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
집에서 쉬면서 외주작업이나 개인작업을 하는 동안 '실드'라는 특급 신인 레슬러 스테블 때문에 다시 끊었던 WWE를 보게 됐는데 그간 상당히 재밌는 변화들이 많이 있었다. 사실 상당수의 프로레슬링 남성 팬층이 외면을 하게 된 계기가 존 시나의 무적 선역의 연속 때문이었는데 시간이 지난 동안 WWE에는 이런 변화들이 있었다.
1. 존 시나를 백업할 로스터층이 두터워졌다. 이전에는 타 레슬러들의 존재감이 존 시나를 받쳐주지 못해서 존 시나가 유독 심하게 두드러졌는데 존 시나 자체가 왼손잡이에 몸이 뻣뻣하고 기술접수력이 떨어지는데다 캐릭터도 심히 조자룡스러워서 정말 '아동용' 캐릭터라 성인 프로레슬링 팬이 보면 뭣같았는데 안 보는 사이에 존 시나만큼은 아니래도 존재감이 두터운 레슬러들이 많아진 게 보인다. 삼치(트리플 H)가 하도 권력자네 벨트욕망 쩌네 그런 비판을 받지만 아직 다른 레슬러들이 백업이 안 되는데 본인이라도 나와서 땜빵해야지 어쩌겠나, 아마 삼치도 업계에서 구른 게 몇년인데 본인의 한계는 잘 알지 않을까 싶다. 대니얼 브라이언이 반응이 좋아졌고 다른 레슬러들도 성장을 충분히 했으니 이제 빠져도 되겠지 판단하고 한발짝 물러난 거 같다.
2. 챔피언쉽을 중심으로 한 메인 스토리는 물론이고 서브 스토리도 예전에 비해 상당히 탄탄해지고 진부함이 적어졌음은 물론, 상당히 스피디한 전개로 가고 있다. 물론 페이스/힐 전환이 너무 이르다 싶은 레슬러들도 있지만 스토리 전개 속도는 빨라서 재밌다. 대신 빠르다는 건 그만큼 한편만 놓쳐도 응? 할 수 밖에 없다.
3. 마치 초등학교 시절에 보던 WWF 시절처럼 재밌는 기믹의 레슬러도 많아졌다. 태그팀이나 스테블도 많아졌다. 80년대와의 차이점은 만화적이고 비현실적인 기믹보다는 좀 더 현실적인 기믹으로 접근했다는 것. 특히 위에서 언급한 실드, 사이코 스릴러 무비에나 나올 거 같은 와이어트 패밀리를 비롯해서 지니어스 - 노윈스키의 거만 천재 기믹을 또 다른 형태로 보여주는 데미안 샌도우, 테드 디비아스-JBL의 거만 부자 기믹을 이어받은 알베르토 델 리오 등등 캐릭터 기믹만 봐도 상당히 재미있다. 실드 같은 경우에는 메인 스토리와 서브 스토리를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너무도 잘 하고 있고 특히 우리 나라로 치면 백골단 같은 '정의를 강요하는 권력자들의 미친개'라는 정체성은 참 잘만든 기믹 같다. 아, 물론 산티노 마렐라처럼 현실과 판타지에 어중간하게 걸쳐있는 기믹도 있지만 어짜피 자버(ㅠㅠ). 보면 은근히 캐릭터 계보가 있다. 마치 드라마 학교 1과 학교 2013이 캐릭터 롤은 비슷하지만 시대에 맞게 업데이트된 느낌이랄까... 몇 개 적어보자면
빠다남 : 레비싱 릭 루드 - 발 비너스 - 판당고(스포츠댄서 기믹이 결합됨)
헛똑똑히 : 지니어스 - 크리스 노윈스키 - 대미엔 샌도우(약간 바보가 추가된듯) - 데이빗 오텅가(실제로도 변호사)
공권력 : 빅 보스맨 - 마운티 - 실드
바보 : 부쉬웩커스 - 3mb
공포 : 언더테이커 - 케인 - 와이어트 패밀리(만화적인 느낌을 빼고 시골 사이코스러운 느낌 추가)
갑부 : 테드 디비아시 - JBL - 알베르토 델 리오(중남미)
4. 경기력이 눈에 띄게 향상되었고 스피디해졌고 완급조절도 좋아졌다. 사실 삼치가 명 레슬러인건 인정하지만 릭 플레어 식의 경기 스타일이라 임팩트는 좀 적은게 사실. 그런데다 상대가 존 시나면... 뭐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저 둘을 붙여놓으면 하품밖에 안 나온다. 하지만 최근 활약중인 레슬러들은 정말 기량도 좋고 경기 흐름 읽는 감각도 상당히 좋다. 그러고 보니... 삼치와 존 시나가 메인 스토리에서 다소 빠져서 재밌는 것도 있겠다. (최근 대니얼 브라이언과의 대립은 선수 자격으로써의 대립이 아니니까) 또 실드 칭찬을 하게 되는데 이 양반들 접수력도 엄청 찰지고 경기 흐름 읽는 능력도 상당히 좋다.
