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벌써 <붉은사막>을 100시간 넘게 플레이하고 있지만, 펄어비스가 왜 굳이 세 명의 플레이어블 캐릭터를 넣었는지 여전히 의문입니다. <검은사막>에서 정평이 났던 그 훌륭한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기능을 포기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놀랐는데, 정작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마주한 건 수 분간의 로딩 끝에 나타난 '어디서 본 듯한 투박한 스코틀랜드 청년(클리프)'이었으니까요.
그러다 수십 시간이 지난 뒤에야 데메니스 검사 '다미에르'를 조작하게 되고, 또 한참이 지나서야 회색갈기 소속의 도끼술사 '웅카'가 합류합니다. 보통 이런 구성은 "다다익선"이라며 환영받기 마련이죠. 하지만 <붉은사막>이 이 세 명을 다루는 방식은 마치 개발 막바지에 급조된 느낌이거나, 초기 기획은 원대했으나 개발 과정이 길어지면서 제대로 구현하지 못한 '미완성 시스템'처럼 느껴집니다.
다미에르와 웅카라는 캐릭터 자체가 별로라는 뜻은 아닙니다. 세 명의 손맛은 확실히 다릅니다. 특히 다미에르는 조작하는 재미가 쏠쏠하죠. 날렵한 움직임과 빛 속성의 원거리 공격은 덩치 큰 클리프나 웅카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쾌감을 줍니다. 반응 속도도 훨씬 빠르고 경쾌해서, 게임이 방해만 안 했다면 전 플레이 시간 대부분을 다미에르로 보냈을 겁니다.
문제는 <붉은사막>이 철저하게 '클리프의 이야기'라는 점입니다. 저는 다미에르를 해금하자마자 바로 캐릭터를 바꿨습니다. 원래 날렵한 캐릭터를 선호하기도 하고, 여성 유저로서 제 자신을 투영할 수 있는 캐릭터에 더 끌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퀘스트를 수행하려고만 하면 게임은 자꾸 저를 클리프로 되돌려 놓았습니다. 스타일로 카메라가 하늘 위로 솟구치더니, 강제로 클리프의 시점으로 절 던져버리더군요.
더 황당한 건, 메인 스토리를 미친 듯이 밀지 않는 이상 다미에르를 아예 선택조차 할 수 없는 구간이 몇 시간씩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제대로 활용할 수도 없게 만들 거라면 대체 왜 선택지를 준 걸까요? 웅카는 더 심합니다. 파티가 다 끝나서 취객들만 널브러져 있을 때쯤 뒤늦게 등장하는 손님 같아요. 묵직하고 한 방이 있는 캐릭터를 선호하는 유저라면, 게임 시작 후 50시간은 지나야 겨우 그 맛을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분통을 터뜨릴 겁니다.
이들이 클리프의 '대타'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시스템 곳곳에서 드러납니다. 두 캐릭터의 스킬 트리는 클리프에 비해 훨씬 빈약합니다. 클리프가 가진 특정 기술이 없어서 퍼즐을 풀거나 지형을 통과하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해, 결국 '포스 팜'이나 '액시엄 포스'를 쓰기 위해 강제로 캐릭터를 스왑해야 합니다. 장비나 무기 역시 클리프의 산더미 같은 아이템에 비하면 그저 구색 맞추기 수준으로 드문드문 배치되어 있을 뿐입니다.
내러티브 측면에서도 세 명의 조화는 거의 느껴지지 않습니다. 메인 스토리 도중 클리프를 떼어놓고 다미에르나 웅카로 한두 번 전투를 치르게 하는 구간이 있는데, 이건 신선한 기분 전환이 아니라 일종의 '벌칙'처럼 다가왔습니다. 스킬도 안 찍혀 있고 장비도 부실한 캐릭터로 강력한 보스를 상대해야 하는 건 고역이니까요.
그렇다고 다미에르나 웅카에게 스킬 포인트와 재료를 쏟아붓는 건 돈 낭비처럼 느껴집니다. 스킬 포인트가 세 캐릭터 공유 방식이라, 다른 캐릭터에게 투자할수록 클리프가 약해지기 때문입니다. 장비 강화도 결국 같은 재화가 들어가니, 전력을 분산시키는 것이 파티 전체를 약화시키는 꼴이 됩니다.
