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람도 못 만나고 주말에 혼자 심심할 때 게임을 하거나 소설이나 끄적거리고 있습니다.
아직 진도를 많이 빼진 못 했기 때문에 글 올린다면 연재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수준으로 가아끔 글 올리겠지만 글 리젠이 적다는 말에 한번 슬쩍 던져보기나 하려고요.
제목은 현재로서는 미정입니다.
1.
소름이 끼칠 정도로 휘몰아치던 섬뜩한 바람은, 어느 새 시커먼 비구름마저 몰고 왔다.
희뿌옇게나마 밤하늘을 비춰 주고 있던 달빛은, 이젠 구름에 휩싸여 형태조차 보이지 않는다.
-투둑, 투두둑...
굵은 빗방울이 거친 소리를 내며 대지를 때리기 시작한다.
"데이트 약속 날짜를 잘못 잡았는데 이거. 크게 한 바탕 쏟아붓겠어."
어둠 속에서 남자같이 털털한 말투를 한, 약간 낮은 톤의 여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말이 끝나기게 무섭게, 하늘에서 낙뢰의 불빛이 번뜩였다.
"어차피 그 애들은 그런 것 따지지 않을 테니 상관 없잖아요."
차분한 모범생 같은 소녀의 목소리가 옆에서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번갯불빛과 함께 두 명의 그림자가 번쩍였다.
하나는 옆에 있는 그림자보다 키와 체격이 좀 컸으며, 단발머리를 한 모습이었다.
다른 하나는 어깨까지 오는 중간길이머리를 하고 있었으며, 옆에 있는 그림자 때문에 체구가 다소 작아 보였다.
강렬한 번갯불빛이 얼굴에 비치어 그림자 주인들의 피부는 유달리 핏기가 느껴지지 않는 하얀 빛으로 빛났다.
미인? 미소녀? 이 스산한 분위기에 현실성조차 느껴지지 않는 그녀들의 미모는 더욱 더 인간같이 보이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녀들은 인간이 아니었다. 전술인형이라 불리는 인간에 가깝게 만들어진 기계인간이었다.
"괜찮겠어?"
단발의 키가 큰 여성이... 아니 인형이 옆에 있는 인형에게 다시 물었다.
"제가 쓰고 있는 이 총기의 원형이 되는 물건은 과거 방수처리가 꽤나 나빴다는 말이 있었지만... 모양만 같을 뿐이지 엄연히 다른 물건이거든요.
비에 젖는다고 해도 녹이 심하게 슨다거나 기계고장이 난다거나 하는 일은 없을 거에요."
"그걸 묻고 있는게 아니란 걸 알고 있을텐데."
단발의 인형은 어이 없다는 투로 상대를 쏘아붙였다.
"넌 항상 마음에 없는 말을 하려고 할 때는 어설프게 말이 많아지지. 내가 너하고 하루이틀 알고 지낸 사이인 줄 알아?"
"네, 그러셨죠."
중간길이머리의 인형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그러니 제가 그 애들에게 돌아갈 수 없다는 것도 잘 아시잖아요."
"나 하나만 책임 지면 돼. 뒷일은 그 애들이 너를 어떻게든 도와줄 거라고."
"늦었어요. 그리고 그 애들... 아니 그 아이와 저는 언제가 되었든 결판을 내야만 하는 운명이에요."
단발의 인형의 얼굴은 이내 어두운 표정으로 바뀌었다. 이빨로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운명이라니... 우리는..."
단발의 인형은 어떤 말로 대꾸를 하고 싶었던 모양이었으나, 그런 자신의 처지가 우스웠는지 이내 말을 바꾸었다.
"훗... 내가 아는 어떤 녀석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정각이네요. 그 애들이 왔어요."
중간길이 머리 인형의 말을 들은 단발머리 인형은 안구파츠에 내장된 적외선 센서로 언덕 아래를 스캔했다.
그 곳에는 무장을 한 다섯 개의 실루엣이 조용히 움직이며 이 곳을 향해 올라오고 있었다.
"다시 한 번 더 말할게. 너는 아무런 잘못도 저지르지 않았어. 나한테 강제로 끌려다닌 것 뿐이야. 그러니 저 애들한테 돌아갈 수 있어. 더이상..."
"다시 한 번 더 말씀드리죠. 이미 늦었어요 선배님. 저는 이미 인간을 학살해 버린 인형이에요.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곳까지 왔어요."
단발의 인형은 그 말에 뭐라고 대꾸하려고 했지만, 어느 새 5명의 그림자가 그녀들의 4백 미터 근처까지 다가와 있었다.
"오랫만이에요 선배님. 그리고... 파트너."
5명의 그림자 중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둘을 향해 들려왔다.
2.
