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란 : 아, 이제야 그놈들이 움직이는구만.
마사키 : 그놈들? 누구 말야?
에란 : 볼크루스 교단. 하여튼간 멍청한 놈들이라니까. 내가 그렇게 정보를 퍼다줬건만 내 예상보다 무려 하루나 늦게 움직이다니.
마사키 : 너 지금... 뭐하자는 거냐?
에란 : 야, 똑같은 소리 몇 번을 하게 만드냐? 내 목적은 라스피토트를 죽이는 거 하나라니까.
마사키 : ............. 라는 건 볼크루스 교단이 라스피토트를 부활시키려 한다는 거야?
에란 : 맞아. 자, 그놈들도 기다리고 있을 거다. 라스피토트 신전에 가보자구.
마사키 : 잠깐 정지!! 라스피토트 부활을 막으려면 아예 신전을 부숴버리면 끝나잖아!! 볼크루스 교단보다 먼저 박살내는 게 좋지 않냐?!
에란 : ...... 미치겠구만. 내가 뭐라고 했는지 아직도 모르겠냐? 어지간히 머리 나쁜 거 같으니 한번 더 말 한다. 잘 들어. 난, 라스피토트를, 죽인다. 봉인하는 게 아니라, 죽인다고.
마사키 : 너 바보냐?! 그런 괴물을 너 혼자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하...
에란 : 생각해. 난. 아니, 다시 말하자면. 확신해.
마사키 : 죽일 거니까 부활시키고 보자는 거냐?! 그랬다간 피해가 늘어날 뿐이잖아!!
에란 : 내가 알 게 뭐냐. 난 라스피토트를 죽이고 검신 란돌을 초월하고 싶은 거야.
마사키 : 칫... 역시 너하고는 평생 어울릴 일이 없겠다. 하나 더, 멋대로 란돌이란 이름 써대지 마!!
에란 : 흥. 너 그 이름 버리지 않았냐? 이제 관계없잖아. 참견 마.
마사키 : 시끄러!! 라스피토트 부활 어쩌구 하는데 그걸 가만 두겠냐?! 티안이 왜 그놈 부활을 막겠다고 목숨을 걸었는데!! 그걸 뻘짓으로 치부하는 건 용서 못 한다!!
에란 : 아아. 그거? 딱히 뻘짓으로 치부하는 건 아냐. 티안에 대해선 오히려 감탄했달까. 마장기신도 아닌데 포제션을 발동하고 심지어 라스피토트를 봉인까지 했잖아. 나로서는 일이 귀찮게 돼버렸지만 그 실력은 인정한다니까.
마사키 : 네가 지금 그 티안의 행동을 의미없게 만들려 한단 말이다!!
에란 : 그러니까 귀찮다니까. 실력을 평가하는 거랑 그 결과를 평가하는 건 별개야.
마사키 : 칫, 이렇게 떠들어봤자 일은 안 풀리겠지! 어쨌든 라스피토트 신전에 안내해! 그 다음에 얘기한다!
에란 : 그래 그건 찬성이다. 나도 라스피토트가 팔팔할 때 묻어버리고 싶거든.
마사키 : 여기 맞는 거지?
에란 : 그래. 너도 알잖아. 신전은 지하에 있어.
마사키 : 입구는 어딘데?
에란 : 걱정 안 해도 안내해 줄게. 자, 가자.
제 39화. 제노사키스의 핏줄 (ゼノサキスの血脈)
사틸스 : ............ 플라나 수치가 낮군.
그렙스 : 죄송합니다. 생각보다 전쟁이 빨리 종결되어 버리는 바람에...
사틸스 : 이래선 봉인을 완전히 풀 수는 없겠다.
그렙스 : 하지만, 분신이라면 어떻게든...
에란 : 한심한 것들. 그렇게 정보를 퍼다줬는데도 이 꼬라지냐. 실망이다.
사틸스 : !?
에란 : 분신 부활시키는 것도 아직 못 했다니. 내 예상에 훨씬 못 미치는 얼간이들이었잖아. 질리다 못해 놀랍기까지 하다.
사틸스 : 에란 제노사키스... 이놈들. 그래, 귀공이 끌고 왔구려.
에란 : 꼴을 보니 본체 부활은 꿈도 못 꾸겠고. 어쩔 수 없지. 상대할 가치야 떨어지지만 분신으로 참아줄게. 자, 냉큼 부활시켜 봐.
사틸스 : 하늘 무서운 줄 모르는구려... 멀쩡히 돌아갈 수 있다고 여기지는 않겠지.
에란 : 잡소리는 치워. 니들한텐 흥미 없다니까. 자, 라스피토트 분신을 빨리 불러내 봐라.
