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전 다녀온 일본자전거 여행기....[히로시마-도쿄] (1) 여행의 첫걸음
10년전 다녀온 일본자전거 여행기....[히로시마-도쿄] (2) 히로시마 관광
10년전 다녀온 일본자전거 여행기....[히로시마-도쿄] (3) 히로시마-오노미치
10년전 다녀온 일본자전거 여행기....[히로시마-도쿄] (4) 오노미치-오카야마
지난 내용은 상단을 참고해주세요.
개인의 여행중 매일기록을 올리는 것 뿐이지만 꾸준히 보아주시고 추천과 덧글을 주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다시 한번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큰 힘과 용기가 되고 있습니다.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꼭 클릭해보세요)
여행기록을 정리하면서 구글어스 프로를 사용중인데 기능이 무시무시합니다. 뷰에서 보이는 영역에 대해 자동차나, 모든 건물들의 3D데이터를 제공하더군요. 유명하고 큰 건물들은 세부모델링까지 나오며, 그 외 잡다한 건 인공지능으로 구성된 박스모델링+중간 정도의 해상도 모델링이 지원되는데 아마 위성사진 상 보이는 차량이나 건물 실루엣으로 자체분류해서 모델링을 적용하는 듯 합니다. 13일 밤에 묵은 곳이 트레일러 등이 많이 주차된 기사식당이었는데 거기 서있는 트레일러들이 모조리 3D화되어 있네요 ㅎㄷㄷ...위에 첨부한 이미지는 제가 찍거나 드론으로 찍은 사진이 아닙니다. 파란 선이 제가 주행한 경로이고, 이 지점은 제가 13일 밤에 묵은 곳을 바라본 것이지요. 저 입체감이 느껴지시나요?
분명히 구글어스 초창기에는 이렇게나 기능이 강력하진 않았던 것 같은데, 세월이 흐르면서 점점 더 무시무시해지는 구글어스입니다...
앞으로는 직접 찍은 사진과 해당 장소의 구글어스를 이렇게 함께 첨부해볼까 합니다. 볼만한 지점은 이렇게도 보여드릴게요.
이번 화는 14일 분량이 진짜 뭐 없는 관계로 15일 일정까지 2일치를 올립니다. 참고해주세요.
이 글을 봐주시는 분들의 시간과 여유가 괜찮으시다면, 한 사람이 10년 전 어렸을 그 때, 스마트폰조차 없던 그 때에, 수많은 시행착오와 힘겨움을 이겨가며 완주했던 여행기를 재미나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참고로 본문은 일기와 비슷한 형식으로, 존대가 없는 평어체입니다. 참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미리 감사인사드립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기본 여행정보
목적:
히로시마-도쿄 자전거 일주
차종:
몬테규 바이크 파라트루퍼(16인치 프레임)
순수 여행경비:
항공료 제외 61만원
여행기간:
2008년 8월 11일~8월 24일 (13박 14일)
여행지:
히로시마(출발지)-도쿄(도착지)
경유지:
오카야마,교토,오사카,나고야,시즈오카,후지산 등 2번 도로와 1번 도로의 주요 도시
최종주행거리:1036.8km
5-1. 넷째날, 8월 14일, 편안하고 시원한 아침
8시15분에 기상.
실내에서, 따듯한 이불에 에어컨 쐬면서 자니 피로가 쫙 풀린다. 통통이 사장님 혼또니 아리가또.
아참 요 전을 비롯하여 앞으로 진행되는 노숙생활 중에 어떻게 씻는지 궁금할 사람들을 위해 세면 등을 설명하자면,
기본적으로 실내숙박을 하는 날에만 전신을 씻을 수 있었다. 이 때 빨래(주행복1세트와 여벌옷1세트)도 진행하며 실내숙박은 8월 11일(위클리인,아직 1벌이 새옷), 13일(기사식당,빨래못함)),14일(토요코인 아이오이), 17일(토요코인 오사카), 22일(5고메 산장에서 3시간,빨래못함) 이었다.
