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특이점 시나리오 이후의 시점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스포가 있습니다. 현재 특이점 스토리를 모르고, 스포일러를 원하지 않으신 분은 백스페이스로 돌아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분명히 부탁 드렸습니다? 나중에 딴 소리 하지 말아주세요?
2. 오리지널 설정이 좀 있습니다. 게임 시스템에서 표현되는 버프를 어떻게 묘사해야 하나 골을 쥐어짜다가, 최근 어떤 작품들을 보면서 이거다! 하고 제 마음대로 설정을 재정립했습니다. 이게 어떻게 이렇게 되냐! 고 불편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제 오리지널 캐릭터가 나옵니다. 부디 그런 부분을 너그럽게 용서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3. 제 닉네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최애캐가 K-2입니다. 그래서 한돈이가 좀 많이 유능할 예정입니다. 국뽕 싫어하신다면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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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돌산과 황량한 평원이 만나는 곳.
그 접점에 깔려 있는 두 줄의 기차레일. 그리고 그 위를 달리는 열차.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이나 그림엽서에서나 볼 듯한 장관이, 여기에 있다.
고속의 열차가 일으키는 바람을 맞으며, 한 미녀가 바람에 세 갈래로 땋은 은발을 나부끼고 있었다.
검은 안대로 상처입은 눈과 얼굴을 가리고, 왼손에 검은 색의 소총의 총신을 움켜 쥐고, 개머리판을 지팡이처럼 땅에 짚은 채,
오른손을 허리에 얹고서 살짝 비스듬한 자세로 지루하다는 듯이 서 있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평범한 인간이 저렇게 서 있을 수 있을 리가 없다.
초고속은 아니라지만 고속으로 달리는 열차가 일으키는 역풍은, 맨몸의 인간이 서서 버텨낼 수 있는 정도가 아니다.
그런 강풍을 산들바람을 쐐듯이 가뿐하게 버틸 수 있는 것은, 그녀가 인간의 모습을 했지만 인간의 능력을 훨씬 초월한 존재인 기계인간, [전술인형]이기 때문이었다.
"흐응. 교대시간이 되어서 슬슬 들어가 보려 했더니..."
그녀는 코웃음을 치며 비스듬하게 서 있던 자세를 바로잡고, 땅을 짚고 있던 소총의 개머리판을 왼발의 옆면으로 살짝 튕기듯이 걷어찼다.
그와 동시에 총구를 쥐고 있던 왼손을 살짝 편다.
그러자 검은 색의 소총은 그녀의 가슴 언저리에서 공중을 살짝 두세 바퀴 빙글빙글 돌더니, 그녀의 왼손 위에 총열덮개를, 그녀의 오른손에 방아쇠 뭉치를 안착시킨다.
마치 의장대의 화려한 퍼포먼스를 연상케 하는 이 묘기는, 그녀와 소총이 한 몸과 같은 존재라는 것을 말해 주는 행위였다.
그녀의 하나 남은 멀쩡한 눈이 전의에 물들며, 맞은 편에서 오는 열차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 열차의 위에 있는 인간 모양의 다섯 개의 그림자가 그녀의 시야에 포착되었기 때문이었다.
그 그림자들 또한 그녀처럼 열차의 역풍을 맞으며 당당히 서 있었다. 당연히 평범한 인간이 아니란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그림자들, 아니 그녀들에게서 발산되고 있는 시그널... 그녀가 너무나도 잘 아는 패턴의 신호였으며, 엄연히 그녀와 적대하는 세력의 것이었다.
모를 리가 없다. 과거 그녀가 몸 담았던 곳, 그리폰의 신호였기 때문이다.
그녀는 그녀의 이름이기도 하며 주 무기인 소총, M16A1으로 적들을 겨냥했다.
저 녀석들이 단순히 기차여행을 즐기러 왔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만약 그랬다면, 저 녀석들에게서 느껴지는 이 전의는 무엇으로 설명할 것인가.
두 열차의 간격이 가까워지며 10개의 눈동자에서 쏘아진 시선이 그녀에게 집중된다.
저 녀석들의 머리 위를 멤돌고 있는 검은 빛의 드론들이, 전투 준비 태세에 들어간 듯이 더욱 거칠고 활발하게 움직인다.
'역시나... 추격자인가.'
리더로 보이는 녀석을 빨리 전투불능으로 만들어 지휘계통을 무너뜨리면, 녀석들이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열차는 스쳐지나갈 것이다.
불필요한 전투는 피할 수 있고, 열차에 타고 있는 승객들도 수상한 낌새를 느끼고 신고를 하거나 인터넷에 소식을 퍼뜨리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의 M16의 전투능력으로 저 5명을 혼자 제압할 수가 없어서가 아니다.
