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런스 고민 많은 ‘하스스톤’, PTR 서버가 없는 이유
이제 사흘 후면 ‘하스스톤’이 새로운 정규력을 맞이한다. 운고로 분화구와 얼어붙은 왕좌, 코볼트 지하 미궁을 지나, 까마귀의 해를 열어젖힐 첫 확장팩은 이른바 ‘마녀숲’이다. 제목 그대로 늑대인간과 마녀에서 모티브를 얻은 카드 130여 장과 PvE 콘텐츠 ‘괴물 사냥’ 그리고 신규 키워드 잔상, 속공, 개전을 특징으로 내세웠다.
특히 까마귀의 해부터는 그간 메타를 지배해온 고대신과 가젯잔이 정규전에서 제외되는지라 여러모로 대격변이 불가피하다. 덕분에 누리꾼 사이에선 벌써부터 선행 공개된 카드의 효용과 쓰임새를 놓고 여론이 분분한 상태. 과연 블리자드가 ‘마녀숲’을 통해 만들어가고자 하는 메타는 무엇일지, 10일(화) 게임 디자이너 스티븐 창 및 아트 디렉터 벤 톰슨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 따뜻한 봄에 첫 확장팩으로 으스스한 컨셉을 고른 이유가 무엇인가
벤: 직전 확장팩인 ‘코볼트와 지하 미궁’이 우스꽝스러운 이미지였던 만큼 이번에는 확 대비되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 본래 ‘길니아스 특급 살인사건’이었는데 개발 도중 ‘마녀숲’으로 바뀌었다
스티븐: ‘길니아스 특급 살인사건’ 때는 추리소설과 같은 구성이었는데 당초 개발팀이 의도한 컨셉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했다. 그래서 고민하던 차에 누군가 ‘마녀 하가사’ 일러스트를 보고 굉장히 마음에 들어 해서, 이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보자고 방향을 틀었다.
벤: ‘길니아스 특급 살인사건’ 때는 기차로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는 내용이라 배경이 나뉘고 분위기도 산만했다. 그런데 ‘마녀 하가사’라는 강렬한 악역을 두고 ‘마녀숲’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자연스레 길니아스와 늑대인간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 후로 공포 컨셉에 맞는 카드를 설계하며 잔상 효과 등을 넣게 됐고.
● 기존 확장팩과 비교해 카드 일러스트의 분위기가 상당히 이질적이다
벤: ‘하스스톤’ 아트팀은 다양성을 중시한다. 가령 ‘치명적인 무기고’를 그린 자는 과거 ‘대마법사 안토니다스’를 작업했다. ‘유리기사’는 ‘눈발바닥 펭귄’이랑 같은 사람이 그렸고. 이처럼 같은 아티스트라도 여러 스타일을 활용해 카드가 닮아 보이는 것을 최대한 피하고 있다.
● 이번 확장팩에서 가장 독특하다고 내세울 만한 카드를 꼽는다면
벤: 역시 ‘두억시니(Shudderwock)’. 처음 컨셉을 넘겨 받았을 때 아트팀도 순간 벙쪘던 기억이 난다. 이 카드의 효과는 ‘전투의 함성: 이번 게임에서 내가 낸 다른 전투의 함성들을 반복한다’는 것인데, 플레이어로 하여금 어떤 효과가 지나갔는지 인지시키면서도 너무 질질 끌지 않는 것이 크나큰 숙제였다. 가령 ‘데스윙’은 등장할 때 전투의 함성이 엄청 화려한데 이런 것들을 실제보다 간략화했다.
스티븐: ‘테스 그레이메인(Tess Greymane)’은 ‘이번 게임에서 내가 낸 다른 직업의 카드들을 다시 사용한다’는 효과를 지녔다. 본래 자신의 것이 아닌 카드를 가져오는 재미에 더해서 이걸 나중에 다시 사용했을 때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고민하게 만든다. 한번은 내부 테스트 도중에 상대 영웅 교체 카드를 훔쳐와서 그걸 재사용하는 충격적인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 같은 카드를 여러 번 내는 잔상은 자칫 밸런스를 헤칠 것 같다
벤: 잔상에 어느정도 마나를 책정하면 밸런스가 적절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만약 1마나짜리 잔상 카드가 있다면 너무 강력해질 소지가 있고, 그렇다고 4, 5마나로 하면 최대 2번 밖에 낼 수 없어 효용성이 떨어진다. 그래서 잔상 카드는 대부분 2, 3마나로 소환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잔상은 언제 쓸 것인지가 매우 중요한 만큼 플레이어의 실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 이미 돌진이 있는데 비슷한 속공을 또 추가했다
스티븐: 이제껏 돌진 카드는 주로 영웅을 공격하는데 쓰였다. 경우에 따라서는 다른 카드와 연계해서 일격필살기가 되기도 했다. 속공은 그런 방향성과는 멀어지면서도 돌진이 지닌 깜짝 승부수란 느낌은 살려보고자 만들었다. 돌진이 게임 자체를 끝내는 수라면 속공은 전세를 역전시키는 정도다. 속공 덕분에 돌진으로는 낼 수 없었던 여러 재미있는 카드를 추가할 수 있게 됐다.
