아이들은 늘 배고파하니까요. 아직 자라나는 어린 것들에겐 고기를 먹여 줘야죠.”
갑자기, 혹은 그제야, 나는 모든 것이 이해가 갔어.
왜 이 도시 주변에 그렇게나 아무도 없었는지. 호수의 방사능이 미치지 않는 먼 곳에서도 바이오로이드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건지.
등줄기에 소름이 좍 끼쳤어. 내 입술이 떨렸어.
“이 주변의....바이오로이드들을...”
내가 내 입으로 말하면서도 믿을 수가 없었어. 내 입으로 꺼내놓는 그 무서운 내막을. 거짓이길 바랬지만...그냥 내가 워울프랑 같이 삼류 공포영화 너무 봐서 머리가 돈 거라고 믿고 싶었지만....
“....다 저 놈들에게 먹인 거야?”
“.....”
“수십 년 동안?”
마리아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응답했어.
“도시 안의 바이오로이드들이 다 잡아먹힌 다음에는요”
아.
뇌 한켠에서 뭔가 끊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어.
그래서 그런 거였군. 통신으로 주변에 구조요청을 보내고 거기에 이끌려 온 바이오로이드들을 저 괴물들에게 먹인다.
수십년 동안 주변의 바이오로이드들이 다 먹혀 사라지면서 그 범위는 점점 넓어졌을 테고, 철충들은 인간도 바이오로이드도 사라져 버린 이 무인지대에 관심이 없었을 테니 찾아오지 않았을 테지. 모든 것이 다 설명이 되었어. 빌어먹을!!!
“핀토.....”
그 애가 말했던 건 그런 의미였나. 내 입에서 그녀의 이름이 나오자 마리아가 어깨를 으쓱했어.
“바보였죠. 그 스스로 아이들의 먹이가 될 줄이야. 모처럼 바깥에서 식사가 조달되었는데”
“......”
“솔직히 조마조마했다고요? 그 애가 새벽에 갑자기 우발행동을 하는 바람에.”
그래. 핀토는 알고 있었구나. ‘더는 이렇게 살 수 없다’는 건 그런 뜻이었구나. 그렇게 무참하게 살아갈 수는 없다는 이야기였구나. 그래서 날 깨웠던 거구나. 이 정신나간 구덩이에서 도망가라고. 불쌍한 녀석.
“하지만 덕분에 당신이 의심하지 않았으니 오히려 잘 되었지요.”
“그러면...걔가 물려갔을 때...날...말렸던 건...”
“이미 핀토를 먹였잖아요. 당신은 오랜만의 귀한 신선육이었으니까요. 핀토로 배를 채웠으니, 굳이 두 번 밥을 줄 필요는 없었죠. 당신 같은 외부인이 언제 또 올지도 모르는데.”
그래. 난 속은 거였어. 감쪽같이. 그 포근한 미소와 존나게 큰 가슴에. 저 온화한 얼굴 아래에 그런 미친 생각이 도사리고 있는 줄도 모른 채. 더러운 외모지상주의.
오늘 놈들이 날 어덯게 그렇게 쉽게 찾았는지도, 알 것 같았어.
“그럼..날 구했던 건....”
그녀가 어깨를 으쓱했지.
“정말 요리조리 잘 도망다니시더군요. 이대로 아이들과 술래잡기를 계속하면 한도 끝도 없을 것 같았죠. 그러느니 차라리 속여서 아이들에게 떠먹여 주는 편이 보모로서 할 일 아니겠어요?. 그리고,”
그녀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듯 웃었어.
“말했죠. 전날에 아이들이 미호를 먹었거든요.”
“.....”
“착하고 말 잘 듣는 아이였죠. 잘 먹이고 돌봐 주었지만, 어쩔 수 없었죠.”
마치 돼지를 사육하듯이...? 난 뭐라 말하려다 불현듯 다른 생각이 떠올랐어.
“칸 대장과 워울프를 봤다는 것도 거짓말이었어?”
“아, 그 분들 말이죠. 아니요. 그건 사실이었어요.”
아마도 열흘 전쯤에는 여기 왔었을. 마리아가 비릿하게 웃는 어조로 답했어.
“정말 간만에 오신 건강한 육고기들이셨죠”
지금 뭐라고? 누가 육고기라고? 뭐?
