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훈훈하고 극적인 장면이지만 동시에 절대로 일어나지 않은 장면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마고 리 셰털리가 쓴 원작을 기초로 만들어졌다.
해당 원작은 랭글리 연구소에서 당시 일했던 실제 흑인 여성들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했는데
그 책에서 존슨은 "유색인종 화장실에 들어가는 것을 거부했다"고 명백하게 밝혔으며
아무도 그녀에게 그것을 강요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확인차 그녀가 유색인종 화장실을 사용했는지에 대해서도 물어보았지만 그녀는 "난 그냥 백인용을 썼어요"라고 했다.
덧붙이자면, 훈훈한 장면인 동시에 픽션인 내용이 하나 더 있다.
영화에서 존슨은 역사적인 발사 진행 직전에 계산을 마치고 발사 상황실에 전달하는데
그녀는 흑인 여성이라서 케빈 코스트너가 연기한 캐릭터가 나타나 들여보내주기 전까지 그 안에는 입장할 수 없었다.
백인 남성 무리 속에 홀로 서있는 흑인 여성은 덕분에 그 역사적인 발사를 볼 수 있었지만
이 또한 백인 영웅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허구적 장치였다.
존슨은 발사가 이루어지는 순간 그녀의 책상에 앉아 있었으며 발사 상황실에는 들어갈 수 없었다.
원작에서는 다음과 같이 쓰여있다: 그녀는 "사무실에 틀어박혀 텔레비전 중계를 보고 있었다".
"히든 피겨스"는 어디까지나 영화이지 다큐멘터리는 아니므로 실제 사실을 그대로 따를 필요는 없다.
하지만 실제 사실이 더 강력하고 흥미로운데도 왜 각본가들은 굳이 올바른 행동을 하는 백인 남성을 추가해야 했을까?
답은 꽤 뻔한데, 어차피 흑인들은 최악의 경우에는 억압적이고 그게 아니면 기껏해야 냉담하거나 별 도움도 안되는 백인 캐릭터가 나오는 영화는 이미 익숙하다. 사실 그대로 나와봤자 '위험한 주부들'에 나오는 남성 캐릭터를 보는 여성 시청자들만큼이나 별 신경도 쓰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이런 종류의 캐릭터는 백인들의 양심을 달래기 위한 목적이 대부분이다.
이게 백인 구원자 비유의 목적이다.
백인 관객들이 스스로에 대해 불편하지 않을 수 있는 백인 캐릭터를 제공하여
자신들이 1960년대 남부의 인종차별자가 되어 모욕받는 기분이나 가능성에 대해 생각할 여지를 없애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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