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원작의 원작(?)이 미연시인만큼 저 히로인 루트 분기가 그 히로인을 공략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웬걸 막상 플레이해보니 공략대상이 아니라 스토리의 중심축이 바뀌더군요(...). 어느 쪽이든 현시창을 표방하는 슈발체스마켄 답게 씁쓸한 결말이었습니다.
아이리스디나 루트는 테오도어가 중광선급과의 총력전 후 리즈가 아이리스디나를 노릴 것을 먼저 자각하고 이를 막아서는 것이, 리즈 루트는 슈타지가 총력전 이후 기지에 귀환하기 전에 중대를 기습해와서 아이리스디나가 테오도어로 햐여금 리즈를 따로 붙잡아두고 있을 것을 지시하는 것에서 분기가 갈립니다. (즉 그 이전까지는 완전 동일합니다.)
아이리스디나 루트는 아이리스가 멀쩡히 중대에 남아있기 때문에 주인공인 테오도어가 스토리적으로 좀 묻히는 게 아쉽더군요. 이 루트 한정으로 주인공이 아이리스디나로 교체된 느낌이랄까. 베아트릭스와의 결판도 프리퀄인 척영의 베른하르트의 연장선인 느낌을 풍기는 대사들로 가득하고. 대신 뒤에서 암약하던 아크스만이 리즈와 베아트릭스의 계략에 의해 조기퇴장하고 슈타지 총수 에리히 슈미트가 의외로 길게 남아서 후반부의 전개 자체가 완전히 달라지는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카티아의 연설을 계기로 슈발체스마켄과 베오울프가 휴전하고 같이 BETA에 맞서는 전개라든가,
슈미트의 간계에 넘어간 리즈가 폭주하여 연설을 마친 카티아를 죽여버리는 충격의 전개(...)라든가,
이에 빡친 테오도어가 리즈를 죽이려고 하는 걸 '카티아는 그런 걸 바라지 않는다'라며 말리는 아이리스디나 등등.
정작 리즈의 경우 완벽한 결별을 선언한 테오도어와 자신의 폭주로 인해 죽은 카티아에 대한 속죄로 에리히 슈미트와 함께 동귀어진하다시피해서 사실 3개 루트 중 가장 나은 나은 결말 아니었나 싶더군요. 어쨌든 이런 리즈의 행동이 서독과의 연계를 방해하며 암약하던 슈미트를 제거하여 서방의 부대들이 전선에 투입될 수 있었고, BETA와의 최전선에서 고립무원에 빠진 슈발체스마켄을 구해줬으니. 어떤 의미로는 리즈가 자의로 슈타지에 대한 공포를 이겨낸 유일한 루트이기도 하네요.
그래도 정작 라스트배틀이 더 이상 싸울 명분도 필요도 없는데도 아이리스디나와의 결판 하나만을 위해 자폭이나 다름없는 특공을 건 베아트릭스가 아이리스디나와 함께 미사일 폭격에 휘말려 중상을 입고 끝나는 전개라... 두 친구의 결판을 가장 제대로 그린 건 좋지만 그 사이에서 정작 주인공인 테오도어가 공기화되다시피 한 것이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아이리스디나가 의식을 잃기 전 '멋진 남자가 되어라. 그러지 않으면 우리 오빠(유르겐)는 눈이 높아서 인정해주지 않을 거야'라는 말을 테오도어에게 남기는 걸 보면 연애전선에 있어서는 그나마 가장 희망을 남긴 루트일지도(...)
리즈 루트는 테오도어가 전술기에서 내려 리즈와 둘이서 고립된 상태에서 슈타지의 습격을 받은지라 어쩔 수 없이 중대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만들어 베오울프 대의 포로가 되는 시점에서 시작됩니다. 테오도어는 이렇게 된 이상 베오울프 내에서 아이리스디나를 도울 기회를 획책하려고 하지만 베아트릭스도 리즈도 다 이를 꿰뚫어보고(...) 베아트릭스는 테오도어나 리즈가 수상한 움직임을 보일 경우 서로가 지키려 하는 상대를 제거하는 협박으로 테오도어를 용병 형태로 베오울프 대에 끼워넣습니다.
