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https://bbs.ruliweb.com/mobile/board/184992/read/114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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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잘못 생각했어. 씨1발 삼천 번으로는 부족했어. 한 세 배는 더 외쳤어야 했는데.
“씨1바아아아아알!”
일단 한 개 추가.
다시 말하지만, 방독면 쓰고 방호복 입고 달리는 거, 두 번은 못할 짓이야. 뒤에 두 번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을 개못생긴 괴물들이 쫒아오고 있다면 더더욱. 그런데 난 지금 그 짓을 두 번째 하고 있다고. 몇 시간째! 아! 아! 아아아아악!
“예상이야 했지마아아아아아안!!”
아, 그래, 물론 당연히 놈들이, 청사로 가는 날 습격할 거라고 생각했지. 날 쫒아올 거라고 생각했지. 하지만 젠장, 거리를 한 블럭도 채 안 지났는데 첫 번째 놈이 나타나는 게 어딨냐고. 반칙 아니냐고. 페어플레이 없는 자식들.
처음엔 최대한 놈들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나름 은밀하게 움직인답시고 움직였어. 덕분에 내 예상보다 동선이 더 길어지고 시간이 더 걸렸어. 하지만 헛수고였어. 놈들에겐 다 소용없는 짓이었지. 금방 들키더라고.
‘아니, 젠장, 누가 나 여기 있다고 알려라도 주나? 귀신같이 찾아내네?’
역시 마리아 말처럼 저 새1끼들 개코인가봐. 아님 귀가 밝든지, 피부가 진동에 민감하든지, 아무튼 알 게 뭐야. 어쨌든 들켰는데. 그럼 어쩌겠어. 졸라게 욕하면서 달려야지.
“(-심의 결과 차마 서술할 수 없는 심각한 욕설-)”
나는 있는 욕 없는 욕 다 해가며 미친 듯이 거리를 질주했어. 하지만 그것조차도 쉽지 않았어. 거리마다 장애물 투성이였어. 부서져 내버려진 차량, 쓰러진 전봇대, 갈라져 구멍난 싱크홀 등등. 그 와중에 골목골목에서(때로는 지하에서까지) 튀어나오는 괴물들까지. 이 새1끼들은 누가 여기가 지들 홈그라운드 아니랠까봐 여기 지리를 다 꿰고 있는 게 분명했지. 우라질!
"후욱, 하, 후욱, 하, 후욱, 하. 아으"
방사능 지대를 달릴 수 있게 해주는 방독면의 필터가 고마운 동시에 원망스러웠어. 숨쉬기 너무 힘들다고! 방독면의 고무내음과 함께 내 거친 호흡소리가 필터를 통해 한 번 걸러져 들려왔어.
‘이러다간 지쳐서 죽겠다!!’
결국 놈들에게 쫒기고 장애물을 뛰어넘고 랄랄라 룰루랄라 신나는 숨바꼭질♪을 하다 보니, 원래대로라면 늦지 않게 도착했을 청사 건물은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겨우 내 눈에 들어올 정도가 되었지. 거의 이 구역 전체를 빙글빙글 돈 기분이 들었단 말이야. 여기로 뛰어들면 측면에서 한 놈이 튀어나오고, 그걸 피해 저기로 꺾으면 청사랑 반대 방향으로 달리게 되고. 어쩌란 말이야? 그 오랜 시간 동안 내가 잡아먹히지 않은 건 기적이었어.
“하 씨, 해 지네”
그나마 기온이 오른 오후에 출발했는데도 벌써 석양이 뉘엿뉘엿 지고 있었어. 사방에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어. 아. 밤이 되면 더 춥고 곤란해질 텐데. 방사능 범벅이 된 야외에서 오래 뛰댕기는 거 건강과 미용에 안 좋은데. 힝.
그래도 반나절간의 발악 끝에 어떻게든 개고생한 끝에 청사에 가까이 갈 순 있었다만, 그새 내게 따라붙는 그 괴물들은 어느 새 셋으로 불어났고 말이야. 와, 정말 끝내주는 날 아니야? 오르카에서도 내가 사령관한테 이 정도로 사랑받으면 소원이 없겠는데!
하지만 날 뒤따라오는 게 사령관이 아니라 정말 철충보다도 못생긴 괴물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지. 사령관에게 잡히면 화끈한 ‘뜨밤’이 기다리겠지만 저놈들에게 잡히면 아니겠지? 그런 상황이 오는 걸 피하기 위해 나는 질주하면서 급하게 놈들이 따라오지 못할 만한 곳을 찾았어.