두 인형은 그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그녀들이 잘 알고 있는, 언제나 헤실헤실 웃는 얼굴에 붕뜬 말투를 쓰는 어떤 인형이었다.
"오는 길 궂은데 고생 많았다. 아스트라시아 보안국장도 잘 지내고 있지?"
단발의 인형은 능글거리는 말투로 대답했다.
"그래서? 우리한테 전해줄 말은?"
"돌아와 주십시오. 둘 다."
상대가 평소와는 다르게 지나치게 차분한 분위기였기에, 단발인형은 내심 놀라고 있었다.
"수십 명의 인간을 학살하고, 몇 개나 되는 연구시설을 파괴한 극악무도한 테러리스트 인형들이, 돌아와 달란답시고 '네, 알겠습니다~' 하고 순순히 돌아갈까?"
단발인형을 대신해 중간길이머리 인형이 코웃음을 치며 비아냥거렸다.
"뭔가 이유가 있었겠지. 둘은 막무가내로 그런 끔찍한 짓을 저지르는 인형이라고 생각하지 않거든. 돌아와서 사정을 말해주기만 한다면 얼마든지 변호하겠어."
"친한 척 하지 마. 어차피 말소명령을 받고 온 거잖아. 여기까지 와서 구질구질하게 질척거릴 필요 없지 않아?"
"꼭 그렇게까지 말할 필요는 없잖아요 대자...! 아..."
차분한 느낌의 목소리가, 중간길이머리 인형의 말을 반박하려다 말을 헛짚었다는 것을 깨닿고 말끝을 흐렸다.
"이전 대장이겠지. 아니면 대장이었던 퇴물이던지. 지금 대장은 너희들과 같이 있는 그 녀석이잖아."
"이봐, 꼭 그렇게까지 말해야겠어? 우리가 함께 했을 땐 널 진심으로 대장으로 생각했었다고!"
다소 어린 목소리가 항의를 해 왔다.
"그럼, 너희들의 지금 대장은 진심으로 대장이라 생각해 주지 않는다는 거니?"
"원한다면 돌려줄게. 지금 이 자리에서 바로 넘겨줄 수도 있어. 그러니 당장 우리한테 돌아와."
항상 웃음기 넘치던 익숙한 말투가 아니었다. 마치 지금 내리는 빗줄기만큼이나 차갑고 냉정했다.
"어떻게 하면 돌아올래? 땅에 머리라도 박을까? 네 신발 바닥이라도 핥을까? 개처럼 멍멍 짖으며 네 주변을 돌아주기라도 할까? 부탁이니까 제발 돌아와! 너와 난..."
"파트너라는 건 그저 인간이 채워 놓은 족쇄... 그 뿐이야. 너하고 난 아무런 사이도 아니었어. 태어난 그때부터 줄곧..."
"어이, 야?"
옆에 있던 단발 인형조차 표정과 말투에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아, 이 말을 해줘야겠네. 그 여자가 너희한테 가져오라고 했을 데이터... 내 메모리에 전부 들어있어. 그리고..."
긴 머리 인형은 왼손의 검지를 세워 자신의 머리를 가볍게 두드린 후, 옆의 단발 인형을 가리켰다.
"선배님의 메모리에는 데이터를 열람하기 위한 암호가 들어있지. 당연히 우린 넘겨줄 생각 따윈 추호도 없고 말야. 알겠어, K2 대장님?"
눈앞에 있는 전술인형 K2의 표정은 여전히 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온 몸을 부르르 떨고 있다는 것은 확실히 볼 수 있었다.
"원한다면, 우릴 해치우고 가져가렴. 그 방법밖에는 없어."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니? K1A!"
바람이 휘몰아쳤다. 매정함마저 느껴질 정도로 차가운 바람은, 이 곳에 있는 7명의 인형들의 머리카락을 거칠게 스쳐 지나가며 엉망으로 흐트려 놓았다.
"사람을 물어죽인 개는 사살당하지. 명령도 허가도 없이 사람을 죽인 인형은... 말소처리당해. 잘 알잖아?"
"그러니까 사정을 말씀해 주세요! 같은 팀이었잖아요? 뒷일은 저희가 어떻게든 해 볼테니까...!"
"됐어 K5. 저 녀석이 하고 싶은 말은 단지 하나 뿐인 거야."
"대장!"
전술인형 K2는 K5를 왼손의 손등으로 제지하며, K1A를 향해 조금씩 걸어나갔다.
"끝을 보자... 는 거겠지."
"끝을 보자, K2."
둘은 마치 약속이라도 해 둔 것처럼 동시에 같은 말을 차갑게 내뱉었다.
아참, 적으로 나오는 인형 두 명은 제가 설정한 오리캐입니다. 인게임에 나오는 애들을 억지로 악역으로 끌어와서 욕 먹이기는 싫어서요.
혹시라도 누구인가 추리하시고 계셨다면 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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