그 외의 일정은 모두 노숙 또는 무박라이딩... 특히 무박라이딩은 모두 일정 후반부에 몰려있어 얼마나 일정에 쫒겼는지 알 수 있었다.
14일 일정은 진짜 한 게 없던 것 같다, 사진도, 일기도 많지가 않다.
아무래도 전날 많이 못 달린 게 걸려서 사진찍을 여유 없이 달린 듯 하다.
아침 식사로 통통이 사장님 기사식당에서 300엔짜리 우동을 먹었다.
갈 길이 멀다. 힘내자
[개구리 말라죽은 사체 혐짤주의]
오전 사진이 없을 정도로 오전엔 그냥 계속 달렸다.
찍어봤자 어제의 풍경과 똑같을 뿐이라서 그런듯?
근데 길을 가다보니 뭔가 괴한 것이 보이길래 가까이 가보니 참개구리 종류인 듯한 것이 말라죽어 비틀어져 있었다.
벌써 몇번째 소동물 말라죽은 시체인지...
그러고보니 아직까지 비를 맞은 적이 없다. 당시의 서일본은 바짝 말려죽는 더위가 극심했던 듯 하다.
그냥 달리다 달리다가 보니 이 도로는 2번 도로가 아닌 397번 도로였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약 2km 정도를 손해보는 루트로 돌아가 버렸다.
아 젠장...
그래도 길 가다가 만난 어떤 친절한 아주머니에게 물뿌림과 음료수를 얻었다.
이번엔 내가 먼저 요구한 게 아니었다...!
매일같이 누군가에게 도움받는다...고맙고 미안했다..ㅠㅠ
이 날은 점심을 따로 안 먹고 음료수와 아이스크림 등 고당분 고지방에 섭취가 간편한 것만 잔뜩 먹고 달렸다.
그렇게 오후시간도 열심히 달리다가 어느 지점에서 마트나 편의점은 커녕 자판기도 콧배기도 안보이는 구간이 꽤 이어지는 것이었다.
이런 곳이니 있을 턱이 있나(...)
나중에 알고보니 하루종일 달렸는데 여긴 아직도 오카야마였다.(비젠 시)
아무튼 너무 목이 마른데 나오질 않아 절망하던 가운데,
이런 작은 공장 같은 곳이 나왔고, 그곳마당에 자판기가 있었다.
(사진은 공장쪽에서 길 방향으로 찍음)
그래서 이곳에서 좀 쉬어가기로 하고 음료수를 뽑아먹고 쉬고 있었던 차에...
공장이 쉬는 시간이 되었는지 사람들이 우르르(10명이 채 안되었지만) 나왔다.
공장 마당에 있는 자판기에서 퍼질러 앉아있는 나는 나온 여러 사람들과 제대로 마주치게 되고,
내가 뭐 잘못한 것도 아니기에 갑자기 빼는 것도 그림이 이상해서 대충 자판기 옆에서 비켜나며 멀뚱멀뚱 쉬고 있으려 했다.
그러나 서일본 사람들의 오지랖(=친절,인심)은 내 생각 이상이었다.
윗 사진에 나온 아저씨가 내게 말을 걸어 주셨는데, 대략 이런 내용이었다.
1.나이
2.지금 여행중?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그래서 나이와 여행내용을 알려드렸더니 엄청 놀라워하시더니 갑자기 어디론가 전화를 거시는 거였다.
그러곤 몇분 정도 통화를 하더니만, 갑자기 전화를 내게 바꿔주시는 것이다.
전화를 받아보니 전화너머 목소리는 여성분이었고, 한국어로 내게 말했다.
그분 왈, 자긴 저 아저씨 친구인데, 내가 한국인이고 21살이고 여행중이라 했더니 자신에게 전화를 걸더라는 것이었다.
