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에서 차 한 잔을 우려
거실로 나온
신시아 챔버는
창밖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에
창문 쪽으로 시선을 주었다.
챔버가의 막내딸인 마리아가
치마를 펄럭이며
앞마당에서
열심히 축구공을 따라다니고 있었다.
얼마나 신이 났는지,
마리아의 까르륵하며 웃는 소리가
창문을 통해
거실까지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런 마리아의 모습을 바라보는
신시아 챔버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한동안
위험 징후를 보이던 마리아가
많이 호전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안 그래도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신시아 챔버에게는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신시아 챔버의 시선이
마리아와 놀아 주고 있는 젊은 여자에게로 향했다.
고등학교 때
여자 축구부에서
중앙 수비수를 담당했다던
트레이시는
능숙한 발놀림으로
축구공을 트래핑하고 있었다.
신시아는
고마움이 담긴 눈으로
그런 트레이시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챔버가에 와서 다행이었다.
그녀가 아니었다면,
신시아 챔버는
더욱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두 사람을 바라보다가,
신시아 챔버는
주방으로 몸을 돌렸다.
놀이를 마치고 돌아오는
두 사람을 위해
간식을 좀 만들어 놓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신시아 챔버는
샌드위치를 만들기 위해 식빵을 토스터에 넣으면서,
앤을 떠올렸다.
바쁜 신시아 챔버를 대신해
앤은 마리아의 간식을 만들어 주고는 했었다.
그때마다
앤은 절대로 간단하게 조리할 수 있는
인스턴트를 사용하지 않았다.
손이 많이 가고,
시간이 걸려도
항상 신선한 재료를 이용해
건강한 간식을 만들었다.
-엄마도 그랬어요.
매번 그렇게 하는 것이
힘들지 않냐는
신시아 챔버의 질문에
앤이 그렇게 말했었다.
-다른 애들 다 먹는 과자, 인스턴트, 패스트푸드를 못 먹게 했어요.
어릴 때는
그런 게 제일 맛있는데,
못 먹게 하니까
좀 속상하고 그랬는데.
‘그랬는데?’
-엄마의 방식이 옳다는 걸 이제 알게 된 거죠.
마리아도 원망하겠지만,
나중에 알게 되겠죠.
그렇게 말하며 웃던
앤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 얼굴을 떠올리자,
가슴 한쪽에서 찌릿한 통증이 느껴졌다.
괜찮을까.
신시아는 그렇게 생각하며,
넉 달 전,
앤과 마지막으로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렸다.
* * *
신시아는
앤을 바라보고 있었다.
앞에 앉아 있는
앤을 바라보는
신시아 챔버의 시선에는 분노가 가득 담겨 있었다.
“절대로 안 돼. 절대로.”
신시아 챔버가
앤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 목소리에는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단호함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그런 신시아 챔버를
앤은 가벼운 미소로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허락할 수 없어.
절대로 허락할 수 없어.”
신시아 챔버가 말했다.
목소리에 담겨 있는 단호함이
고통스러움으로 바뀌어 있었다.
신시아 챔버는 고통스러웠다.
지금, 이 상황이
그 어느 때보다 고통스러웠다.
규가 홍콩에서 실종되었다.
그렇게 실종된 규가
얀 베르그만이라는 사람에 의해
유럽으로 납치되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규가 아직 유럽에 있는지,
유럽에 있다면 어디에 있는지,
아니,
살아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그런 규를 찾기 위해,
다시 데려오기 위해,
앤이 유럽으로 가겠다고 말하고 있었다.
CIA의 독립 요원이 되어서.
앤이 어떤 마음으로
그런 말을 하는지,
신시아 챔버는 알고 있었다. 그
누구보다 그녀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신시아 챔버야말로
당장 유럽으로 날아가고 싶었다.
그녀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조직과 힘을 이용해
유럽 전역을 샅샅이 뒤져 보고 싶었다.
하지만
밀러 국장은 허락하지 않았다.
허락은커녕,
신시아 챔버와 트레이시에게
시애틀에서
절대 벗어나지 말 것을 지시했다.
누구에게도 연락하지 말고,
누구의 연락도 받지 말고,
그저 죽은 것처럼
그렇게 가만히 있으라는 명령이었다.
트레이시는 그나마 나았다.
얀 베르그만의 위치를 찾는 작전에서
트레이시는 역할이 있었다.
뭐라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신시아 챔버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바티칸과 밀러 국장,
그리고
그 소년,
사토가와 잇토키가 무언가를 할 때까지,
그저 기다리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안 돼. 절대로.”
신시아 챔버가 다시 말했다.
말없이
신시아 챔버를 바라보고만 있던 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신시아 챔버 옆자리로 옮겨 와 앉으며,
챔버의 손을
두 손으로 살포시 포갠 후 나직하게 말했다.
“만약 나라면.”
앤이 말했다.
“만약
납치된 사람이 나였다면,
규는
그저 기다리고만 있었을까요?”
신시아 챔버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정면을,
조금 전까지
앤이 앉아 있던 자리를 노려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앤이 다시 말했다.
“엄마는 규에게도 지금처럼 말했을 거예요.
하지만 엄마도 알잖아요.
규를 막을 수는 없다는 것을.”
신시아 챔버는 대답하지 않았다.
계속 정면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앤이
두 손으로 덮고 있는
신시아 챔버의 손을 가볍게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엄마도 알잖아요.”
“…….”
“그 누구도 나를 해칠 수 없어요.”
신시아 챔버의 시선이
천천히 움직였다.
그리고
옆에 앉아 있는 앤을 바라보았다.
그런 신시아 챔버의 눈을 마주 바라보며
앤이 다시 말했다.
“내가 규 곁을 지키면,
그 누구도 규를 해칠 수 없어요.”
“지금은 안 돼.
적어도 규가 어디 있는지는 알아야…….”
“그 소년이 찾아 줄 거예요.”
앤의 말에
신시아의 말이 멈추었다.
“그가 마리아를 찾아 주었던 것처럼,
다시 규를 찾아 줄 거예요.”
신시아는
말없이
앤의 눈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딸의 눈동자에는
흔들림 없는 믿음이 담겨 있었다.
“데려올게요.
챔버가의 장녀를.
다시.
이 집으로 데려올게요.”
* * *
그렇게 앤은
머다이나의 챔버가를 떠났다.
앤은 밀러 국장을 만나
독립 요원 계약을 맺고,
교육을 받고,
유럽으로 가는 비행기에 탑승한 앤이
바티칸에서 관계자를 만났다는 소식까지는 전해졌지만,
그 이후로
어떠한 연락도, 소식도 듣지 못했다.
신시아 챔버는
그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무기력한 자신을 원망하면서,
지옥 같은 하루하루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앤을 떠올리자
다시 고통이 그녀를 감쌌다.
그렇게 고통스러워하던
신시아 챔버의 귓가에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다시 웃음을 찾은 막내딸이
공놀이를 끝내고
집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신시아 챔버는
그런 막내딸을 맞이하기 위해
얼굴에 떠올라 있는 괴로움을
재빨리 안으로 갈무리했다.
그리고
슬픔이 묻어나는 미소를 입가에 띠었다.
본문
[연재] 유니콘 프로젝트 외전 퍼스트 컨텍트 (69) [5]

2025.07.03 (00: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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