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 디렉터가 말하는 '다크 소울 3'
'죽는 것'이 핵심 콘텐츠라는 농담이 나올 정도로 수많은 죽음을 겪으면서도 의외의 웃음을 이끌어내기도
하는 게임 '다크 소울' 시리즈의 최신작 '다크 소울 3'가 지난 4월 12일 국내에 한글화 작업을 거쳐 정식으로 발매되었습니다.
초심자가 플레이하기엔 과도하게 높은 난이도가 오히려 화제가 되면서 인기를 끈 다크 소울 시리즈는 일본뿐만 아니라 해외 지역에서도 큰 인기를 끌어모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번 작품 역시 하루 빨리 발매되어 죽었으면 좋겠다는 유저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었고, 정식 발매 이후에도 각종 매체와 유저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반다이 남코 엔터테인먼트는 다크 소울 3의 성공적인 발매를 기념하여 지난 4월 23일 대만에서 프롬
소프트웨어의 미야자키 히데다카 대표가 직접 참여한 아시아 미디어의 인터뷰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다크 소울 시리즈와 블러드본만 두고 보면 유저들에게 끝없는 고통을 안겨준 뒤 그 반응을 들겁게 지켜볼 듯한 이미지였지만 실제로 인터뷰를 진행했을 때 미야자키 디렉터가 두려워한 것은 유저들의 반응을 직접 확인하는 것이었습니다.
아래는 대만 현지에서 진행된 미야자키 디렉터와의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인터뷰
질문에 답변하는 미야자키 디렉터.
● 안녕하십니까. 인터뷰에 앞서 간단한 자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미야자키 디렉터 : 안녕하세요. 프롬 소프트웨어의 미야자키 히데다카 대표입니다.
이번에 프롬 소프트웨어가 개발하고 반다이 남코 엔터테인먼트를 통해 발매된 타이틀 다크 소울 3에서는 디렉터를 담당했습니다. 지금까지 아머드 코어 4와 아머드 코어 포 앤서, 데몬즈 소울과 다크 소울 1, 블러드본까지 5작품에 디렉터로 참여했습니다.
● 처음부터 다크 소울 3 개발에 참여하진 않으셨는데요.
미야자키 디렉터 : 제가 디렉터로 참여해서 블러드본 후반부 작업을 진행하고 있을 때 다크 소울 3 개발팀에서는 초기 프로토타입 버전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블러드본 개발 자체는 개인적으로 무척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블러드본을 만들면서 블러드본과는 다른, 다크 소울 시리즈에 대해서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심플한 디자인의 검이나 철 갑옷, 드래곤처럼 다크 소울 시리즈 하면 떠올릴 수 있는 판타지 요소의 매력을 새삼 느꼈습니다. 블러드본을 만들었기에 비로소 다크 소울 시리즈의 매력을 재인식할 수 있었고, 그렇게 느낀 점을 다크 소울 3에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처음 다크 소울 1을 제작할 때와는 다른 감각으로 다크 소울 3 제작에 접근할 수 있을
듯해서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다크 소울 3 디렉터로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 게임 발매 이후 매체와 유저의 반응이 매우 좋은 편입니다.
미야자키 디렉터 : 사실 매체와 유저 분들의 반응 모두 확인하는 것은 무서워하는 편입니다. 예를 들어 무기의 성능에 대한 피드백 같은 경우 스태프들이 내용과 데이터를 정리해서 주는데 그런 의견을 확인하고 조정하는 것은 괜찮지만 유저 분들의 반응은 어떤지 직접 확인할 용기는 아직 저에게 없습니다.
통계 정보를 비롯해서 각종 게임 관련 데이터는 당연히 업데이트와 후속작을 위한 자료로 검토하고 있지만 그런 게임 개발에 관련된 업무적인 접근이 아니라, 내가 만든 게임을 유저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는 걸까 순수한 흥미를 가지고 감상을 읽을 용기는 없습니다. 그러니 게임에 대해 너무 무서운 내용은 적지 말아주세요(웃음).
● 어려운 시리즈로 유명한데 난이도 조절은 어떻게 했는지.
