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운 월요일 아침을 맞이하는 트와일라잇 시티.
꿀 같은 주말이 모두 끝난 뒤, 월요일이라는 것이 새로운 주의 시작을 알리자, 사람들은 모두 평소처럼 일상을 보내기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이런 수많은 사람들과 똑같이 일상을 보내기 위해 발걸음을 움직이고 있는 것은 하림 역시 마찬가지.
오늘도 어김 없이 자신이 재학하고 있는 황혼 중학교에 등교한 하림은, 2학년 2반 교실로 들어서자마자 일부 학생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 했다.
그가 학생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는 이유는 단 하나, 바로 하림의 여자친구인 청월 때문이었다.
바로 황혼 중학교에 재학 중인 여학생 중 단연 미모 순위 TOP 5 안에 드는, 얼굴 예쁘고, 성격 좋고(이건 하림 입장에선 아닐 수도 있지만), 학업 수행 능력 출중하고, 운동 잘 하고, 듀얼 잘 하고, 음악에도 조예가 깊고, 에.. 몸매도 착하고.
아무튼 이런저런 분야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는 황혼 중학교 2학년 3반 소속의 여학생, 진청월의 남자친구 자리를 차지했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하림은 한 때 학교 내의 사조직 중 하나인 청사모의 끊임 없는 위협과 도전을 질리도록 받아야 했고, 며칠 전엔 청사모 학생들의 비열한 계략으로 인해 청월이 납치되자, 하림은 갖은 고생을 다 해 가면서 청월을 구하는 데에 성공하였다.
이런 지독한 사건을 겪은 것으로 인해 청사모 학생들에게 분노라는 감정을 품은 하림은, 자신의 여자친구 청월, 그리고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인 호철과 함께 청사모 학생들이 벌인 만행들을 티끌 하나까지 샅샅이 모아서, 티끌 하나까지 끌어모은 자료들을 하나도 빠짐 없이 교사들에게 제출하였다.
하림과 청월, 호철에게서 청사모가 벌인 만행들을 작은 일 하나까지 전부 보고받은 교사들은 당연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 정도로 대노하였고, 이내 황혼 중학교 교장, 현종식을 중심으로 황혼 중학교의 모든 교사들과, 청사모에 가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청사모 학생들에게 각종 괴롭힘을 받은 모든 학생들이 발 벗고 나서서, 청사모에 가입한 학생 색출과 청사모 해산을 위해 합법적인 수단을 전부 동원하기 시작하였다.
황혼 중학교 교사들과 청사모에 가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청사모 학생들의 괴롭힘을 받아왔던 학생들이 청사모 해산을 위해 합법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을 전부 동원하자, 청사모에는 그야말로 비상 상황을 알리는 빨간 불이 켜졌다.
처음에는 청사모 학생들은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황혼 중학교 4조 56항, [황혼 중학교에 근무하는 교사들과 황혼 중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은, 모두 자신들의 재능 발전을 위한 모임을 가질 권리가 있다.]고 적혀 있는 조항을 방패로 삼으려 하였으나, 청사모 학생들의 이런 행위는 황혼 중학교에 다니고 있는 교사들과 학생들이 제시한 황혼 중학교 교칙 4조 66항에 의해 무력화되어, 마치 카운터 함정의 무효화 효과에 의해 무효화 당한 카드 효과와도 같이 교칙을 방패막이로 삼으려는 청사모 학생들의 항의를 무효화시켰다.
황혼 중학교의 교칙, 4조 66항.
[황혼 중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 속한 조직이 교직원들의 허가를 받지 않고 조직된 사조직이라면, 그 사조직은 자신들이 조직을 결성했다는 사실을 사흘 이내로 교사들에게 보고해 건전하고 합법적이며 생산적인 활동을 하는 조직이라는 것을 허가 받아야 하며, 만약 이 조항에 따르지 않았을 경우, 그 조직은 즉시 해산해야 한다.]
