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날에는 집에서 가까운 홍대 주변에서 시간을 보내곤 합니다.
그러다보니 어느 새 차곡차곡 쌓인 홍대 카페 사진들을 한 번 모아서 올려봅니다.
우선 시작은 연남동 카페, 마가렛.
음료보다는 티푸드가 메인인 카페입니다.
연남동 특유의 주택 개조해서 만든 카페인지라 공간 구성이 좀 애매합니다.
1층에 자리가 없으면 음료와 케이크를 사서 밖으로 나와서 계단 통해 2층으로 갖고 올라가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요.
들어서면 시선을 사로잡는 케이크 진열대.
마가렛의 시그니처 메뉴는 바로 이 다양한 큐브 파이들입니다.
케이크가 아니라 파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크로아상처럼 반죽을 겹겹이 쌓아서 구웠습니다.
큐브 파이는 겉모습이 특이해서 사진 찍기는 좋은데, 맛은 뭐 딱 예상대로의 맛입니다.
잘라보면 큐브 파이 특색에 맞춰서 크림 필링이 잔뜩 들어있는데 좀 과도하게 많이 들었다는 느낌.
파이 생지에 안그래도 버터가 잔뜩 들어갔을텐데 여기에 크림을 더하니 느끼하다는 생각이 안 들 수가 없습니다.
필링을 엄청나게 고급스럽고 맛있게 잘 만들거나, 아니면 맛을 좀 더 강하게 하고 양을 줄이면 어땠을까 싶네요.
1인 1큐브하기에는 좀 부담스럽고, 둘이서 홍차나 커피 앞에 두고 나눠먹기 좋은 정도.
네모네모한 모습이 흔히 볼 수 없는 디저트인데다가 애들이 좋아할만한 모양이라 아이들 생일파티나 손님맞이 할 일 있으면 여러개 사다가 집에서 다과 용도로 쓰기는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예전에 출판된 만화책 중에 "서양골동양과자점"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재벌집 아들인 가게 주인, 마성의 게이 파티쉐와 전직 복서 출신 견습생, 재벌집 아들 경호원 겸 서빙 알바.
이렇게 네 명의 꽃미남이 만들어 나가는, 호스트빠처럼 보이는 카페 이야기입니다.
개인적으로 참 감명깊게 봤던 만화이기도 한데 줄거리보다도 카페를 묘사하는 디테일이 심금을 울렸기 때문입니다.
수십만원짜리 물잔, 고급 재료를 아낌없이 때려박는 천재 파티쉐, 접시와 가구도 하나같이 명품 앤틱 가구들, 케이크 배달은 빨간색 페라리로.
그래서 연남동 앤티크 커피도 뭔가 잔뜩 기대를 하며 들어가게 되더군요.
서울 여기저기에 분점이 네 군데 정도 있는 것 같은데, 연남점은 사람이 굉장히 많이 몰립니다.
가게 앞에 늘어서 있는 웨이팅용 의자만 봐도 알 수 있지요.
들어가자마자 마주치게 되는 것은 케이크 테이블.
'이건 확실히 전문가의 솜씨다!'라는 게 확 와닿는 디스플레이입니다.
단순히 꽃장식 좀 늘어놨다고 해서 이런 결과물이 나오는게 아니거든요.
높낮이 조절을 위해 다양한 높이의 스탠드를 활용하고 케이크의 배색도 꼼꼼히 신경써서 배치해야 이런 화려함이 가능합니다.
(다만 위생 측면에서는 좀...)
내부는 대략 이런 모습.
유리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라곤 볼 거 없는 골목길 뿐이니 아예 이렇게 가려버리고 조명 쏴주는 것도 현명한 선택입니다.
좌석 수는 꽤나 많은데, 평일 오전에 브런치 먹으러 갔는데도 사람이 꽤나 많이 들어오더군요.
브런치 먹으러 갔던거라 케이크 대신 애플카도 햄버거와 스콘, 그리고 앤틱 오렌지 스파클링을 곁들입니다.
엄청나게 커다란 크기의 햄버거 케이크를 미리 컷팅해서 케이크 테이블에 올려놨는데, 그 중 한 조각을 가져오면 됩니다.
