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시노어 영지를 향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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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을 챙긴 휴이는 모든 준비를 마쳤고 나 역시 간단하게 채비를 마쳤다.
로제타가 혼자 집을 지키면 심심할 것이 분명해 그녀도 함께 여행에 동행시키기로 마음먹었다.
음식은 마을에서 사먹고 잠은 집에서 자면 된다.
물론 방을 빌리는데 아무리 비싸봐야 15실링도 안하겠지만 곰팡내가 나거나 벼룩이 득실거리는 그런 침대에서 자는 것은 이제 사절이다.
여행 경비는 나의 부자 친구 이브가 모두 지불해준다고 말했다.과소비 할 생각은 없지만 최소한에 편의를 위해 돈을 아낄 생각이 없다.
우리 세 사람은 포탈을 통해 폭스빌 외각에 위치한 한적한 숲 한복판에 도착했고 그곳에서부터 마을까지 걸어갔다.
한선한 마을은 18일 전에 왔을 때랑 달라진 것은 하나 없었다.나무와 짚으로 만들어진 가옥 18채와 모험가 식당과 주점 그리고 여관과 붙어 있는 소형 마구간이 있었다.닭과 병아리들은 자유분방하게 마을 광장을 배회했고 오리 무리는 우물가 주변을 서성이고 있었다.
남자 아이들과 계집아이들은 맨발로 마을 한복판을 뛰어다니며 놀이를 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우린 마구간으로 찾아가 은화 80개를 주고 짐마차를 하나 구매했고 말 두 마리를 금화 3개 내고 연결한 뒤 그것을 타고 엘시노어를 향해 나가기 시작했다.
마차는 휴이가 움직였고 난 그의 옆에 앉아 여러 주제를 나누는 중 볼튼씨가 말한 전쟁에 대해서 집중하게 되었다.
“미슈미드 왕국에게 전쟁을 선포한 나라는 로랜디아 왕국과 세피아 왕국이야.. 그 두 국가는 예전부터 엘프들과 큰 마찰을 빚어 왔고 실제로 사상자도 나왔어”
“엘프들이 사람들을 공격했다?”
“그게 그들의 주장이야.. 하지만 로랜디아 왕국과 세피아 왕국이 미슈미드 왕국으로 진입하려면 엘프의 숲을 지나야만 했어.. 하지만 엘프의 숲은 옛날부터 인간의 출입을 금해왔지.. 그 덕분에 많은 상인들이 그곳에서 죽임을 당했어..”
“돌아서 가는 길은 없는 거야?”
“당연히 있겠지?하지만 직선거리를 돌아서 간다고 생각해봐.. 시간이 2-3배는 더 걸리겠지?거기다 몬스터나 산적들을 만날 확률도 커질테니 상인들은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을 거야”
미슈미드에서 활동하는 자국의 상인들은 엘프의 숲을 지나도 아무런 재재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하지만 인간이 발을 디디면 경고 후 사격을 가해 피해를 입히는 일이 다반사라 두 왕국의 사절단은 아르얀 쉬폰 아르세 국왕에게 강력하게 항의했으나 아르세 조항에 의하면 국왕은 독립된 부족에게 간섭이나 관여 할 수 없다는 절대적인 문항을 내세워 번번이 그들의 요구를 묵살해 왔다.
여러므로 중간에 낀 굉장히 머리 아픈 역할을 수행하는 아르얀 쉬폰 아르세 국왕도 극심한 갈등에 기로에 서 있을 거라고 휴이는 설명했다.
“만약 싸우면 누가 이길까?”
“미슈미드는 7개 종족들이 연합해 형성된 왕국이야..라이칸 부족,엘프 족,드워프 족,리자드 부족,아르아야 부족,거인 족,인간족이 함께 살고 있지.. 그들의 저력은 호락호락하지 않아.. 아마도 전쟁은 장기화 되겠지.. 그 이유중 하나는 나일락 성채 인데,아르아엔 대륙에 17개 왕국이 모두 덤벼도 절대 함락 시킬 수 없는 절대 공략 불가라는 곳이 버티고 있어”
과장은.. 중세 전쟁은 숫자로 승패가 갈리는 경우가 많은데,전 대륙에 왕국을 상대로 이긴다고?에이...
