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께서 다음달 9일을 기점으로 직장인에서 은퇴하신다.
올해 칠순 자식들에게 손벌리기 싫어 참 오래도 일하셨다.
내가 어릴적엔 아버지께선 미군대에서 미군들 양복 수선해주는 일을 하셨는데,
누나와 내가 커가면서 지금의 벌이로는 살 수 없다는 것을 느끼셨는지
미군부대를 그만 두시고, 공장에 들어가셨다.
어릴적 부모에게 버려져 양부모님사이에서 자란 아버지는 중학교까지는 나오셨지만
고등학교 2학년때 양부모님께서 돌아가시면서 또다시 혼자가 되었고, 살기위해 재봉질을 배우기 시작하셨다.
거처가 없어 일하던 직장 건물 주인에게 사정하여 옥상에 텐트치고 사셨다.
1년 동안...
그렇게 아버지는 살기위해 노력하셨고, 어머니를 만나 지금의 가정도 꾸렸지만
그 가정을 책임져야하기에 오래 하시던 일을 그만 둘 수 밖에 없었다.
아버지는 재봉질 말고는 할 줄 아는게 없었다. 그래서 공장에 들어가셨다.
아버지로부터 내가 제대로 물려 받은게 있다면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다.
내가 중학생때 집안에 큰일이 생겼었는데, 그때 아버지께서 신경을 쓰시다가
기계로 손이 빨려들어가 오른손 손등의 90%가 갈려져 나갔다.
그나마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 불구면하셨지만 피부가 많이 갈려져
허벅지와 엉덩이살을 때서 봉합하는 것으로 마무리를 하셨다.
다만 다시는 주먹을 움켜 쥘 수가 없었다...
그 모습을 본 나는 이때 처음 아버지앞에서 오열했다.
병원에 입원하여 재활운동을 해도 모자랄 아버지였지만,
누나와 내가 아른거려 재활운동도 못한채 의사의 만류도에도 다시 공장에 들어가셨다.
수술한지 일주일만에...
그 모습을 보며 자랐기 때문에 아버지라는 무게감과 책임감에 대하여 어린나이에 알게 되었다.
다행히 공장 사장은 그런 아버지를 내쫓지 않고 오히려 잘 대해주셨고 지금껏 안전하게 다니 실 수 있었다.
하지만 자식들 다 취업하고 손자까지 낳고 가정을 꾸린 마당에 늘 그만두라 이야기했지만 아버지께선 말하셨다.
"자식에게 손 벌리는 그런 부모는 될 수 없다. 용돈 받을 생각도 없다"
그렇게 가족을 위해 헌신하시던 아버지께서 어제 사표를 냈다고 이야기 하셨다.
이제 힘들어서 못하시겠다고, 태어나 처음으로 아버지 입에서 힘들다는 말이 나왔다.
아버지께선 당시에 일이 고달퍼 아침마다 관둘까 생각했지만
자고있는 누나와 나를 볼때마다 후회 할 짓은 하지말자고 다짐하고 출근하셨다고 하더라.
아버지의 은퇴일은 20년 5월 9일...
그날은 아버지께 근사한 식사라도 대접하며, 안아드려야겠다.
그동안 고생하셨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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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14 16:09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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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게 영웅이냐? 이게 바로 영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