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된 이야기임. 코로나 전 시절이지.
그 때 내가 샌프란시스코를 경유해서 어디를 좀 가야 했음.
근데 아침 나절에 비행기에서 내려서 시간이 대략 14시간 정도 남는거야.
이예쓰! 짧게 관광! 하고 신나서 팔랑팔랑 샌프란시스코로 들어갔다. 그 때가 몇 월이었더라 8월인가.
근데 지하철역에서 나와서 보니까 날씨가 끝내주게 화창한데 주변에 보이는 사람들은 패딩을 입고 있는거야.
저 사람들은 더운 지방에서 왔나 보다 하고 저 위에 근사한 성당 구경 가려고 언덕을 걸어서 올라가기 시작했는데
이 씨...... 경사가 45도(실제로는 이렇게 높지 않습니다.) 쯤 될 거 같은 언덕이 안 끝나.
속으로 쌍욕을 하면서 걸어 올라가는데 바다에서 바람이 후욱 올라오더라고.
온몸이 얼어붙는 줄 알았다.
그리고 깨달았지. 아. 아까 그 사람들은 현지인인가 보다 하고.
그보다 더 옛날에 드라마 몽크 보면서 저기는 왜 화창한데 코트를 입나 궁금했는데
더이상 궁금하지 않아짐.
아무튼 이제 대충 구경했으니 배가 고프잖아.
그래서 지하철 역 옆에 본 버거킹이 생각나서 그리로 가기로 했음.
샌프란시스코까지 가서 뭔 버거킹이야!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쫄보라서
버거킹이 더 좋았단 말야. 어디가 맛있는지도 모르겠고.
그래서 신나가지고 버거킹에 들어갔는데
샌프란시스코 버거킹은 입구부터 남다르더만.
매장 입구에 방탄복하고 삼단봉, 페퍼스프레이 등으로 무장한
콧수염을 근사하게 기른 히스패닉 아저씨가 있는 거임. 어떻게 생겼냐 하면 대충 브레이킹 배드의 또르뚜가 처럼 생겼음.
아저씨가 키는 좀 작았는데 아무튼 건드리면 재미 없을 그런 인상 있잖아. 그런 아저씨임.
대충 이렇게 생겼다고 기억함. 다른 점이라면 그 아저씨 콧수염은 위로 뻗쳤었다.
방탄복 가운데에는 벨크로로 씨큐리티 하고 붙여놓은거야.
근데 땅딸막한 아저씨가 팔뚝 하나는... 우와... 싶을 정도였음. 아무튼.
아니 도대체 뭔 놈의 버거킹에 씨큐리티가 이렇게 무서운 사람이 있는거야? 하고
카운터에서 간단하게 와퍼 콤보 하나 달라고 해서 미국의 맛! 에 신나가지고 테이블 하나 차지하고 않음.
그런데 저 씨큐리티 아저씨가 계속 나를 흘끔흘끔 쳐다보는거임. 이게 내가 그 시선이 느껴질 정도였음.
도대체 뭐지? 하고 이상했지만 개겼다가는 국물도 없을 거 같은 아저씨 인상에 얌전하게 눈 마주칠 때마다 매우 관광객처럼 히죽히죽 웃었다.
아니 그랬더니 이제는 아주 이 아저씨가 내 주변으로 다가오는거야.
그리고는 내 주변에서 어정어정 뭐 의자 정리하는 척, 수첩 들여다보는 척 하는거였음.
아, 이거 뭐 있다. 뭐 때문인지 내가 의심받는건가?
내가 물론 베트남, 인도네시아, 멕시코 같은 데에 가면 현지인같은 얼굴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너무 범죄자 취급하는 거 아니야? 하고 좀 기분이 상함.
그래서 후딱 먹고 나가야겠다 하고 감자를 신나게 위장에 밀어넣고 나서 시선을 주변 테이블로 한 번 휘 둘러봤는데
그제서야 깨달음.
건너 테이블에는 아무리 봐도 눈이 풀린 남자 두 명에
옆 테이블에서 뭔가 희안한 냄새가 건너오는걸 무시하고 있었는데
바로 그 테이블에 또 뭔가 상태 안좋아 보이는 분이 종이컵 하나 놓고 있고 그런데
아... 이 아저씨가 관광객한테 문제 생길까 봐서 이쪽에 와서 서 있던건가? 하고 갑자기 고마워지더라고.
그래서 후딱 도망나왔다. 그 때 동공이 풀렸다 라는 표현이 뭔지 확실하게 알게 되었음.
무서운 경험이었다.
뉴욕에도 잠깐 들렀었는데 파이브가이즈에서 땅콩 까 먹는데 노숙자 아저씨가 자꾸 잔돈 달라고 그러더라.
아... 아이 온니 해브 크레딧 카드 이러고 있었는데 직원분들이 거의 쫓아내듯이 노숙자 아저씨를 내보내서 살아남.
텍사스 오스틴도 잠깐 갔었는데 거기는 큰길로만 다니고 저녁 되기 전에 숙소로 언능 들어가서 그런 일은 없었음.
근데 오스틴 숙소를 에어비앤비로 잡았는데
거기 숙소 문을 잠그는 자물쇠 열쇠구멍이 세 개인데 문 잠그는 잠금장치는 다섯개임.
그런 동네였다. 싼 건 다 이유가 있는 법이지! 그래도 살아 돌아왔으니까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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