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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개발자 컨퍼런스(NDC) 2018’ 첫 날 강연자 중 콘솔 게이머들에게 친숙한 인물이 있었다. ‘길티기어’ 시리즈로 유명한 아크시스템웍스의 이시와타리 다이스케 제네럴 디렉터, 그리고 안베 히데유키 CTO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오랜 기간 2D 격투 게임을 개발한 일본 개발사, 아크시스템웍스 아트워크 진화의 30년’이란 주제로 강의를 진행했다.
8비트 게임기 시절부터 거의 모든 장르로 게임을 제작하면서 다양한 아트 스타일에 흥미를 갖게 된 아크시스템웍스이지만 정작 오리지널 타이틀은 존재하지 않았는데, 1995년 첫 번째 오리지널 게임으로 3D 액션 게임 ‘에그젝터’와 첫 육성 어드벤처 게임인 ‘위저드 하모니’를 선보였다.
이후 1998년에는 첫 격투 게임인 ‘길티기어’, 2000년에는 플랫폼 변경에 의해 그래픽이 대폭 강화된 ‘길티기어 젝스’, 2003년에는 첫 4인 동시 대전을 지원한 ‘길티기어 이스카’, 2007년에는 16:9의 첫 완전 3D 격투 게임 ‘배틀판타지아’와 첫 풀3D 격투 전략 게임 ‘길티기어2 오버츄어’, 2008년에는 첫 HD 해상도의 게임 ‘블레이블루’, 2014년에는 첫 툰 셰이드 2.5D 격투 게임 ‘길티기어 이그저드 사인’이 차례로 발매됐다.
이 중 대표 격투 게임에 초점을 맞춰보면 PS는 메모리가 2MB+1MB 구조였으며, 해상도는 320*240, 주인공 캐릭터의 사이즈는 64*121, 애니메이션 매수는 282매, 컬러 팔렛은 16색에 불과했다.
사내에는 사장을 포함하여 6명의 스태프가 전부였기 때문에, 길티기어 개발 스텝은 거의 학생 3명이 전부였던 데다 구체적인 격투 게임 제작 방법을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스토리보드를 들고 가 애니메이션 회사와 상담 후 아크 스태프가 손으로 콘티를 그리면 이를 원화로 만든 뒤 화면을 트레이스 하여 스프라인 데이터를 만들어 전용 툴에서 도트 그림을 얻어내는 방식을 썼으나, 지시서 같은 가이드라인이 없다 보니 프로그래밍에도 벽을 느껴서, 공략본을 읽으면서 시행착오를 거쳤다.
또한 이 시기에 이미 3D에도 도전했으나 만족하지 못하는 퀄리티가 나와서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이처럼 뭘 해야 할 지 모르는 상황에서 근성만으로 움직이던 시기였다.
첫 아케이드 게임인 나오미용 길티기어 젝스는 메모리가 32MB+16MB 구조였고, 해상도는 640*480, 한 캐릭터 당 스펙은 사이즈 136*288, 애니메이션 545매, 컬러 팔렛 32색으로 확장됐다.
사원수는 10명 정도로 늘어났으며, 외부 회사에 제작을 위탁할 수 있게 되었을 뿐 아니라 작업 공정도 콘티에서 원화, 도트 그림으로 넘어가는 방식으로 쉐이프업 됐다. 게임 디자인도 아케이드 버전 유저가 콘솔과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야 했다.
문제는 해상도였는데, 해상도가 증가되면서 캐릭터가 4배로 커져 표정이 화면에 보이게 됐다. 속편 개발 시점인 1998년에는 320*240이 업계 표준이었고, 640*480의 도트 그림은 어드벤처 게임 정도 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크기를 키웠으나 처음부터 다시 작업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게다가 애니메이션 매수도 280매의 2배가 되었으나, 예산을 초과하면서도 근성으로 납득할 수 있을 때까지 다시 만들었다. 당시 도트 그림의 작업에는 주로 스틱이 사용됐으나 아크시스템웍스에서는 마우스와 키보드를 썼다.
PS3 시대에는 메모리가 256MB+256MB로 늘어나면서 해상도가 1280*720, 한 캐릭터 당 스펙은 사이즈 284*450, 애니메이션 1175매, 컬러 팔렛 48색으로 확대됐다. PS와 비교하면 캐릭터 크기가 16배가 된 것이다.