그러고선 저 총각이 자기 딸이랑 동갑인데 이 친구에게 뭐 어떻게 해줄까 라고 자문을 하더라는 것.
그래서 그 여성분 왈, 그냥 용돈 줘서 보내라고 말해놨다고(...)
아저씨가 용돈 좀 줄테니 잘 받고 오늘은 맛있는 거 먹으라고 하셨다.
통화가 끝난 후 아저씨에게 전화를 돌려드리니 또 몇 마디 통화하시더니 곧 끊으셨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주섬주섬 5000엔(...?!)을 꺼내시더니 내게 건네주시며
역시 아까 여성분이 하셨던 말 그대로,
자기 딸과 동갑인 총각이 이렇게 여행하는 게 보기 좋다며 맛있는 거 먹으라면서 5000엔을 손에 쥐어주시는 것이다.
어안이 벙벙한 가운데 쉬는 시간이 끝났는지 아저씨는 쿨하게 '키요츠케떼~' 하시고 슝 들어가버리셨다.
벙쪄서 서 있다가 현실감을 되찾으니 공돈 5000엔이 생긴 것에 힘을 크게 얻었다.
당시에는 경황이 없어 아저씨 연락처라든지 뭐 그런 걸 알 방법이 없었는데, 어떻게든 알아둘 껄 싶었다...
지금 내가 이렇게 건강히, 무사히 여행을 끝내고선 당신이 주신 은혜를 되새기고 있다고, 다시 만나뵈면 은혜를 갚고 싶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아무튼간에 예상치 못한 큰 물질적, 정신적 응원을 받고 다시금 힘을 내어 출발했다.
또 장수잠자리 시체(...)
이거 뭔가 큰 일이 일어난 것이 틀림없다.
(는 그럴 리 없다, 평범한 자연이다.)
갑자기 또 시간이 휙 넘어갔다.
이 곳은 효고현 아이오이 시의 라멘전문점,
점심과 저녁을 모두 거른 상태에서 주린 배를 부여잡고 이제야 밥을 먹는다.
다행히 클로징이 25시라고 하여 맘 편히 식사를 하였다.
당시 자력 외국여행이 처음이었던 나는, (라멘집) 인테리어조차 신기했는지 열심히 사진을 찍어댔다 (1)
식사를 하고, 배를 채우고 나니 어둡기도 하고 도저히 달릴 기분이 나지 않아. 숙박업소를 찾기 시작했다.
마침 식당을 향해 가던 길 도중에 발견해두었던 토요코인(중저가형 비즈니스 호텔)이 있어서 바로 그곳으로 갔다.
토요코인 아이오이
드디어 위클리 인 히로시마 이후로 처음 돈 주고 묵는 곳(...)
드디어 빨래를 한다!
당시 자력 외국여행이 처음이었던 나는, (호텔) 인테리어조차 신기했는지 열심히 사진을 찍어댔다 (2)
[이하 작성자 대형민낯 및 반라주의]
민낯과 반라를 올린 건 뭐 별게 아니고 얼마나 탔는지 보여주는 지표로 삼고자...
얼굴+목 및 팔과 상체와의 극명한 피부색 괴리...
불과 3일만에 이렇게 되어 버렸다.
이때는 이게 심각한 화상 상태라는 걸 몰랐다.
워낙 어렸을 적부터 나가 돌아다니며 노는 걸 좋아했기에, 타면 타겠거니 하고 그냥 살아왔던지라 이렇게 심각하게 타본 적은 없었다.
이 시점에 함께 쓰는 내용이지만, 저 자외선화상 뿐 아니라, 첫째날, 둘째날에는 회음부와 사타구니,
궁둥이 부분이 마구 쓸리고 땀에 불어터진 찰과상으로 매우 고통스러웠던 것도 있다.
타이트한 주행복 자체가 그런 고통을 방지하는 기능이 있는 주행복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장거리 주행을 해본 적 없는 사람이 며칠씩 무리하니 그렇게 되는 것이었다.
