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bbs.ruliweb.com/hobby/board/300260/read/30545135
2부에서 이어졌습니다.
잘 뚫린 신작로를 타고 20분 남짓, 감포에 도착했다.
황남빵 덕분에 크게 배고프진 않지만, 잘 차려진 백반도 먹고 싶었기에 먼저 식당부터 들르기로 한다.
가게에 도착하니 마침 문을 닫고 계시던 아주머니, 죄송하지만 지금 식사할 수 있냐고 여쭤보니 흔쾌히 괜찮다고 해주신다.
가자미찌개 2인분을 주문하고 먹는데, 국물이 달짝지근하니 제대로 밥도둑이다.
가자미 물도 좋은 것 같고, 간만에 공기밥을 추가로 시켜본다.
왔던 길을 조금 되돌아가 도착한 대왕암.
삼국을 통일한 문무왕이 죽어서도 용왕이 되어 나라를 지키기 위해 화장하여 뼈를 뿌렸다는 대왕암은 문무대왕릉으로도 불린다.
생각보다 바닷가에서 가까이에, 그것도 별 전각 없이 바위만 덩그러니 있어서 아무 얘기를 듣지 못하고 왔다면 그냥 평범한 해안의 바위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포항으로 돌아가기 전, 인근에 위치한 감은사지에 왔다.
나라를 지키고, 만파식적을 내려준 문무왕, 즉 용에게 감사한다는 의미를 갖는 이 감은사는 용이 설법을 들을 수 있도록 바닷물이 절의 금당 아래까지 들어왔다고 한다.
절의 건물은 전부 사라졌지만, 큰 탑 두 개가 우뚝 서있다.
앞에는 논밭과 강이 흐른다. 처음에는 이 감은사까지 어떻게 바닷물을 끌어왔는지 말이 많았는데, 조사 결과 본디 이 앞까지 전부 바다였다고 한다.
천년이 짧은 시간은 아니지만, 이 정도로 크게 지형이 바뀔 줄은 몰랐다.
널찍한 평지에 큰 탑이 두 개나 서있다.
석가탑하고 양식은 비슷하지만, 그 규모는 크게 차이가 난다. 이토록 큰 돌을 이렇게 깔끔하게 조각해 낸 기술이 경이롭다.
감은사의 금당 터이다.
보다시피 통상의 절과는 다른 기단을 갖고 있는데, 금당 아래에 인공적으로 연못을 만든 구조임을 볼 수 있다.
지금은 건물이 모두 사라져 그 형태를 볼 수 없지만, 만약 남아서 전해졌다면 얼마나 아름답고 독특한 사찰이었을지 상상이 간다.
절은 사라진지 오래지만, 계속해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나무. 다시 한 번 감은사지를 크게 둘러본 뒤, 포항으로 떠난다.
감포를 출발해 동해를 따라 포항으로 가는 길에 도착한 구룡포.
아침부터 계속된 운전에 조금 피곤해졌고 마실 물도 떨어졌기에 잠시 멈춰 쉬기로 한다.
구룡포는 본래 작은 어촌이었는데,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 수산업자인 ‘도가와 야사부로’의 청원으로 어업기지화 된 뒤 지금에 이른다.
당연히 많은 일본인들이 이 근처에 살았고, 그 중 일본식 저택 한 채가 근대역사관으로 개수되어있다.
일본인가옥거리를 표방하지만, 대부분의 건물이 일본풍의 껍데기를 씌워놓은 수준인 구룡포에서 그나마 제대로 된 볼거리라 생각하기에 들러보기로 한다.
역사관 안에서는 여러 일본 문화와 일제강점기 시절 구룡포의 모습을 전해준다.
구룡포는 예전에도 한 번 온 적이 있는데, 어째 그때보다 더 한산한 것 같다. 오늘이 평일이라 그런걸까?
왠지 일본, 특히 오사카 여행기에서 많이 본 것 같은 게 모형이 줄지어 서있다.
구룡포 근처 어장은 옛날부터 많은 어종과 어획량을 자랑한다.
지금에야 얘기가 조금 다를 것 같은데, 그럼에도 어항엔 많은 배가 들어와 있다.
겨울에 왔으면 과메기를 구경할 수 있었을 탠데, 조금 철을 놓친 것 같아 아쉽다.
호미곶으로 향하는 길에 주상절리대가 있다고 해서 잠시 멈춰본다.
제주도의 주상절리대를 생각하고 왔는데, 모습이 많이 다른 것 같다.
육각형 모양의 기둥만 주상절리대라고 하는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학술적인 용어였다.
