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월드의 하층부가 더는 못참겠다고 파업을 선언했다. 끝없는 어둠 속에서 실날같은 불빛에만 의지해 곡괭이를 내리치던 광부들도, 하루하루 공장에서 쉴 새 없이 손을 놀리던 노동자들도, 곡괭이와 스패너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대열을 이루어 앞으로 행진했다.
가혹한 중노동과 터무니 없는 세금에 시달려오던 이들은 간절히 바래왔다.
자욱하게 깔린 공장의 매연이 아니라, 더 깨끗한 공기를 들이마시고 싶다고.
온갖 정화소를 거친 폐수가 아닌, 맑고 청량한 물을 마셔보고 싶다고.
평생 단 한번만이라도 괜찮으니, 황량한 철제 천장이 아니라 소문으로만 들어왔던 푸르른 하늘이 보고 싶다고.
그토록 더 나은 삶을 염원하고 바래왔던 이들의 노랫소리가 울려퍼졌다. 평생을 압제와 노동에 짓눌렸던 사람들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한데 모여 노래를 불렀다. 미약했던 불씨는 점차 거대한 불길로 바뀌어 갔다. 어디선가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대열에 합류하며 노래를 불러댔다. 이 순간 만큼은, 하이브월드 하층부의 주민들의 목소리가 하나되었다. 염원과 바램을 담은 노랫소리가 구름 너머에 자리잡은 상층부의 귀족들의 귓가에 닿을 정도로 저 멀리, 저 높이 울려퍼졌다.
""분노한 자들의 노래를 부르는 민중의 함성이 들리는가?
다시는 노예가 되지 않으려는 신민의 음악이라네!
우리의 심장이 뛰는 소리가 드럼의 박동에 메아리칠 때.
내일이 오면 시작되려는 새로운 삶이 있도다!""
항상 파업과 시위를 무자비하게 진압해오던 경찰들도 신민의 노래에 압도되었다. 무자비하게 내리치려던 진압봉은 도중에 멈춰섰으며, 오토건의 방아쇠에 걸린 손가락에는 자연스럽게 힘이 빠졌다. 경찰들은 단 한번도 이런 종류의 파업을 경험해 본 적이 없었다. 그들의 기억 속의 시위는 어둠 속에서 번뜩이는 총구의 불빛과, 분노와 공포로 점철된 비명소리로 가득한 아비규환의 광경이었다.
그러나 이번 시위는 전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마치 모여든 군중이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다 같이 목이 찢어져라 노래를 부르며 한 걸음씩 발걸음을 옮겼기 때문이였다. 노동자들의 얼굴은 지치고 피로에 찌들었으나, 그들의 눈빛만은 어둠 속에서도 찬란히 빛났다. 반복되는 삶에 지쳐 한순간의 충동으로 일으킨 폭력이 아니었다. 대체 어떻게 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 군중들은 질서정연하게 한 발자국씩 앞으로 걸어나갔다. 그럴 때마다 노동자들의 목에 걸린 아퀼라가 이리저리 흔들렸다.
당황한 경찰들이 주춤거리며 한 걸음 씩 물러날 때마다, 시위대는 한 걸음씩 나아갔다. 그러나 그러는 순간에도, 그 어떤 유혈사태도 일어나지 않았다. 콩 볶는 듯한 총성도, 고통에 가득찬 비명도 들리지 않았다.
""우리와 함께 굳건히 견뎌내며 우리의 성전에 동참하겠는가?
하이브월드 너머에 그대가 꿈꾸던 세상이 있는가?""
진정으로 새로운 삶을 추구하는, 자식들에게 더 나은 미래를 물려주고자 하는 사람들의 피끓는 외침이었다. 진심어린 호소에 경찰들의 얼굴이 거멓게 죽었다. 도무지 저 행렬을 막고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경찰들은 하나둘씩 자리에서 벗어나 대열을 이탈했다. 현장 책임자도 결국 버티지 못하고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 복스-캐스터에서 어떻게든 자리를 사수하라는 명령이 외롭게 흘러나왔다. 그러나 이제 그 명령을 따를 경찰들은 대부분 진작에 대열에서 이탈했거나, 아니면 몰래 시위자들의 행렬에 합류했다. 안전하고 높은 데 앉아서 거만하게 명령만 내리던 '귀족'이란 작자들에 환멸을 느끼던 경찰들은 기꺼이 무기를 내려놓고, 시위대와 함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자유로워질 권리를 가져올 우리의 투쟁에 동참하라!""
그제서야 행성 총독부는 사태가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걸 파악했다. 귀족들의 사병이나 다름없던 경찰이 무력화된 이상, 총독이 해야할 일은 하나밖에 없었다. 총독은 황급히 행정부에 긴급 구원을 요청했다.총독의 통신 전문이 근처 행성계에 퍼져나갈 무렵, 하이브월드 하층부를 가득 메운 노랫소리가 점차 그 세를 더해가며 커져갔다.
""우리의 아퀼라가 전진하도록 그대의 모든 것을 바치겠는가?
누군가는 쓰러지고 누군가는 살아남을지니 일어서서 당신의 운명을 마주하겠는가?
노동자들의 피가 황제 폐하의 땅을 적시리니!""
[아르코스 행성 총독부에서 발신됨.]
[본문: 하이브월드 하층부에 폭동 발생. 현지 경찰 병력 무력화. 폭동 진압을 위한 긴급 지원군을 요청함.]
마침 행성 아르코스 근처를 지나가고 있던 이단 심문관이 해당 통신 전문을 받아들었다. 이단 심문관은 분노한 눈빛으로 통신 전문을 읽고는, 행성 아르코스로 암흑함선의 항로를 수정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바삐 움직이는 승무원들을 내려다보며, 이단 심문관은 열렬한 종교적 신념에 가득 찬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감히 황제 폐하의 뜻을 저버리고 폭동을 일으키다니... 이런 이단자들에게 주어질 것은 오직 죽음뿐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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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그런거 없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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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짜피 고통받는 삶이니 편안하고 쾌적한 황제폐하곁으로 보내주는 모범적인 인퀴지터군요 총독까지 같이 보내준것보면 평등사상도 있는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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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감사 | 19.07.20 23:23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