황혼 중학교 4조 66항을 무기로 청사모 학생들의 항의를 무효화시킨 교사들과 청사모에 소속되지 않은 학생들은 청사모 학생들의 입을 찍 소리도 내지 못 하게 틀어막았고, 이후 교사들과 청사모에 가입하지 않은 비회원 학생들은 황혼 중학교 2조 5항, [황혼 중학교 내에서 불법적인 활동, 신체적, 언어적 폭력 사태, 집단 따돌림 등의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났을 경우, 사건이 일어난 경위를 작은 것까지 하나하나 정확하고 상세하게 파악한 뒤, 교사들은 가해를 일으킨 학생에게 벌점, 봉사 활동, 일정 기간 정학 등의 징계를 줄 수 있다.]는 조항을 추가로 들어 청사모 학생들에게 그들이 벌인 추악한 짓들의 강도가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벌점, 봉사 활동, 일정 기간 동안 정학 등의 징계가 주어질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자신들이 벌인 악행에 걸맞는 징계를 받게 된 청사모 학생들은 이제 다 망했다며 좌절하였고, 이후 청사모는 교사들과 학생들이 자신들을 억압하고 핍박하고 있지만, 그래도 계속 청사모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주장하는 강경파 회원들과, 자신들이 저지른 악행들을 반성하고 청사모를 해산해 즐거운 스쿨 라이프를 보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해산파 회원들, 그리고 일단 청사모를 해산한 뒤, 청사모를 처음부터 다시 조직해 교사들에게 정식으로 조직 활동 허가를 받은 뒤 건전한 활동을 지향하는 합법적인 조직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주장하는 개혁파 회원들 등의 회원들로 나뉘어지며, 내부에서부터 아주 서서히,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동안 청월을 사모하는 마음 하나로 그 어떤 조직보다 끈끈하고 단단한 조직 단합력을 자랑했던 청사모 회원들이 서서히 분열되기 시작하자, 이런 청사모 분위기에 질린 일부 회원들은 청사모를 탈퇴해 자신들의 길을 찾았고, 청사모를 탈퇴한 회원들 중 일부 학생들은 교사들과 학생 위원회에 자신이 청사모에 소속된 회원이었다는 사실을 자백하며, 청사모의 내부 구성부터 그들이 학교에서 벌인 짓들을 상세히 보고하는, 일명 자수해서 광명을 찾는 행위도 하였다.
그렇게 황혼 중학교 내에서 청사모라는 조직이 서서히 분열을 일으키고 있을 때, 교실에서 아직 청사모에 남아 있는 학생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는 하림은, 이젠 이런 상황이 익숙한 지 그들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가방에서 자신의 듀얼 디스크와 덱을 꺼내 점검을 하기 시작했다.
[불꽃성기사], [상검] 덱을 시작으로, 수업이 끝난 이후부터 쉬는 시간, 점심 시간, 남는 자투리 시간 등을 이용해 끊임 없이 듀얼 디스크와 덱을 하나부터 열까지 꼼꼼하게 점검하는 하림.
그러다 문득 점검 중이던 [드라이트론] 덱에 눈이 간 하림은, 자신이 [드라이트론] 덱을 짜게 된 이유가 된 그 날을 회상하기 시작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어둠의 신 아스트라이모나드와 그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애프터라이프가 멸망을 향해 나아가고 있던 때의 어느 날.
리나 시티 맞은 편에 세워져 있던 트와일라잇 시티 역시 그들의 눈을 피해갈 순 없었고, 아트몬이 만들어 낸 기괴한 형상의 군대가 트와일라잇 시티를 침공하자, 트와일라잇 시티의 일부 시민들 역시 그들에게 대항하다 목숨을 잃거나 부상을 당했다.
당시 13살이었던 하림은 가족들 및 친척들과 함께 우주연방국이 조직한 우주 경찰대, 시큐리티 포스가 마련한 대피소에 몸을 피하고 있었다.
대피소 밖에선 어둠의 신이 만들어 낸 기괴한 형상의 군대와 시큐리티 포스 연합군이 싸움을 벌이면서 나는 폭발 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그 폭발 소리는 대피소에서 몸을 피하고 있던 사람들의 머릿속에 절대로 지워지지 않는 트라우마가 되었다.
그 날의 기억이 트라우마로 남은 건 하림 역시 마찬가지.
