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에서 내려서 이어폰 꽃고 JC 앞을 지나가는데, 갑자기 어떤 남자가 옆에 후다닥 다가오더니 지긋히 저를 지켜보길레 이어폰 뺴고 누군가 하고 봤더니 후지이씨;
"야. 밥먹었냐? 안먹었음 밥사줄게 같이 가자. 응?"
하면서 뭔가 되게 절실하게 부탁을 하시길레 같이 밥먹고 왔습니다. 가뜩이나 지금 한창 데오라 마지막화로 고생이 많다고 얘기를 듣고 있었기에 아니나 다를까, 제가 이제까지 본 후지이씨 모습중 가장 상태가 안좋아 보이시더라구요;
아니나 다를까 업무 스트레스때문에 뭔가 불만을 들어줄 상대가 필요했는지 참 여러 말씀을 하시더군요. 이하 생각나는대로 대화식으로 적어봅니다.
원래 데오라3기 총작감도 이렇게 제대로 포함되는게 아니라, 살포시 헬프만 하는 수준으로 끝날 줄 알았더니 아니나 다를까 또 당했다고 하시더군요.
"제작진이 이번엔 총작감이 무려 2명이나 있으니 후지이씨는 정말 조금만 거들어 주심 되요 ㅎㅎ 하길레, 그래? 그럼 좀 도와줄게라고 했었지"
"후지이씨 이미 벌써 몇번이나 당했잖아요. 근데 제가 알기론 데어라 후지이씨 해서 2명밖에 안됐던걸로 아는데요?"
"그게, 어느날 갑자기 후지이씨! 2화 총작감이 쓰러졌답니다. 어케 안될까요? 해서 빨리 들어갔는데, 그 총작감은 3달내내 쓰러져 계시냐? 젠장...근데 이렇게 개판인 환경이니, 관여하고 싶지 않다는건 이해간다."
"ㅋㅋㅋㅋㅋ 근데, 제가 후쿠요씨 한테 듣기론 1화 총작감분이 눈만 수정했다고 들었는데, 설마 지금도 그런가요?"
"ㅇㅇ"
"헐...."
"근데, 그사람은 오히려 그게 작품적으로 나을거라고 생각한다. 그사람이 얼굴통째로 수정하면 오히려 더 망가지더라. 너 데어라 3기 엔딩 쟈켓 일러봤냐? 완전 뭉개진 그림. 그게 아마 그사람 실력인거야...그사람 스킬은 둘째치고, 대체 그걸 OK 낸 사람은 생각이 있는거냐? 난 처음 봤을땐 포샵으로 누가 장난친줄 알았다.
다른 데어라 좋은 작감은 다 탈출하고 남은게 그사람이었던 거지 뭐...결국 판권그림도 이젠 나한테 오더라."
"게다가 마지막 화도 내가 200컷 맡고, 그사람이 120컷정도밖에 안맡는다."
"그래도 마지막화만 넘기면 끝이니깐... ㅎㅎ. 마지막 화는 얼마나 남으셨어요?"
"지금 어느 작감이 더럽게 컷을 안줘. 그림은 잘 그리는데, 작업방식에 문제가 있는지, 결국 우리 제작이 납치해서 지금 회사에 감금되서 그리고 있다. ㅎ;"
"ㅋㅋㅋ;... 지금 그래서 그분이 컷 올리는거 기다리는 중?"
"ㅇㅇ. 앞으로 12컷 정도 더 나한테 보내야하는데, 안와서 내가 1시간 단위로 제작한테 확인하고 있지. 어디보자.(시계를 보며...) 내가 XX시까지 밖에 안기다린다고 했는데, 5분에 한컷 그려야 되네. 미치겠군 ㅋㅋㅋ"
"그정도인가요; 글고보니 요즘 데어라 촬영팀하고, 인덱스 촬영팀하고 서로 누가누가 더 퇴근 못하나 경쟁까지 붙었던데요;"
"야, 그래도 인덱스에 비하면 데어라가 조금은 낫지. 인덱스는 그로스 화수 보낸게 전부다 전멸했어. 그나마 스케줄대로 와줬음 사내에서 어케 몸부림이라도 처서 고쳐보지만, 이것들이 스케줄 조차 오버해서 납품하기 직전에 보내와서 수정도 못하게 완전 개판이었으니..."
