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양사' 주인공, 김영선·최덕희 성우를 만나다
참고로 김영선 성우는 ‘데스노트’의 야가미 라이토와 ‘나루토’의 우치하 사스케, 최덕희 성우는 ‘마법소녀 리나’(SBS 버전의 '슬레이어즈')의 리나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치히로 역으로 애니메이션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바 있다.
[(왼쪽부터) 김영선 성우, 최덕희 성우]
최 : 12세 소녀인 카구라는 제물로 바쳐졌다가 부활한 캐릭터이다. 눈을 뜨자마자 만난 것이 세이메이였기에 오리가 태어나서 처음 본 사람을 엄마처럼 따르듯, 세이메이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내고 있다. 감정 표현이 세련된 캐릭터는 아니지만, 세이메이와 교류하면서 점차 변하게 되고, 통영술 외에도 알 수 없는 힘을 지니고 있어서, 세이메이를 위해 이 힘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김 : 세이메이와 흑 세이메이의 두 가지 캐릭터를 맡았는데, 예전 ‘음양사’라는 일본 영화에 음양사 캐릭터가 나온 적이 있어서 이를 참고로 했고, 세이메이는 2-30대 연령에 신비로우면서 다정한 캐릭터로, 흑 세이메이는 이보다 악당 같은 느낌으로 연기했다.
● 이번에 연기하면서 좀 더 집중한 부분이 있는지? 최덕희 성우의 대표작에서 볼 수 있는 밝은 역할과는 좀 차이가 있지 않나 싶은데…
최 : 목소리 톤을… 소녀지만 소년 같기도 하고, 또랑또랑한 스타일도 아니라서, 카구라가 지닌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표현하는데 신경 썼다. 이전에 연기했던 소녀들은 액티비티한 느낌이 강한 편이었고, ‘천공의 에스카플로네’나 센과 치히로 등에서 깊이 있는 연기를 한 적도 있지만 이와도 조금 다른 느낌이어서 오히려 더 좋았다. 연기하다 보면 간혹 불편함이 느껴지는 캐릭터도 있는데, 카구라에는 그런 부분이 없었다.
김 : 이번에 캐스팅 되면서 선배님(최덕희 성우)과 함께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센과 치히로를 가장 먼저 떠올렸으며, 당시의 분위기가 재현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그리고 센과 치히로의 하쿠와 달리 세이메이는 좀 더 나이가 든 캐릭터라 실제 자신에 가까운 목소리로 연기할 수 있었다.
● 두 사람이 함께 연기한 것은 오랜만이지 않나?
김 : 사실 외부 성우 중 MBC에 가장 많이 오시는 것이 선배님이어서 그렇지는 않다.
최 : MBC라고 하니 ‘낚시왕 강바다’가 떠오르는데, 강 건너 편 친구들과 소통하는 내용이 많다 보니 계속 소리를 질러야 해서, 마지막 녹음이 끝난 후에는 너무 힘에 겨워 차 안에서 눈물을 흘린 기억이 있다. 여담이지만 MBC에서 기억에 남는 외화 더빙으로는 산드라 블록의 ‘당신이 잠든 사이에’, 지나 데이비스의 ‘롱 키스 굿나잇’이 있다.
김 : 당시 선배님은 항상 주인공이셨고, 나는 행인 2나 관객 3 역할이었다.
최 : 하지만 성장이 빨라서 1년 만에 주인공을 따내더라.
김 : 그래서 센과 치히로에서 함께 주인공을 맡을 수 있었던 것이 너무나 영광스러웠다.
● 음양사 녹음 작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는?
최 : ‘때가 됐다, 깨어나라’, ‘물러가라 정화되어라’, ‘급급여율’… 급급여율의 경우 발음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김 : 카구라는 ‘세이메이’를 많이 부르는데… 어느 때는 부드럽게, 어느 때는 강하게, 또 어느 때는 흑 세이메이를 부르는 경우도 있어서 한 이름을 다양한 감정으로 부르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 김영선 성우는 SNS에 음양사의 대사가 많아 목이 쉴 정도라는 이야기를 올린 적이 있다. 녹음 당시 에피소드가 있는지?
김 : 통상적으로 모바일 게임은 대사가 많지 않아서 1시간 정도면 녹음이 끝났는데, 이번에는 영화 대작 3-4편 분량의 대사가 있어서 깜짝 놀랐다. 게임을 플레이 하면서 아마도 애니메이션을 여러 편 보는 듯한 느낌을 받으실 것이다. 또 세이메이와 흑 세이메이는 각기 선과 악을 대표하고 있는데, 세이메이 자체가 쿨한 성격이다 보니 흑 세이메이와 차별점을 만들기 위해 고민을 했다.