그 날 겪었던 트라우마 때문에 지금도 어딘가에서 무언가가 폭발하거나, 아니면 폭발 소리와 비슷한 소리만 나도 몸이 얼어붙어 버리는 증상이 생긴 하림은, 자신이 살아있는 동안은 이런 끔찍한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품게 되었다.
대피소에서만 있으려니 심심했던 하림은, 바깥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알고 싶은 마음에 대피소 창문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대피소 창문에 비춰진 광경을 본 하림은, 자신이 살아가는 동안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것 같은 신기한 광경을 목격하였다.
대피소 창문을 열고 바깥 세상을 보던 13살 소년 하림의 눈에 비춰진 것은, 바로 18살 쯤으로 보이는 소년과 소녀, 그 옆에 서 있는 18살 소녀와 똑같이 생긴 28살 쯤으로 보이는 여인, 그리고 시큐리티 포스 제복을 입은 여러 남녀 시큐리티 포스 대원들의 모습이었고, 그들은 각자 덱에서 몬스터 카드를 꺼내 듀얼 디스크에 꽂아 넣었다.
"그럼 부탁할게, 얘들아!"
"이제 끝을 보자, 애프터라이프!!!"
"시큐리티 포스 스페셜 팀, 출동!!!"
"네!!!"
시큐리티 포스 스페셜 팀이라 불린 사람들이 각자 듀얼 디스크에 카드를 꽂아넣자, 하림의 눈 앞엔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분명히 그들이 서 있는 장소는 솔리드 비전이 설치된 장소가 아닐 텐데, 마치 솔리드 비전이라는 제약 따위는 처음부터 없었다고 말하는 것처럼, 강렬하고 화사하게 빛나는 빛과 함께, 시큐리티 포스 스페셜 팀이 소환한 몬스터들이 차례차례 모습을 드러내고 있던 것이었다.
[상검사-막야], [상검사-태아], [상검서수-순균], [상검대사-적소], [상검대공-승영], [요안의 상검사] 등 상검 몬스터들을 시작으로,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다고 말하는 것처럼 하나둘씩 빛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몬스터들.
[시큐리티 포스] 몬스터들 역시 자신들의 동료를 살해한 어둠의 세력을 반드시 심판하겠다는 각오를 다진 표정으로 출전 준비를 하는 모습이었고, 그들을 태운 [열차] 몬스터들 역시 자신들을 소환한 듀얼리스트들이 내릴 진격 명령을 기다리는 것처럼 각자 힘찬 엔진 소리를 울렸다.
이렇게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는 몬스터들 사이에서, 하림의 눈을 사로잡은 몬스터들이 있었다.
바로 우주의 별들을 모티브로 삼은 푸른색 기계의 형상을 한, [드라이트론] 몬스터들이었다.
[드라이트론-밴 알파]를 시작으로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던 [드라이트론] 몬스터들은, [메테오니스 드라이트론=DRA]와 [메테오니스 드라이트론=QUA]가 마지막 순서로 그 거대한 몸집을 드러냈고, 두 몬스터의 거대하고, 화려하고, 웅장함을 자아내는 모습에 반한 하림은, 이 전쟁이 끝나면 반드시 [드라이트론] 덱을 짜리라 마음 먹었다.
잠시 후, 아트몬이 보낸 어둠의 군단이 모습을 드러내자 그들에게 포신을 겨누고 있던 [드라이트론] 몬스터들이 어둠의 군단을 향해 집중 포격을 가했고, [드라이트론] 몬스터들의 포격 소리를 신호로 삼아 일제히 돌격하기 시작하는 시큐리티 포스 스페셜 팀과 몬스터들.
상검사들의 무기들이 그려내는 유려한 곡선에 아트몬의 군대는 문자 그대로 산산조각났고, 열차 몬스터들과 드라이트론 몬스터들이 뿜어내는 포격에 아트몬의 군대가 있던 곳에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시체들이 나뒹굴었다.
시큐리티 포스 스페셜 팀이 진군을 시작하자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 하고 밀려나기 시작하는 어둠의 군단.
