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어김없이 아이리스랑 시시껄렁한 농담을 주고 받으며 시간을 때우고 있는 버서커였다. 정확히는 항상 노이어페라를 같이 도는 아수라 녀석을 기다리는 것이었지만, 다른 사람 눈에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항상 숫기없고 혼자 도는 녀석을 데리고 반 강제적으로 도는 것이었지만 아무렴 어떠랴? 혼자 도는 것보다는 깉이 떠들면서 도는 것이 재밌는게 고대던전인 것을. 그렇게 농담을 주고 받다가 반쯤 축객령 비슷한 소리를 듣고서 해체기에서 시간을 축내는 그, 왠지 오늘은 조금은 더 지루했다.
"늦잖아. 그 녀석."
그렇게 투덜거리며 귓속말을 넣으려다가 멀리서 쭈뼛거리며 아수라 녀석이 오는게 보였다. 버서커는 반가운 웃음을 지으며 아수라를 맞이하려 했지만, 오늘따라 조금 미안한 표정이 보이는 것이 보였다. 무슨 일이 있나, 싶어서 보니 저멀리 장비도 채 갖추지 못한, 검은색 차이나드레스가 잘 어울리는 아름다운 여인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보자, 아무리 눈치가 없는 버서커씨라도 단박에 눈치를 챌 수 있었다.
"ㅈ, 저....."
"이야, 능력 좋은데?"
"으, 응?"
"저 아가씨랑 사귀는거지? 안봐도 스토리북이야. 임마, 너랑 나랑 알고 지낸지가 얼만데."
그 말에 얼굴을 푹 숙이고 빨갛게 물들이는 녀석이었다. 언제부터 2차각성을 하면서 뇌기를 머금게 된 아수라 녀석과, 지금 저기 보이는 아가씨의 부드럽고 은은한 기운은 천생연분이라고 해도 잘 어울렸다. 버서커는 낄낄 웃었다. 솔직히 말해서 듀얼리스트 녀석에게서 죽창을 얻어내 찔러버고 싶었지만, 언제부터 숫기없고 움츠려들고 있었던 녀석이, 이제는 여자친구도 사귀고 하고 있던 것이다. 그럼에도, 녀석은 자신을 걱정하고서 여자친구랑 같이 가지도 못하는 것이었다.
'내 원 참..... 그래, 형님이 도와주마. 짜샤.'
"얌마! 여자친구를 기다리게 하면 안돼지!!"
"하지만 나 가면 넌......"
"니 있기 전부터 나는 혼자서 고대던전을 돌았거든요? 어제 너 그라시아 6셋 맞췄지? 내가 모를줄 알았냐?"
거기에 자기랑 같이 거북이를 때려잡으면서 스펙도 자신보다 살짝--버서커씨는 무게추에 에컨을 끼고 있었다.--낮을 뿐, 고대던전 따위는 가볍게 돌만한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움츠려든 아수라의 등을 떠밀어주며, 호탕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자, 자!! 어여 가라고!! 나중에 제수씨랑 함께 나 국수 먹여주는거 잊지 말고!!"
"그, 그런 사이 아니래도?!"
"앗쭈, 이젠 큰 소리까지? 여자친구 있다고 당당한거 봐라!!"
아수라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버서커는 그대로 아수라의 손을 끌고 가서 그대로 미녀, 여자 넨마스터의 앞에 데려다 놓은뒤 짖궃은 웃음을 지어보였고, 익살스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저기 아가씨!"
"네, 네?"
"이 녀석하고 사귀는거 맞지?"
동시에 둘의 얼굴이 홍당무로 변한다. 순간 살인충동이 들었지만, 뭐 긍정적인 변화라 생각한 그였고, 이내 동생을 부탁하는 형의 표정으로, 여전히 짖궃은 웃음을 지은채 말을 이었다.
"요녀석이 말이야, 눈도 안보이고, 숫기는 없는데다가 소심해가지고 여자 손도 못잡을줄 알았거든? 그래서 엄청 걱정했다고? 근데 오늘 보니 걱정을 안해도 될것 같네?"
"아, 아우....."
"버서커 너....."
"그러니까 내 말은."
버서커는 그러고서 아수라의 팔을 잡고 있는채로 가볍게 여자 넨마스터의 품으로 아수라를 던졌고, 두사람은 얼떨껼에 얼싸안은채 있었다. 버서커는 그 모습을 보며 이제야 볼만하다는 듯이 낄낄대며 검지와 중지를 붙인 채, 갓챠 자세를 취해보인 뒤 입을 열었다.
"좋은 시간 보내라고!!"
그리고 뒤에서 공격이 날아올세라 서둘러 도망가는 그였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고, 두 사람이 던전으로 향한 것을 보며, 그도 가볍게 기지개를 펴며 몸을 풀었다. 레이드때까지는 시간도 남았고, 혼자서라도 고던을 돌며 시간이나 때우자란 생각을 하면서 걸음을 옮겼다. 그 순간, 저 멀리 누군가 보였다.
"음?"
단아한 한복을 곱게 차려입었고 등뒤에 석장을 메고있는 여인, 하지만 아무래도 여기가 초행인지 계속 쭈뼛거리며 파티를 찾고 있는 모습이 조금은 안쓰러워보이기까지 했다. 시계를 보니 공대까진 대략 한시간 반 정도, 시간은 충분했다. 그는 그대로 여인에게 다가가서 손을 내밀었다.
"아가씨, 혼자 뭐해?"
"아, 노이어페라로 가고 싶은데...... 초행이라 받아주지도 않고, 다들 모르는 사람들이라....."
"잘 됐네, 같이 가자고."
"네, 네?"
여인은 살짝 당황했는지 말을 더듬었다. 자신도 이렇게 파티를 맺게 될 줄 몰랐다. 혹시 사기라도 당하는 건 아닐지 모르는 찰나, 버서커씨는 오히려 자신의 주머니를 뒤져서 끝없는 영원을 건네주며 입을 열었다.
"어차피 할일도 없었는데 잘 됐지, 뭐. 혼자 도는 것보단 둘이 도는게 재밌다고? 근데 직업이 뭐야?"
"저, 무녀....."
"무녀? 흠, 여튼 그래, 잘 부탁해."
"저, 그쪽은....."
"나?"
그와 동시에 그가 히죽 웃었다. 그 모습에 잠시간 무녀는 멍하니 얼굴을 붉혔다가 자신의 추태에 고개를 푹 숙였고, 버서커씨는 그 모습을 보며 잠시간 희안하게 쳐다보다가 아무렴 어떻냐는 듯이 낄낄대며 입을 열며 걸음을 옮겼다.
"버서커, 뭐 그냥 지나가다 심심한 사람이라고 해도 괜찮고."
"버서커, 버서커....."
여인은 조용히 입을 중얼거렸다. 절대로 잊지 않겠다는 듯이 열심히 입으로 되뇌이며 말이다. 그러다가 버서커의 장난스러운 말 한마디에 그녀는 바쁘게 걸음을 옮겼다.
"빨리 와!! 안그럼 버리고 간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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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로 쓰인 캐릭터는 제 캐릭터들인 진겟타 2호기(버서커)와 진겟타 3호기(무녀)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버복치보다는 좀 든든한 동네형 같은 이미지로 버서커를 보고 있었는데..... 흑흑 버서커 이미지 다 망가져서 이미지 쇄신을 위하여 한편 적어봤습니다!!
-언젠가 제가 어떤 분(어떤분인진 절대로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 )의 글에 댓글로 인다염제/염제인다 소설 썰 가져오겠다고 적었는데, 그에 대한 습작으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