“인간족이 미슈미드에도 살아?근데 엘프들은 왜?”
“인간족이라고 해봐야 아르얀 쉬폰 아르세 국왕을 포함한 몇몇 왕가 사람들만 해당되어 있어서 그래.. 귀족 대부분은 7개 연합 부족의 수장들이 중요 직책을 맡고 있어.. 말 그대로 꼭두각시 왕에 불과해.. 되려 여왕인 루리엘 바네사가 더 힘이 강한 편이지...”
“그녀도 인간이야?”
“아니 그녀는 엘프야.. 엘프들이 기세가 등등한 이유를 이제 좀 알겠지?”
여자한테 잡혀 사는 남자는 슬프다.
뭐 로즈랑 결혼했다면 나도 그 꼴을 면치 못했겠지?매일 얻어터지며 살지도?
난 스마트 폰을 바라봤고 곧 비가 올 것을 알게 되었다.
“잠시 마차를 어디다 세워놓고 집에서 쉬지 않을래?”
“왜?”
“비가 올 것 같아.. 정확히 10분 후에..”
“정말???그런 것도 알 수 있어??”
난 휴이를 향해 가볍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우린 마차를 나무 그늘 아래 세워 놓고 말이 달아나지 못하게 단단히 고정한 후 비가 오길 기다렸다.
휴이는 정확한 시간에 비가 오는지 궁금하다며 하늘을 바라봤고 잠시 후 놀랍게도 검은 구름이 금세 몰려와 비를 뿌리기 시작했다.
우리 세 사람은 비를 피해 에텔에 위치한 내 집으로 들어오고서 식탁에 둘러 앉아 간식을 챙겨 먹고는 대화를 지속해 나갔다.
“놀랍군!기후를 알 수 있는 것은 엄청난 능력이야!혹시 강수량도 알 수 있어?”
“물론이야!”
기후를 알 수 있다면 농업뿐만 아니라 전쟁을 하는데 있어서도 엄청난 이점을 가져 올 수 있었다.예를 들어 적에게 화공이라는 덫을 친다면 비가 오는 날을 피해 공격하면 되고 매복을 할 경우엔 안개가 짙은 날을 골라 싸우면 능히 승세를 가져 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비가 지나가는 시간을 체크한 화랑은 또다시 포탈을 열고 마차에 올라타 이동을 시작했다.
참으로 편리한 도구가 아닐 수 없었다.
신의 아이템이라는 부분은 어쩌면 빈 말이 아닐 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 휴이는 마차를 몰고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아름다운 풍경을 구경하는 로제타를 바라본 난 그녀에게 자기소개를 해보라고 부탁을 하였다.로제타는 도통 무슨 소린지 이해 못하는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난 로제타가 이해하기 쉽도록 휴이에게 자기소개를 부탁하자 그는 살며시 돌아서고는 자기소개를 해주기 시작했다.
“난 엘시노어 영지를 관리하고 있는 영주 휴이 로이드 남작이라고 해.. 나이는 21살이지..”
“꿈이 뭐야?”
“꿈?음.. 출세하는 거지!그래서 가문을 다시 일으키고 싶어.. 이상 소개 끝~!”
난 휴이에게 고마움을 표했고 이번엔 로제타를 촬영하기 시작했다.
로제타는 내가 무엇을 하는지 알지 못했기에 스마트 폰 카메라 렌즈를 똑바로 바라보며 자신의 소개를 하기 시작했다.
“전 로제타라고 합니다.. 물론 이 이름은 화랑 오빠 주인님께서 지어주신 이름이에요.. 전 이 이름이 너무 좋아요.. 제 꿈은.. 생각해 본 적 없지만.. 오래 오래 주인님을 모시는거에요.. 그게 제 꿈이에요”
참으로 소박한 꿈이다.. 하지만 넌 그 소원을 이룰 수 있을 거야..
난 절대로 널 버리지 않을 거니깐..