시큐리티 포스 스페셜 팀이 어둠의 군단을 해치우며 진격하는 모습을 본 하림은, 이 전쟁이 끝나면 반드시 저들이 사용한 덱을 자신도 짤 것이라고 굳게 다짐하였다.
그 날의 일을 겪은 13살 소년 하림은, 2년이 지난 지금 어엿하게 황혼 중학교에 다니고 있는 15살 듀얼리스트가 되었다.
2년 전의 일을 마음 속 깊이 새긴 하림은, 종례가 끝난 이후 자신의 [드라이트론] 덱을 시험하기 위해, 그리고 청사모 관련 일과 봉사 활동 때문에 자리를 비운 친구 호철이 보낸 메시지에 듀얼 필드에서 할 말이 있다며 2학년 2반 듀얼 필드로 나오라는 말이 적혀 있어서 대체 호철이 무슨 이유로 자신을 듀얼 필드로 부른 것인가 싶은 생각에, 평소와 같이 느린 발걸음으로 2학년 2반 실기 듀얼 전용 듀얼 필드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그 날의 기억은 하림에게 있어 두 번 다시 떠올리기 싫은 끔찍한 기억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자신에게 듀얼리스트라는 길을 가리켜 준 이정표가 되어 준 기억이기도 하다.
두 감정을 교차하며 듀얼 필드에 도착한 하림은, 듀얼 필드에 서 있는 세 명의 학생을 보자마자 눈동자가 튀어나올 것처럼 놀라며 그 자리에서 엉덩방아를 찧을 뻔했다.
하림의 눈에 포착된 학생들의 정체는, 바로 자신과 같은 반 학생이자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인, 테라나이트 덱을 사용하는 듀얼리스트, 김호철.
얼마 전 하림의 심판 아래 호철과 한 치의 물러섬 없이 팽팽한 듀얼을 펼쳤던, 황혼 중학교 여학생들 중 미모 순위로 TOP 5 안에 드는 또 다른 여학생인 2학년 1반 소속 여학생, 언체인드 덱을 사용하는 듀얼리스트, 한수진.
그리고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친구이자, 어제 트와일라잇 파크 데이트 도중 관람차 안에서 했던 찐한 입맞춤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알려준 2학년 3반 소속 여학생, 황혼 중학교 여학생 미모 TOP 5 중 한 사람이자 TDC 최연소 듀얼 챔피언, 진홍월의 여동생, 진청월.
이 세 사람이 듀얼 필드에 모여 있는 것을 본 하림은, 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싶은 마음에 다급한 말투를 띠며 입을 열었다.
"야... 기, 김호철!"
"여어~ 왔냐, 하림?"
"청월이랑 한수진까지?!"
"안녕, 자기~"
"훗."
"뭐야, 너희들?! 오늘 청사모 처리하는 거랑 봉사 활동 하는 거 있다고 하지 않았어?!"
"아, 그거? 청사모 일은 예상 외로 빨리 끝났고, 봉사 활동도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아서, 남는 게 시간이니까 여기서 너랑 듀얼이라도 하려고 먼저 와 있었지." (호철)
"대체 그 일들이 얼마나 빨리 끝났길래?!"
"음~ 청사모 일은 1시간 정도 걸렸고, 봉사 활동도 교내 화단 몇 개 관리하는 거라... 한 30분 정도?"
"청사모 일이 1시간에, 봉사 활동이 30분밖에 안 걸렸다고?! 봉사 활동이 뭐 그래?!"
"야, 30분이라도 학교를 위해 투자하는 게 얼마나 좋은 건데! 덕분에 봉사 활동 시간 90분을 꿀 빨면서 채웠다!"
"아오... 김호철 저 자식 진짜 꿀 빨았네?!"
"하하핫! 부러우면 너도 짬 내서 봉사 활동이랑 청사모 처리하는 거 하지 그래?"
"진짜 그래야 할 것 같네. 앞으로는 시간 날 때마다 봉사 활동 가야겠다..."
"학생은 고달픈 일이란다, 림아? 그러니까 듀얼 디스크랑 덱 점검만 하지 말고, 나처럼 빠릿빠릿하게 움직이려무나. 알겠느냐?"