최 : 영선씨와 함께 있으니 둘이 함께 한 센과 치히로를… (웃음) 얼마 전 감기 때문에 병원에 갔던 적이 있는데, 아이들이 병원 TV로 센과 치히로를 보고 있어서 너무나 기뻤다. 요즘은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녹음할 때 각자 따로 하지만, 당시는 다 함께 모여 밤을 새워 녹음하던 시절이라 더욱 잊을 수가 없다. 영화 쪽에서는 ‘타이타닉’이 잊혀지지 않는다. 워낙 대작인데다 오후 1시에 시작해서 밤 9시까지, 15분만 쉬고 8시간 동안 녹음을 해서 작업을 끝낸 뒤 느낀 성취감이 잊혀지지 않는다. 처음 성우 일을 시작한 이후 정점을 찍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든 작품이었다.
김 : 나 역시 가장 기억나는 작품은 센과 치히로이다. (웃음) 하쿠의 경우 대사가 중간 지점부터 나오는데, 선배님이 워낙 잘 하시니 긴장하게 되더라. 게다가 소리 때문에 NG도 많이 나서 손에 땀 나게 녹음했다. 요즘 작품 중에는 ‘원펀맨’이 기억에 남는다. 오디션을 봐서 뽑혔는데, 사이타마의 이미지 캐스팅이란 이야기도 나왔고. (웃음) 탈모인도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심어주는 것 같아 즐거웠다.
● 그간 연기했던 캐릭터 중 가장 자신과 닮았다고 느끼는 것은 누구인지 궁금하다.
최 : 리나(마법소녀 리나)와 가장 닮은 것 같고, 요즘 영화 중에는 애니메이션 ‘발레리나’의 오데뜨가 떠오른다. 부상으로 현역에서 물러난 뒤 발레리나의 꿈을 가진 아이에게 기술을 전수하는 캐릭터가 성우 생활 30년을 보낸 자신의 모습을 보는 듯하며, 후배들의 앞길을 위해 좀 더 기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 작품이다. 그리고 어제 ‘원피스’의 오토히메가 죽었는데, 자기보다 어인족들의 삶을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 그녀의 모습도 마음에 와 닿더라.
김 : 외모적으로는 원펀맨의 사이타마이지만, 음양사의 세이메이가 가장 좋았던 것 같다. 사스케나 하쿠는 나이 어린 역할인 관계로 목소리를 눌러야 했는데, 세이메이는 캐릭터 성격에 그냥 내 목소리를 붙이면 되다 보니 지금까지 쌓아온 연기를 편안하게 표현할 수 있었다.
● 최근 해외 게임들의 현지화 과정에서 국내 성우를 많이 기용하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김 : 작년에 중국 애니메이션을 녹음한 적이 있는데, 그들의 말하는 습성과 우리의 습성이 많이 다르더라. 또 웃음 코드도 서로 달라서, 그런 문화적인 갭을 채워줄 수 있는 완충 지대 역할을 하는 게 우리들 성우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더빙을 싫어하는 분도 있지만, 문화적 완충 지대로서 성우의 역할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최 : 음양사 이전에도 외국어를 한국어로 옮긴 게임을 작업한 적이 있는데, 우리와 감정 표현이 매우 달라서 원본 음성을 들으며 이게 맞나 싶을 때가 종종 있었다. 왜 이 감정을 이렇게 표현했나, 그쪽 성우가 좀 서툰 건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는데, 이는 우리 말에서 느껴지는 감정이 그들과 달라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앞으로 성우들이 게임에서도 더 많이 활약했으면 한다.
● 끝으로 음양사를 기다리고 있는 팬들에게 한 말씀 부탁 드린다.
최 : 음양사는 기존의 모바일 게임과 스토리가 매우 달라서, 아예 안 한다면 모를까 한번 시작하면 곧 게임에 몰입하게 될 것이다. 꼭 도전해보시고, 이야기 속에서 색다른 재미를 느끼셨으면 한다.
김 : 게임 중간 중간에 이어폰을 끼고 플레이 하라는 자막이 나올 정도로 사운드에 신경을 쓴 게임이라, 그래픽도 좋지만 플레이 하면서 사운드에도 집중해 주셨으면 좋겠다.
이장원 기자 inca@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