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udio Madhatter
01. Alice's Adventures in Wonderland
거칠고 날카로운 바람이 소녀의 살갖을 스친다... 마계의 소녀는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브룩클린을 건너 메트로 센터를 향하고 있었다.
"허억... 허억...,"
소녀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피부를 찢을듯한 추위 따위는 오래전부터 익숙해져있었다. 배를 칼로 그어내는 듯한 날카로운 허기 또한 익숙해져있었다. ...그럼에도 지팡이를 짚은 소녀의 가녀린 손은 덜덜 떨리고 있었다. 그녀에겐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도 익숙해지지 않는 고통이 있기 때문이다.
외로움. 아무도 없다는 지옥같은 현실. 목청이 터져라 소리질러도, 무릎을 꿇고 애원해도... 그녀는 혼자였다.
"허억... 허억...!"
그럼에도 소녀는 걸어야했다. 걸을 수 밖에 없었다. ... 소녀가 걷는 이유는 단 하나, 희망 때문이었다.
오랜 세월 전부터 메트로 센터에서 보이던 무시무시한 형체가 있었다. 붉은 눈들을 번뜩이며 짙은 검은 연기 속에서 흔들리던 그 거다한 형체는, 밤마다 귀를 찢는 듯한 파열음을 내며 마계인들의 잠을 못 이루게 해왔다.
"저건 제 7 사도, 불을 먹는 안톤의 소리야. 그분은 메트로 센터의 뜨거운 힘을 먹고 살아."
언젠가 소녀의 친구가 소리를 듣고 겁에 질린 소녀에게 해준 말이다. 친구는 소녀에게 메트로 센터에만 가지 않으면 괜찮을거라고. 안톤은 절대로 그곳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며 친구는 소녀를 안심시켰다.
뜨거운 힘.
두려움을 어느정도 떨쳐낸 소녀는 친구은 말에 호기심을 가졌다. 아는 것을 말하기 좋아하던 친구는 신이 나서 설명해주었다. 메트로 센터는 마계에서 유일하게 에너지가 솟아나는 곳인데, 그래서 막대한 양의 에너지를 먹고 사는 안톤이 그곳에 머무는 것이다. 거긴 마법으로 만들어낸 불꽃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되는 따스함을 지녔다고 했다. 지금은 이렇게 모두가 추위에 떨며 살지만, 만약 안톤이 사라지면 마계의 모든 주민들이 그곳으로 몰려들거고 누구도 추위에 떨지 않을 것이며 모두가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소녀는 그후로 메트로 센터를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정확히는 아무리 멀리 있어도 보이는 안톤의 붉은 빛 아가리를 보아왔다.
저 곳은 따뜻하다... 저 곳은 따뜻하다...
메트로 센터를 지긋이 바라보는 소녀의 눈은, 어느 순간 동경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항상 보이던 공포스런 붉은 빛. 거대한 형체. 안톤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언제나 메트로 센터를 바라보던 소녀는 누구보다 빨리 그 사실을 알아차렸다.
안톤이 사라진 것이다.
그 날 이후로, 소녀는 메트로 센터를 향해 걸었다. 분명히 그랬다. 저 곳은 따뜻하다... 안톤만 없으면 많은 마계인들이 몰려들 것이다... 누구도 추위에 떨지 않을 것이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을 것이다...
소녀는 그렇게 허항된 희망을 품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 어떤 위협도, 허기도, 추위도, 소녀를 막지 못했다.
"조금만 더 가면 되... 조금만..."
누구에게 들으라고 하는 소리일까. 소녀는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마치 누군가가 옆에 있는것처럼.
"조금만..."
소녀는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아무리 참아도 몸이 버티질 못했다. 춥고 배고팠다. 외로웠다.
"조금만... ... 이, 이제 더는..."
소녀는 지팡이를 놓치며, 무기력하게 쓰러져버렸다.
의식이 흐릿했다. 소녀는 몸이 붕 떠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꿈을 꾸는 것처럼 몽롱한 기분이었다. 죽으면 모두 이런 느낌이 드는걸까.
소녀는 한 순간이지만 죽는게 마계에서 사는 것보다 편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 으음? 따뜻하다.."
그러나 소녀는 죽은 게 아니었다. 어렴풋하게 느껴지는 감각. 이건 현실이었다. 다만 소녀로서는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 한 느낌이었을 뿐이다.
"편안해... ... ...앗!"