사틸스 : 좋소... 자신이 얼마나 불경한 죄를 지었는지 몸으로 느껴보시오!!
라스피토트 : ......... 드디어 현현했노라... 이 몸은 아직, 힘이 돌아오지 않았도다. ... 안타까운 일이로다.
에란 : 흐응... 그래도 생각보단 힘 좀 있는 분신을 꺼냈구만. 뭐, 몸 풀기에는 딱 좋겠다. 그럼 마사키. 난 라스피토트랑 놀 테니까, 너흰 저 송사리들 좀 잡아라.
마사키 : 미쳤다고 네가 시키는 걸 듣겠냐?! 우린 우리 마음대로 할 거다!
에란 : 그러셔? 맘대로 해라. 나도 맘대로 할 테니까.
[사틸스 격파]
사틸스 : 크윽... 우리 비원인 볼크루스 님 부활도 이루지 못 하고, 이러한 곳에서 죽게 되다니... 원통하다. 요텐나이 님... 송구스럽사옵니다...
[에란 VS 라스피토트]
라스피토트 : ........ 제노사키스의 후예여. 왜 나를 적으로 여기는가? 나는 싸움을 바라지 않을지니.
에란 : 여전히 입만 살았구만. 싸움을 바라지 않기는 개뿔. 실컷 싸우고 있잖아?
라스피토트 : 떨어지는 불똥을 털어내는 것뿐이로다.
에란 : 그런 것 치고는 꽤나 적극적이란 말이지. 뭐 어쨌든, 넌 내 밑거름이 돼 줘야겠다.
라스피토트 : 어리석은지고... 신에게 거역하다니 아둔함이 이루 말할 수 없도다.
에란 : 신이라. 신을 지칭하는 개념이야 사방에 널려있어. 하긴, 그런 거 다 제쳐놓고서라도 계속 신을 자칭하고 있어라. 내가 원하는 건 [신을 죽인 자]라는 칭호거든!!
[라스피토트 격파]
라스피토트 : 으윽... 이 몸은 역시 아직 불완전하도다... 안타깝지만, 언젠가 다시 현현할 기회도 있을 것이니. 이번엔 내가 졌다고 인정하마... 하지만... 싸움이 있는 한... 언젠가...
마사키 : 에란. 상관없지?
에란 : 그래. 어차피 이 신전은 이젠 못 써. 껍데기밖에 안 남았으니. 고고학적 가치나 조금 있을까.
마사키 : 그렇다고 내버려 둘 순 없지. 필요한 데이터는 뽑았고. 이대로 뒀다간 또 언제 라스피토트 부활시킨다고 써먹는 놈들이 나올 지 모르잖아.
에란 : 그건 그거대로 난 고마운 일인데. 아, 역시 파괴하지 않는 게 낫겠다. 아직...
마사키 : 폭파.
(쾅!!)
에란 : ............................... 사람 말 좀 듣지?
마사키 : 실컷 들어주마. 프레시아를 구할 방법에 대해서 말야.
에란 : 아, 그 약속이 있었지. 그래, 그럼 얘기를 해보자구. 차 한잔 하면서 할까? 브리핑 룸에서 얘기하자.
마사키 : 야, 임마!! 멋대로 돌아다니지 마!!
에란 : 흐응. 나쁘지 않은 차네. 신기한데. 어디 차야?
데메크사 : 일본차예요.
에란 : 일본... 아, 그런 나라가 지상에 있댔지. 한번 유행도 했던 거 같던데...
마사키 : 태평한 소리 늘어놓지 말고! 얼른 본론 꺼내. 등가교환인지 뭔지 우린 확실히 해줬잖아!!
에란 : 너도 좀 유도리 있게 살아야겠다.
마사키 : 시끄러!! 때와 장소라는 게 있어!!
에란 : 알았어. 얘기할 테니 잘 들어. 2000년 전에 갈라지긴 했지만 프레시아는 내 친척이기도 하니까. 프레시아에게 걸린 저주를 풀려면, 저번에 설명한 [나선의 형]... 그걸 정식적인 형태로, 우선 익힐 필요가 있어. 양손으로, 이중나선 모양을 만드는 거라고. 여기까진 설명했지?
마사키 : 그래. 근데 그거 하나론 안 먹힌다고 했잖아.
에란 : 원래 이 기술은 적을 쓰러트리는 기술이 아냐. 검술이라기보다 마술에 가깝지. 검신 란돌이 만든 신기무궁류도, 애초에는 마술, 아니 마법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거든. 그러니까 볼크루스 봉인도 됐던 거지. 그 양반 스스로의 소질에 크게 좌우된 건 분명하겠지만. 요즘 세상엔, 그 양반만한 소질을 가진 사람은 라 기아스 전체를 뒤져봐도 한 명이나 나올까...
