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여행] 10년전 다녀온 일본자전거 여행기 [히로시마-도쿄] (9) 이가-토요카와

[TLGD]

10년전 다녀온 일본자전거 여행기....[히로시마-도쿄] (1) 여행의 첫걸음

10년전 다녀온 일본자전거 여행기....[히로시마-도쿄] (2) 히로시마 관광

10년전 다녀온 일본자전거 여행기....[히로시마-도쿄] (3) 히로시마-오노미치

10년전 다녀온 일본자전거 여행기....[히로시마-도쿄] (4) 오노미치-오카야마

10년전 다녀온 일본자전거 여행기....[히로시마-도쿄] (5) 오카야마-아카시해교 

10년전 다녀온 일본자전거 여행기.... [1/4분량 정리] (6) 아카시해교-니시노미야 

10년전 다녀온 일본자전거 여행기....[히로시마-도쿄] (7) 니시노미야-오사카

10년전 다녀온 일본자전거 여행기.... [히로시마-도쿄] (8) 오사카-이가

지난 내용은 상단을 참고해주세요.

여행 9일째,본격적인 후반부 일정에 들어서서 이젠 실내숙박이 거의 없게 됩니다. 

이유는 마지막 날 어떻게든 여유를 부리고자 자금을 아끼는 것과, 애초에 잠을 잘 수 없을 만큼 달리게 되는 것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소모한 일정에 비해 남은 일정이 빡빡해서인지 점점 더 무리를 하게 되어 가고 있습니다. 그래도 무사 완주합니다!

오늘도 이 글을 봐주시는 분들의 시간과 여유가 괜찮으시다면, 한 사람이 10년 전 어렸을 그 때, 스마트폰조차 없던 그 때에, 수많은 시행착오와 힘겨움을 이겨가며 완주했던 여행기를 재미나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참고로 본문은 일기와 비슷한 형식으로, 존대가 없는 평어체입니다. 참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미리 감사인사드립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기본 여행정보

목적: 

히로시마-도쿄 자전거 일주

차종: 

몬테규 바이크 파라트루퍼(16인치 프레임)

순수 여행경비: 

항공료 제외 61만원

여행기간: 

2008년 8월 11일~8월 24일 (13박 14일)

여행지:

히로시마(출발지)-도쿄(도착지)

경유지:

오카야마,교토,오사카,나고야,시즈오카,후지산 등 2번 도로와 1번 도로의 주요 도시

최종주행거리:1036.8km 

9.아홉번째날, 8월 19일, 맑음, 아침이슬, 습기가득

5시 20분 경 기상

[일기 본문 발췌]

-플라이의 중요성을 제대로 실감했다. 지금까지 텐트에서 잔 날 중 제일 추웠던 날.... 이슬이 그냥 한가득 맺혔다.

텐트를 개면서 느낀 점은 아침이슬로 샤워하면 오라지게 춥다는 거다-ㅅ-;                (이모티콘까지 본문입니다.)
-암튼 텐트생활은 귀찮고 힘들다. 긴 밤 중 무방비로 홀로 있어야 하는 그 외로운 느낌...

-오늘은 일찍 출발했다.

풀숲에 터를 잡은 덕에 쿠션감이 아주 좋아 푹신하게 잤다.

물을 뿌리거나 비가 온 게 아니다. 아침이슬이다!

전날 밤 습도가 어마어마한 느낌이길래 비가 오려나 싶어 속도계를 비닐팩으로 덮어두었는데, 다행히 비닐팩 내부에는 맺히지 않아서 속도계를 습기로부터 보호할 수 있었다. 

플라이를 접으니 무슨 비온것마냥 물이 주르륵....

아직 5시 36분이다...

여행 중 노숙을 하면 왜 이렇게 일찍 깨는지 모르겠다. 엄청 피곤할텐데...

뜨는 해를 바라보며...

프레임에도 송골송골 맺힌 이슬...

해도 다 뜨고 텐트도 다 정리해서 이제 출발, 기상한 지 1시간만의 출발이다. 텐트 정리하는데 그렇게 오래걸렸나...? 뭐한다고 1시간이나 걸렸는지 기억이 안난다.

암튼 헬멧도 쓰고 준비를 갖췄으니 출발!

카메야마 시로 넘어가는 고갯길, 고도는 200m대라서 높지 않은데 풍경이 은근하게 멋졌다.

여기 넘어가면서 내 딴에는 엄청 힘들었던 구간으로 기억했는데 나중에 gps로 확인해보니 거리도 별 것 아니고 고도도 별 것 아녔다(...)

나의 생명식, 규동

앞서 설명했었지만 규동은 싸고, 고칼로리에, 맛나고, 간편하고, 빠르다.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는 싸이클 라이더에게 이만한 음식이 없다.

사진만 봐도 이 당시의 기억이 떠올라서 그 맛이 잊혀지지 않는다...

규동을 먹으면서 일기를 썼다.

[일기 본문 발췌]

-줄기차게도 먹어댄다... 달리기엔 오전~저녁 동안 해 떠 있을 때가 제일 좋긴 한데, 식비가 감당이 안된다.