당연히 햄버거처럼 한 입에 먹지는 못하고, 분해해서 오픈 샌드위치 두 개로 나누어서 칼로 잘라 먹는게 좋습니다.
빵 종류는 (다 먹어보지는 못했지만) 대부분 기본 이상은 합니다. 카페 열 군데 줄세워 놓으면 1등은 무리라도 2~3등 정도는 하지 않을까 싶은 느낌.
손님부터 끌어들이고 보자는 생각에 겉만 번드르르하게 꾸며놓는 가게들도 많은데, 여기는 확실히 맛도 있습니다.
다만 시그니처 음료가 죄다 크림을 때려붓는 종류라서 케이크와 함께 먹기엔 좀 부담스러운 조합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앤틱 오렌지 스파클링을 좋아하는데, 살짝 한 번 저어주면 (마구 저으면 확 올라오면서 넘쳐버립니다) 유체역학 샘플 보는 것마냥 거품 파도가 섞이는 모습이 제 취향이거든요.
일단 맛을 평가하자면 전형적인 '강남 카페 스탠다드'입니다.
제대로 된 재료를 레시피 따라 만드는 게 호텔 스탠다드라면, 여기에 인스타 갬성을 좀 뿌려서 사진 찍기 좋은 모양을 만들어내는 게 강남 카페 스타일이죠 ㅎㅎ 뭐, 제 개인적인 기준입니다만.
여기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면 이제 예술의 경지에 들어가는 디저트들이 있는데, 그 레벨은 아닙니다.
접시도 진짜 앤틱은 아니고, 꽃도 생화가 아니라 조화.
만화나 영화 속에서 등장했던 진짜 "앤티크"에 비하면 여러모로 뭔가 약간씩 손색이 있는, 그런 곳입니다.
물론 이 정도나마 제대로 따라하는 곳이 흔치 않기에 조금 투덜거리기는 해도 후한 점수를 줄 수밖에 없지만요.
가격의 압박 (케이크 한 조각에 음료 한 잔 먹어도 만오천원은 가볍게 넘어갑니다), 그리고 저처럼 월요일이 휴일이라 브런치 먹으러 설렁설렁 갈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웨이팅의 압박을 이겨내야 한다는 점도 잊으면 안됩니다.
커피 메뉴에서 '모카'는 초콜렛을 의미합니다. 모카 라떼라고 하면 커피와 우유에 초코 시럽이 들어가지요.
반면 베이킹에서 '모카'는 커피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모카 케이크라고 하면 커피향이 필수인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원래 중동 지역의 커피가 수출되기 전에 모이는 집결지였던 곳이 모카 항구였습니다.
석유가 거의 나지 않는 두바이의 항구에 수출용 석유가 모이기 때문에 '두바이유'라고 부르듯, 모카 커피 역시 항구 이름을 따서 붙은 셈이지요.
당시 중동산 고품질 커피의 특징이 초콜릿 향이었기 때문에 모카는 커피와 초콜릿을 아우르는 단어가 되었습니다.
그 외에도 커피와 초콜릿은 비슷한 점이 꽤나 많습니다. 일단 볶아야 한다는 점에서 그렇지요.
로스팅 마스터즈라는 이름 밑에 커피와 초콜릿이 함께 붙어도 이상하지 않은 이유입니다.
홍대쪽에 본점이 있고 연남동과 합정(상수동) 쪽에 분점이 있는, 본격적인 프랜차이즈라고 하기엔 아직 규모가 좀 작은 카페입니다.
로스팅마스터즈의 시그니쳐, 멜팅초코.
옛날부터 진짜 찐한 핫초코 먹으려고 뻘짓을 했던 입장에서도 꽤나 만족할만한 핫초코 퀄리티입니다.
카카오버터 빼낸 가짜 초콜렛이 아니라 진짜 초콜렛을 그대로 녹인 맛. 설탕을 과하게 넣지 않아서 쌉싸름한 풍미가 잘 어우러집니다.
가장 아쉬운 부분이라면 요즘 트렌드가 스타벅스의 영향으로 인해 크림 왕창 넣는 방향이라 그런지 크림 비율이 꽤나 높아서 살짝 느끼하다는 거.
