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미묘한 만화다
4차원적인 개그를 구사하는데 그게 재미있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고
일상물 같은 성격도 있는데 그렇다고 일상물 특유의 편안한 느낌을 주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고
꿈에 도전하는 청춘물 같은 부분도 있는데 그게 또 리얼하거나 감동적인가 하면 그것도 아니고
러브 스토리도 있는데 그게 달달하거나 애절한가 하면 그것도 아니고
아니고 아니고 아니고 아니다
그런데도 이걸 완결권인 15권까지 전부 읽고 말았다
가끔 그런 작품이 있다
그다지 장점이 없는데도 이상하게 마음에 밟혀서 끝까지 보게 되는 작품
나는 이런 작품들을 길가에서 울고 있는 아이라고 생각한다
무심코 지나쳤다가도 괜히 마음이 쓰여서 자꾸 돌아보게 만드는 그런 아이
<전자상가의 서점 아가씨>도 그런 종류의 작품이다
아마 작가가 이 글을 읽으면 경악할 게다(읽을 리는 없지만)
"결국 불쌍해서 끝까지 봐줬다는 소리 아니야! 차라리 보지 마!"
길길이 날뛰며 화를 낼 것도 같다
작가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히는 건 미안한 일이지만 불쌍한 느낌을 주는 것,
무심코 지나친 게 아무래도 냉정했던 것 같아서 자꾸 뒤를 돌아보게 하는 것,
그런 것도 일종의 호소력이 아닐까
호소력의 근원은 역시 진정성일 것이다
이 작품은 작가가 정말 애정을 담아 그렸다는 게 느껴진다
'사랑받은 아이'인 것이다
그런 아이니까 나 같이 무심한 독자도 끝끝내 지나치지 못하고 뒤를 돌아보게 된 것이다
작가에게 정말 사랑받은 작품은 어떠한 식으로든 호소력을 갖게 된다
그 호소력은 테크닉이나 재능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진정성의 힘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는다
작가의 다른 작품 <아하렌 양은 알 수가 없어>도 어서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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