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쯧 인권단체 놈들 아무리 우리 인형들이 싫다지만”
조잡하게 지어진 판잣집 몇 개가 전부인 인형들의 캠프의 모습은 어젯밤 있었던 일렬의 사건이 인간들에 의한 일방적인 학살극이라는 것을 여과 없이 보여 주고 있었다.
“불쌍한 녀석들”
안대로 가린 오른쪽 눈에서부터 볼까지 내려오는 흉터를 가진 소녀는 손발이 묶인 채 몸 안의 부속품들이 모두 해체당한 한 인형을 바라보며 불만에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
“일단은 생존자를 찾아봐요.”
갈색의 긴 생머리카락을 가진 소년의 말에 서리가 쌓인 듯한 은발의 소녀가 냉담하게 중얼거렸다.
“이런 상황에 생존자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소녀의 말대로 이런 곳에 생존자가 있을 것이라곤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캠프의 상황은 암울했다. 캠프의 주민이라고 추정되는 인형들의 대다수는 캠프 중앙에 손발이 묶인 채로 버려져 있었고 만약 누군가 살아남았다 하더라도 캠프에 남아있을 리 만무했다.
“그래도...”
“으아아아아! 모두 엎드려!”
비명과 함께 한쪽 판잣집에서 파다닥 뛰어나오는 소녀의 외침과 동시에 엄청난 광음과 함께 소녀가 뛰어나온 판잣집이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소프 또 무슨 짓을 한 거야!”
폭발의 여파가 어느 정도 가시자 종전의 안대 소녀가 판잣집에서 뛰어나온 소녀를 향해 날카롭게 소리쳤다.
“M16 난 아무 잘못 없다구! 난 M4의 말대로 생존자가 있나 찾아보다가”
소프라고 불린 소녀의 말에 따르면 생존자 수색을 위해 판잣집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뭔가에 걸려 넘어졌고 천장에서 수류탄 여러 개가 우수수 떨어졌다는 것이었다.
“부비트랩인가?”
“부비트랩? 기껏해야 쇠파이프나 들고 다니는 인권단체 놈들이 부비트랩이라고?”
“그게 아니라면.”
M16은 아직 수색하지 않은 두 개의 판잣집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직 누군가 여기에 있다는 거겠지.”
M16의 말에 소대원들의 총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럼 일단 두 개 조로 나눠서 수색해요. 혹시 생존자일지도 모르니까. 사격은 최대한 지양 해 주세요.”
M4의 명령에 따라 소대원들은 각각 M4와 M16 소프와 ST AR-15(소대원들은 그녀를 스타라 부르지만, 정작 본인은 그 이름을 무척이나 싫어했다.)로 조를 이루어 한 채씩 남은 판잣집 수색에 들어갔다.
“철혈일까요?”
“그건 아닐 거야. 그 녀석들이 부비트랩을 설치한다고는 들어보지 못했어.”
배정받은 판잣집의 입구의 양옆에 자리를 잡은 M4와 M16은 서로 사인은 주고받은 뒤 판잣집의 천막을 걷어냈다.
“챗!”
-탕-
빛 하나 없이 어두컴컴한 판잣집 안에서 섬광이 작렬하기 직전 미리 눈치를 챈 M16이 M4를 밀어내는 덕분에 탄환은 아슬아슬하게 M4의 머리칼을 스치고 지나갔다.
“왜... 왜 또 온 거야.”
겨우겨우 있는 힘을 다 짜내어 나오는 듯 힘겨운 목소리.
“생존자신가요? 저희는...”
-탕-
안쪽에 생존자로 추정되는 인형 있는 것을 확인한 M4가 고개를 내미는 순간 또 한 발의 총성이 울려 퍼졌다.
“그렇게 다 죽여 놓고, 그렇게 다 뺏어가 놓고 더 뭘 뺏을 게 있다고 다시 온 건데?”
“이거 완전히 맛이 간 것 같은데?”
M16은 ‘쯧’ 혀를 차며 말했다. 아무래도 이 안의 있는 인형은 소대원들을 인권단체로 착각한 모양이었다.
“어쩔 거야? 어차피 몇 발 맞아도 안 죽을 탠데 제압해?”
M16의 물음에 M4는 아랫입술을 깨문 채 잠시 고민하더니 M16을 보며 말했다.
“아니요. 제가 한번 설득해 볼게요. M16은 무슨 일이 있어도 움직이지 마세요. 절대”
아무리 인형이라 하더라고 총으로 제압을 하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그건 그들이 싫어하는 인권단체랑 다를 게 없다고 M4는 생각했다.