-어젯밤 자면서 곰곰히 생각했던 건데, 이렇게 고생할 줄 알았으면 과연 내가 이걸 시작했을까?

-또, 여러가지로 위험하고 체력적으로도 힘든데, 내가 여자였다면 시도할 엄두를 냈을까...?

-모르겠다.

 당시의 나는 약간 힘에 부치는 느낌을 받았었나 보다. 또 예상 이상으로 힘든 체력적인 문제와, 홀로 노숙하며 여행하는 것의 두려움이 꽤나 느껴졌던 것 같다.

일기장...하단의 그림은 일본인과 대화 중 한국군 병사 계급체계를 설명하면서 적었던 것.

일본사람들은 징병제가 아니라서 그런지 한국인의 군대얘기를 흥미롭게 들어준다. 당시 나는 입대를 앞두고 있었던 것이기에 나도 곧 갈 것인지라 자세한 건 모른다고 하고 내가 아는 선에서만 설명해줬다.

스즈카 시를 지나 욧카이치 시로 진입, 작은 슈퍼에 들렀다.

슈퍼는 규모가 정말 작은, 동네 구멍가게 수준이었는데, 사진에도 나와있지만 매대가 군데군데 빈 곳이 많다.

허나 한국에서도 이젠(2008년 당시에도,) 이렇게 작은 구멍가게 슈퍼를 찾기 힘든지라 색다른 향수가 느껴지는 가게 모습이었다.

이것저것 간식을 사는데 내 행색을 보고 주인할머니가 이것저것 물어보시길래 대화를 나눴다.

안 그래도 간식을 살 예정이긴 했는데, 그것과 별도로 가게를 떠날 참에 할머니가 닭다리 튀김 포장된 것을 내어주시며 힘내라고 하셨다.

여행 중에 만나는 사람마다 도움을 준다; 사람 복이 장난이 아니다;

구멍가게를 나와 나고야를 향해 열심히 달리던 중 공업지대가 쭈욱 펼쳐지기 시작한다.

아직까지는 미에 현 욧카이치 시 인데, 나고야를 중심으로 한 권역이 꽤 큰 것 때문인지 여기서부터 분위기가 사뭇 달라지기 시작한다.

더불어 공기중에 경유 냄새라든지 각종 화학약품 냄새 같은 게 나고야에 도달할 때까지 심심찮게 풍겨왔다.

이거..괜찮은 건가?

말라버린 강바닥....무더위로 인한 것 때문인줄 알았는데, 그냥 개천이 얕을 뿐...

근데 주변 공장지대를 비롯한 폐수정화가 잘 안된 채 방류되는건지 뭔지 냄새가 꽤 심했다.

이 동네 사람들 건강 괜찮으려나; 

브런치로 규동을 든든히 먹었고, 구멍가게에서도 간식을 사먹었지만, 달린지 얼마 되지 않아 추가로 허기를 느껴 할머니가 주신 닭다리 튀김을 바로 먹기로 했다.

날씨가 더워 오래 들고 있어봤자 위생상 손해기도 하기에, 어차피 오지 달릴 거 아니니 그냥 생기는대로 먹는 게 나은 것 같다.

피부가 개판이 됐다.

썬크림&마스크를 쓰지 않은면 이렇게 된다.

나고야에 입성했고, 시간이 꽤 지나면서 저녁을 챙겨먹기로 했다.

1차 저녁식사로 언제나 반가운 모스버거를 갔다.

2차 저녁식사(?)

얼마나 처먹는겨....

먹어도 먹어도 배고픈 지점이 도달했다. 예산은 빠른속도로 식비로 산화한다.

나고야를 통과할 때 쯤, 100km/일을 찍었다.

그러나 그동안 너무 밍기적댄 것이 있어서 이번엔 조금 더 달리고자 했다.

암튼 나고야에선 세 명의 남자를 인상깊게 마주치게 되었는데,

1.나고야에 들어오자마자 비가 왕창 쏟아져 쫄딱 비 맞고 나서 비를 피한 곳에서 만나 이야기 나눈 남자

 굉장히 호쾌하면서도 동시에 매너가 있는 멋진 사람이었다. 대화를 나누다 보니 자연스레 내 여행얘기가 구체적으로 설명되었는데, 비를 쫄딱 맞은 내 몰골, 내 옷을 보더니 

후지산은 상당히 추울 것이기에 그 옷으로는 굉장히 힘들것이라고, 무리하지 말라고 했다. 이 때 처음 후지산이 상대적으로 춥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나중에 제5산장에 들를 때까지 그 사실에는 그다지 유념하지 않았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정말 진심어린 충고였던 것이란 것을....그 당시엔 몰랐다.

2.자기식으로만 친절해서 나에겐 별 도움이 안됐으며, 자기도 한국어 못하는 주제에 왜 일본어 쓰면서 '모르겠다'란 말 밖에 할 줄 모르냐며 나를 꾸짖던 남자

너무 싫었다. 자기가 알아듣기 힘들게 말하는데다가, 진짜 일본어를 잘 모르니까 모른다고 하는 건데 사람을 꾸짖고 앉아있다...

