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용은 미래를 꿈꾼다12화
“여기가 호수인데 어때? 나도 오랜만에 왔는데 여전히 예쁘네.”
“흐음~ 크기는 나쁘지 않군. 그러나 속이 너무 삭막하다. 혹시 물고기 강 생물 몇 마리 좀 넣어 줄 수 있나?”
“송사리? 다슬기 뭐 그런 거?”
“그렇다. 가능하면 원래 있던 곳에도 있던 놈들이면 감사하겠다.”
“잠깐만 AA, 전주천에 뭐 사는지 좀 봐줘. 흠흠~ 오, 나왔다. 어디보자. 송사리, 다슬기, 붕어, 잉어, 수달, 등등 많네. 알았어. 내가 오늘 밤새서 잡아와줄게.”
“계속 신세만 지게 되는군. 뭔가 도움이 필요할 땐 언제든 불러다오.”
“당연하지.”
“그런데 그대는 결혼이라는 게 뭔지 아나?”
“응? 그건 왜?”
“아까 그 보라색 머리의 처자가 나보고 그분한테 찝적대지 마라 그분과 결혼하는 건 나다라고 위협적인 눈으로 말하더군. 그게 대체 뭔가?”
“대체 언제 그런 말을 했데 걔는. 뭐 옛말로 혼인을 말하는 거야.”
그 말에 갑자기 연이 녀석이 충격을 받은 것처럼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대는 그 아가씨와 혼인할 예정인가?”
“글세… 그쪽에서 열정적으로 고백하고 있긴 한데 내가 좀 바쁘고 무엇보다 나랑 수연이랑 나이 차이가 엄청 나.”
한 170살 정도
“그렇군. 음? 그대는 결혼 할 때 나이차를 신경 쓰는 가?”
“일단은. 근데 뭐 내가 압도적으로 연상이니까 콤플렉스, 아니 신경 쓰이긴 하지.”
“그럼 똑같이 영생을 사는 생물에게는 신경 쓰지 않는 건가?”
“아마도. 솔직히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을 지금까지 별로 안 했거든.”
“알겠다. 다행이군.”
“뭐가?”
“그 수연이라는 처자는 앞으로 내 연적이라는 건가.”
“뭐? 연적? 갑자기 뭔 소리야?”
“그녀와 나는 요컨대 앞으로 너와 함께 지내려는 것 아닌가? 그러니 서로 그걸 차지하기 위해 경쟁을 해야 하니 연적이다. 다행히 나에게 유리한 점도 있군. 나는 너와 영원히 함께 있을 수 있으니까.”
“너도 나랑 결혼하게?”
“글쎄다. 우리 같은 영물들에게는 결혼이라는 개념자체가 희박하다. 특히 보통 용들은 하루 동안 작은 뱀으로 변해 하루의 정을 나누고 알을 낳고 해어진다. 그러니 그대와 함께 다니는 것은 나에게 인간들이 말하는 결혼이라는 거겠지.”
“야, 그건 틀리지.”
“어떤 점이 틀리다는 거지?”
“사랑이 없잖아. 보통 결혼은 사랑. 즉 연정을 품은 자들이 혼례를 하는 거야. 너랑 나는 그냥 벗으로서 같이 다니는 거고.”
“그런가, 결혼이라는 것도 한번 제대로 고민해볼 필요가 있겠군.”
“열심히해봐. 그것보다 황현이, 아까 본 남자가 오늘 밤이나 내일 너에게 올 거야. 나는 준비할 게 많아서 못 갈 거 같아.
“그런가, 알겠다. 그럼 그 황현이라는 사내를 기다리지.”
“그래, 아 혹시 저거 필요해?”
나는 호수 옆의 관리소를 가리켰다. 넓이 자체는 원룸 정도로 넓지만 몇 년간 쓰지 않아 완전히 낡았다.
“인간들이 사는 곳인가? 확실히 이 기회에 인간들의 삶을 제대로 배워보는 것도 수련의 일환이 될 수 있겠군.”