촬영을 마친 난 자기 소개를 했던 사람들의 파일들을 돌아보기 시작했다.로즈 껏만 빼면 대부분에 자기소개를 모았는데.. 이거 은근히 수집하는 재미가 있다.
자기 속마음을 터놓은 로제타는 수줍게 웃으며 다리를 쑥 뻗어 발을 가볍게 흔들며 햇볕을 쬐고 있었다.
그렇게 느긋하게 여행을 즐기고 있을 때 였다.때 아닌 무장 세력이 우리 앞을 막아섰다.
휴이를 향해 활시위를 겨누는 여도적은 무척이나 재수 없는 썩은 미소를 짓고 있었고 창과 검으로 무장한 7명에 남자들은 우리 마차를 포위해 가고 있었다.
식은 땀을 흘리는 휴이와 겁에 질려 떨고 있는 로제타와 달리 난 꽤 여유로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마차와 계집 그리고 네놈들이 가진 걸 모두 내놓는다면 고통 없이 죽여주겠다”
뭐?다 줘도 죽이겠다고?
그럼 예~ 하고 넘겨주고 죽을 놈이 얼마나 되겠어?
당연히 바락이라도 하고 죽겠지?
난 몬스터를 길들려라를 클릭해 게임을 실행 시켰다.
마침 사냥을 마치고 돌아온 벨벳은 여유롭게 간식을 즐기고 있었고 레벨을 어느 정도 올린 홍피그도 산책을 즐기고 있었다.
난 놀아주기를 클릭해 두 녀석을 모두 밖으로 끄집어냈다.
어느덧 15살에 소녀로 변해 있던 벨벳은 검은색과 붉은색이 적절히 혼합된 세련된 플레어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튼실한 허벅지 제법 볼륨 있는 가슴과 늘씬한 허리.. 며칠 못 본세 완전 미소녀로 변신한 벨벳은 나를 보자마자 와락 안겼다.
“화랑 나빠!바보!하지만 세상에서 제일 사랑해!”
뜬금없지만 반가운 것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붉은 오크 홍피그도 나름 열심히 레벨을 올렸고 첫 실전이라 다소 긴장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신장 190에 근육질 몸으로 도끼와 방패를 들고 나와 늠름한 자태로 도적들 앞에 섰다.
도적들은 검은 수염을 가진 붉은 오크에게서 위화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갑자기 여자애가 튀어 나온 데다 생전 처음 보는 붉은색 오크의 등장에 적지 않게 당황한 여도적은 붉은 오크를 향해 활시위를 당겼고 홍피크는 능숙하게 방패를 들어 화살을 막아내고는 괴음을 내지르며 도적단을 향해 달려들었다.
“벨벳?!동생이 열심히 싸우고 있는데.. 좀 도와주지?”
“흥!저런 동생 필요 없어!죽던지 말던지..”
껌딱지처럼 딱 달라붙은 벨벳은 홍피그가 인간들에게 난도질당하는 것을 보고도 꿈쩍하지 않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위엄 있는 모습과 달리 아직 저레벨이라 그런가 8:1은 역시 무리다 싶은지 점차 피투성이로 변해가고 있었다.
안돼!내 백금화 50개!! 난 벨벳을 떨쳐내고 마차에서 뛰어내려 홍피그를 지원하기 위해 내달렸다.그때 벨벳은 무덤덤한 얼굴로 한손은 허리에 걸치고 오른손을 뻗어 마법을 시전했다.
“나 지옥에 군주 헬로드가 명한다!대지에 잠든 불꽃의 권능이여 내 부름에 응답하여 눈 앞에 적들을 섬멸 시켜라!라그나 블라스트(Lagna Blast)”
도적들과 홍피그가 서 있던 지면에 거대한 붉은 오망성이 만들어 졌다.그리고 그 마법진에서 엄청난 불기둥이 솟아오르며 연쇄 폭발을 일으켰고 도적들과 홍피그는 그대로 휩싸여 버렸다.
쾅!쾅!콰과과광!
“크아아아악!!”
“우아아 살려줘!!”
불꽃에 휩싸인 7명에 도적들은 형체도 남지 않은 채 재가 되어 사라져 버렸다.
