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남북전쟁기 연방군의 명장이자 18대 대통령을 지낸 율리시스 그랜트.
일본이 류큐를 병합하던 시기에는 대통령에서 물러나 세계를 여행하고 있었음.
그 중에 일본이 류큐를 병합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일본의 해양력이 강해져서 미국의 아시아 정책에서 불리하게 돌아갈 거라고 판단함.
그래서 청나라로 가서 청나라의 실권자였던 공친왕이나 이홍장과 회동하면서 일본의 류큐 병합을 막아야 한다고 조언했지만 이홍장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고 하지.
그래도 그랜트가 계속 "류큐가 우리 미국과는 직접적 이해관계는 없지만 그 지정학적 중요성은 크며, 만약 일본의 류큐 점령을 방관한다면 일본에게 아시아 바다의 패권이 넘어갈 것이다"란 요지로 설득을 시도했지만 이홍장은 "정 그러면 님이 일본이랑 교섭 주선해 보시던가 ㅎㅎ"라고 받아넘겼음.
그리고 그랜트는 류큐 3분할 안을 제시해서 오키나와의 서남부는 청, 동쪽의 아마미 군도는 일본이 점유하되 오키나와 본섬에는 류큐왕국을 부활시키되 청과 일본이 공동관리하는 형태로 두자고 제안함.
다만 일본에서는 류큐의 마지막 왕이었던 쇼타이가 '도쿄생활에 만족해서 얘가 귀향할 생각 없다는데?w'라는 이유(이 말을 전한게 다름 아닌 이토 히로부미인데... 출처가 이토면...ㅋ)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류큐의 일본 점거는 확정되어 버림...
여러 모로 강대국 손에 좌지우지되던 19세기 제국주의 시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라 할 만한 일이지.
그랜트도 대통령으로써는 시원찮은 양반이긴 했지만 역시 왕년에 명장으로 이름을 날렸던 짬밥은 어디 안 가서 전략적인 시야를 갖췄음을 보여주는 예가 되기도 하고.
의외로 야전의 명장인데도 피 공포증이 있었다고도 하지만 우리는 그랜트가 평화주의자(?)라서 류큐 침탈을 막으려 한 게 아니라는 건 잘 알지.
애당초 우리가 잘 아는 신미양요도 그랜트 재임기에 일어난 사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