“아까부터 묻고 싶었는데 너 수행은 괜찮은 거야? 수행기간동안 이간을 보면 안 되는 것 아니야?”
“정확히는 인간에 의한 부정한 기에 노출 되는 게 안 되는 거지 인간자체는 괜찮다. 물론 부정한 기를 뿜지 않는 인간이 적어서 문제지. 너나 아까 그 소녀, 수연이라는 아가씨, 황현이라는 사내는 괜찮다. 수연낭자는 나에게 연적이야기를 할 때 살짝 나오기는 했지만 그 정도는 문제없다.”
흐응~ 좋은 정보 얻었네. 그럼 교감은 확실히 아웃이네.
“그래서 결국 저건 필요하단 거지? 알았어. 잠깐만 기다려.”
그렇게 나는 약 2시간 동안 관리실을 청소했고 외관을 다 닦을 때쯤에는 해가 지기 시작했다. 관리실 안에는 여러 가구들이 있었지만 대부분 망가져있었고 새로 사기로 하였다.
“미안한데 오늘은 호수에서 자 줘. 최대한 빠르게 준비해줄게.”
“천천히 해도 괜찮다. 그런데 그대는 어째서 나를 그렇게 신경 써주는 거지?”
“글쎄… 미녀니까?”
나는 반쯤 장난으로 대답했지만 연이의 눈은 진지했다. 나는 잠시 머뭇거리다 말했다.
“그냥 이 정도는 별로 힘들지 않고 너 아파 보였거든.”
“내 몸은 그대에게 공격당하기 전에는 멀쩡했다만…”
“너 의외로 한을 묵혀두는 성격이구나. 그리고 니 몸을 말하는 게 아니야. 니 마음.”
“…!”
“이무기는 토지신이자 영물이라 자신의 상처를 만져줄 곳도 고통을 호소할 곳도 없잖아? 그러니까 그런 곳을 만들어주고 싶어서. 100년 살든 너는 이무기 중에서는 아직 어린애니까. 어린애는 좀 어리광부려도 괜찮아.”
그러자 갑자기 이무기는 충격을 받은 듯 잠시 경직했지만 이내 작게 미소를 지었다. 본심에서 우러나오는 그녀의 미소는 이 세상 어떤 명화보다도 아름다웠다.
“그런가. 아무래도 나는 노출되어버린 것 갔다.”
“뭐? 부정의 기?! 지금 걸로?! 어떡하지?! 당장 호수에서 명상하면 괜찮겠지?!”
“아니, 그러기에는 너무 늦었다. 이 넘쳐나는 기를 제어하는 방법은 하나 밖에 없는 것 같다.”
“그게 뭔데?! 얼른 말해봐!”
“후후, 너무 당황해하지마라. 일단 가까이 와주겠나?”
“? 아, 알았어. 이 정도면 돼?”
“그래, 그리고 잠시 무릎을 숙여주게나”
내가 의아해하며 앞으로 다가가 무릎은 숙이자 그녀는 내 머리를 잡고 내 입술에 그녀의 연분홍빛이 나는 입술을 갖다 댔다. 촉촉하면서고 부드러운 무언가가 내 입술을 가볍게 미는 이 느낌은 분명 약하지만 입맞춤, 즉 키스였다.
“너, 너너너, 뭐, 뭐 한 거야?! 진짜 이걸로 부정한 기를 제엏ㄹ 수 있는 거야?!”
“아니, 내가 노출된 건 부정의 기가 아니다.”
“그럼 뭔데?”