이 날까지도 그 상처가 모두 낫지 않은 상태였는지라,
너무나 고통스러웠던 나는 그만...
루리웹 레전드 '불멸박보영'님의 '그 행위'를 통해 내 환부를 확인해보았다.
OMG...눈으로 못 볼 꼴이었다.
세상 모든 고통이 그곳에 일그러져 새겨져 있는 것 같았다.
물론 그 혐짤은 여기 올리지 않으니 안심하고 스크롤을 내리셔도 된다.
(정말입니다. 그리고 당시에 촬영 후 바로 삭제하였음)
아무튼 낮에 만난 친절한 아저씨(+친구분) 덕분에 거금을 들여 호텔에 묵게 되었기에
오랜만에 개인정비를 충실히 한 후 푹신한 침대에서 푹 잘 수 있었다.
2008년 8월 14일 소비금내역
사용내역 | 사용액 | 잔액 (엔) | 비고 |
전날 잔액 | 27015 | ||
통통이 사장님 기사식당 우동 | -300 | ||
아쿠아리우스 비타민가드 | -150 | ||
아이스크림 | -62 | ||
콜라 | -100 | ||
사과소다(자판기) | -110 | ||
아저씨의 크고 아름다운 인심 | +5000 | ||
쿠우(과육함유,자판기) | -120 | ||
밀크 커피 | -130 | ||
아쿠아리우스 비타민가드 | -150 | ||
라멘 | -880 | ||
비즈니스호텔 토요코인 아이오이 | -5100 | ||
어른에게 중요한 책 | -890 | ||
합계 | -2992 | 24023 |
넷째 날, 총예산 38000엔의 7.8%인 2992엔을 사용했다.
숙박은 운 좋게 아저씨의 인심 덕에 잘 해결되었고, 음료수를 많이 먹는대신에 식사횟수를 줄이는 전략으로 식비를 줄였다.
하지만 생각보다 주행거리는 많이 뽑지 못한 게 아쉬웠다.
어른에게 중요한 책은...
당시 나는 에너지가 너무 넘쳐서 어쩔 수 없었다.
그 피곤하고 힘든 가운데에도 어쩔 수 없었다.
성진문물의 본토에 왔는데 편의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그 유혹은 어쩔 수 없었다.
어른에게 중요한 책이 없었다면 여행을 더 빨리 끝낼 수 있었을까?
2008년 8월 14일 주행거리
79.3km
(오카야마-아이오이)
총 주행거리
267.6km
5-2. 다섯째날, 8월 15일, 간만에 숙면을 취할 수 있었던 아침. 맑음
8시30분에 기상.
실내에서, 따듯한 이불에 에어컨 쐬면서 자니 피로가 쫙 풀린다. 친절한 아저씨(+친구분) 혼또니 아리가또 감사합니다.
간밤에 빨래를 해둔 덕에 오랜만에 깨끗한 옷을 입게 되었다.
호텔 로비에 비치된 PC를 통해 인터넷도 할 수 있었다. 구글맵을 통해 현재까지 온 거리를 확인해보고 스스로 뿌듯했다.
뼛속까지 덕후체가 각인된 나는 속으로 ' 벌써 267km를 넘기다니 TLGD군, 대단하잖아? 어이!'라고 외쳤던 것 같다.
근데 이때만 해도 아직 여행 초반이라 생각 못했나본데, 여행일정은 1/3을 넘겼는데 누적거리는 아직 1/3에 못미친 지점이었다.
게다가 가는 도중에 후지산도 들러야 한다.
이래서 무식한 게 용감한거다.
여행 중 첫 조식
감동의 쓰나미....이게 호텔밥이구나...
토요코인이 만만하다고 하지만 당시 내게 이건 호사 중의 호사였다.
눙무리...앞을 가린다.
먹고 또 먹었다.