그래서 아크시스템웍스는 3D 모델 데이터 제작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애니메이터의 납기 보증과 퀄리티 보장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원화와 동화를 3D로 렌더링 한 후 선화를 따서 3D 스튜디오에서 색을 칠한 것이다. 또 3D 모델로부터 렌더링을 하는 만큼 3D 모델의 퀄리티도 증가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의 부드러움과 탄성 등 품질 향상을 위해서라도 수작업을 이용한 수정(핸드 페인팅)은 필요했다. 얼굴 표정, 역동감을 주기 위해 팔이 휘는 각도, 흉부의 과장, 그림자 표현, 잔상 처리 등이 그 대상이었다.
결국 어느 정도 효율화에는 성공했으나, 근성으로 수정에 나섰기에 더욱 퀄리티를 높일 수 있었다.
한편, 모리 프로듀서가 담당하고 있는 블레이블루에서는 길티기어와 달리 작업 담당 파트를 나눠 각 파트에 책임을 부여하는 워크플로우도 실현했다.
PS4 시대에는 블레이블루 때보다 강화된 비주얼 임팩트, 아크 밖에 할 수 없는 아크다움, 글로벌에 통하는 발상 등 차세대에 필요한 요소를 종합한 결과 2D로 보이는 3D를 추구하게 됐다.
3D화는 하나의 리소스를 써서 연출의 폭을 넓히는 것을 가능하게 해주며, 이전보다 다양한 앵글로 연출할 수 있게 해주는 장점이 있다.
스토리를 위한 새로운 그림 소재도 필요 없고, 애니메이션 역시 넣기 쉬웠다. 콘티 작업 역시 3D 스토리보딩으로 경량화되어 한층 효율성이 증가했다.
이리하여 캐릭터 당 2만 5천개에서 5만개의 폴리곤이 들어가게 됐는데, 이를 풀프레임으로 움직이게 하기 위해 또 다른 도전에 임하게 됐다. 더불어 게임 내 캐릭터 아트를 위해 콤마 당 앵글 변환, 과장된 표현과 움직이는 각도, 애니메이션처럼 보이게 하기 위한 의도적인 프레임 제거, 스토리 모드에서의 애니메이션 표현을 위한 수작업 연출이 이행됐다.
결론적으로 하고 싶은 것은 효율화가 아니라 하고 싶은 것을 하다 보면 부딪치게 되는 새로운 도전이었으며, 이는 효율로는 도달할 수 없는 근성의 세계이다. 그들의 도전은 계속 쌓여 확실한 결과를 만들어냈고, 아크시스템웍스의 지명도가 오른 결과 드래곤볼 파이터즈 같은 큰 프로젝트를 맡을 수 있었다. 참고로 사명인 ARC는 액션, 레볼루션, 챌린지의 약자로, 개발 자체는 항상 즐거운 일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도전을 즐기는 자세로 일하고 있다고 한다.
끝으로 길티기어 이그젝스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이자 2D 그래픽 최후의 작품인 ‘길티기어 이그젝스 액센트 코어 플러스 R’을 닌텐도 스위치로 이식 중이란 사실이 발표됐다.
덧붙여 고 신해철이 만든 ‘길티기어 이그젝스 샤프 리로드’의 한국판 음악이 닌텐도 스위치용 글로벌 버전에 수록된다.
아래는 이후 진행된 질의 응답을 정리한 것이다.
● 신규 유저를 어떻게 확보할 생각인가? 그리고 다른 메이커로부터 데리고 오고 싶은 유저가 있는가?
구체적인 계획은 없으나 격투 게임을 좋아하는 분, 진입에 어려움을 겪는 분을 끌어들이고 싶다. 다만 모든 사람이 모든 게임을 즐기는 편이 좋다고 생각하여, 다른 게임에서 끌어오기보다는 격투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 자체가 많아졌으면 한다.
● 격투 게임의 밸런스에 있어 무엇을 가장 중시하는지?
어떤 캐릭터를 사용해도 평균적으로 승패율이 비슷해지는 방향을 추구한다. 또 캐릭터 별 밸런스에는 차이가 있더라도, 보다 공격적으로 맞춰가는 방향을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