펄어비스가 "세 명의 주인공"이라는 아이디어가 정말 좋다고 생각했다가 방대한 오픈월드 구현 과정에서 길을 잃은 건지, 아니면 출시 직전에 높으신 분이 "요즘 대세는 앙상블 캐스트다, 클리프만 쓰면 유저들이 지루해한다"라고 해서 급하게 끼워 넣은 건지 헷갈릴 정도입니다.
참 아쉬운 대목입니다. 사실 다미에르가 클리프보다 훨씬 매력적인 서사를 가졌거든요. 멸문한 가문의 생존자이자, 행방불명된 스승을 찾는 검사라는 설정은 이 불친절한 서사 속에서도 계속 파고들고 싶게 만드는 힘이 있었습니다. 클리프와 웅카의 끈끈한 유대 관계 역시 직접 플레이하며 깊이 있게 경험했다면 훨씬 좋았을 겁니다.
<붉은사막>은 흥미롭고 독특한 설계가 가득한 게임이지만, 이 어정쩡한 주인공 시스템은 가장 당혹스러운 결정 중 하나입니다. 차라리 세 명의 서사를 완벽하게 엮어내든지, 아니면 그냥 클리프 혼자만의 단독 주인공 게임으로 남겨뒀어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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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붉은사막 디자인중 최악은 플레이어블 3인방이다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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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석일수 : 462일 LV.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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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6.03.28 (09: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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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28 (09: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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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이렇게 낼 거였으면 걍 커스텀 생성 캐릭으로 하는 게 나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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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는데 안한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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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 계획적으로 컨텐츠 제작한게 아닌거 같아서 만들다 다른거 만들러간듯 ㅋㅋㅋ 제작하는 자기들도 샌드박스로 개발한듯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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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음~ 이거 하면서 느낀 것이 플레이어블은 만들다만 시스템이다 라는 것입니다. 다른 똥같은 것들은 참겠는데 플레이어블 만큼은 저도 굉장히 불만족 이라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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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방향성은 젤다 였던 거 같은데 누가 레데리 같은 걸 하고 왔는지 "야 그래도 스토리는 좀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 라고 밀어붙여서 몇 안 되는 스토리팀(진짜 몇 안 됨)이 끄적여 온 거 펜 굴리는 애들 안 좋아하는 대표나 팀 분위기상 잘 들어줄리 없고 넣거나 빼거나 결정해야 하는데 그거 조차 딱히 결정 못 해서 그냥 들어있는 거 만큼만 넣자고 해서 들어가 있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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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이렇게 낼 거였으면 걍 커스텀 생성 캐릭으로 하는 게 나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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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음~ 이거 하면서 느낀 것이 플레이어블은 만들다만 시스템이다 라는 것입니다. 다른 똥같은 것들은 참겠는데 플레이어블 만큼은 저도 굉장히 불만족 이라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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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 계획적으로 컨텐츠 제작한게 아닌거 같아서 만들다 다른거 만들러간듯 ㅋㅋㅋ 제작하는 자기들도 샌드박스로 개발한듯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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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방향성은 젤다 였던 거 같은데 누가 레데리 같은 걸 하고 왔는지 "야 그래도 스토리는 좀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 라고 밀어붙여서 몇 안 되는 스토리팀(진짜 몇 안 됨)이 끄적여 온 거 펜 굴리는 애들 안 좋아하는 대표나 팀 분위기상 잘 들어줄리 없고 넣거나 빼거나 결정해야 하는데 그거 조차 딱히 결정 못 해서 그냥 들어있는 거 만큼만 넣자고 해서 들어가 있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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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다도 스토리는 있습니다 | 26.03.29 07:25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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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그거를 제대로 하려면 퀘스트나 npc 상호작용도 다 갈아엎어야 할 듯.. 그냥 캐릭터 외모만 바뀌고, npc들 반응이 클리프 대하는 것 같은 방식 그대로면 의미가 없음 | 26.03.29 00:18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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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는데 안한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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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크레에이션 기능의 전문가들이 왜 고정 캐릭터를 고집했는지 모르겠네... | 26.03.29 00:17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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