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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없이 이어지는 엔터소리와
그럴때마다 뜨는 에러의 결과값.
제아무리 수단방법을 바꿔본들
계속해서 반복되는 무익한 결과에
여인은 결국 주먹으로 책상을 내리치고야 만다.
평소의 냉정하던 그녀였다면
아무리 계산이 수행되지 않는다 하여도
그런식으로 감정을 드러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며칠 날밤을 세워간 탓에
정신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몰려있던 그녀는
더이상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평소보다 더욱 빨개진 눈동자로
쥐잡을듯 모니터를 뒤져가며
거칠어진 피부의 손으로
한없이 키보드를 두들기는 여인의 모습.
뒤에서 보더라도 무척이나 괴로워하는 모습에
그런 여인을 모시는 하녀는 조심히 말을 건넨다.
"그쯤 해두시고 좀 쉬시지요. 리오 님.
벌써 일주일째 그러고 계시잖습니까."
충직한 부하인 토키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듣는둥 마는둥 옆에 있던 에너지 맥스 병을 집어마시다
다 비어있는 걸 확인한 뒤에야
혀를 차며 다시금 키보드 작업에 몰두하는 리오.
애처로워 보이는 모습에 토키는 다시 한번
리오를 쉬게하고자 불러본다.
"바쁘신만큼 식사할 시간도 부족하단건 이해하겠습니다.
하지만 하다못해 잠이라도 좀 주무셔야지요.
더 이상 그러시다간 리오 님이..."
"미안해, 토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찾게 해줘.
조금만 더 있으면 찾을거 같으니까."
그러나 그렇게 말하는 것과는 반대로
이전까지와 별반 달라지지 않는 컴퓨터의 결과값.
이젠 하다못해 그저 계속해서 엔터만을 누르는
리오의 모습에 토키도 직접 개입할 수밖엔 없었다.
애써 반복동작중인 리오의 손가락을 움켜쥐자
그 손을 뿌려치려는듯 애써 힘주지만
리오의 힘으로선 차마 토키의 악력을 이기지 못한다.
그래서 개마냥 리오는 젖은 눈으로 토키를 올려보지만
토키의 자세는 요지부동이었다.
"제발, 토키... 조금만 더..."
"대체 왜 이러시는 거에요! 리오님!
정신차리세요! 이런건 리오님답지 않아요!"
그 약간의 거친 반응에
리오도 차마 아무렇지 않을 수는 없었다.
인형에 실이 끊긴듯 의자에 내려앉는 리오의 모습에
토키도 흠칫 놀라며 손을 떼었다.
이윽고 실성한 듯 웃기 시작하는 리오.
뒤이어 토키에게 말하는 건지 혼잣말인지 모를
기나긴 문장이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나답지 않다라...
분명 그렇긴 하지...
결코 합리적이지 않고.
누가 봐도 어리석은 짓거리지.
'존재할리 없는 자'의 존재를 증명한다니.
누가 봐도 불가능한 난제에 빠져
모든걸 잊고 몰두하는 건...
토키 네 말대로... 분명 나답지 않아..."
"...리오 님..."
겨우 새어나오는 처절한 목소리에
걱정스런 눈빛으로 리오를 내려다보는 토키.
"하지만!"
그렇게 외치고선 급작스레 일어난 리오의 태도에
살짝 놀란 토키는 그만 엉덩방아를 찧고 말아버리고,
그런 토키를 내려다보며
리오는 거품을 물어가며 한탄을 늘어놓는다.
"정말로! 그것이 존재할리 없는 존재라면!
그래서 그에 대한 관심을 끊는게 합리적이라면!
그렇게 여기려 할때마다 계속해서 쑤셔오는.
이 가슴속 아픔과 슬픔을 어찌 달래면 좋을까.
이 손을 잡아주었던 그 온기를 어찌 잊어야 좋을까.
존재할리 없는 기억 속, 너무도 따스하고 거대했던,
그 존재를 되찾고 싶단 바램을... 어찌 무시할수 있을...!"
"리오 님!"
외침에 취해 미처 ㅂㅈ 못한 발밑.
좀전에 내던졌던 에너지 음료 빈병을 밟고서
피곤에 지쳐있던 리오의 몸은 너무도 간단하게
앞을 향하여 무너지듯 넘어졌고,
그런 리오의 몸을 토키는 겨우 받아낼수 있었다.
그리 크지는 않은 토키의 가슴골 사이에
고개를 묻고서 주저앉은 모양새가 된 리오.
따뜻한 액체가 슴골 사이에 샘솟는 것을 느끼며
토키는 조용히 리오의 흐느낌을 듣는다.
"...대답해줘, 토키.
...내가 미친걸까?
...대체 내가 어쩌면 좋은걸까..."
그리고 흐느낌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들려오는
새근거리는 잠의 숨소리.
일주일간의 피로가 결국 수마가 되어
리오를 덮치고 만 것이리라.
그러나 토키는 쉬게했다며 차마 기뻐할 수 없었다.
차마 그녀의 마지막 물음에 긍정도 부정도 할수 없었다.
토키 스스로도 느끼고 있기 때문이었다.
어딘지 모를 거대한 공백감을.
분명 언제라도 가서 농땡이피워도 좋을
무척이나 안락하고 행복했던 공간에 대한
있을리 없는 헛된 추억을.
그렇기에 그런 존재를 찾고자 하는 리오의 시도를
차마 부정까지는 할수 없었던 토키는
리오의 머리를 끌어안고서 그녀를 따라 눈을 감을 뿐이다.
"제가 어떻게 대답할수 있겠어요.
리오 님조차 영문을 알수 없는 거대한 슬픔을.
완벽하지 못한 메이드가 할수 있는 거라곤,
그저 그 슬픔을 함께 느끼는 것뿐..."
토키가 나직하게 내뱉은 진심의 대답은
눈물이 되어 리오의 머리를 적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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