“그 아이들에게 그분들을 유인하는 건 식은 죽 먹기였어요. 흔적을 조금 흘려 주니까 귀신같이 따라오더군요. 약간의 흔적에도 정말 잘 따라와주어서 감사할 정도였어요. 하마터면 저도 들킬 뻔했죠”
어이가 없어서 말도 나오지 않았어. 그러니까...저 괴물들이 그녀들을 잡아먹도록 수작을 부렸다고? 오늘 나한테 했던 것처럼?
“바깥에서는 원래 추적이나 수색 같은 걸 하셨던 분들인가 보죠? 그 재능이 여기선 독이 되었네요”
그러면...그러면 결국 이 여자가 죽인 거야? 그 둘을? 그렇게나 값없이, 고작 ‘육고기’로 쓰려고?
거칠게 욕을 하고 싶었지만 이젠 그럴 힘조차 나지 않았어. 그보다는 허탈할 정도의 의문이 내 목구멍에서 솟아올랐지. 도대체, 왜, 수십 년 동안이나, 이런....이런 패악무도한...
“왜...왜 이런 짓을 하는 거야....”
“왜냐고요?”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 마리아는 손을 뻗어, 저 아래에서 나를 탐욕스럽게 올려다보는 세 괴생물체들을 가리켰어. 마치, 먹이를 기다리는 고양이처럼, 강아지처럼, 몸을 뻗어 건물에 기댄 채 우릴 올려다보는.
“보세요. 카멜. 저 아이들을.”
“....”
“불쌍한 아이들이에요.”
“....”
“가엾게도, 불행 속에, 비틀린 채, 망가진 채 태어나, 방황하는 아이들이에요”
“....”
“버려지고, 고통받고, 배고픔에 떠는.”
“...그래서?”
“저는 보모에요. 아이들을 먹여야 하죠. 배고픈 아이들을 돌보고 먹이는 게 제 의무이고 제 기쁨이에요. 아이들이 배불리 먹는 걸 보고 행복해 하는 게 제 역할이에요.”
보모 바이오로이드, 마리아가 방독면 아래서 웃었어. 소름끼칠정도로 순수하게.
“저는 그렇게 만들어졌잖아요. 그렇죠?”
“.....”
할 말이 없었어. 핀토가 물려갔을 때, 내가 마리아가 미치지 않은 게 이상하다고 생각했던가? 그래. 역시나였어. 그 생각이 맞았던 거였어. 이 년은, 미쳤어. 제대로 미쳤어.
“할 말은 끝났어요. 저 가엾은, 버려진 아이들에게, 좋은 식사가 되어주시길.”
그리고 그녀는 샷건으로 철골을 붙잡은 내 손을 겨누었어. 불행히도 철골에 애처롭게 매달린 매미꼴인 나는 그녀에게 반격할 수단이 없었지. 사격각이 나오지 않았어.
“날 죽일 거야?”
“아뇨. 저 아이들은 살아있는 것만 먹거든요. 팔다리 정도만 못 쓰게 해드리죠.”
와 진짜 너무하네. 하지만 반격은 못해도 욕은 할 수 있지. 이젠 그 정체를 알게 된 악마에게.
“조까, 이 씨1발년아”
나는 날 속인 그 개1자식에게 가운뎃손가락을 겨눴어.
“저기 떨어져도 너 같은 썅1년에게 총 맞고 떨어지진 않을 거야”
죽을 자리에 가도 내 발로 가.
그리고 난 뛰어내렸어.
<계속: https://bbs.ruliweb.com/mobile/board/184992/read/114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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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읍니다. 사실은 관리자님이 덧글로 하신 예상이 맞았던 것 입니다.
제 글들을 클릭하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덧글과 추천에 항상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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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중으로 전부 업로드 하겠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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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마리아는 모성이나 따뜻한 이미지여서, 악역으로 생각하기 쉽지 않을 테니 나름 반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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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중으로 전부 업로드 하겠습니다 ㅎㅎ | 21.12.16 01:0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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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무쌍한 퀵카멜의 활약 기대하겠습니다ㅎㅎ | 21.12.16 01:0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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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닙니다. 분량보다는 내용이 중요하지요. 분량이 너무 길면 사람들이 안보는 경우도 생기고... 분명, 좋은 글을 쓰실 수 있을 겁니다. | 21.12.16 04:4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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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마리아는 모성이나 따뜻한 이미지여서, 악역으로 생각하기 쉽지 않을 테니 나름 반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ㅎㅎㅎ | 21.12.16 13:23 | |
삭제된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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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자추종자
차차 내막들이 알려져 나갈 것 입니다...! | 21.12.16 17:4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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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섬뜩한 반전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ㅎㅎㅎㅎ | 21.12.17 03:29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