“제기랄, 쓸데없이 안전하게 만들어졌네!”
마음 같에서는 한달음에 청사 건물 안으로 뛰어들고 싶었지만 문제가 있었어. 모르긴 몰라도 멸망 전 이 도시를 건설한 인간님들은, 이미 이 도시가 적들의 좋은 군사적 표적이 되리란 걸 알고 있었을 거야. 청사 대문이란 물건이 무식하게 두꺼운 강철제 무쇠덩어리면 충분히 짐작할 수 있지. 그나마도 잠겨 있었어.
“아-! 그렇게 여기가 군사도시였다는 걸 티 낼 필욘 없잖아-!”
문이 잠겨 있는 걸 확인한 나는 고래고래 외쳤어. 진짜 누가 날 죽이려고 작정한 게 아닌가, 혹은 신이 있다면 신께서 내게 악의를 가지고 일부러 이러시나? 싶을 정도였어. 그래 뭐, 일단 좋은 소식은 이걸로 저 녀석들도 청사에 들어갈 순 없다는 건 알 수 있었어. 문은 멀쩡했고 놈들이 건물에 출입할 방도는 없어보였으니까. 근데 이러면 나도 못 들어간다고! 뒤에서 쿵쿵거리는 발소리들이 들려오자 나는 오늘 또 한 번 “씨1발!”을 추가하고 나서 일찌감치 미련을 버리고 방향을 틀어 달렸지.
“진짜 ㅈ같네! 누가 나 죽이려 하나?”
내가 쏘는 성형작약탄이면 저런 두꺼운 쇠문에도 구멍을 낼 수 있겠지만, 지금 내 문제는 메탈제트로 문을 관통하는 게 아니라 부수고 들어가야 하는 거거든. 장갑 뚫는 작은 구멍이 필요한 게 아니라고.
‘창문으로 뛰어들어가는 건...?’
우리 호드는 지상에서 질주하는 부대기 때문에 점프능력도 뛰어나. 2층 창문 정도면 뛰어들어갈 수도 있을 거야, 하지만, 청사 건물을 지은 양반들은 뭐 안전불안도착증이라도 있었나봐. 방사능이라든지 적의 폭격이라든지 침입이라든지로부터 건물을 보호하기 위해 엄청나게 집착했던 게 분명했지. 창문은 3층부터 있었고 그나마도 쬐끄만했단 말이야! 와우! 방사능이니 폭격이니 특작부대의 침투니로부터 청사를 지키는 데는 더없이 완벽한 설계네! 칭찬해줄게! 하기야 그랬으니 지금까지 견고하게 버틴 거겠지만.
“아씨, 그럼 어떻게 들어가야 하지?”
이대로 죽어야 하나? 웃기는 소리! 그럴 순 없지. 놈들을 피해 청사 측면을 따라 내달며 나는 필사적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렸어. 제기랄, 주변이 멈춰선 버스, 무너진 건물 잔해 같은 장애물 투성이라 그냥 도주하는 것도 쉽진 않았어. 하지만 난 포기하지 않았어. 포기하면 죽으란 건데 이대로 그냥 죽으라고? 어림도 없지! 이 세상에 난공불락의 성은 없고 들어갈 수 없는 건물은 없어. 어떻게든 수가 있을 거야. 어떻게든...어떻게든....
“빙고! 땡스 갓!”
청사 모퉁이 한구석이 무너져 골조가 드러나 있었어. 아마, 마리아가 말했던 그 폭격 때 외장(外裝)이 떨어지고 그 아래의 콘크리트가 무너져 내려 철근 골조가 드러난 게 아닌가 싶어. 폭격이란 거 참 무섭네. 둠브링어 애들한테 앞으로 깝치지 말아야겠다. 살아남아서 돌아간다면 말야.
“으아아아-!!”
어차피 세 마리 모두에게 들켜서 신나는 술래잡기 하는 거, 나는 원없이 고함을 내지르며 수직으로 뛰어올라 철근 골조에 매달렸어. 그리고 올라갔지. 내 생각이 맞았어. 폭격의 열기에 녹아내렸지만 여전히 튼튼한 수직 콘트리트 벽은 녀석들이 기어올라가기엔 너무 가팔랐고, 철근은 놈들이 발을 디디기에 너무 촘촘하고 가늘었지. 만약 내 생각이 틀렸다면 지금쯤 나는 놈들 뱃속에 있었겠지.
