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삼국지) 이궁 시점에서 손권의 강퍅함은, 본인 책임도 있음.

[사나에]

어렵게 볼게 없이, 손권 본인의 위엄이 깎이던 시기거든.

그 와중에 (자기 딴에는) 나름 탕평적(!) 인 결론을 내렸는데

그거갖고 자꾸 이래라 저래라 하니까 쓴소리 하는 쪽을 조지고,

그러다보니 상황이 악화되고, 뭐 여러 (눈에 거슬리는) 정황이 나오니까

"그랭 아들 많으니까 두놈쯤 쫓아내도 되겠지" 마인드로 둘 다 조져버린게 아닐까

젊을 때야 영민하고 자기 잘못을 쉽게 인정했다 하더라도, 

70살에 그러기는 쉽지 않거든

[총든버터]

솔직히 나이많고 군권든 명가 호족출신 승상자리에 앉은 친구가 갑자기 후계자문제에 적극개입하는데 이 시벌?소리 안나오긴 힘들지?

[사나에]

힘들지. 근데 이 냥반 처음 계승받았을 때는 사흘간 쳐 울어대면서 명분 갖추고,
적벽때는 외부 파워 빌려서 내부의 항복여론 일소해버린거 생각하면 좀 아깝잖아.

[미사키@]

사실 은기통어나 다른 주석 기록들을 신뢰한다면 손권이 막 가벼운 무게감으로 당파들을 밟았다고 생각되진 않음. 손화파든 손패파든 무력 쿠데타를 일으킬 가능성을 존1나 진지하게 고민한 것 같으니까.

최소한 자기 숨 붙어있을 때 어떻게 수습은 하려고 한 모양새고, 손화 살려놓고 육항한테 참회한 거나(정치적 의도도 있었겠지만) 반대로 손패쪽은 아예 목숨까지 조져놓은 거 보면 최소한 어느 지점에서 사태가 잘못됐는지에 대한 인지는 있었던 거 같음. 정작 손화 복위까진 추진 못하고 손량한테 태자위 넘겨버린 건 코메디지만.

[에이트나인]

씁쓸하게 죽었을거같은데 막상 죽기 전에 업무 잘 처리한게 재밌음

[미사키@]

씁쓸했겠지. 믿었던 신하들 숙청해야 했고, 혼자 왕으로 세워줄만큼 아낀 아들 본인 명으로 죽여야 했고, 마누라는 패악질 부리다 암살당하고, 남은 태자는 꼬맹이고.

손권 본인은 평생 신권보다 강한 군주권을 세우기 위해 필사적인 정치력을 발휘해오며 살았는데 막상 죽을 때 되면서 자기 손으로 군주권보다 강한 신권 구도로 정권 만들어서 물려주려니 속 터질만도 했을 거다. 뇌피셜이지만 굳이 손화 복위로 주변 떠본 것도 그런 발상이었을지도 모르고.

[에이트나인]

'나의 병세는 절망적이다. 아마 여러분과 다시는 만나지 못할 것이다. 모든 일을 여러분에게 부탁한다'

라고 했다. 제갈각은 눈물을 흘리며

"신 등은 모두 두터운 은혜를 입었으므로 응당 죽음으로서 조서를 만들 것입니다. 원컨대 폐하께서는 정신을 안정되게 하고 생각을 하여 외부 일을 걱정하지 마십시오"

라고 했다. 손권은 담당 관리들에게 조서를 내려 모든 일을 제갈각에게 결재를 받도록 했으며, 오직 살생의 큰일은 연후에 아뢰도록 하였다. 이에 큰 저택(第館)과 호위(陪衞)를 두었다. 대신과 관리들은 그가 거동할 때 각 품계에 맞춰 늘어서서 절하였다(拜揖). 모든 법령에 불편한 사람이 있으면 조리 있게 아뢰었고, 손권은 이를 매번 다 들어주었다. 안과 밖이 흡연(翕然:화합함)하니, 사람들에게 기쁨이 가득찼다

다시 보면 체념하고 할 일만 마치겠다는 생각이었을거같음

[총든버터]

이거 좀틀어서 작품화해보면 말년의 외로움을 일하면서 달랜다는식으로 요리가능이다

[진리는 라면]

손권이 정치적인 식견이 높았지만 인물을 좀 더 신뢰했으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텐데... 라는 생각이 듬

[총든버터]

뭐 사망전엔 신뢰픽들이 다 하늘로갔잖아

[사나에]

이게 사실 신뢰픽이라는게 결국 "기존 관료(=사대부)집단 바깥의 사대부"인건데

조조는 화흠, 왕랑 같은 외부세력 외에도 유재시거같은 고육지책까지 써가면서 영천파를 견제했고
솔직히 조비/조예가 조조만큼만 살았어도 고평릉은 없었음.

유비는 애초에 본인 세력 자체가 외부세력이고, 내부도 형주파-익주파로 갈려서(본의는 아니지만)
정권의 일원화를 막는데 성공했고. 결국 유선 항복할 때 까지 내정은 형주파가 잡았잖아?

손권은, 양주 바깥 외부세력의 거두인 장소가 적벽에서 투항파를 가버리는 바람에..
손권 나름대로 여몽이라던지 감녕이라던지 치켜세우려고는 했지만...

결국 이궁 시점까지 가면 내부에서 아웅다웅하는 애들이 "죄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성씨인데..." 가 되어버리니까.

당장 여몽 이래로 양주 바깥에서 나온 제독이 제갈각 하나네... 그것도 제갈근 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