“지신 있어?”
“아니요. 하지만 시도는 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M4는 자리에서 들고 있던 총을 내려놓고 싱긋 웃으며 말했다.
“M16 말대로 총 몇 대 맞는다고 죽지는 않잖아요?”
M4는 손을 머리 옆으로 올리며 적의가 없다는 것을 어필하며 판잣집 안으로 들어갔다.
-탕-
또 한발의 탄환이 M4의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지만, M4는 천천히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 별로 좋은 생각 같지는 않은데.”
M16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바로 총격을 가할 수 있도록 총을 견착했다.
“저는 그리폰 소속에 M4A1입니다.”
-탕-
M4가 몇 발자국 더 다가가자 이번엔 탄환이 M4의 복부에 직격했다.
“오지 마... 제발 우리를 그만 괴롭히란 말이야.”
판잣집 안은 밖과 마찬가지로 온갖 식기며 가구들이 바닥에 난장판이 되어있었다. 그리고 한쪽 구석에 성인의체를 가진 인형 하나와 지금 M4에게 쏜 권총을 양손에 꼭 쥔 채로 여전히 총구를 겨누고 있는 자그마한 인형이 쓰러진 성인 인형을 지키려는 듯이 그 앞에 기대 앉아 있었다.
‘자매인가?’
물론 공장에서 생산이 되는 인형이기에 진짜 자매일 리는 없겠지만 생산 단계에서 혹은 생산 이후에 자매의 인격을 가지게 되는 개체가 몇 개 있었다. 아마 그런 유형인 듯했다.
-탕-
“윽”
이번에는 M4의 볼에 맞은 탄환 때문에 인조 피부가 벗겨져 기계 부품이 살짝 드러났지만 M4는 멈추지 않고 인형 바로 앞까지 다가갔다.
이미 언니 쪽으로 보이는 인형은 머리와 팔다리가 거의 박살이 나 복구 불가능했다. 마인드맵 백업이 불가능한 인형에게는 사망 선고나 마찬가지였다.
‘어떻게든 동생 쪽이라도 살려야 해요.’
“안심하세요. 해치지 않아요.”
M4는 바로 자신의 눈앞에 총구가 겨누어지는 상황에서도 무릎을 꿇고 앉아 작은 인형을 안심시켰다. 인형은 지난밤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 초점 없이 어두운 눈으로 M4를 올려다보았다.
“구하러 왔어요. 그러니까 이제 그만 진정하세요.”
“왜, 이제야 왔어. 조금만 더 빨리 왔어도 조금만 더...”
벗겨진 인조피부 틈으로 M4의 기계부품을 보고 나사야 겨우 M4의 말이 진실임을 알아차린 인형이 겨누고 있던 총구가 무너지듯 주저앉음과 동시에 겨우겨우 버티고 있던 인형의 몸이 균형을 잃고 쓰러졌다. M4는 옆으로 쓰러지는 인형의 품에 안았고 무언가 축축한 액체가 인형의 머리에서 흘러나오는 것을 알아차렸다.
‘어?’
인형의 머리를 감싸 안았던 손을 확인한 M4의 표정은 사색이 되어갔고, 곧장 인형을 안아 들고는 판잣집 밖으로 뛰어나갔다.
붉은색의 뜨거운 액체.
“M16 빨리 본부에 지원요청을 해주세요.”
찢어진 머리에서 흘러나온 피를 붉게 뒤집어쓴 인형
“잠깐, M4 그거 피야?”
그리고 인형은 절대 피를 흘릴 수가 없었다.
PS1. 예전에 소전을 배경으로 이것저것 끄적여 보다가 겜을 접으면서 같이 접었었는데. 이번에 복귀한 김에 한번 다시 써봤습니다.
PS2. 일상 적인 이야기랑 본편 스토리랑 같이 진행 해보고 싶지만... 본편 스토리가 너무 꿈도 희망도 없어서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네요.
PS3. 별것 없는 소설이지만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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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머리피부가 다쳐서 밖으로 새는 피는 의외로 봉합만 잘 하면 되긴 합니다. 무서운건 뇌 안에서 터진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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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머리피부가 다쳐서 밖으로 새는 피는 의외로 봉합만 잘 하면 되긴 합니다. 무서운건 뇌 안에서 터진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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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쵸... 내부에서 터져서 외부로 배출이 안 되는 피가 제일 위험하다고 어디서 들은 기억이 나네요 | 21.01.09 21:26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