"액션신 같은건 너무 심해서 후쿠요씨가 아에 뺴버리고 배경컷으로 때웠다면서요"
"난 아에 그것들을 그렇게 수정하지 말고, 개판인채로 내보내줬음 좋겠어. 진정한 무삭제판....그래야 좀 얼마나 지금 제작 환경이 개판인지 위에도 느낄 거 아니냐. 자꾸 사원들이 발악을 해서 어케든 쓰래기들을 예쁘게 포장해서 보기좋게 내보내니깐 제작환경에 문제가 적은것으로 착각하잖아."
"글고보니 ㅇㅍㅁ도 원래는 전혀 안움직여도 된다고 해서 맡았더니, 얼마전 PV보니깐 그래도 움직이던데요?"
"난 그렇게까지 해서 위원회가 애니화를 하려고 하는게 이해가 안된다. 이거 원래는 2쿨로 만들어달라고 했었어..."
"? 2기를 2쿨로요? 분량도 없는데?"
"그니깐 말야. 만화책 컷 그대로 배껴서 안움직여도 되니깐 해달래. 어이가 없어서...애초에 원작자랑, 작가분이 용케 그런 조건을 납득했다? 내가 알기론 상당히 애니메이터에 대한 리스펙트도 높은 분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러게요...PV 근데, 액션쪽 움직임이 기분나쁘더라구요."
"ㅇㅇ. 구려. 작화애들은 열심히 그릴지언정, 그걸 살릴 수 있는 연출가가 지금 JC에 거의 없잖아. 원래 움직임 뺄건 빼고 살릴건 살려야 하는데, 그걸 못하니깐....
게다가 1기처럼 그런 작품을 만들려면, 아에 지금의 제작시스템이랑은 완전 별개의 제작방식으로 만들어야지. 일반적인 애니제작으로는 그렇게 못해"
"글고보니 요즘도 여기저기 애니 제작사가 많이 만들어지더라구요. 그렇게나 부도가 많이 났는데도..."
"무너진 회사에서 회사만 바뀌고 사람은 그대로 모여서 다시 만드니깐 그렇지... 결국 돈 먹는사람만 먹는거지. 이번분기 얼마나 결방이 많았냐? 원래 이번분기로 방영할려든게 밀려서 재방송으로 땜빵한거 엄청 많잖아? 심지어 넷플릭스 조차 밀리는거 보고 어이가 없더라. 그렇게 여기저기서 제작시스템에 비명을 지르는데도, 좋댄다."
대게 후지이씨랑 만나면 이런식으로 애니 제작방식의 문제점이라던가, 너 나가고 작화팀의 누구누구가 이렇더라. 던가, 공통취미 이야기를 하던가인데, 오늘은 유난히 독기가 잔뜩 느껴지더군요....
참고로 제글은 언제나 말씀드리지만, 그냥 보면서 이런 얘기가 있구나 하고 알고 남한테 이러이렇더라 하고 말씀하시는건 좋지만, 링크는 걸지 말아주세요. 특히 위키...