“아, 진짜 ㅈ같네!!”
하지만 그걸로 일이 다 끝나지 않았다는 게 문제였어. 통신탑은 저편에 있는 청사건물 옥상에 있었고 나는 이를 악물고 벽을 타고 기어올라가야만 했지. 놈들은 자기들이 철근 골조를 못 탄다는 걸 확인하자 대신 그걸 흔들어서 날 떨어뜨린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렸지. 와, 영리한 개1새끼들.
“엄마야아아아-”
아 물론 우리 바이오로이드들은 엄마가 없지만(반대로 사령관은 엄청 많아). 롤러코스터 타는 기분이었어. 내 몸이 앞뒤로 출렁출렁 흔들렸어. 내 가슴도. 아오, 바이오로이드들은 이게 왜 이렇게 크게 만들어 진거야! 격하게 흔들리니까 아프잖아! 나앤 대령님 부럽다!
...
“나앤. 뭐해? 빨리 식사나 하고 가자.”
“대장, 혹시 제 욕 했어요?”
“응? 아니?”
“하 씨 근데 왜 이렇게 귀가 가렵지”
...
하지만 아프다고 여기서 그냥 떨어지면 절대로 행복하게 죽지 못할 거란 걸 잘 알기에 - 난 자식 순풍순풍 낳아서 아들딸손자손녀들한테 둘러싸여 걔네들 손 잡고 침대에서 편하게 늙어 죽는 게 꿈이라고! - 난 이를 악물고 철근 골조를 붙잡았어. 그리곤 나무에 붙은 매미마냥 매달린 채 힘겹게 한 걸음, 한 걸음 옥상을 향해 올라갔지. 옥상에는 청사 안으로 들어가는 문이 있을 테니까.
놈들의 방해를 견디면서 그 높은 곳을 올라가는 건 정말 죽도록 힘든 일이었어. 나는 몇 번이고 하마터면 떨어질 뻔 하고,
“꺄아아-”
죽어라 매달려 대롱거리면서,
“죽어도 사령관이랑 자고 죽을거야!”
조금식, 정말 조금씩 위로 올라갈 수 있었어.
욕지거리를 한 수백 번은 해 가며.
“씨1발, 씨1발, 씨1발, 씨1발”
얼마나 더 씨1발을 제조해야 충분한 거지? 젠장. 멀미가 올라올 것 같은 죽음의 사다리타기 속에서 나는 한탄했어. 내 팔자를.
대체, 왜, 내가, 내가 왜,
“내가 왜 여기서 이러고 있어야 하냐고!!”
아, 맞아. 답이야 알지.
모든 게 그 빌어먹을 통신 떄문이야.
오르카로 왔던 그놈의 구조요청 통신.
그거 때문에 이 모든 개고생이 시작된 거잖아.
이 망할 핵폐기물 구덩이 같은 도시에서 그 놈의 구조요청이 들어오지만 않았어도,
이 흉측한 괴물들만이 돌아다니는 텅 빈 도시에,
내가 여기서 이렇게 죽을 고생을 하고 있진 않을........
다음 순간, 내 몸이 굳었어.
잠깐만.
그 통신은 그럼 누가 보냈던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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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읍니다. 너무 눈에 보이는 떡밥이었나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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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읍니다. 너무 눈에 보이는 떡밥이었나요? ㅎㅎㅎ | 21.12.16 00:4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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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측으로 마리아가 흑막인거와 귀신들의 농락(알포인트)을 떠올렸는데, 라오 특성상 유령 떡밥 활용이 어렵단 점에서 마리아 흑막 가설이 더 그럴듯했으니까요. 마리아 등장 전에는 괴물들이 흡수한 바이오로이드를 이용해 통신을 보낸건가했는데, 괴물들의 지능이 높지않아보여 마리아에 주목했고. | 21.12.16 00:5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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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편을 보시죠 ㅎㅎㅎ | 21.12.16 13:1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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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자추종자
원래 소설 잘 쓰시는 분들은 복선이나 반전을 눈에 띄지 않고 매끄럽게 집어넣는데, 저는 그게 쉽지가 않네요 | 21.12.16 17:4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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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읍니다. 내막이 있었죠 | 21.12.18 02:5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