"뉘예~ 뉘예~ 알겠습니다~"
호철이 자기 입으로 봉사 시간 90분을 꿀 빨았다고 말하자, 그런 호철을 부러워하며 분을 삭히는 하림.
하림이 그러거나 말거나, 수진은 여기에 자신을 부른 이유가 뭐냐고 물었고, 수진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든 호철은 잠시 헛기침을 한 뒤 하림과 청월, 그리고 수진을 이 곳으로 부른 이유를 차근차근 설명하기 시작했다.
"흠흠. 내가 너희를 부른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요새 우리끼리 듀얼을 한 적이 거의 없었잖아?"
"그래. 청사모 애들이 나한테 하도 들러붙는 바람에, 호철이 너랑 같이 듀얼을 할 여유가 없기는 했지. 청월이도 그것 때문에 약속을 비밀 작전처럼 해야 했고."
"그랬었지."
"하지만 이제 청사모도 해산 직전까지 갔고, 덕분에 림이가 걔네한테 시달리는 일도 없어졌지."
"아예 없어지지는 않았고, 가끔씩 덤벼드는 애들이 있긴 해."
"그래? 아무튼 결론을 말하자면, 나 김호철이랑 여기 있는 한수진, 그리고 림이 너랑 네가 사랑해 마지 않는 여자친구, 진청월! 이렇게 두 사람씩 팀을 짜서 태그 듀얼을 하는 거야!"
"뭐?!"
호철의 입에서 나온 제안에 순간 듀얼 필드에는 무거운 적막이 흐르기 시작했다.
세상에... 호철과 수진이 팀을 이루고, 하림과 청월이 팀을 이루어 태그 듀얼을 하자니.
호철의 이 기가 막힌 제안에 하림은 순간 머릿속에 있는 두뇌를 전력으로 돌리기 시작했고, 잠시 후 수진이 입을 엶으로써 무겁고 어색하게 흐르던 침묵은, 마치 유리가 깨지는 것처럼 산산조각났다.
"잠깐. 하림이랑 청월이가 팀을 맺는 건 그렇다 치는데, 내가 왜 너랑 같이 팀을 짜야 하는데?"
"태그 듀얼은 두 사람이 한 팀이 되어서 움직여야 하는 듀얼이니까. 여기가 남녀 한 팀으로 나왔으니까, 나도 거기에 걸맞는 여자 파트너가 있어야 되지 않겠어?"
"나 참, 기가 막혀... 저 두 사람은 서로 사귀는 사이니까 팀을 짜는 게 당연할 지도 모르지만, 나는 너랑 겨우 듀얼 한 번 한 사이잖아! 그런데 지금 여기서 꽁냥거리는 커플이랑 태그 듀얼을 하려고 날 부른 거야?!"
"야, 한수진! 이런 기회는 흔하지 않다고! 네가 거절하면 난 쟤네랑 핸디캡 듀얼을 해야 한단 말이야!"
"됐네요! 무슨 이유로 날 여기 부른 건가 했더니, 겨우 그런 시답잖은 이유 때문에... 난 빠질래! 너 혼자서 잘 해 봐!"
수진은 호철의 제안을 단칼에 거절하며 자리를 박차고 떠나려 하였고, 필드를 떠나려는 수진의 뒷모습을 본 호철은, 수진의 자존심을 살살 긁는 멘트를 입 밖으로 내뱉기 시작했다.
"이런이런~ 성운그룹 대표 이사님의 따님이라면 이 정도는 기꺼이 응할 줄 알았는데~??"
"뭐...?!"
"하는 수 없지, 뭐~ 재벌집 따님께서 거절하신다니, 어쩔 수 없지~ 내 파트너가 되어 줄 다른 여학생 어디 없나~??"
"저게 보자보자 하니까...!!!!"
호철이 수진의 신경을 자극하는 발언을 하자 잔뜩 화 난 표정으로 씩씩거리며 호철에게 다가오는 수진.
수진이 씩씩거리며 호철에게 다가오는 모습을 본 하림과 청월은 멀찌감치 뒤로 피해 있었고, 수진은 호철의 멱살을 잡으며 호철에게 성을 내기 시작했다.