그녀의 일행은 가능한 한 은밀하게 목적지까지 이동해야만 한다.
때문에 쓸데없는 소란을 일으키고 싶지 않은 것일 뿐이다.
"그럼 나 먼저 갈께, 아자!"
어린 소녀가 경쾌한 목소리를 내며 소녀의 주변을 멤돌던 드론 1기와 함께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M16의 시선을 그녀의 몸뚱이와 그림자로 가리면서, 그녀의 목소리로 M16의 주의를 빼앗는다.
'응? 아차!'
왜 하필이면 평소 최전방에 나서서 그녀의 등으로 동료들을 지키던 예전 습관이 지금 튀어나왔던 것일까.
갑자기 달려드는 적의 돌격병에게 자신도 모르게 총구를 그 쪽으로 돌리고 말았다.
-타타타탕!
M16의 총구에서 불꽃과 함께 총탄이 뿜어져 나왔다.
하지만 그녀에게 도전한 작은 체구의 하얀 인형은, 등허리 쪽에 장비되어 있는 방탄판을 앞으로 재빨리 돌려, 자신에게 날아오는 소총탄을 막아낸다.
-후두두둑
돌바닥에 떨어지는 빗방울 같은 소리를 내며, M16이 발사한 총탄과 탄피는 맥없이 열차의 지붕 위로 떨어졌다.
M16의 총격을 가볍게 무력화시킨 그 소녀는, M16의 머리 위를 휙 뛰어 넘어서 그녀의 뒤쪽으로 가볍게 착지했다.
"샷건인가."
쓸모없이 탄소비를 했다는 생각에 M16은 혀를 차며 눈쌀을 찌푸렸다.
예전의 기억을 더듬어 샷건을 사용하는 그리폰 소속의 인형을 되뇌어 보았다. 역시나, 적의 외견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데이터 하나가 검출되었다.
"내 메모리에 남아 있는 버전의 그리폰 인형들 데이터모음에서 확인했다. 아마도 넌... USAS-12 인 모양이군?"
"헤헤, 당신이 날 알고 있을 정도야? 나도 그리폰에서 짬이 좀 되었나 봐?"
작은 소녀는 씨익 웃으며 그녀를 따라온 드론... 아니 요정이라 불리는 존재를 향해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요정은 자신의 동체 이곳저곳을 변형시키기 시작하더니, 거대한 방패의 모양이 되어 USAS-12의 왼쪽 방탄판과 합체하는 것이었다.
전투복이라기 보다는 교복에 가까운 복장, 은발의 긴 머리를 한 귀여운 얼굴과 작은 몸집.
커다란 방패와 샷건을 장비한 주제에 총알이 날아다니는 살벌한 곳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그런 외견. 정말이지 아이러니한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USAS는 당당히 서 있었다.
"하아 이런, 대처가 늦었군. 이거 드리머가 신나게 씹어대겠는데."
M16은 멀쩡한 한쪽 눈으로, 눈 앞의 USAS-12와 M16을 스쳐지나가는 맞은 편 열차를 번갈아 훑어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조금 전만하더라도 열차 위에 있었던 남은 네 명의 그림자가, 지금은 그 곳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당신 대처가 늦은 게 아니라, 우리 대장이 교활한 거야. 겉보기랑 달리 아주 여우거든?"
"이봐요 USAS씨? 다 들리거든요?"
USAS-12의 등 뒤쪽에서, 지금 자신은 삐쳤다는 듯 떽떽거리며 USAS의 말에 반론을 표하고 있는 순진하고 귀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랬다. 그들은 이미 USAS-12가 M16의 시선을 잠시 붙잡아 둔 사이, 전원 열차 환승에 성공한 것이었다.
"내 메모리에 너에 관한 데이터도 남아 있다. 꽤 유명한 신인이 제작완료 되었다고 소문이 자자했었지."
쓴 웃음을 지으며 M16은 목소리의 주인을 쏘아보았다.
"이제는 소대의 대장까지 맡을 정도로 출세했나보군 K-2?"
"아하하... 저를 기억해 주시다니 영광입니다 선배님."
허리까지 내려오는 밤색의 긴 머리를 바람에 휘날리며, M16에게 가볍게 경례하는 미소녀가 있었다.
자신이 가진 소총의 이미지가 투영된, 화려하고 노출도 높은 복장을 한 그 전술인형과 M16은 지금 처음 대면하는 것이지만, 이상하게도 아주 낯설다는 느낌은 없었다.
아마도 그녀가 가지고 있는 무기인 M16 A1이 저쪽 전술인형의 무기 K-2와 아주 약간이지만 관련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미 적이 된 자신에게 헤실헤실 웃으며 경례까지 하는, 겉보기에는 순진하고 꺼벙해 보이는 저 녀석이었지만 M16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실제로 K-2는 자신에 대한 전의를 전혀 거두지 않고 있기 때문이었다.