이 남자 때문에 기분이 너무나 다운되었다.

3.길을 물어보니 아주 천천히 친절하게 자신의 친구까지 동원해가며 길을 가르쳐주던 남자

말할 것도 없는 친절킹.

간이지도를 챙겨온대로 루트를 챙겨가며 진행하던 중, 1번 국도를 아무리 달려도 4번 지방도가 나오지 않아서 길을 잃었나 싶어서 난감해했었다. 

원래라면 나올 떄쯤이어야 하는데...싶었는데 계속 나오질 않는 것이다.

그런데 다행히도 그게 아니었다는 것을 오카자키 시의 코반에 들러 지도를 보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갈림길이 오카자키 시보다 더욱 동쪽에 있는 토요하시 시에 있었던 것이다. 천만 다행이라 생각했고, 오늘 주행은 100km는 넘겼지만 갈 수 있는 데까지는 더 가보자란 생각으로 더 달려보았다.

그러던 와중에 내리막 구간을 달리던 중 볼라드를 치어 데굴데굴 굴러버렸다. 그 결과, 라이트마운트가 박살, 왼쪽 페달은 절반이 뜯겨나가버렸다.

다행히도 자전거 동체는 멀쩡하여 여행을 마저 진행할 수 있었으나 부서진 페달 때문인지 효율이 급감하기 시작했다.

페달 문제도 있고, 라이트마운트가 박살나 라이트를 쓸 수 없다는 것은 치명적인 상황이기에 오늘은 여기서 주행을 접기로 하고 사이트를 찾기 시작했다.

메인 루트에서 나와서, 토요카와 시의 한 타운 구석으로 들어갔는데 마땅한 포인트가 없어서 겨우 찾다찾다 포기하고 한 아파트단지 주차장 옆 잔디밭이 괜찮아보여 그곳에다 텐트를 쳤다. 

이가 시보다 벌레가 많아 텐트치는 과정이 좀 힘들었다.

아무튼, 텐트를 완성 후엔 바로 냉큼 들어가 잠에 들었다.

6시쯤 출발해서 24시 넘어서 잠들었다. 18시간...주행했다.

꽤 많이 달렸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지금까지보다 확실히 늘었다. 하지만 갈 길이 정말 많이 남았기에, 내일도 이런 페이스를 유지해야 한다는 부담이 생겼다.

아이치현을 빠져나가면, 후지산이 있는 시즈오카현에 진입한다. 

도쿄가 코앞이다. 힘내자!

2008년 8월 19일 소비금내역

사용내역	사용액	잔액 (엔)	비고
전날 잔액		28596
레몬소다	-120
레몬스포츠워터	-150
아쿠아리우스	-150
규동	-450
아이스크림	-100
컵라면	-158
사과주스	-116
꼬치햄	-130
귤 과육주스	-138
포카리스웨트	-138
콜라	-120
모스버거	-500
아쿠아리우스 겔	-178
콜라	-100
규동	-390
과일소주	-148
아쿠아리우스 비타민가드	-150
합계	-3236	25360

아홉번째 날, 증액된 총예산 59000엔의 5.4%인 3236엔을 사용했다.

싸구려 음식과 음료수의 승리

식사라고 부를 수 있는 걸 5번 먹고, 그 사이사이에 음료수와 아이스크림 등 시원한 액체들을 2~3회씩 먹었다.

엄청난 열량을 공급하면서 3000엔 초반대를 유지했다.

아이치 현도 곧 나간다.

시즈오카-후지산-도쿄다.

남은 일정은 이제 5일, 단순계산으론 하루에 150km씩 달리면 된다.

2008년 8월 19일 주행거리

140.5km

(이가-토요카와)

총 주행거리

660.6km

사진이 무척 많고, 내용도 많기에, 내용을 소분해서 업로드합니다. 예전에 타 사이트에 이렇게 연이어 올리려다가 귀찮아져서 무산된 적이 있었기에,

나름대로의 데드라인을 만들기 위해 미리 다음 업로드 일자를 써둡니다. 다음 업로드는 9월17일 0시 이전 또는 0시 부근입니다.

[쿠마니]

잘 보고갑니다.
마지막 총 주행거리 단위에 오타가 있네요~

[TLGD]

좋은 지적 감사드립니다! 제가 1km도 안달려놓고 엄살을 부렸군요 ㅠㅠ

[TLGD]

덕분에 수정 완료했습니다!

[분수쾌락]

불운의 사고도 있었지만 꼭 완주 하셨으면 좋겠네윰 ㅠ
힘내세요 10년전의 작성자님 !

[TLGD]

10년 전의 저는 열심히 힘을 내겠습니다!

[루리웹-1565058756]

후-지-산! ㅋㅋㅋㅋ 역시 여행은 사람만나는 재미죠...

[TLGD]

만나는 사람마다 도움을 주셔서 참...몰골이 정말 말이 아니었나봅니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