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오르카 승조원 대부분이 잠든 늦은 시각.
평소라면 사령관도 당직 부관에게 맡기고 자러 갔을 시간이지만, 오늘은 귀환 보고를 받고 있었다.
"저기... 충분히 만지지 않았어?"
아니, 귀환 보고를 핑계로 꽁냥거린다고 해야 정확하리라.
미호는 사령관의 무릎에 옆으로 걸터앉아 목을 감싸고 있었고, 사령관은 오른손으로 미호의 어깨를 감싼 채 왼손은 미호의 옷 안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일주일 동안 미호를 못 봐서 외로웠으니까."
"치... 나도 사령관이 보고 싶었거든."
두 사람은 아무도 없는 함장실에서 끌어안고 있었다. 사령관이 미호와 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다.
사령관이 밤늦게 기다리고 있던 것도.
미호가 다른 동료들은 숙소로 보내고 혼자 온 것도.
당직 부관이 미호가 오기 전 사령관실을 나간 것도 우연이 아닌 것이다.
미호는 사령관을 손으로 가볍게 밀어내었다. 그리고 아쉬운 듯이 내려보는 사령관에게 웃으며 말했다.
"난 샤워하러 갈 거야. 내 옷 좀 챙겨줘, 사령관."
"벌써 가려고?"
사령관이 가볍게 미호의 손을 잡았다. 그러자 미호의 가는 손가락이 사령관의 볼을 쿡 찔렀다.
"바보 발견! 씻고 갈 테니까 방에서 기다리고 있어."
미호는 상큼한 미소를 지으며 샤워실로 향했다.
휘둘려서 얼빠져있던 사령관은 이내 장난기가 가득한 눈빛으로 짐을 정리했다.
그리고 샤워가 끝나갈 무렵.
덜컹.
"미호! 더는 못 참겠어!"
갑작스럽게 문이 열리고 사령관이 난입했다.
"이.. 이 바보! 무슨 생각이야!"
깜짝 놀란 미호가 몸을 가리며 저항하지만, 사령관은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왔다.
전신 수건으로 미호의 몸을 감싸고 그대로 안고 복도를 달려서 비밀의 방으로 데려왔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미호를 침대에 내려놓았다. 수건을 걷어내니 뾰로통한 표정이 튀어나왔다.
"무작정 이게 무슨 짓이야! 나갈 거야!"
"흐흐흐 그래도 어차피 이대로 나갈 순 없을걸? 옷도 없으니까."
"윽..."
미호는 상황을 깨달았다. 샤워 도중에 납치당한 미호는 몸만 달랑 온 것이다.
몸을 가릴 수 있는 수단은 이불과 수건뿐이었다. 사령관은 음흉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끝나면 바로 새 옷 가지고 올게. 응?"
"이 바보.."
미호는 못 이기겠다는 듯이 안겼다. 손을 포개며 깍지를 끼며 두 사람은 서로 입을 맞추었다.
다음 날 아침, 사령관을 깨우기 위해 찾아온 바닐라는 침대에서 알몸으로 껴안은 둘을 보았다.
어젯밤 미호가 귀환을 한다는건 알고 있었으니 예상은 했지만, 아침부터 이런 꼴을 보게 된다니.
바닐라는 한심하다는 듯이 한숨을 푹 내쉬고 목소리를 높여 아침을 알렸다.
"주인님, 이제 그만 일어나주세요. 늦게까지 주무시지 않으셨던 모양이네요."
"으앗!" "꺄악!"
일어나자마자 이불로 미호와 자신의 몸을 가린 사령관은 정신을 차렸다. 함께 밤을 보낸 후 그대로 잠든 것이다.
깜짝 놀란 두 연인을 바라보는 메이드의 눈빛은 한층 더 차가워졌다.
그 눈빛을 견디지 못하고 시선을 떨궜다. 새하얀 미호의 다리가 눈에 들어왔다. 실오라기 하나 없는.
"앗, 바닐라. 지금 미호 옷이 없거든? 미안한데 숙소에서 가져와 주지 않을래?"
바닐라는 어처구니없다는 눈빛으로 둘을 보았다. '얼마나 박아댄 거니까?' 라는 눈빛이었다.
"네 알겠습니다. 지금 미호 양의 옷을 가져다드릴 테니 사령관님은 빨리 준비하세요."
우아한 몸짓으로 인사를 마친 바닐라는 그대로 침실을 나갔다.
"하하하... 설마 그대로 잠들 줄은 몰랐네.. 응?"
사령관은 멋쩍은 듯이 웃으며 미호를 보았다. 깜짝 놀라면서도 두 사람의 손은 여전히 맞잡은 상태였다.
"미호야, 오늘 밤은 꼭 옷 가지고 오자."
미호는 부끄러워하며 이불로 얼굴을 가렸다. 그러나 손은 놓지 않았다.
"읏... 꿈도 꾸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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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호게시판 오픈을 축하합니다.
예전에 라오게에 올렸던거 가져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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