어차피 시청자 입장에선 이런 그지같은 환경따윈 모르고 그냥 작품만 보시면 되니, 그냥 재미로 아 이작품에는 이런 비화가 있구나 정도로 카더라 수준으로 남기시는게 좋은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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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도 간단히 적어놨지만, 3기의 가장 큰 실패 원인은 그로스로 맡긴 화수가 죄다 망한겁니다. 애니가 총 12화라고 할때, 그중에서 몇화몇화는 내부에서 작업하고, 나머지는 외부 회사 어디어디에 맡긴다 라는것이 이미 정해집니다. 그로스도 원화만 그로스라던가, 원동화 그로스 라는것들이 있는데, 이번 금서3기 같은경우는 동화까지 그로스라서, 해당화수의 콘티를 준 뒤는 말그대로 동화가 다 그려서 올때까지는 어떤상태인지 감독조차 확인할 수 없습니다. 애초에 그런 그로스를 맡는 회사들은 작업환경이 더욱 열악한 것도 있어서, 그로스가 일반적으로는 개판(...)으로 오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경우엔 내부에서 스케줄이 허락하는한 수정을 해서 납품을 합니다. 그런데 이번같은 경우는, 수정할 시간조차 없을정도로 스케줄을 오버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이건 완전 개난리가 났던거라, 액션신 같은거라면 움직이면 캐릭터가 뭉개지더라도 이펙트나 캐릭터의 동선으로 무마시킬 수 있는데, 그것조차 힘들수준의 심각한 것이 왔다고 합니다. 도저히 세상에 내보낼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기에, 촬영감독이 다 빼버리고, 배경컷으로 대체한 컷이 상당수 존재합니다. 결국 원래 감독이 의도했던 컷은 사라지게 되버린거죠. 애초에 저렇게 개판으로 일 하는 그로스를 계속 쓸수밖에 없는건, 애니제작이란게 몇개월 전부터 스케줄을 잡고 들어가기에, 그로스 단위로 크게 들어가는것은 맘에안든다고 교체도 못합니다. 계약도 계약인데다가, 뺏다가 해당화수 스텝을 당장 모은다는 것도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서 까딱하다간 아에 파토가 나버릴 수도 있거든요. 그냥 조용히 블랙리스트에 올려놓고 제작한테 담엔 그로스 여기랑 안했으면 좋겠다 라고 전달하는게 전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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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기간 자체는 2기랑 3기 그렇게 차이는 없을거라 봅니다. 1기는 아무래도 처음 기획부터 돌아가야 하니, 시간이 오래걸리겠지만요. 애초에 제작기간을 언제부터 잡느냐에 따라 제작기간은 몇개월이다! 라고 발표할 수 기간은 얼마든지 조작(...)이 가능합니다. 예를들어 말그대로 프로듀서 사이에 이거 애니화 하자! 라고 말하기 시작했을 때부터를 제작기간으로 할것인지, 아니면 캐릭디자인을 그리기 시작할때부터인지, 아니면 1화 콘티를 작업할때부터인지 등등.... 감독이 1화 작화가 제작중일때 하는 일은 주로 금서3기 위주로 말씀드리면, 3기에서 처음 나오는 신캐릭터의 디자인 체크, 3기 각본 체크, 3기 신캐 성우 오디션, 콘티 체크, 정도로 떠오르네요. 제가 감독직 했을땐 어디까지나 캐릭터도 없는 단편 PV용 짤막한 애니라 성우같은것도 음향담당이 이 캐릭터한테는 이런 성우들이 괜찮을거 같다. 라고 추천해주는 성우들의 샘플링 듣고, 그중에서 정하면 되는 거였는데, 금서같은건 어쩌면 감독한테 갈때쯤엔 이캐릭터엔 이성우로 할건데 괜찮음? 정도로 끝날지도 모르겠네요. 캐릭터 디자인도 자료 올라오면 흩어보고 문제없으면 그냥 넘어가는 거고, 각본체크 정도가 그나마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겠네요. 결국 작품이 움직이지 않으면 다른 작품과 겸해서 담당해도 그게 퀼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줄것 같진 않습니다. 애초에 감독들도 대부분 프리랜서라, 여러작품을 해야 그만큼 돈을 받는 직업이거든요. 감독을 안하시는 분들도 다른작품에 콘티를 그린다던가, 1화 연출을 한다던가 하는 분들이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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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펀맨도 상태가 좋지 않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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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생지옥이네요. 