5. 이전 사고 때문에 다소 위축되어 어린이용 레슬링화 됐었는데 거기서 대안점을 상당히 찾은 듯한 모습이 보여졌다. 일단 체어샷이 부활했는데 머리 대신 등 위주로 가격하는 정책이 채택된 것 같고 의자도 쿠션이 추가된 듯 보이고 쿠션 쪽으로 등을 가격하는 듯. 가장 아파보이는 레더 매치도 상당히 활성화됐다. 게다가 상당수의 현역 레슬러들이 타격기에 능하다. 하지만 타격을 너무 남발하지 않고 그래플링 공방전 타이밍을 통한 완급조절이 확실히 세련되어졌다. PG-13의 굴레를 벗어나고도 과격함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점자 노하우를 쌓는 듯한 느낌이 든다.
6. 로스터 스플릿이 다시 모호해져서 레슬러들이 혹사당한다 싶을 정도로 로와 스맥다운에 막 번갈아 나온다. 특히 실드는 정말 언제 난입할 지 모르는 기대감을 줄 정도로 적절한 타이밍이 잘 나온다. 메인 스토리 주요 선수들도 로, 스맥다운 안 가리고 툭하면 나온다. 연봉들이 좀 올라간건가?
7. 마지막으로 추가된 선수들에 대한 짤막한 생각들.
대니얼 브라이언 - 아마 wwe에서 오스틴급으로 키우려고 상당히 노력하는 거 같다. 맥맨가 + 실드와의 대립만 봐도 지금 브라이언의 푸쉬는 어마어마한듯. 경기력이야 뭐 말할 거 없이 좋고 예능감 충만한 마이크웍에 숀 마이클스 제자니까 백업도 든든하고 타격기 위주인데도 부상 입히는 정도도 적다고 하니까 상당히 롱런할 거 같고 어쩌면 존 시나 대체제까지는 아니더라도 애티튜드를 연상시킬 정도의 탑페이스는 될 듯.
랜디오턴 - 지금 느낌이 한창 선수로 뛸 때의 삼치 포지션인 거 같다. 그런 부분을 보면 삼치는 빈스 포지션인 거 같고... 세대교체인가. 예전보다는 경기 보는 재미가 솔솔해졌다. 여전히 드롭킥은 예술의 경지인 듯. 워낙 기럭지가 되니 기술 참 시원시원하게 쓴다.
실드 - 간지 하나는 참 끝내준다. 우리 나라 백골단 벤치마킹이라도 했나... 공권력 + 쓰레기멘탈 기믹이 참 잘 어울린다. 특히 세스의 반 염색머리와 딘 앰브로스의 낼름낼름이 모든 걸 말해준다. 로만 레인즈 스피어는 참 멋지다. 테크니션 + 브롤러 + 파워하우스 세 명의 조화가 참 적절한 거 같다. 올드팬으로 하여금 애티튜드 시절을 생각나게 해주는 느낌도 좀 난다. 내가 안 보던 wwe를 다시 보게 만든 장본인들.
쉐이머스 - 좀 찾아보니까 데뷔 때 급푸쉬 때문에 논란이 꽤 있었던 거 같은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얼굴도 그럭저럭 생겨, 문신도 없어, 선역 이미지 강해, 마이크웍 나쁘지 않아, 잘 하면 존시나 대체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존 시나 경기 솔직히 재미없고 기술 엉성하게 들어가고 접수력 후진 거 아는데 어린이들의 영웅은 여튼 필요하다. 관련 동영상 찾아보다가 어린애가 존시나 경기에서 졌다고 막 통곡을 하는데 아버지가 막 웃으면서 애를 달래고... ㅋㅋㅋㅋㅋㅋ 시나도 부담스럽겠지.
CM펑크 - 예전에 볼 때보다 존재감이 많이 좋아졌다. 마이크웍도 꽤 좋아졌다. 피니쉬 GTS가 좀 멋이 없다는 게 좀 단점. 성인층에 어필하기 좋은 여건을 많이 가지고 있다.