기대와는 다르지만 선선히 불어오는 바닷바람도, 멀리 보이는 바다와 파도도 전부 마음에 든다.
멀리 여러 척의 어선이 보인다. 점점 흐려지는 날씨가 조금 아쉽기도 해서 근처의 사진을 몇 장 더 담은 뒤, 다시 다음 목적지로 출발한다.
잘 뚫린 길을 타고 쭉쭉 달리다보니 어느덧 호미곶에 도착했다.
어째 별 의미는 없어 보이는 커다란 것들이 여럿 보인다.
일출은 아니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안 찍고 가는 건 섭섭할 것 같다.
영일만은 연오랑, 세오녀 전설이 전해지는 곳이기도 하다.
내가 알기로 연오랑은 가난한 어부였던 것 같은데, 어째 동상의 복식은 귀족 중 귀족이다.
호미곶을 떠나 멋진 길을 타고 달리던 중, 탁 트인 풍경이 마음에 들어 방파제 근처에 잠깐 차를 세운다.
영일만 너머로 포항의 상징인 제철소가 보이기 시작한다.
꽤 여러 곳을 차를 몰며 다녀봤는데, 호미곶 서측의 도로는 여느 도로 못지않게 그 풍광이 좋다.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한 제주도보다도 오히려 더 나은 것 같다.
만족스럽게 차를 몰고 가다 해수욕장이 보이기에 잠깐 다리도 쉴 겸 멈춰 선다.
아까는 작게 보이던 제철소가 이젠 제법 큼직하게 보인다.
저녁을 먹을 시간이다.
하필이면 퇴근시간과 겹쳐 포항 시내의 끔찍한 교통체증을 온몸으로 겪어야 했다만, 밥만 맛있으면 모든 게 괜찮아 질 것 같다.
포항에서는 수요미식회에 나왔던 가게들을 둘러보기로 했는데, 그 중 첫 번째인 가자미물회를 파는 ‘태화횟집’에 왔다.
가자미가 분명 제철도 아닌데 아까부터 왜 이리 맛있는지 모르겠다. 새콤하게 비벼 절반정도 먹고, 생수를 부어 밥을 말아 싹 비워버린다.
가자미구이와 매운탕은 사진 찍을 정신도 없이 먹다가 절반 정도 먹고 나서 사진을 찍어놓는다.
수조에 가득한 가자미들, 나중에 제철에 또 와야지.
밥을 먹고 나오니 어느덧 해가 졌다. 배가 부르긴 한데, 아직 조금 여유가 있는 것 같다.
카페에서 쉬다가 야경을 찍을지, 아니면 한 끼 더 먹을지 K와 얘기하던 중 결국 여행에서 남는 건 먹을 것 밖에 없는 걸로 의견을 통일한다.
그렇게 도착한 장기식당. 어째 여행의 말미에 갑자기 먹부림이 시작된다.
대를 시킬 자신은 없어서 소를 시켰는데, 이것도 양이 제법이다. 밥을 말고 나니 안에 숨어있던 고기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소 힘줄이 녹은 건지 끈적이는 국물과, 잡내를 잘 없앤 부드러운 고기, 분명 배가 부른 채로 왔는데 국물까지 전부 비워버렸다.
왠지 과식의 느낌이 났기에 바로 약국에 가서 활명수도 한 병 마신다.
이게 뭔 짓인가 싶긴 한데, 입은 너무 행복하다. 돌아가서 한동안 국밥 먹긴 그른 듯 싶다. 이 맛이 자꾸 떠오를태니...
차 반납시간이 조금 남았기에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잠시 차 안에 눕는다. 잠깐 눈을 붙인 뒤, 남은 황남빵도 마저 처리하고 차 안에 널브러진 잡동사니들을 챙긴 뒤 역으로 향한다.
먹고, 또 먹었던 여행을 마친다. 다음엔 겨울에 와봐야지. 제철의 가자미도, 쌀쌀한 날에 먹는 국밥도 분명 오늘과 다를 것이다.
(IP보기클릭)59.5.***.***
(IP보기클릭)119.197.***.***
감사합니다 ㅎㅎ. | 17.05.29 09:54 | |
(IP보기클릭)121.135.***.***
(IP보기클릭)117.16.***.***
감사합니다 ㅎㅎ. 당일치기는 확실히 육체적으론 조금 힘드네요. 그래도 충분히 기분전환은 한 것 같습니다. | 17.05.31 15:01 | |
(IP보기클릭)121.135.***.***
에엣! 당일치기라니 과로입니다 과로 ㅎㅎ | 17.05.31 15:32 | |
(IP보기클릭)21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