근데 정작 리즈가 자신의 치부를 테오도어에게 드러내지 않게 하기 위해 아크스만의 제거에 과하게 집중하다 역으로 아크스만의 포로가 되는 상황이 되어 이후의 테오도어가 베오울프 내에서 붕 뜨게 되어버리는 사태가(...) 되는 게 좀 그렇더군요. 테오도어와 베오울프 대의 접점인 리즈가 갑자기 붙잡힌 히로인이 되어버리는 바람에 정작 이후 베오울프 내부에서 테오도어의 행동 하나하나가 어색해진달까 산만해진달까... 하여튼 이야기적으로는 세 루트 중 가장 구성이 어중간한 루트였습니다.
대신 리즈를 위해 자신이 소중히 여기던 모든 것(아이리스디나에 대한 마음, 카티아와의 약속, 중대 동료들과의 인연)을 등지면서 홀로 고독한 싸움을 이어가는 테오도어의 모습은 리즈 팬들이라면 한번쯤 보고 싶은 모습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대신 정작 리즈 자신은 카티아 루트(정사)만큼 처절하진 않지만, 훨씬 안쓰러운 결말을 맞이해서 결국 리즈에겐 해피엔딩은 없구나 싶었습니다. 원수인 아크스만에게 완전히 세뇌당해 자신의 손으로 오빠를 총살하려 했다는(정작 테오도어는 품질 보장된 베오울프 사양 강화장비를 입은 상태였기에 큰 타격이 없었지만) 충격과, 그토록 숨기고자 했던 치부들을 모두 들켜버린 수치심 때문에 사랑고백하는 오빠 앞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했으니... 거기에 겨우 해피엔딩을 맞이하나 한 순간 실낱같은 숨이 남아있었던 아크스만의 총격 + 세뇌 시 사용한 약물의 부작용으로 유아퇴행을 일으키기까지...
결국 리즈는 원하는 대로 오빠와는 함께하게 되었지만, 이 루트 한정으로 반란군이 슈타지 파일을 낱낱이 공개해버리는 바람에(...) 공작원으로서 해온 일들이 세상에 밝혀져 독일에 남아있을 수 없게 되어 영원히 떠나야 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유아퇴행뿐만 아니라 중상과 약물로 인해 쇠약해진 몸은 그다지 오래 가지 못할 거라는 암시까지 더해지고... 테오도어는 그런 그녀를 지키기 위해 희생한 모든 것에 대한 죄값을 치르기 위해 리즈가 세상을 떠나게 되면 스스로에게 벌을 내릴 각오까지 굳히니. 여러모로 가장 뒷맛 쓰린 결말 아니었나 싶습니다.
아이리스디나 루트도 사실 해피엔딩은 아닌 게, 아이리스디나는 베아트리스와 함께 미사일 폭격에 휘말린 충격으로 뇌에 손상을 입어 식물인간이나 다름없는 상태가 되고(그래도 엔딩에서 의식만은 회복합니다만) 카티아는 죽고 아이리스디나는 쓰러졌기에 혁명 이후 중심이 되어줄 사람이 없어서(하임은 스스로 자신이 그런 인재가 아님을 밝혔기에...) 그레텔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동독 출신의 관료들이 다시금 나라를 말아먹는 흐름으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에 뒷맛이 좋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보면 테오도어의 마스터화(...)에 가장 명분을 실어줄만한 결말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습니다.(오히려 리즈 루트가 가장 마스터화의 가능성이 없는 편이었죠, 영원히 세상을 등질 각오를 새기는 결말이었으니)
아직 원작인 카티아 루트(정사) 쪽은 플레이하지 않았는데 원작소설과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지, 아니면 얼마나 원작소설을 잘 재현했을지 기대가 됩니다. 이것까지 깨고 나면 차기작(...)에 대한 암시가 나온다는 걸 물건너 트위터 쪽 감상에서 들었는데 내일 중에는 한번 확인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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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꿈도 희망도 없네요. 테오도어의 흑화는 어쩔수 없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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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꿈도 희망도 없네요. 테오도어의 흑화는 어쩔수 없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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