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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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서 3기는 그런 이유가 컸었군요;;;;;; 일하시는 중이셨을텐데 이렇게 질문에 자세히 답변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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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생지옥이네요. 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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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기간 자체는 2기랑 3기 그렇게 차이는 없을거라 봅니다. 1기는 아무래도 처음 기획부터 돌아가야 하니, 시간이 오래걸리겠지만요. 애초에 제작기간을 언제부터 잡느냐에 따라 제작기간은 몇개월이다! 라고 발표할 수 기간은 얼마든지 조작(...)이 가능합니다. 예를들어 말그대로 프로듀서 사이에 이거 애니화 하자! 라고 말하기 시작했을 때부터를 제작기간으로 할것인지, 아니면 캐릭디자인을 그리기 시작할때부터인지, 아니면 1화 콘티를 작업할때부터인지 등등.... 감독이 1화 작화가 제작중일때 하는 일은 주로 금서3기 위주로 말씀드리면, 3기에서 처음 나오는 신캐릭터의 디자인 체크, 3기 각본 체크, 3기 신캐 성우 오디션, 콘티 체크, 정도로 떠오르네요. 제가 감독직 했을땐 어디까지나 캐릭터도 없는 단편 PV용 짤막한 애니라 성우같은것도 음향담당이 이 캐릭터한테는 이런 성우들이 괜찮을거 같다. 라고 추천해주는 성우들의 샘플링 듣고, 그중에서 정하면 되는 거였는데, 금서같은건 어쩌면 감독한테 갈때쯤엔 이캐릭터엔 이성우로 할건데 괜찮음? 정도로 끝날지도 모르겠네요. 캐릭터 디자인도 자료 올라오면 흩어보고 문제없으면 그냥 넘어가는 거고, 각본체크 정도가 그나마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겠네요. 결국 작품이 움직이지 않으면 다른 작품과 겸해서 담당해도 그게 퀼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줄것 같진 않습니다. 애초에 감독들도 대부분 프리랜서라, 여러작품을 해야 그만큼 돈을 받는 직업이거든요. 감독을 안하시는 분들도 다른작품에 콘티를 그린다던가, 1화 연출을 한다던가 하는 분들이 많아요. | 19.03.27 10:2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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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도 간단히 적어놨지만, 3기의 가장 큰 실패 원인은 그로스로 맡긴 화수가 죄다 망한겁니다. 애니가 총 12화라고 할때, 그중에서 몇화몇화는 내부에서 작업하고, 나머지는 외부 회사 어디어디에 맡긴다 라는것이 이미 정해집니다. 그로스도 원화만 그로스라던가, 원동화 그로스 라는것들이 있는데, 이번 금서3기 같은경우는 동화까지 그로스라서, 해당화수의 콘티를 준 뒤는 말그대로 동화가 다 그려서 올때까지는 어떤상태인지 감독조차 확인할 수 없습니다. 애초에 그런 그로스를 맡는 회사들은 작업환경이 더욱 열악한 것도 있어서, 그로스가 일반적으로는 개판(...)으로 오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경우엔 내부에서 스케줄이 허락하는한 수정을 해서 납품을 합니다. 그런데 이번같은 경우는, 수정할 시간조차 없을정도로 스케줄을 오버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이건 완전 개난리가 났던거라, 액션신 같은거라면 움직이면 캐릭터가 뭉개지더라도 이펙트나 캐릭터의 동선으로 무마시킬 수 있는데, 그것조차 힘들수준의 심각한 것이 왔다고 합니다. 도저히 세상에 내보낼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기에, 촬영감독이 다 빼버리고, 배경컷으로 대체한 컷이 상당수 존재합니다. 결국 원래 감독이 의도했던 컷은 사라지게 되버린거죠. 애초에 저렇게 개판으로 일 하는 그로스를 계속 쓸수밖에 없는건, 애니제작이란게 몇개월 전부터 스케줄을 잡고 들어가기에, 그로스 단위로 크게 들어가는것은 맘에안든다고 교체도 못합니다. 계약도 계약인데다가, 뺏다가 해당화수 스텝을 당장 모은다는 것도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서 까딱하다간 아에 파토가 나버릴 수도 있거든요. 그냥 조용히 블랙리스트에 올려놓고 제작한테 담엔 그로스 여기랑 안했으면 좋겠다 라고 전달하는게 전부입니다. | 19.03.27 10:32 | |
(IP보기클릭)125.177.***.***
char
금서 3기는 그런 이유가 컸었군요;;;;;; 일하시는 중이셨을텐데 이렇게 질문에 자세히 답변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19.03.27 17:08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