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의 발큐리아 4, 강산이 변해도 여전히 매력적
PS3 시절 명작을 말하라면 많은 이들이 주저없이 2008년작 ‘전장의 발큐리아’를 꼽는다. 전쟁과 군인을 소재로 삼으면서도 따뜻함을 잃지 않는 서사, 파스텔풍의 독특한 그래픽, 실시간과 턴제를 오가는 전략적인 전투 시스템이 이 작품의 특징이다. 물론 ‘아리시아’와 ‘셀레리아’처럼 훌륭하게 디자인된 캐릭터의 매력도 빼놓으면 섭섭하다.
보통 이렇게 호평이 자자한 작품은 금새 규모를 키운 속편이 나오기 마련이지만 ‘전장의 발큐리아’의 앞날은 그리 순탄치 못했다. 몇 년 뒤 출시된 신작은 어쩐지 휴대기기 전용으로 선회해 전작만한 볼륨을 보여주지 못했고, 3편에 이르러서는 매너리즘에 빠졌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액션성을 부각한 외전도 나왔지만 결과는 더욱 참담했다.
결국 장장 7년만에 시리즈 부활을 선언한 신작 ‘전장의 발큐리아 4’는 1편으로의 회귀를 목표로 삼은 모양. 공개된 정보에 따르면 겉모습과 시스템, 극의 전개 방식 등 모든 면에서 옛 명작을 연상케 한다. 과연 이러한 답습 혹은 복원이 답이 되어줄지, PS 아레나에서 ‘전장의 발큐리아 4’ 첫 스테이지를 진행할 수 있었다.
1편이 ‘웰킨 균터’가 이끄는 갈리아 의용군 제7소대 이야기였다면 이번에는 ‘클로드 윌리스’를 위시한 대서양 연방군 에딘버러 E소대가 주역으로 활약한다. 점잖은 소대장을 중심으로 호전적인 돌격병 ‘라즈’와 냉랭한 저격수 ‘카이’가 으르렁거리며 만담을 주고 받는데, 짧은 시연이었음에도 캐릭터성이 확실히 느껴져 인상 깊었다.
게임 구성은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10년 전 그 맛 그대로였다. ‘전장의 발큐리아’를 즐긴 지 한참이나 됐지만 곧바로 적응해 안내문을 앞질러 플레이할 수 있었다. 만약 전작을 해보지 않았다면 전투 시스템이 다소 생소할 수 있는데, 전장을 위해서 조망하는 ‘커맨드’ 모드에서 유닛을 선택한 후 TPS처럼 직접 움직여 전투를 수행하는 방식이다.
이때 행동에 따라 AP가 소모되므로 허투루 움직여서는 안된다. 적에게 사격을 가할 때는 일반 병사는 머리, 전차는 엔진부를 제대로 겨냥해야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다. 전체적으로 ‘엑스컴’과 같은 턴제 RPG인데 피지컬이 작용하는 영역이 상당히 커진 셈이다. 이미 1편에서 완성된 시스템임에도 여전히 세련됐다.
첫 스테이지는 튜토리얼이나 다름없는 만큼 그다지 특이사항이 없었다. 돌격병과 저격수로 첫 전투를 펼치고 나면 ‘클로드’가 나타나 적 전차를 박살낸다. 아쉽지만 신규 병과인 척탄병이나 설상순양함 ‘센츄리온’ 등은 다뤄볼 수 없었다. 다만 전차의 경우 쓰임새를 늘리려는 듯 유닛 선택 시 소모되는 CP가 2개에서 보병과 동일한 1개로 줄어들었다.
게임성이야 1편이 워낙 고평가를 받았으니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 꼭 나쁘지는 않아 보인다. 한 차례 명맥이 끊길 뻔한 시리즈이니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이 우선이다. 그래픽까지 발전이 없는 것은 조금 아쉽지만 실사풍이 아니다 보니 그리 거슬리지 않았다. 물론 전작에 대한 향수가 없는 신규 유저 입장에서는 ‘이게 PS4 게임이라고?’ 싶은 수도 있겠다.
만약 1~2년 후 나온 신작이 이렇게 똑같다면 답습이지만, 이것도 10년씩 되면 부활로 봐줘야 한다. 또한 체험판에서는 즐길 수 없었던 신규 콘텐츠가 게임성의 발전을 가져왔을지도 모른다. 전선으로 돌아온 ‘전장의 발큐리아’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보자.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