암튼 잔뜩 먹었다. 갈 길이 멀다. 에너지와 염분은 생명이다.
당시 자력 외국여행이 처음이었던 나는, (일본 소도시의 길거리)조차 신기했는지 열심히 사진을 찍어댔다 (3)
무서울 정도로 길거리에 사람이 없었다.
당시엔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이 날 광복절이었다.
그래서 사람이 없었나...?
일본에서는 종전기념일로 부른다고 하던데, 별도 행사라도 있는지 모르겠다.
이번엔 장수풍뎅이 시체...
보았느냐! 일본의 더위!
곤충! 말려 죽인다!
개구리! 말려 죽인다!
다음 말려죽이는 대상이 내가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날은 그간 너무 달렸다고 생각해서 시내 관광을 좀 하고자 자전거를 타고 오전중에 아이오이시 남부를 돌아보았다.
근데 진짜 뭐 별거 없었다...
한적한 소도시 그 자체
드디어 살아있는 곤충 발견!
(소동물의)죽음이 가득한 이 더위 속에서 살아있어줘서 고마워...(1)
사실 시내를 돌아다닌 건 관광목적이 아니라, 자고 일어나니 자전거에 첫 펑크가 나 있었다.
내가 가져온 수리킷으로 수리가 불가능한 수준이었기에, 호텔에 문의해서 시내의 자전거 수리점을 찾아간 것이다.
거리가 약간 있었지만, (수리점에) 가지 않으면 정말 (집에) 갈 수가 없어지므로 끌고 가야만 했다.
근데 공교롭게도 종전기념일이라 휴일로 치는 건지 아니면 그냥 주인장이 쉬고 싶으셨던 건지 자전거 수리점이 휴가중이었다(...)
매우 곤란한 상황에 처해버린 내가 주변을 서성이자, 가게 앞에 지나가던 한 할머니께서
역시 지나가던 할아버지를 부르시더니 뭔가 얘기를 나누시더라.
얘기가 끝나시자, 내게 뭔가 약도를 그려주시더니 이 약도에 있는 주유소에 가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하셨다.
감사 인사를 한 후 주유소로 향했다.
자전거 여행을 하는 중에, 내가 일본 사람들과 이야기를 트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 경우이다.
1. 내 필요로 무언가 물어볼 때
2.내가 어디 가는지, 무슨 사람인지 궁금해하는 사람들
보통 1로써 해결하려 하는 문제가 2로써 더욱 크게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2를 통해서 일본 사람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게 되는데, 그게 참 좋다. 여행의 참 재미라고 할 수 있다.
아무튼 주유소에 들러 직원에게 펑크를 때울 수 있는지 물어봤는데,
주유소 사장님이 나와 보더니 대뜸 갖고 들어오라고 했다.
사장님은 별 말없이 그냥 그 자리에서 펑크를 때워주셨다.
?!
내가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베풀어주신 친절에 보답할 방법이 없어 당황하고 있는데 사장님은 쿨하게 들어가버렸다.
안절부절 못하는 나...
보이지 않는 사장님을 향해 열심히 인사하고 돌아왔다.
위의 길거리 및 곤충 사진은 그렇게 펑크를 때우고 돌아오는 중에 본 풍경들인 것이다.
당시 자력 외국여행이 처음이었던 나는, (일본 소도시의 철도)조차 신기했는지 열심히 사진을 찍어댔다 (4)
이런 사진 한국에서도 쉽게 보는 풍경이다.
대체 왜 찍은 걸까...엄청 신기했나보다.
이번엔 드디어 살아있는 장수잠자리 발견!
(소동물의)죽음이 가득한 이 더위 속에서 살아있어줘서 고마워...(2)
2번 도로 통해서 잘 가다가 자전거 길이 완전히 끊겨서 좀 헤맸다.
그래서 길을 벗어나 시골마을로 들어가 그늘에서 쉬고 있는 일가족에게 길을 물어보니
남쪽으로 가서 큰 도로가 나오면 그걸 타고 가면 된다고 했다.
