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팽창하고 있던 차하르(몽골 세력중 하나)의 칸, 릭단 칸의 장남 왕자로 태어난 에제이.
유복하기 그지 없어야 할 그였으나 당시 세계는 혼란스럽기 그지 없었고, 특히 차하르는 그러했다. 그리하여 에제이는 소년 시절부터 전쟁에 휘말려야 했다.
에제이의 아버지 릭단은 몽골을 통일하려 했으나, 그의 강압적인 정책과 원정에 많은 이들이 반발했다.
릭단 말고 대체제가 없으면 그 반발을 억지로라도 찍어누를 수 있었겠으나, 당시에는 후금이 존재했고, 또 그 후금의 한, 홍타이지 역시 존재했다.
그로서 차하르의 세력은 줄어들고 후금의 세력이 불어났다.
후금은 대규모 연합군을 구성하여 차하르를 크게 격파했다.
릭단은 이미 야전사령관으로서는 당대 최고 수준을 찍은 후금의 장수들에게 끊임없이 패배했고, 에제이 역시 거기에 함께 휩쓸렸다.
그러다 1634년 릭단은 후금에 동부 몽골 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상실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서쪽 원정을 통해 다시 재기를 노리려다 천연두로 죽었다.
에제이는 사실상 홀로 남겨졌다. 어머니와 동생들이 있긴 했지만 어머니는 힘이 없었고 동생들은 에제이보다도 어려 검도 들지 못할 지경이었다.
에제이는 그런 어머니와 동생들을 데리고 후금의 추격대를 피해 도망치며 사투를 벌이다가, 결국 홍타이지의 동생 도르곤이 이끄는 기병대에 포위당했다.
에제이는 차하르를 되살릴 수 없음에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아버지가 남긴 옥새를 도르곤에게 보였다.
그 옥새는 바로 과거 몽골 제국의 옥새였다. (그러나 확실히 몽골 제국의 옥새인지는 확인이 되지 않는다.)
에제이는 이후 홍타이지에게 그 옥새를 바쳤고, 홍타이지는 뜻하지 않은 선물에 몹시 흡족해하며 에제이에게 자신의 딸을 주고 사위로 삼았다.
망국의 왕자가, 자신의 나라를 멸망시킨 왕의 사위가 된 것이다. 1635년의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