마사키 : 야. 말이 딴 길로 샌다?
에란 : 아. 맞다. 이만큼 설명해도 넌 이해가 안 되겠지. 그럼 요점만 말할게. [이중나선의 형]은, 본래 “내관” 방식으로 자기 자신에게 쓰는 거야.
마사키 : “내관”이 뭔데?
에란 : ...................................... 후우. 자기 마음이 움직이는 걸 관찰한다는 거다. 지상에선 좌선이라고 하던가...
마사키 : 어, 좌선은 나도 알아.
에란 : 그럼 얘기가 빠르지. 그거랑 똑같이, 자기 안에 이중나선을 이미지하는 거야.
마사키 : 이미지하기만 하면 돼?
에란 : 넌 이중나선이란 말 듣고 뭐 짚이는 거 없냐?
마사키 : 이중나선? 아-... 나선계단인가 그거?
에란 : ............. DNA라고 아냐?
마사키 : 엥? 아, 아-... 그 뭐시냐... 유, 유전자 뭐시기랬지?
에란 : 정확한 의미는 조금 다르지만 뭐 그렇게까지 정확히 답하라고 하는 것도 좀 심하겠지. 그래, 네 인식도 맞는 소리야.
마사키 : ............... 뭐 그렇게 하나하나 가르치려 드냐, 너.
에란 : DNA 구조는 2중나선이야. 이중나선 사이에 아데닌, 구아닌, 시토신, 티민이라는 4종류의 염기가 결합해서 유전정보를 만드는 거야.
마사키 : .......... 생물수업이냐.
에란 : 뭐 네가 몰라도 프레시아가 알 테니까 문제없겠지. 그리고, 이미지한 이중나선이라는 건 즉 스스로의 DNA 정보야. 그 구조를 깨우치고 고치는 게 볼크루스 저주를 푸는 데 필요한 기술이 되는 거지.
마사키 : ................ 그게 돼?
쿠로 : 야, 마사키! 그건 마술의 기초다냥!!
시로 : 그렇다야옹, 마사키. 우리도 아는 거다냐옹.
에란 : ........... 네 패밀리어보다 아는 게 없냐, 넌?
마사키 : 시, 시끄러!! 난 마술 필요없어!!
에란 : 미치겠구만. 뭐, 패밀리어가 안다면 여차할 때 패밀리어한테 부탁하면 되겠지. 프레시아도 신기무궁류를 익히려고 마술을 배웠을 거다. 내가 한 설명만 해주면, 이해할 거야.
마사키 : ................... 난 이해할 필요 없다 그거냐?
에란 : 밑빠진 독에 물 붓는 바보는 없잖아?
마사키 : 니 꼴리는 대로 해라.
에란 : 자, 이제 마지막 수업이다. 이미지한 자신의 DNA 구조에 위화감이 들 거야. 그 위화감의 원인을 찾아내서, 이미지해서 고친다. 실제 방법은 마술하고 똑같아.
쿠로 : 응. 이해가 된다냥. 마술에는 이미지가 진짜 중요하다냥.
에란 : [이중나선의 형]은, 술사의 DNA 정보를 무의식중에 이용하는 거야. 그러니까 내관 중에서도 쓸 수 있는 거지. 한번 [이중나선의 형]을 실전에서 쓰기만 하면, 확실하게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어. 알겠냐? 여기가 포인트야. [이중나선의 형]을 써서, 실제로 공격하는 것. 이건 절대 잊지 마라.
쿠로 : 그렇구냥. 그럼 확실히 성공하겠다냥.
에란 : 응. 넌 이해가 빠르구나. 진짜 마사키 패밀리어 맞아?
쿠로 : 부끄럽다냥...
마사키 : 야 임마. 뭔 말이 그래!!
에란 : 자 이제, 가르쳐 줄 건 다 가르쳐 줬다.
마사키 : 그래........ 고맙다.
에란 : !? 어, 그, 그래............ 아니, 별 거 아냐.
마사키 : 뭐야, 그 의외라는 표정은?
에란 : 사실 의외였어. 설마 니 입에서 솔직하게 고맙다는 말이 나올 줄은 몰랐거든.
마사키 : 볼일 끝났음 빨리 집에 가!!
에란 : 그래. 넌 그렇게 나와야지. 그럼 이만 실례할게. 다음에 또 만나면 그 땐 봐주는 거 없으니까 알아서 해라.
마사키 : 헹, 그거 고대로 돌려주마.
에란 : 하하하. 잘 있어.
시로 : 저 녀석 다음번엔 우리 적으로 나올 거라는 소리야옹.
마사키 : 그래. 성가신 놈이야.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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