고마움을 전한 후 이동하면서 시키는 대로 하면 되었는데, 삐긋길 탔다가 또 헤매버렸다.
결국...
오노미치에 이어,
오지랖을 발휘해 열심히 일하는 경관들에게 말걸기 시전 (과속단속중이였음)
바로 즉답으로 어디로 얼만큼 가면 어떻게 잘 풀어갈 수 있다를 잘 알려주셔서 꽤 도움이 되었다.
문제 해결!
여행중에는 이렇듯 경관들과 조우하는 일이 종종 생겼는데,
절대적 약자인 자전거여행자로선 이런 공무원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할 때가 종종 생긴다.(이후에도 여러 사례가 있다.)
날이 하도 더우니 비둘기들은 모두 그늘에서 꼼짝 않는다.
히메지 시 입성
저 멀리 히메지성이 보이지만...!
'우와~관광지네~'
슝~
갈길이 바빠서 이만!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파란 선이 이동궤적)
정말 통과만 했다(...)
성 앞 대로에서 잠깐 고민한 흔적이 보이긴 하는데...
저 때 성 관광하면 너무 일정이 늦어졌을 것이 자명하다.
아쉬운대로 서성인 후 바로 떠난 듯 하다.
하루종일 제대로 된 식사를 안 한 상태였는데, 지나가다가 우연히 한글이 쓰인 음식점을 발견했다.
반가움에 들어가보니 역시 주인아주머니께서 한국분이셨다.
공짜밥을 한기 내어주셨는데,
밥을 얻어먹고 얘기를 나누면서 나보다 먼저 지나간 자전거 여행자들의 얘기를 많이 들었다.
내가 오기 바로 하루 전(!),
한 자전거 여행자 그룹(2인)이 있었는데, 그들은 아예 이 아주머니네 식당집에서 하숙을 2주간 하고 갔다고 한다.
그들은 여행중에 너무 지친 것+자금 고갈로 자전거 여행은 애초에 포기하고
이곳에서 공짜밥 먹은 걸 계기로 2주간 묵으면서 일하며 아주머니께 품삯을 받아 모아서 비행기값을 만들어 귀국했다고 한다.(...)
게다가 자전거는 가져갈 수 없어서 그냥 그 식당집에 두고 갔다고 한다.
갑자기 공짜 자전거가 두 대 생긴 아주머니네 아들은 좋아했다고...
남편분은 일본분이셔서 아들은 한일 혼혈, 국적은 일본으로 살고 있다고 한다.(남편분은 못 뵘)
아들도 만났는데 한국어는 전혀 못하는 친구였다. 뭐 일본 사니까 상관 없겠지.
아주머니께선 곰탕과 함께 연근을 얇게 저민 걸 주셨는데, 원래 난 연근을 먹지 못했다.
근데 배도 고프고, 아주머니께서 너무나도 맛있게 만드시고 연근도 싱싱해서 정말 맛있게 먹었다.
밥을 먹다보니 해가 졌는지라 앞으로의 일정을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을 말했더니 아주머니께서 어디론가 전화를 하셨다.
얼마 안가 어떤 아저씨가 들어오셨고 친구분이라 소개해주셨다.
친구 아저씨께선 다짜고짜 생맥주와 안주(낚지볶음)를 사주시며 이런저런 어드바이스를 주셨고 다 먹고 난 후에 아주머니께선
그 아저씨를 쫒아가면 안내를 제대로 받을 수 있을 것이라 하셨다.
아주머니와 작별 인사를 하고 아저씨를 쫒아가니 아저씨는 일단 나를 지역 마트로 데려가셨다.
거기서 아저씨가 효고현 지역 지도책을 사 주셨고 이 책을 여행 중반까지 유용히 쓰게 되었다.