소녀는 눈을 번쩍 뜨고 일어났다. 그녀의 붉은 머리칼은 단정하게 풀어해쳐져 있었고 그녀가 누워있는 곳은 돌풍지대 한복판이 아니라 푹신하고 따뜻한 침대 위였다.
"나... 살아있네?"
믿기지가 않아서 그다지 기쁜 기색도 없었다. 소녀는 자신의 손을 놀라운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소녀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창문 틈으로 맑고 아름다운 빛이 새어져나오는 예쁜 집이었다. 소녀는 그곳에 있었다.
"... 어떻게 된거지?"
"어머, 깨어났구나?"
소녀는 고개를 홱 돌렸다. 흑갈빛 피부에 신비로울 정도로 하이얀 머리칼을 길게 늘어뜨린 여인이 음식을 들고 있었다.
"며칠을 깨어나지 않아 걱정했는데... 몸은 좀 괜찮니?"
여인이 다정하게 물었다. 그러나 소녀의 대답은 실로 황당했다.
"뉘신지..."
한 순간, 두 사람 사이엔 뜻모를 침묵이 이어졌다. 여인은 음식을 부드럽게 내려놓고 천천히 소녀에게로 다가간 다음, 머리를 잡고 주먹을 쑤셨다.
"'고맙습니다아~' 먼저 해야지? 생명의 은인한테."
"으에에에에! 고, 고맙습니다!"
소녀가 비명을 지르며 대답했다. 여인은 그 순간에도 미소를 잃지 않고 있었다.
잠시 후, 여인은 소녀를 놓아주고 빵 한 조각을 쥐어주었다. 소녀는 고소한 냄새를 맡진마자 허겁지겁 빵을 입 안으로 쑤셔넣었다.
"오압읍니다."
소녀는 이번에 인사를 놓치지 않았다. 여인은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빵들을 입 안에 쑤셔넣다 켁켁거리는 소녀에게 물 한 모금을 주며 물었다.
"메트로 센터에는 뭐하러 가려던거니?"
소녀는 꿀꺽꿀꺽 물을 마시다 컵을 내려놓았다. 그녀의 표정은 어두워져있었다.
"그곳엔... 마계인들이 좀 모여있지 않을까해서요."
"... ...,"
여인은 표정을 들키지 않으려는듯, 뒤돌아섰다.
"안 됐지만, 안톤님이 사라지셨다해서... 메트로 센터가 안전해진건 아니란다. 그곳의 에너지를 다룰 수 있는건... 루크님 뿐이니까."
소녀는 고개를 숙였다. 따뜻한 기운. 마계인 친구들. 맛있는 음식. 그건 다 허황된 꿈이었던걸까.
여인이 이어서 하는 말들은 소녀를 더더욱 절망스럽게 했다.
"마계 어디에서나 보던 모습 뿐. 겉모습만 웅장하고 속은 텅 비어 껍데기만 남아버린 폐허. 그뿐이란다. ... 이곳과는 달리."
하지만 여인의 마지막 말에 소녀는 고개를 번쩍 들었다. 어느샌가 여인은 다시 소녀를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내 노력의 결실, 보여줄게."
여인은 소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소녀는 그 손을 붙잡고, 여인에게 이끌려 밖으로 나왔다.
"우와-!"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감탄스러운 광경이었다. 하늘 높이 뻗어있는 크고 굵은 초록빛 기둥들. 대지를 뒤덮은 건 딱딱하고 더러운 건물의 잔해가 아닌 에메랄드빛의 예쁜 잎들, 그리고 그위에 자라있는 밭은 독이 없는 붉은 꽃들이었다. 숲. 소녀는 책으로만 숲이란 개념을 알고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지만 알 수 있었다. 이 느낌, 이 광경, 이것은 숲이었다.
"저건 나무라는거란다. 조금 커다란 꽃이라고 해야할까?"
여인이 숲을 울창하게 이루고 있는 녹빛 기둥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소녀는 눈앞에서 날아다니는 예쁜 벌레를 보고 호기심이 발동했다.
"아구구."
소녀는 그것을 쫓아가다 꽃밭 위에 살포시 넘어져버렸다. 그래도 마냥 좋았다.
"우와! 이런거 생전 처음 봐요! 아줌마가 다 한거에요?"
"아줌..."
천사같은 미소를 잃지 않던 여인의 눈썹이 꿈틀거린 한 순간을, 소녀는 보지 못했다.
"... 그래, 힐더에게 어렴풋이 들은 이미지로 수십년에 걸쳐 이 센트럴 파크를 재건했단다. 정말 길고도 외로운... 고독한 시간이었어."