“너가 아까 말한 연정이라는 것에 나는 굴복한 것 같군. 오늘은 시기한 날이다. 지금까지 아무에게도 패하지 않던 내가 2번이나 패배할 줄이야. 그렇지만 이런 패배는 나쁘지 않군. 설마 나를 보고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고 싶다고 말할 줄이야. 솔직히 그대에게 반했다. 이렇게 여정을 가지니 수연 낭자의 마음도 이해가 가는군. 독점하고 싶은 거다. 연모하는 남성을. 자신만이 그의 소중한 사람이 되고 싶고, 자신만을 보고, 자신만을 불러줬으면 좋겠다는 질투심도 생겨나게 되어버리는군.”
뭐야, 그거 연예 소설에도 안 나올 법한 속도로 반하고 그것도 꽤 깊게 반했네. 독자들이 작가 모솔인 거 바로 알겠네.
“하지만 그건 이루기 어려울 것 같군.”
“그건 왜?”
“그대는 모두에게도 친절하거든. 그렇기에 이무기인 나를 보고 도우려고 하고, 그렇기에 반한거지만.”
“나는 딱히 착하지 않아. 옛날에는 사람도 많이 죽인 그냥 죄인이야.”
그럴지도 모르지. 그렇다하더라도 그대는 확실히 선한 인간이다.
“오, 오늘은 너무 늦었네! 나는 먼저 가볼게. 잘 자!”
괜히 부끄러워져서 도망쳐 나왔다. 나는 착하지 않아. 그냥 아파하는 여자애를 못 지나친 것 뿐이야. 그리고 나는 무력하다. 소중한 사람 몇 명을 지키지도 못할 정도로.
그날 밤 수업 준비라는 명목으로 온 수연이는 나를 안고 하루 종일 앙탈을 부렸다. 만약 연이가 나에게 입맞춤한 걸 들키면 오늘 밤은 못자겠지. 참고로 수연이의 어리광부리는 얼굴은 매우 귀여웠다.
“선생님?”
“왜? 띨띨아.”
“그 저, 지금 상황 좀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얌마, 어른이 최대한 현실도피하려는 거 목덜미 잡는 거 아니다.”
지금 띨띨이는 반애들을 대표해서 나에게 상황설명을 요구했다. 근데 나도 몰라. 지금 칠판에 적혀있는 단어가 일으킨 소란이다. 전학생이라는 단어가.
그래 전학생. 분명 이 학교에서 살기로 한 이무기 김연이 살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달라고 했다. 아마 나처럼 권력남용을 이용한 교사자격증을 만들겠지 했는데 그 놈은 연이를 전학생으로 내 반에 넣은 것이다. 어제의 사건을 아는 나, 수연이, 그리고 띨띨이는 현재 뭐라 해야 할지 모르고 서로 눈을 피하고 있었다. 나는 애써 애들의 눈을 무시하고 연이에게 말했다.
“일단 자시소개 좀 해줘.”
“그렇군, 내 이름은 김연이라고 한다.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
만화에 나오는 `정체★커밍아웃′은 일어나지 않았다. 재차 말하지만 연이는 어제 폭주해서 그렇지 원래는 상식적이고 아마 수연이보다 정상적인 아이(?)일 것이다.
“그렇다네. 그럼 사이좋게 지내고. 나는 간다.”
“? 다음 수업은 선생님 수업이시잖아요.”
“응, 오늘은 자습이야. 내가 볼 일이 있어서.”
“뭔데요?”
“이사장과 한 판 뜨러 간다.”
학생들은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넘버즈인 이사장과 붙겠다는 말에 할 말을 잃었다. 이 나라에서 그와 실제로 싸우려는 사람은 아마5명이 안되지 않을까 하고 그들이 생각하는 동안 구룡은 이미 떠났고 몇 분 후 와장창하고 주변이 작살나는 소리와 함께 비명 소리가 들렸다.
“자, 늦었지만 수업을 시작해볼까!”
나는 황현이를 가볍게 추궁하고 교실에 돌아와서 수업을 재개하였다. 한30분 정도는 남았으니 약간은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시웅이가 나에게 뻣뻣한 얼굴로 질문했다.