붉은 오크는 다행히 불에 대한 100% 내성 방어를 할 수 있는 1회용 스킬 화이어 실드가 있어 무사할 수 있었다.이건 다 계산된 공격이라고 굳게 믿은 홍피그는 벨벳을 바라보며 엄지척을 내보였다.
벨벳은 말도 안된다는 얼굴로 이를 악물고 또다시 주문을 외웠다.
“나 지옥에 군주 헬로드가 명하노라!저 추악하고 더러운 해악에 존재를 없애고자 다시 한 번 불의 권능을 발현한다!가라 그리고 천지를 불태워라!블레이즈 템페스트(Blaze Tempest)”
붉은 오크를 향해 엄청난 불기둥들이 떨어지자 난 비명을 내지르며 벨벳을 향해 팔을 엑스자로 겹치며 그녀를 말리고자 다급하게 수신호를 보냈지만 벨벳은 고개를 휙 돌리곤 손톱에 칠한 매니큐어를 살피는둥 딴청을 부르기 시작했다.
블레이즈 템페스트는 백금화 50개짜리 붉은 오크를 그대로 증발 시켜 버렸다.
주변은 불바다로 변해 있었고 여도적은 그 자리에서 오줌을 지리고는 죽을 힘 다해 달아났다.휴이와 로제타 그리고 난 눈앞에 펼쳐진 믿을 수 없는 광경을 그저 넋 놓고 바라보고 있었다.
잘가.. 가여운 내 붉은 오크.....
붉은 오크는 살려달라며 2초 동안 돼지 멱따는 괴음을 내고서 불기둥 속에서 사라져버렸다.
저 잔인한 계집애.. 어떻게 동생한테 이런 짓을 할 수 있어?
“벨벳 너 혼 좀 나야겠다!”
예사롭지 않은 내 눈빛을 감지한 벨벳은 몸을 움찔거리며 로제타 뒤로 숨어 버렸다.
난 벨벳을 게임속으로 리턴 시킨후 회초리를 이용해 세차게 벨벳에 종아리를 내리쳤다.체력은 1씩 빠졌지만 벨벳은 엄살이 무척이나 심해 이리 저리 달아나기 바뻤다.
금새 잘못했다며 울기 시작한 벨벳을 향해 이를 바득바득 갈며 채팅으로 소리를 내질렀다.
[같은 편을 팀킬하면 어떡해!!무려 백금화 50개 주고 뽑았단 말이야!]
[우아아아앙 먄해!다신 안그럴게 으아앙]
반성을 하니 더는 뭐라 할 수 없었다.
난 벨벳에게 약을 발라주었고 그녀는 놀란 마음이 진정됐는지 입술을 삐쭉 내밀며 다소 반항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오랜만에 재회한 기쁨은 잠시뿐이고 혼내기만 하는 화랑에게 야속함이 생긴 것이다.물론 원인 제공에 대해서도 어느정도 책임은 느끼고 있지만 말이다.
벨벳은 창고에서 반짝이는 옥구술 아이템을 꺼냈고 그것을 사용해 붉은 오크 홍피그를 부활 시켜 주었다.순간 난 우와~라는 탄성을 내질렀고 부활한 홍피그도 펄쩍펄쩍 뛰며 기뻐했다.
[화랑을 봐서 부활은 시켰지만 절대로 동생으론 인정 못해!]
벨벳은 그렇게 말하고는 그 자리에서 사라져 버렸다.
홍피그는 침울하게 쭈그려 앉아 바닥에 낙서를 했으며 그런 홍피그를 위로해 주었다.
그리고는 벨벳에게 [못 본새에 많이 이뻐졌네.. 그리고 홍피그를 부활 시켜 줘서 고마워.. 내가 이래서 널 이뻐한단 말이지!화 풀어.. 사랑해~!]이렇게만 써도 벨벳은 금방 화를 풀 것 이라 생각한다.모습은 저래도 속은 어린애니깐.
곧바로 벨벳으로부터 답장이 왔다.[흥칫뿡!]
역시 이 녀석은 아직 어린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