지도책을 사준 아저씨는 다리 앞까지 나오셔서 이 다리 건너서 이제 쭉 가면 된다시며 나를 배웅해주셨다.
참으로 고마운 분들을 만났다.
아저씨와 바이바이 한 후 건너는 다리
무심히 지나가는 자동차의 불빛을 보며 나는 왜 이길에 서있나 이게 정말 나의 길인가 이 길의 끝에서 내 꿈은 이뤄질까.
길 가다가 서점에서 충동구매한 '스즈미야 하루히짱의 우울' 원서 1권
이때만 해도 이거 진짜 최신간이었을....까?
아직 정발 안되고 이글루스 유명 블로그
앨리야스님 블로그에서 번역만화만 돌던 시절이었던 듯 하다.
지금은 정발본 10권까지 샀지만...
이때 샀던 원서 어따 버렸지... 아 북오프에 팔았지.
운 좋게 양력 15일과 음력 보름이 겹쳤나보다.
보름달이 정말 휘영청 밝다.
덕분에 야간주행이 어렵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열심히 달려주는 나의 자전거, 고맙다!
바다를 우측에 끼고 열심히 계속 달린다. 12시가 지나 날짜가 바뀌었지만 아직 잘 곳을 찾지 못했다.
계속 시내 도로를 달리고 있는지라 텐트 칠 만한 스팟을 아직 찾지 못한 것이다.
우측 바다 너머 불빛들이 줄지어 있어 매우 신기했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저 섬은 아와지 섬이었고 위성사진에서도 보일 정도로 큼직한 섬이라고 한다.
달리고 달리다보니 정면에 거대한 대교가 보였다.
그리고 대교로부터 뻗어나온 해안 공원 같은 게 있어서 잠시 자전거를 세우고 바다를 감상하고 있노라니 저 멀리서 왁자지껄한 그룹이 있었다.
프로페셔널 오지라퍼로써 호기심을 참을 수 없어 접근해보니 인근 대학 대학생들이 놀러나온 것이라고 한다.
양국의 젊은이들이 모여서 얘기를 나누며 우애를 다지고, 그들은 내 초췌한 몰골을 보더니 딱했는지
그들이 가져온 도시락 하나를 건네 주었다. 드릴 건 없는데 힘내시라며...
얼마 되지 않아 그룹은 자리를 떴고 나는 이젠 너무 늦었는지라 대교 근처 해안공원 어딘가에 자리를 잡고자 스팟을 찾아다녔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대교의 위엄이 진짜 쩔었다...ㅎㄷㄷ...
시내에서 텐트를 치는 상황인지라 최대한 사람 눈에 덜 띄고자 좌측의 거대구조물 너머 구석에 텐트를 치기로 결정했다.
다가갈수록 정말 위협적인 거대함.....
여행 중 처음으로 감탄사가 자동으로 터져나왔다. 너무나도 멋있었다.
대체 얼마나 큰 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내가 평택 출신이라서 서해대교는 종종 볼 일이 있었는데, 그 대교조차도 이렇게 거대한 느낌으로 다가오진 않았는데....
나중에 확인해보니 세계 최장 현수교였다. 주경간장 1991m....저 기둥과 기둥 사이가 대충 2km란 소리다.ㅎㄷㄷㄷ...
거기다가 원래는 1990m였는데 고베 대지진을 버티고 1991로 1m 늘어났다고...흐억...
물론 이런 대단한 사실은 정작 거기 있을 당시엔 전혀 몰랐다.
드디어 텐트를 쳤다.
26시가 넘어서야 쉴 곳을 찾았다.
난 구조물 너머면 단순한 콘트리트벽일 줄 알았는데, 무슨 입구처럼 꾸며져있어서 뭐지 이게...하고 의아했다.(어두워서 정확하게 확인할 수 없었다.)
어쨋든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어서 구석에다가 텐트를 치고 아까 받은 도시락을 허겁지겁 먹어서 늦은 저녁을 먹었다.
