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4일날 귀국이라 후기랄 것도 없다.
계속 살다간 바퀴벌레와 한 몸이 될 것 같은 호텔방을 뒤로 하고 10시에 예약했던 기사 아저씨를 뵈러 갔다.
부활절 주간을 명절삼는 필리핀이다보니 거의 모든 상점이 문을 닫는 목요일 아침 마닐라의 도심은 한산했다.
어제 그 육중한 교통체증을 보여줬던 곳이랑 동일한 도로가 맞나 싶을 정도였다.
굳이 빨리 올 필요가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부산택시마냥 거칠게 달려온 기사 아저씨에게 해피 홀리데이! 인사를 한 뒤 팁을 주고 입국장을 거쳐 탑승구로 향했다.
탑승 자체는 오후 2시 55분에 이루어졌기 때문에 탑승까지 남은 시간은 미리 예약한 라운지로 가서 때우기로 했다.
내부에 따로 뷔페도 있는 라운지에 도착하니 아침 못 먹고 나온 게 생각났다.
벌써 정오하고도 30분이 지나갔기 때문에 배부터 채우기로 했다.
라운지 한켠에 마련된 티비에는 한참 시진핑핑이의 근황이 절찬리에 늬유스에서 상영 중이었다.
중국식 고기찐빵과 고기만두(슈마이), 참치 크림 파스타와 치밥이 나의 필리핀 식도락 여행을 이렇게 마무리짓는다.
잘 먹었습니다 (꺼억)
적당히 2시에 밍기적밍기적 라운지에 나와 탑승구로 향한다.
필리핀 공항 특유의 노란 배색의 건물이 눈에 띈다.
2시 55분에 적절히 비행기에 탑승한다.
내 자리는 맨 뒷좌석 창가 자리.
왔을 때처럼 갈 때도 옆에 누군가 없었으면 했지만 탑승 거의 끝나갈 즈음에 채식하시는 아랍계 아가씨가 타시더라.
내 예의없는 거대한 몸뚱아리를 최대한 창가쪽으로 구겨넣고 해피 빅공간 찬스를 놓친 아쉬움을 떠나보냈다.
마지막으로 공항의 모습을 눈에 담았고
필리핀 공항의 생선필렛 기내식도 섭취하고 나면
어느새 눈을 찌를듯한 노을이 수평선 너머로 사라지는 걸 구경할 수 있었다.
그나저나 인천에 비행기가 착륙하기 대략 20분 전부터 LTE 터지는 건 신박한 경험이었다.
잘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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