미야자키 디렉터 : 후반부의
난이도는 높은 편이지만 게임을 처음 시작해서 어느 정도 시점까지는 그리 어렵지 않게 부드럽게
진행할 수 있도록 밸런스를 조절했습니다. 되돌아 보면 블러드본을 제작할 때의 반성이 담겨 있던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 리마스터 작품을 제외하면 다크 소울 시리즈로는 최초의 현세대 작품인데요.
미야자키 디렉터 : 양 기종 모두 훌륭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맵을 설계하는 작업을 좋아하는데, 지금까지와는 다른 큰 스케일과 입체적이고 복잡한 맵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PS4와 Xbox One이라는 하드웨어가 아니었다면 힘든 부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개발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개발하기 편하고 흥미로운 하드웨어였다는 감상입니다.
● 다크 소울 3 개발 작업에서 가장 힘든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미야자키 디렉터 : 개발하면서 힘들었던 부분은 정말 많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과거에 비해서 개발 규모가 커졌다는 것입니다. PS4와 Xbox One 용 게임을 개발하려면 과거에 비해서 개발팀의 규모도 커지면서 예산과 인력 모두 많이 투입됩니다.
특히 인력적인 측면이 컸습니다. 개발 인력이 많아지다 보니 게임 이미지와 비전을 모든 개발원과 공유하는 것이 매우 어려워졌습니다. 특히 다크 소울 3는 토털 디렉션이 중요한 게임이라 할 수 있는데, 게임
콘셉트를 모든 개발원이 공유하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블러드본 개발 때도 그랬지만 디렉터와 협력 디렉터들끼리 게임 개발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이미지를 공유하는 작업을 거친 후 다른 구성원들에게 전달하는 과정을 거쳐서 어떻게든 게임을 완성해낼 수 있었습니다.
● 3편까지 이어져 오면서 UI나 시스템 등에 극적인 변화는
없는 편입니다.
미야자키 디렉터 : 다크 소울 3를 개발할 때 생각한 것은, 어디까지나 후속작이기 때문에 후속잡 답게 만들자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이전 시리즈에서 단점으로 지적받은 부분은 고쳐야겠지만요. 새롭게 도전해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바꾸기 위해서' 바꿀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시리즈를 이어오면서 안정적으로 구성된 부분이나 유저 분들의 칭찬을 받은 부분은 이번 작품에서 착실하게 이어가자는 방침이었습니다. 변화를 위한 변화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필요성이 있다면 바꾸겠지만 굳이 바꿀 필요가 없거나 다크 소울 시리즈의 콘셉트가 크게 바뀌는 것에 대해서는 피하고 싶었습니다.
어디까지나 보기 좋게, 플레이하기 편하게 수정하자는 계획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부분이 좋게 받아들여진다면 게임을 만든 디렉터 입장에서는 기쁜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
전에 다른 매체의 질문지를 체크하는 미야자키 디렉터.
● 프레임 드랍과 네트워크 관련 이슈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응할 계획인가요.
미야자키 디렉터 : 이와 관련한 문제로 쾌적한 플레이에 지장을 주게 된 점은 유저
분들에게 정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현행 게임 엔진과 시스템 속에서 고칠 수 있는 부분은 앞으로도 고쳐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더 나은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서 문제점을 파악하고 고쳐나가는 것은 개발팀의 의무입니다.
다크 소울 3와 관련해서 유저 분들이 지적해주신 문제는 저희 개발팀에서도 과제로 생각하고 더 좋은 게임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다크 소울 3를 마무리한 감상이 궁금합니다.
미야자키 디렉터 : 솔직히 다크 소울 3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만들어온 모든 작품을 다 만들고 나서 특별히 어떤 부분이 마음에 든다고 생각한 적은 거의 없습니다.
다크 소울 3를 완성한 직후인 지금과 마찬가지로 게임을 하나 만들고 난 직후에는 오히려 반성과 후회를 많이 합니다. 이렇게 만드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생각하면서요.
이러한 감정이 실제로 다음 작품을 만들 때의 원동력이 되긴 하지요. 게임을 완성하고 나서 그렇게 나쁘진 않은데... 라고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특별히 어떤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어느 부분이 참 좋았다 하는 감상은 없습니다. 좀 씁쓸한 대답이 된 것 같기도 하지만, 이런 부분은 게임 개발자라면 대부분 비슷하지 않을까요.
