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워서 2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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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에 잘 마른 포근한 이불 속에서 일어나 본 적이 있는가.
그 어떠한 문명의 이기라 할지라도 자연이 주는 은혜로움을 경험해 본 적 있다면
그것이 인간의 지성이 쌓아올린 첨탑의 결과라 할지라도 공학의 최전선을 부정하며
자연을 찬양하기 마련이다.
쓸대 없는 이야기가 길었다.
당연하게도
늦은 아침
미묘하게 따듯한 햇빛이 나의 침대를 비추며
이제 이 따듯한 보금자리에서 일어나야 함을 일깨워 주었다.
저 문 밖에서는
누군가가 요리 하는 듯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달그락 거리는 소리와 맛있는 음식의 향이 내 콧속을 간지럽힌다.
일어나야 한다.
더 늦으면 저 밖에서 나를 찾는 누군가가 곧 데릴러 오겟지.
그의 품을 끌어안고 다시 잠에 들고 싶지만
도리어 그의 맛있는 식사를 놓치고 당분간 삐져 있음에 분명하기에
나는 일어나고 싶지 않은 천국에서 간신히 몸을 일으킨다.
조심스럽게 열린 문을 밀어 밖으로 나아가니
저 부엌 앞에
작은 발 받침을 놔둔채 아렌이 요리하고 있었다.
다만
그 모습은 평소의 메이드 복이 아닌 다른 옷을 입고 있었다.
어째서일까
끝이 살짝 젖어 보이는 그의 양갈래 초록 머리는 오늘따라 한 곳으로 단정하게 묶었다.
덕분에 가녀린 그의 목덜미가 보인다.
조금 큰 와이셔츠를 대충 걸친 것을 보아하니 무언가로 인해 그의 메이드 복이 젖었음을
대강 유추 할 수 있었다.
팔을 걷어 붇이고 바쁘게 요리를 진행하는 사이 와이셔츠의 밑단이 나풀거리자
약간의 기대를 했던 내 마음도 모른체
그 금단의 영역 아래에는 너무나 당연하게도 단정한 반바지가 있었다.
이게 성인물 이었으면 말을 하지 않아도 다들 눈치 챘을 것이다.
식탁위에는 시원한 얼음에 담긴 블랙커피와 그가 좋아하는 초록 탄산음료가 따로 담겨 있었고, 구운 식빵 몇조각 과 버터가 이미 올라와 있었다.
나는 잘 구워진 식빵 한 조각을 입에 물고 그의 옆으로 다가갔다.
화구 앞에서 열심히 후라이팬을 움직이며 계란과 토마토를 넣고 볶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아 형아 일어났어요?’
아렌이는 그 빛나는 눈으로 나를 잠깐 바라 보고는 말을 이었다.
‘빨래가 많아서 하려다가 세탁기 물호스가 빠져버렸지 뭐에요. 그래서 홀딱 젖는 바람에 급한대로 형아의 옷좀 빌렸어요.’
그는 말을 이었다.
그러고 보니 세탁기 물호스 연결하는 곳이 조금 느슨해서 고쳐야 한다는 이야기를 잊었다.
내실수였다,
생각해 보니 다른 옷도 많을텐데 왜 굳이 내 옷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사실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왜냐면 조금 설렌 아렌의 모습을 볼 수 있었으니까.
뭐 좋은게 좋은거겟지.
어느덧 늦은 아침 준비가 끝나고
나와 아렌은 단 둘이 식탁위에 앉아 밥을 먹기 시작했다.
오늘은 아렌의 옷을 사러가자.
그도 평소와는 다른 옷이 필요 하겟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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