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탱크 게임에 손댄 적이 있습니다.
전세계 사람들이 플레이 하는 게임이라 영어실력도 붙을 것 같고
같이 모험을 하면서 여러 사람들과 친구가 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게임은 집단전으로 적팀과 우리팀이 각각 5명인가 10명씩이었습니다.
플레이어는 전부 외국인.
기대로 가슴이 두근거렸지만 제 운전실력이 너무 허접해서
탱크는 순식간에 구덩이에 빠져버렸습니다
빠져나오려해도 점점 더 빠지기만 하더니
급기야 탱크가 90도 직각으로 서는 초현실적인 꼴이 되었습니다
이게 또 하필이면 다른 탱크의 사각지대여서
이쪽으로부터도 남으로부터도 어떻게 손쓸 도리가 없었습니다
그 결과 원래라면 금방 결말이 날 전투도
저는 계속 살아남아있고 상대방도 마무리를 못하니까
시합이 끝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이미 끝난 플레이어에게는 제 시점이 보이기 때문에
그저 불꽃놀이 발사기가 되어버린 제 탱크가
하늘을 향해 허무하게 대포를 쏘는 장면만을
제한시간 내내 계속 봐야만하는 악몽같은 불꽃놀이가 되어서
‘noob!(허접새꺄)‘
‘noooooob!!!’
‘너 탱크에서 내려!‘
‘지금 당장 게임 불태워버리고 엄마품에나 돌아가!‘
라며 적으로부터도 아군으로부터도 매도를 당해서
전세계 사람들과 친구가 되기는 커녕
세계의 적이 되어 맨발로 도망쳤습니다
그 이후 전장에는 두 번 다시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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