그리고 마쉬멜로우가 없다는 점 정도일까요.
음료는 크림을 빼고, 추가금 옵션으로 넣더라도 큼직한 마쉬멜로우 하나 동동 띄워 먹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속으로는 투덜거리면서도 계피가루 좀 뿌려달라고 해서 마지막 한방울까지 맛있게 냠냠 먹어치우긴 했지만요.
티크닉. 커피보다는 홍차가 메인인 가게입니다.
가게 공간이 둘로 완전히 나뉘어 있어서 좌석 수는 굉장히 적습니다.
5테이블 정도인가밖에 안되는데 그나마도 4인 테이블은 없고 대부분 2인 테이블. 중간 벽을 헐고 공간을 텄으면 좋았겠다 싶네요.
아마도 내력벽이라서 부득이하게 이런 구조인 것 같은데, 그래서인지 가게에서도 모자라는 좌석을 만회하려고 피크닉 바스켓을 대여하고 있습니다.
외국에서나 볼 법한 소풍용 바스켓에 돗자리와 홍차와 스콘 등을 담아서 빌려주는 거지요.
다즐링, 마살라 차이, 그리고 스콘 샌드.
잘 우려낸 다즐링, 설탕이 하나도 안 들어가서 좀 의외였던 마살라 차이.
뭐, 여기까지는 그럭저럭 괜찮다 수준이었는데 스콘 샌드에서 점수를 팍팍 줄만 하네요.
스콘도 스콘이지만 크림이 생크림이나 크림치즈가 아니라 클로티드 크림입니다.
여기에 잼을 얹었으니 이건 아무리 봐도 크림티. 다만 크림티라고 하면 음료로 알아들을 사람이 대부분이라서인지 스콘 샌드라는 이름을 붙였나 봅니다.
맨날 마시던 커피에 질릴 때면 종종 들러서 크림티와 홍차를 즐기기 좋은 곳이네요.
연남동 카페들은 주로 연남동을 가로지르는 경의선 숲길 동쪽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동남쪽과 서북쪽 카페들은 살짝 미묘하게 분위기가 다릅니다.
동남쪽이 오밀조밀 미로 속의 숨은 맛집을 찾아내는 느낌이라면, 서북쪽은 쉬엄쉬엄 산책하다 우연히 마주치는 느낌이랄까요.
하지만 대부분 주택을 개조해서 만들었다는데는 큰 차이가 없는지라 좌석 수 역시 그닥 많지 않습니다.
날씨 좋은 주말에 사람들이 엄청나게 몰리면 웨이팅이 아니라 가게 밖으로 줄 서는 경우도 발생하지요.
그래서 평수 넓은 주택을 개조해서 만든 아트클로버는 상대적으로 많은 좌석 덕에 갈 곳 없는 사람들의 마지막 피난처가 되곤 합니다.
갤러리 카페라는 컨셉에 충실하게 안쪽 벽은 화가들의 작품을 전시 및 판매하고 있습니다.
시원하게, 혹은 따뜻하게 앉아서 음료를 마시며 미술관에 온 느낌으로 감상하기 좋지요.
다만 분위기가 막 오래 앉아 책을 보거나 노트북을 할 만한, 그런 곳은 아닙니다.
지난 여름에 갔던 곳이라 음료는 시원한 페퍼민트 차와 토마토 바질 에이드를 주문했었네요.
토마토 바질 음료라니 이게 뭔 끔직한 소리인가 싶을 수도 있는데 예전에 CIA에서도 먹어본 적 있는, 나름 아는 사람은 아는 레시피입니다.
시그니처 메뉴는 라떼 위에 클로버 모양으로 말차 가루를 뿌려주는 '클로버 라떼'인데,
봄이 오기 전에 한 번 들러서 새로운 전시물도 관람하며 한 잔 마셔줘야겠네요.
연남동 카페, 롱 베케이션.
꽤나 많은 카페들이 그렇듯이 이곳 역시 골목길의 좁다란 계단을 올라가야 만날 수 있습니다.
처음에 롱베케이션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땐 '롱바케도 아니고.. ㅋㅋ'했는데 막상 가보니 진짜 롱바케였습니다.