● 그렇다면 반대로 다크 소울 3 개발 완료 이후 아쉬웠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미야자키 디렉터 : 그것에 대해 지금 여기서 말하면 반다이 남코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들에게 혼날 거 같은데요(웃음).
● 작년 블러드본과 올해 다크 소울 3 개발을 하시면서 느낀 부분이 있다면.
미야자키 디렉터 : 현세대 기기인 PS4와 Xbox One 용으로 게임을 개발해오면서 느낀 부분이 있다면 두 작품 모두 기존에 제작해오던 게임과는 완전히 다른, 게임의 카테고리를 나눌 정도로 중요한 타이틀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블러드본과 다크 소울 3를 만들면서 역시 전 이런 게임을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고 재인식했습니다. 두 작품 모두 저에겐 중요한 타이틀이지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시점에서 새로운 도전을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강하게 들기도 합니다.
물론 그렇게 새로운 도전을 하더라도 블러드본과 다크 소울 시리즈는 언젠가는 다시 돌아가야 할 장소이기도 합니다. 그게 언제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요. 그리고 반드시 돌아가야만 하는 장소가 될 정도로 두 작품 모두 중요한 타이틀이 되었다고 느낍니다. 그런 타이틀로 완성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아까 게임을 완성하고 나서 좋았다고 생각한 부분이 거의 없었다고 이야기했는데, 앞으로 다른 성향의 게임을 만들어도 언젠가는 되돌아가서 후속작을 만들어 보고 싶은 게임으로 완성되었다고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좋았던 부분이라 할 수 있겠군요.
● 이번 작품을 통해 대단원의 막을 내린 느낌인데, 앞으로의 다크 소울 시리즈는 어떻게 이어나갈 것인지.
미야자키 디렉터 : 대단원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좀 수상쩍긴 한데(웃음), 일단 다크 소울 시리즈는 커다란 분기점에 도달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발표한 다크 소울 3용 다운로드 콘텐츠 두 개는 개발을 시작한 단계이며, 그 이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면, 예를 들어 다크 소울 4나 외전 같이 새로운 다크 소울 시리즈는 지금 당장 저와 프롬 소프트웨어가 개발을 시작할 계획은 없습니다.
● 아직 다크 소울 3를 플레이해보지 않은 한국 팬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미야자키 디렉터 : 수도 없이 죽게 되는 게임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많은 유저 분들께서 즐겨주셨으면 하는 게임이라고 생각하고 만들어왔습니다.
너무 많이 죽는다거나, 혹은 너무 어렵다거나 하는 부분에 이미지가 집중된 느낌이지만 실제로는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암당한 상황을 어떻게든 넘어서는 부분이 정말 즐거운 게임이기도 합니다.
게임을 좋아하시는 분이시라면 그런 부분까지 포함해서 플레이를 즐겨주셨으면 합니다. 책임은 지지 못하겠지만요(웃음). 게임이 너무 어렵잖아!! 하고 화를 내신다면 저는 그저 사과의 말씀을 드리는 수밖에 없겠지만 네트워크를 통해 만나게 되는 다른 유저들의 메시지를 보고 도움을 받아가면서 플레이하는 것 자체도 큰 재미입니다.
그러니 아직
경험해보지 않은 한국 유저 분들도 꼭 한 번 다크 소울 시리즈를 플레이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감사합니다.
인터뷰는
대만의 한 레스토랑에서 진행되었다.
기종별로
행사장에 마련된 중문판 다크 소울 3.
각종
다크 소울 3 관련 일러스트를 행사장에서 볼 수 있었다.
이것도
다크 소울 3를 위한 설치물인가 했는데 원래부터 있던 거라고.
인터뷰
장소 옆 방에는 간단한 요리를 준비해두었다.
검은색
패티를 쓴 햄버거와 고기 조림.
그리
먹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 눈알 모양의 디저트.
큭큭큭...
하고 마셔야 할 듯한 쟈스민차.
아시아
미디어에게 나눠줄 사인을 하는 미야자키 디렉터.
이상원 기자 petlabor@ruliweb.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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