"야, 너! 네가 감히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려?!"
"아... 미, 미안... 이렇게 될 줄은 몰랐네..."
"날 보고 재벌집 따님이라고 말하는 게, 나한테 얼마나 큰 스트레스인 줄 알아?! 집에선 매일 제왕학과 경영학, 경제학을 배워야 하고, 언제나 때와 장소에 걸맞는 예의범절을 배워야 하고! 항상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면서 행동해야 하는 내 마음을, 네가 알기나 하냐고!!!"
"미, 미안... 난 그냥 네가 내 파트너 안 한다고 하니까, 내 파트너가 되어 주면 좋겠다 싶어서... 그래서 신경만 조금 긁으려고 했는데..."
"아, 그래?! 오냐, 너 오늘 아주 잘 걸렸어! 이 듀얼이 끝나고 사지 멀쩡하게 살아서 돌아갈 생각 따윈 꿈에도 하지 마! 알았어?!"
"아, 알았어...!!! 그러니까 이 손 좀 놓고 말 해...!!!"
수진이 자신의 트라우마를 건드린 호철의 멱살을 잡고 흔들며 듀얼 필드가 떠나갈 정도로 소리를 지르자 너무 기겁한 나머지 먼 발치에서 두 사람을 지켜보는 하림과 청월 커플.
잠시 후, 수진이 멱살을 잡은 손을 놓자 호철은 멱살을 잡힌 것으로 인해 켁켁거리며 턱 밑까지 차 오른 숨을 헐떡였고, 그 모습을 본 하림은 수진의 저 불 같은 성격은 수진의 집안 분위기 때문에 만들어진 것임을 확인하자, 앞으로 수진을 만날 때는 절대 수진을 자극해서는 안 되겠다고 굳게 다짐하였다.
그렇게 어찌어찌 성사된 하림과 청월, 그리고 호철과 수진의 태그 듀얼.
팔에 듀얼 디스크와 덱을 장착한 네 사람은, 서로 태그 듀얼의 룰을 숙지하기 시작했다.
태그 듀얼은 두 사람이 한 팀이 되어 움직이는 듀얼로, 한 팀은 서로 각자가 사용하는 덱과 패를 제외한 모든 것을 공유한다.
또한 태그 듀얼에 임하는 네 사람은, 각자가 받는 첫 번째 턴에는 배틀 페이즈를 실행할 수 없다.
태그 듀얼의 룰을 확실하게 숙지한 네 사람은, 서로 이번 태그 듀얼에서 반드시 이기기 위해 각오를 다졌다.
하림에게 "그럼 잘 부탁해, 달링!"이라고 말하는 청월과, 청월의 부탁에 절대 청월을 실망시키지 않겠다고 말하는 하림.
호철 역시 수진에게 "그럼 나도 잘 부탁할게, 파트너!"라고 말하였으나, 수진은 자기를 방해하지나 말라며 호철을 날카롭게 쏘아 붙였다.
하림과 진청월, 그리고 김호철과 한수진.
이 네 사람이 펼칠 태그 듀얼은, 과연 어떤 광경들을 비춰줄까.
네 사람이 벌이는 2 대 2 태그 듀얼이, 네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말을 통해, 그 시작을 알렸다.
""듀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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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편 연재 완료!
이번 편은 과거 회상 편으로 한 번 써 봤습니다.
다음 편에선 2편에 이어 태그 듀얼을 써야 하는데...
으아아... 벌써부터 태그 듀얼 쓸 생각에 눈이랑 머리가 빙빙 돌기 시작합니다...@_@
그러고 보니 림이랑 호철이, 수진이는 덱을 정했는데, 청월이는 아직 쥐어줘야 할 덱을 못 정했네요.
청월이한텐 어떤 덱을 쥐어줘야 하려나...
아무튼 이번 편은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모두 다음 편에서 만나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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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에 모르는 이야기가 한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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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당신에게 제 1회 릴레이 팬픽 전 편 정독을 추천드립니다!!! | 23.03.27 20:57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