USAS도 말했었지만, 겉으로 실실대고 있어도 속으로는 어떻게 하면 보다 효율적으로, 보다 빨리 M16의 코어를 박살낼 수 있을까 계획을 짜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살짝 총구와 총을 아랫쪽으로 내리며, 나머지 세 명의 모습을 눈동자로 훑어나갔다.
한 명은 흰 색의 레오타드와 검은 색의 원피스가 합쳐진 듯한 옷에 군청색의 군용 재킷을 입은 금발의 미소녀였다.
한 손에는 권총을 들고 있었으며, 특이하게 신발을 신고 있지 않았다.
'리베롤 이후로 신발을 신지 않은 녀석은 처음이군... 신발의 무게조차 버리고 스피드에 모든 걸 걸겠다는 건가.'
또 한 명은, 푸른 빛이감도는 긴 머리를 한 쪽으로 모아, 시험관 집게를 머리끈 또는 머리핀 대용으로 써서 사이드 포니테일로 묶어 고정시킨 독특한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었다.
눈에 띌 정도로 독특하고 거대한 그녀의 개인화기는 그녀의 왼쪽 어깨와 목 언저리를 한바퀴 빙 둘러 놓은 총기멜빵으로 연결되어 이탈을 방지하고 있었으며, 왼쪽 옆구리는 거대한 아이스박스가 동여메어져 있었다.
배짱이 두둑한 것인지, 아니면 나사가 하나 빠진 것인지, 그녀는 눈 앞에 M16을 보고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아이스박스에서 닥X 페X로 보이는 빨간 캔을 하나 꺼내서 뚜껑을 딴 다음, 벌컥벌컥 들이켰다.
도발인가, 무시인가, 무신경인가. 하지만 M16은 아무래도 좋은 그런 싸구려 시비질에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아니, 신경도 쓰이지 않았다.
왜냐 하면, 저 5명 중 마지막 멤버가 정말로 M16의 신경을 제대로 건드리는 존재였기 때문이었다.
"너희 지휘관도 참 악취미군 그래."
"그런가? 난 로망을 잘 아는 남자라고 생각하는데."
누구보다도 낯익고 누구보다도 익숙한 목소리가 능글거리며 그녀에게 말대꾸를 해 왔다.
"흥, 보기만 해도 이가 갈릴 것 같은 상대와 싸우게 하는 인간이 악취미가 아니면 뭐라는 거지?"
"글쎄... 나와 당신이 서로 만나서 싸우는 시츄에이션... 이게 말 그대로 남자의 로망이라고 생각한다만?"
"미안한데, 난 이래봬도 일단 성별이 여자라 그런 남자의 로망이란 거, 이해가 잘 안 되는데 말이지?"
"잭 다니엘이 취미인 주제에 자신을 여자답다고 생각하는 걸까?"
"난 그런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은 없는데 말이지?"
능글능글한 미소와 함께 M16을 잔뜩 도발하던 상대는 씨익, 하고 흰 이를 드러내며 대답했다.
"당신이 가장 잘 알겠지만, 나도 사고방식이 그렇진 않지. 그냥... 되먹지도 않게 쿨한척 하고 있는 당신이 꼴 보기 싫어서 약올리고 있는 것 뿐."
M16은 얼굴 한가득 불쾌하다는 감정을 띄우며 자신의 눈 앞에 있는 전술인형을 쏘아보았다.
그녀와 똑같은 얼굴, 그녀와 똑같은 목소리, 그녀와 똑같은 미소.
다른 점이 있다면 멀쩡한 두 눈과, 과거의 자신과 같은 검은빛의 머리카락과, 한때 자신이 했었던 단발머리의 헤어스타일이다.
분명히 상대는, 자신의 과거의 모습을 한 존재였다.
"넌... 누구냐."
"아, 이런. 자기소개가 늦었네? 아마 당신도 느꼈겠지만... 난 한때 당신의 등 뒤를 따라다니던 더미인형이었어. 이번에는 적이 된 당신의 등 뒤를 쫓으라며 임시 마인드맵을 넣어주더군."
그녀는 M16을 짖궂은 시선으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렇게 전술인형 비스~읏한 물건으로 개조된 콜트 603K야. 당신이면서도 당신이 아닌 존재이지. 잘 부탁해, 나이면서 내가 아닌 존재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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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첫 소설 올리는데 등록버튼 누르기가 이렇게 손이 바들바들 떨리고 심장이 두근거리는데 그간 다른 작가님들은 어떻게 올리셨던 겁니까.
뒷얘기는... 그때그때 상황 봐서 찔끔찔끔 쓸 거라 계속할지 여기서 끝낼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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