텐트에 누워 잠을 청하는데 문열 열어두었기에 방충망 사이로 바다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이 솔솔 들어왔다.
참으로 시원했다. 하루종일 더위와 싸우며 달렸는데, 그 보상을 받는 기분이 든다.
피곤하지만, 곤히 잠들 수 있을 것 같다.
2008년 8월 15일 소비금내역
사용내역 | 사용액 | 잔액 (엔) | 비고 |
전날 잔액 | 24023 | ||
데카비타 비타민 음료 | -147 | ||
소다맛 아이스크림 | -62 | ||
과일주스 | -100 | ||
아쿠아리우스 비타민가드 | -150 | ||
분실 | -1 | ||
비타민워터 | -125 | ||
쿨피스 | -105 | ||
또 다른 어른에게 중요한 책 | -467 | ||
스즈미야 하루히짱의 우울 1권 | -583 | ||
오렌지주스 | -105 | ||
음료수 | -116 | ||
합계 | -1961 | 22062 |
어른의 책이 문제다...
다섯째 날, 총예산 38000엔의 5.16%인 1961엔을 사용했다.
숙박은 텐트로 해결, 음료수를 많이 먹고, 조식을 잔뜩 먹고 공짜밥으로 점심저녁을 해결하여 식비를 줄였다.
하지만 오늘도 생각보다 주행거리는 많이 뽑지 못한 게 아쉬웠다.
식비절약은 순전히 운이고,
주행거리가 많이 누적되지 못해 점점 초조해지고 있다.
하지만 어쩌랴, 난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진짜 고생길은 아직 시작도 안했다는 걸 이땐 몰랐을 거다.
2008년 8월 15일 주행거리
76.4km
(아이오이-아카시 해교)
총 주행거리
344.0km
사진이 무척 많고, 내용도 많기에, 내용을 소분해서 업로드합니다. 예전에 타 사이트에 이렇게 연이어 올리려다가 귀찮아져서 무산된 적이 있었기에,
나름대로의 데드라인을 만들기 위해 미리 다음 업로드 일자를 써둡니다. 다음 업로드는 9월8일 0시 이전 또는 0시 부근입니다. (오늘은 0시를 오버하여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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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 18.09.05 17:21 | |
삭제된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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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정말개같애
그때만 해도 스마트폰이 보급이 많이 되어 있지 않았을텐데 고양개님도 스마트폰 없는 여행을 하셨는지요? 궁금해집니다~ | 18.09.05 17:22 | |
(IP보기클릭)125.180.***.***
고양이는정말개같애
띠 한바퀴가 지났으니 지금 또 가시면 그것대로 재미날 겁니다!ㅎㅎ 언젠가 또 재밌게 다시 즐기실 날이 오시길 빕니다! | 18.09.07 20:3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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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 18.09.05 17:2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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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분께 청구하셨을까요 ㅋㅋ 궁금해집니다. 추천 감사드립니다! | 18.09.05 17:2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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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리고 있는 것이 중요한 거니까요!ㅎㅎ | 18.09.05 17:2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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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지금 작성 시작합니다~! | 18.09.07 20:3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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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대한 믿음이 생겼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는 인지상정을 크게 느꼈습니다. 또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도전을 하나 이뤘다는 성취감이 크더라구요. 인생에서 잊지 못할 큰 경험 중 하나입니다! | 18.09.12 00:1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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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계에 꽤 큰 족적을 남기고 가셨죵 ㅎㅎ | 18.09.12 17:3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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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애아빠라 이게 쉽지 않네요 ㅠㅠ 그것도 그렇고 답글을 1년도 지나서 달게 되다니 죄송합니다 흑흑 세상이 변해서 이제 일본 가는 것도 어려운 시대가 되었죠 ㅠㅠ | 20.10.20 06:3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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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 알람이 떠서 오니 읽어주셨군요. 감사합니다^^ | 20.10.20 06:29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