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마음처럼 잘 풀리지 않아서 칼퇴 찍고 바깥을 하염없이 돌아다니다 우연히 찾아 들어간 집입니다.
마음이 편치 않아서 그런지 사실 배가 고프진 않았고 그냥 정처없이 돌아다니고 싶었어요.
그렇게 한시간 반동안 발 닿는대로 골목골목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새 지하철 세정거장쯤 왔더라고요.
느린 속도로 전동 멧돌이 돌아가고 있는걸 보니 일본 살던 시절 생각도 나기도 하고, 청어 소바가 있길래 그게 먹고싶어서 들어갔습니다.
정작 들어가서는 봄나물 소바(20,000원)가 있길래 그걸로 주문했습니다.
사진엔 없지만 직접 절임도 만드시는 듯, 카운터 한 구석에 얹어져 있더라고요.
시소(차조기/자소엽) 향과 일본식 매실 장아찌 우메보시의 향이 느껴지는 무절임.
이유는 모르겠지만 박과 열매에서 느껴지는 향도 났던것 같은데 기분탓이었을 겁니다.
그리고 소바.
위에 얹어진 생선은 숭어입니다.
TMI지만 이 시기 숭어는 서해안보다는 동해안 물건이 좋습니다.
바닥을 훑으면서 먹이를 찾는 생선이라 자칫 뻘내가 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여러분의 기억에 있는 숭어가 뻘내나는 맛이었다면 아마 서해쪽 숭어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무조건은 아니지만요.
본론으로 돌아와서 소바.
아... 몹시 맛이 좋습니다.
어떤 맛이라는 표현을 하기 어렵습니다.
돈나물 향이 조금 튀는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각각의 향이 은은합니다. 면만 먹으면 메밀 향이 받쳐주고 세발나물의 식감도 괜찮고요.
코에서는 위에 뿌려진 유자 제스트의 향이 향긋해서 좋습니다.
쯔유도 직접 만드신 것 같은데, 가쓰오부시 향이 튀는 것도 아니고, 짠맛은 입안에 적당히 돌고 감칠맛이 혀에 감돕니다.
그러다 튀김기에서 풍기는 튀김 냄새가 너무 좋아서 튀김(9,000원)을 추가하여 먹는데...
아!
잠깐이나마 모든 잡념을 잊을 수 있었습니다.
고구마, 쑥갓, 꽈리고추, 연근, 새우 2마리.
새우는 직접 손질하신 건지 머리 튀김도 주셨고, 살에도 내장맛이 남아있는게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맛있더군요.
특히 고구마는 따로 삶거나 수비드를 하신 다음 튀김옷을 얇게 입혀 내주시는 것 같았는데 그래서인지 안쪽까지 다 익어있더라고요.
잔술도 호오비덴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어 주문하여 같이 먹었습니다.
도쿠리를 시킬걸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내일도 출근은 해야 하니까요.
뛰어난 맛에 감탄하며 두 잔쯤 마시고 나서 더 마시면 절제가 안될 것 같아 술 없이 튀김을 처리한게 조금은 아쉽네요.
결론.
다음주 주말쯤에 친구 한 명 데리고 다시 갈 예정입니다.
요 근래 뭘 먹어도 그냥 맛이 비슷하다 여겨져서 맛의 감동을 느끼지 못했는데
아... 정말 정말 맛있었습니다.
지금은 집에 와서 울고싶을 때 듣는 노래를 들으며 펑펑 울고나니 마음이 조금은 편안합니다.
그저 제 마음이 흔들려 착각한 것일수도 있을테고, 양에 비해 비싼 가격이 주저스러울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럼에도 식당에 대한 제 좋은 기억이 다른 분들에게도 전해지길 바라며 글을 마무리 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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