● 이런 키워드가 너무 많아지면 신규 유저들이 혼란을 느낄 텐데
스티븐: 신규 유저의 부담을 줄이고자 키워드를 없애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일례로 영웅 능력을 통해 발동하는 격려 키워드를 삭제하고 같은 효과를 풀어서 써놓았다. 또한 카드에 마우스 커서를 올리면 해당 키워드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줘 대전 도중이라도 빠른 학습이 가능하다.
● 홀, 짝수 덱을 밀어주는 카드가 많이 추가됐는데 어떤 전략이 나올까
스티븐: 직업이 아홉 개니까 각각 홀, 짝하면 최소 18가지 덱이 나올 수 있는데, 굳이 하나를 꼽자면 홀수 전사가 내부 테스트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다. 기존 핵심 카드도 홀수가 많은데다 새로운 잔상 카드 ‘유령 민병대도’도 홀수에 도발까지 붙었고, ‘바위언덩 수호병’도 홀수이기에 별다른 무리 없이 강력한 덱을 짤 수 있다.
● 용기사 덱이 전멸했는데 이제와 연계 효과를 지닌 ‘성당 가고일’일 줬더라
스티븐: ‘성당 가고일’이 지금은 거의 사라진 용기사 덱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또한 까마귀의 해 첫 확장팩인 만큼 앞으로 나올 카드와 연계도 기대해 봄직하다.
● 신규 카드를 통해 특정 직업을 상향하거나 억제할 계획이 있나
스티븐: 직업 밸런스를 염두에 두고 개발하고 있긴 하지만, 실제로 확장팩이 출시되고 나면 개발팀의 예상과 실제 메타가 다른 경우가 워낙 많다.
벤: 다만 이전과 비교해 까마귀의 해부터는 핵심 카드 한 두장으로 승부를 가르기가 힘들어질 것이다. 만약 한 장의 카드로 덱이 규정되거나 메타가 흔들린다면 그건 나쁜 디자인이다
● 그렇게 밸런스 잡기 힘들면 PTR(Public Test Realm) 서버 좀 운영하지
벤: ‘하스스톤’은 자신이 어떤 카드를 가지고 있는가에 따라 플레이 경험이 크게 좌우된다. PTR을 통해 모든 덱을 써볼 수 있다면 실제 서버에서 카드에 대한 애착이 떨어질까 걱정스럽다. 거기다 확장팩이 나올 때마다 메타가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는 기대감이 반감되지 않겠나. 대신 개발팀이 확장팩 출시 후 데이터를 면밀히 확인하며 개발 방향을 조정하고 있다.
● ‘하스스톤’ 개발팀이 몇 명이길래
벤: 첫 출시 무렵에는 15명 정도였는데 현재는 90명이 약간 넘는다. 인원이 많아져서 어려운 점도 있지만 그보다 장점이 더 크더라. 사람이 많으니 개발도 빨라질 거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만큼 개발 범위도 넓어져 작업 속도에는 변화가 없다.
● 최근 ‘루나라’로 모든 직업이 스킨을 얻었는데 다음에는 누가 나올까
벤: ‘워크래프트’ 속 인물이 나오면 플레이어들이 친숙하고 반가워하고, 모르글이나 넴지 같은 고유 영웅은 색다른 느낌을 준다. 둘다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하스스톤’만의 완전한 캐릭터를 조금 더 만들어보고 싶다.
● PvE 콘텐츠에 대해서도 조금 더 소개해달라
벤: ‘하스스톤’의 목표는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게임이 되는 것이다. 다른 사람과 대전을 즐기는 이도 있지만 그보다 홀로 게임하길 즐기는 플레이어도 적지 않다. 또한 모험 모드를 통해 확장팩의 주제와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데, ‘코볼트와 지하미궁’ 당시 로그라이크풍 PvE 콘텐츠가 대표적이다. 같은 맥락에서 ‘마녀숲’에서는 사냥꾼들이 마녀 하가사가 부리는 괴물들을 차례로 무찌르는 내용을 담은 ‘괴물 사냥’을 마련했다.
● 끝으로 한국 플레이어에게 인사를 전한다면
벤: 한국에 와서 정말 기쁘다. 이처럼 여러 나라를 여행하고 다양한 플레이어와 만날 수 있는 점이 이 일의 장점이다. 여러분의 의견 하나 하나가 개발팀에게는 정말로 소중하다. 앞으로도 많은 피드백 바란다.
스티븐: 이전에도 한국에 왔었는데 그때마다 만족스러웠고 특히나 음식이 맛있어서 좋았다. 이번 주 공개될 마녀숲’에 대한 여러분의 피드백이 기대된다. 개발자로서 아주 뿌듯한 순간이다.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