여인의 모습은 어쩐지 쓸쓸해보였다. 소녀는 위로랍시고 밝고 활기차게 말했다.
"아줌마 친구 없구나?"
여인은 못 들은 체 하고 말을 이었다.
"'아라드 대륙', 또 하나의 세계. 마계와는 다른 세계. 그곳에 대해 들어봤니? 거긴 세계 전체가 이 센트럴 파크처럼 아름답고 풍요롭단다. 난, 마계를 아라드처럼 만들고 싶어서 어린 마법사들을 아라드로 역소환시켜줬지. 혹시 도움을 줄 사람을 찾을 수는 없을까... 하고."
여인은 또다시 등을 돌렸다. 소녀는 그녀의 표정을 읽을 순 없지만 미소를 띈 게 아니라는 사실만은 알 수 있었다. 소녀는 여인이 측은하게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까지 아무런 소식이 없구나. 욕심이 과했던걸까... 무모했던걸까..."
소녀는 여인과 함께 광활한 숲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느꼈다. 센트럴 파크에서 뿜어져나오는 이 따스하고 편안한 기운을.
아라드 대륙.
소녀는 어째서인지, 그 단어에게 예전부터 메트로 센터에게서 느껴왔던 동경심을 느꼈다. 소녀는 손을 번쩍 들고 소리쳤다.
"나도! 나도 갈래! 저도 보내줘요!"
여인은 다시 소녀를 바라보았다. 처음으로 당황한 기색이었다.
"하지만 돌아오지 못할수도..."
"뭐 어때요! 마계보다 백배는 낫겠지! 먹을 것도 엄청 많을테고!"
"그런 이유로는 보내줄 수 없어."
여인이 소녀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먼저 떠난 마법사들을 모욕할 셈이니?"
"으, 으런 거 아입니다~~!!!"
소녀가 머리를 잡고 끙끙거리며 변명했다. 그리곤 다소 진지하게(여인으로선 매우 놀랍게도)말을 이었다.
"솔직히 저... 감동했어요. 마계에서 이런 광경을 보게 되다니... 마계 전체가 이 곳 센트럴 파크처럼 될 수만 있다면... 저도 뭔가 하고 싶어요... 이래뵈도 저 마법사라고요!"
여인은 소녀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소녀는 눈치채지 못했지만, 소녀를 다하던 그녀의 눈빛이 달라져있었다. 여인은 한 숨을 푹 쉬며 소녀에게 말했다.
"네 의지가 그렇다면... 알았다. 떠날 준비를 하려무나."
소녀는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얼굴엔 환희와 미소가 가득했다.
"가,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여인은 또다시 다정한 미소를 지었다.
한 시간이 흘렀다.
"우와~ 옷까지 다 고쳐주신거예요? 히히."
"어린애는 바르게 입어야하니까."
소녀는 옷과 물품을 모두 챙겼다. 빗자루와 마법의 가방까지 모두.
"준비 됐니?"
여인이 물었다.
"네~"
소녀가 대답했다. 여인은 고목나무 지팡이를 치켜들고 노래하듯이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녀의 몸에서 친숙한 기운이 퍼져나오며 소녀를 감싸고 그녀의 밑에 마법진을 만들었다.
여인이 주문을 끝맺자, 마법의 힘들이 강렬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역소환이 시작된 것이다.
소녀는 긴장되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희망.
언제나 품어왔던 그것이, 소녀의 가슴에 넘쳐흐르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소녀는 잊고 있던 질문을 떠올렸다.
"저... 아직 안 가르쳐주셨어요. 아줌마 이름."
여인도 이제 생각났다는듯이 소녀를 바라보더니 다시 웃으며 대답해주었다.
"케이트란다. 네 이름은?"
"돌아와서 알려드릴게요~ 다녀오겠습니다!"
소녀가 사라지는 그 순간까지 케이트는 미소를 잃지 않고 있었다.
(http://m.blog.naver.com/themadhatter106/220888951360)제 블로그 주소인데 2~5화까지 올라와있어요^^ 대전이 전 스토리이고 곧 있으면 고3이라 연재는 띄엄띄엄할듯... 필력이 개☆판이지만 재밌게 봐주세요~ 일러스트 출처는 나이스보트님 블로그입니다~
(IP보기클릭)125.176.***.***
(IP보기클릭)180.226.***.***
꺄아~ 감사합니다ㅎㅎ | 17.01.04 23:18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