라이백 - 선역일 때는 첸트 좀 관중들이 따라하더니 악역 전환하니까 다시 '골드벅~'이 튀어나온다. 요즘엔 아예 예전 골드버그 트렁크처럼 흑백으로 입고 다니더라. 잭 쓰레기에 비하면 그래도 잘 하고 있는 듯.
델 리오 - 솔직히 선역한지 얼마나 됐다고 악역을 너무 빨리 돌린 감이 있었다. 그만큼 신카라가 못하고 있다는 것도 되는 거 같다. 세스와 더불어 고공 엔즈이기리 쓸 때는 정말 멋지다는 말 밖에 안 나온다. 기믹 소화도 잘 하고 상당히 좋아하는 레슬러.
신 카라 - 얘는 왜 데려온거지? ㅠㅠ 내가 봐도 이 양반 지금 좀 민폐인듯 싶다. 사실 빅맨이 많은 wwe한테는 루차도르가 무덤이 될 수도... 그런 걸 감안하더라도 레이가 건담이면 신카라는... 짐. 그래도 저번에 돌프가 가면가지고 장난친거 보면 이용가치가 좀 있을 거 같기도...
잭 스웨거 - 솔직히 좀 많이 꼴보기 싫다. 경기력도 별로고 마이크웍도 후지고 그냥 바보 기믹 자버로 돌리지, 짐 로스 연줄 때문에 참 잘 버틴다. 경기 정말 더럽게 재미없게 한다. 리얼 아메리칸 기믹도 솔직히 과분하다. 앵클락도 제대로 못 쓰더라. 뭐 존시나야 파이브 너클 셔플 주먹으로 맨바닥에 쳐도 애들은 좋아하지만 님은 그러면 안 되지 않음? 방출했으면 하는 1순위.
돌프 지글러 - 숀 마이클스나 엣지, 제리코, 크리스챤 포지션 이미지가 강하다. 경기력도 좋고 신장에 비해 신체 비율도 상당히 좋다. 백스테이지에서 말조심 좀만 신경쓰고 잘 하면 가능성은 충분히 있는데... 여튼 잘 돼면 숀, 못돼면 크리스챤이 될 거 같다. 월헤챔까지 먹었는데 고지가 머지 않았다.
와이어트 패밀리 - 케인과의 대립이후 존재감이 희미해지고 있다. 하이틴 공포영화에서 종종 나오는 시골동네 사는 살인마 집단같은 기믹은 참 잘 잡은 거 같은데 아직 경기력에서 임팩트를 준 적도 없고 지금 대립상대가 또 마땅히 없으니까 참... 얘네 지금 선역으로 돌리기도 애메하다. 기믹이 좋아서 처음 데뷔할 때에는 실드와 비교가 될 정도로 회자가 많이 됐지만 지금 대니얼 존재감이 워낙 대단하다보니...
판당고 - 제일 좋아하는 기믹 베스트 5 안에 든다. 릭 루드 - 발 비너스의 계보를 독특한 스타일로 발전시킨 느낌. 기믹 소화하려고 춤 연습하느라 고생 정말 많이 했을 거 같다.
대미엔 샌도우 - 아, 이런 캐릭터 너무 좋다. ㅋㅋㅋ 지니어스 - 노윈스키로 이어지는 똘똘이 스머프 기믹인데 개드립치는 빈도만 높아져도 이런 캐릭터는 너무 재밌다.
코디 로즈 - 신혼여행 갔다와서 존재감 확보 잘 하길. 일단 면상도 되는데 나중에 판당고랑 엮여도 재밌을 거 같다.
3mb - 간만에 보는 부쉬웩커스 이후로 내려오는 바보기믹의 스테블. 21세기에 아직도 80년대 LA메탈에 열광하는 꼬라지가 비비스&버트헤드를 보는 거 같다. 사실 드류 매킨타이어에게도 희망은 있다. 왕년에 삼치씨도 커튼 콜 사건 터뜨리고 똥통에 빠지고 별 짓 거리 다 하는데 꾹 참고 버텨내서 지금 위치까지 갔고 드류가 잘못한 게 아니라 티파니가 잘못한거니 잘 버티면 좋겠다. 히스 슬레이터는... 지못미. 얘는 뭔 짓을 해도 안 뜰 거 같다. 나이 좀 더 먹자.
잭 라이더 - 너도 답이 없다. 아... 월급도 적을텐데...
톤스 오브 펑크 - 텐사이 보면 참 안 풀린다는 느낌이 든다. 월급이라도 많이 받아야 할텐데... 덩치들은 있으니 삼명박보단 낫겠지. 확실히 스카티 2 하티나 그랜드 마스터 섹세이도 그렇고 댄서 기믹은 확실히 마가 낀 자리 같다. 자버행 급행열차 같은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