문 열고 들어서자마자 뙇!하고 보이는 기무라 타쿠야의 사진이라니.
롱바케는 1996년에 일본에서 방영된 드라마로 엄청난 흥행을 불러일으켰었지요.
물론 전 직접 본 것은 아니고 시티팝을 듣던 중에 신비의 알고리즘이 내용 축약본 뮤직비디오를 틀어줘서 알게 됬습니다만.
어쨌거나 그 제목인 롱 베케이션 역시 80년대 버블이 한창일 때의 음반 레이블에서 따 온 이름이고
무엇보다 주제곡인 'LaLaLa Love song'이 워낙 좋은 노래라 계속 듣게 됩니다.
너무 올드한 거 아니냐고 생각되시는 분들은 백예린 버전을 들으면서 들어갑시다.
그 이름답게 일본식 말차 베리에이션 메뉴가 주력입니다.
말차 라떼와 말차 롤케이크를 주문합니다. 말차 푸딩이 시그니처이긴 한데 롤케이크쪽이 더 맛있습니다. 다만 이쪽은 한정 수량이라는 게 문제.
롤케이크를 눕혀서 포크로 잘라 먹으며 말차 라떼를 마시면 왠지 시티팝에서 우러나오는 80~90년대 갬성과 일본 여행의 추억이 스물스물 뒤섞입니다.
실내를 약간 모던한 일본풍으로 나무 슬레이트 벽에 아래쪽은 자갈을 깔아두고 대나무를 배치해둬서 그런가 봅니다.
롤케이크도, 말차 라떼도 다 맛있습니다. 보통 카페에서 인스턴트 가루에 뜨거운 물만 타서 나오는 말차 라떼와는 확실히 다른 맛.
다만 작은 소망이라면 말차라떼 말고 그냥 오리지널 말차도 팔면 좋겠다는 거. 그래야 딸기모찌 곁들여 먹기 좋거든요.
곳곳에 널린 일본식 라멘과 돈카츠를 먹고 그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가며 일본식 가루차를 즐기고 싶다면 추천할만한 곳입니다.
-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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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슬픈건 이런가게들이 이삼년뒤에 남는비율이 절반도안된다는거죠..(자의든 타의든) 정말 오래오래가는가게좀 많이 남길바랍니다.. 외국여행객들도 하는소리들이 항상 괜찮은가게가있어서 다시왔는데 없어져있다..이런경우 정말많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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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유명세 타는 빵집 빵들 보면 크림이랑 크림치즈가 너무 과해지는 느낌이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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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렛 저기는 작년인가 재작년에 갔을때 자동 머신 사용하길래 걍 거르고 보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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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저도 커피 말고 홍차를 마셨지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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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남동에서는 개인적으로 브론시스 정말 애정합니다 계절과일 타르트랑 커피가 메인인 가겐데 타르트도 맛이 괜찮고 커피가 정말 맛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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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는 디저트로 승부 보는 카페가 많더라구요. 근데 몇몇은 보기엔 그럴듯한데 맛이 업소용 ㅠ_ㅠ 그야말로 인스타 갬성을 위한... | 24.03.28 17:0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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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당! | 24.03.28 18:1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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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저도 커피 말고 홍차를 마셨지요 ㅋㅋ | 24.03.28 18:2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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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가 커피를 자동머신으로 내려요??? | 24.04.05 23:4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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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도 자동머신으로 내리긴 하니까요 ㅎㅎ | 24.04.07 07:2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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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수 없죠.. 이런곳들 자체가 커피숍 과열경쟁의 결과물들이라 사라지는것도 경쟁에 떠밀려 사라질수밖에;; | 24.04.08 11:2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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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본셔 사람은 "우리가 옳았다!"고 좋아할지도 모르겠네요 ㅋㅋ | 24.03.29 11:0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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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세가 많은 크림or크림치즈라 그런듯 | 24.04.06 00:2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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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누아즈리 리에 말씀이시군요 거기 맛있죠 | 24.04.07 10:0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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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맞아요 이름이 가물거려서 대충 썼네요. 동네분이시구나 ㅋㅋㅋㅋㅋ 반가워요. | 24.04.07 18:0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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