“저, 선생님? 아까 뭐가 박살나고 이사장님의 비명이 들린 것 같은데…”
“그래, 시웅아. 여기서도 들린 것 보면 이능력을 쓰는데 익숙해졌구나. 선생님은 기쁘다.”
“아니 그건 감사합니다만 아까 그건…”
“자, 시작하자!”
나는 시웅이의 질문을 묵살하고 수업을 시작했다. 얼핏 보니 연이와 애들 사이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먼저 내일은 참관 수업이 있어. 거기서는 여러 고위인사들도 많으니 스카우트 되고 싶으면 열심히 해. 그리고 모의전 말인데… 공성전으로 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빠빠랍바~! 같은 브금이 나는 것처럼 외쳤다.
“일단 공성전은 아공간에서 할 거야. 넓이는 이 학교 부지 정도고, 여자 학교 기숙사 정도의 건물 2개가 각각 끝에 설치되어있는데 거기에 있는 왕관을 먹거나 건물의 1/3을 파괴시킨 쪽이 승리야. 그러니 지금부터 작전 회의를 해. 오늘 수업은 면제래.”
애들이 수업면재라는 말에 환호성을 질렀다. 역시 어느 시대건 공부가 싫은 건 똑같군. 살짝 안심했어.
“그리고 연이 너는 나 좀 보자. 수업자료랑 여러 가지 알려줄 테니까.”
“알겠다, 아니 알겠습니다.”
역시 상식인. 주변 눈치를 보고 바로 나에게 경어를 쓰기 시작했다. 참고로 수연이는 내 옆에서 질투어린 눈으로 연이를 노려보고 있다. 서방님의 수업을 뭐라나.
“그래서 첫 날은 어때?”
“아직 한 시경도 되지않아 잘은 모르겠다만 아이들이 순수하다는 건 알겠군.”
“그래? 그거 다행이네.”
“그런데 이 학교에는 부정한 기를 가진 자도 있더군. 그 교감이라는 자 말이다,”
“아~ 그 놈? 뭐 그렇지. 그러니 조심해.”
“알겠다.”
“그리고 점신시간에 호수로 좀 와줘. 내 제자랑 대련 좀 해줘.”
“? 그대의 반외에도 제자가 있었나?”
“응, 있어1명”
이 아이를 춘곤이랑 싸우게 해서 춘곤이에게 경험을 시켜주려 한다. 그녀라면 춘곤이가 강림을 쓰더라도 어느 정도 버틸 수 있겠지.
“알겠다. 그럼 먼저 가지.”
“그래. 아, 내일 모의전은 적당히 해~!”
끽해야 8자리들의 놀이터에서 4자리 급 환수가 날뛰면 그건 대참사다.
“당연한걸.”
그렇게 그녀는 교무실을 나갔고 나도 내일 모의전 준비를 위해 자리를 정리했다.
“스승님, 그래서 제가 이 여자랑 싸우라는 겁니까?”
“엉, 그리고 너보다 연상이고 강해.”
점신시간이 되고 구룡은 춘곤을 호수로 데려갔고 연이 또한 호수로 왔다. 구룡은 춘곤에게 그녀를 소개했고 연이는 인간의 몸에 익숙해지기 위해, 춘곤은 강림에 익숙해지기 위해 대련을 시킨 것이다. 실제로 춘곤은 지난 한 달간 이 학교의 누구보다 열심히 수련했고 그 결과 현세 강림을 제한된 상태에서라면 자아를 잃지 않고 싸울 수 있게 되는 성과를 거두었다.
“그럼 점심시간 1시간 남았으니 일단 30분 동안 서로 싸워봐. 혹시 위험해질 것 같으면 내가 나설 거니까 안심하고.”
“네!”
“알았네.”
춘곤은 것을 깨닫고 바로 자세를 잡고 경계했다. 연이 또한 그의 강함을 자각하고 진지하게 상대를 관찰했다. 그 후 춘곤이 갑자기 공격을 시작했다. 그의 창을 가로로 휘둘러 그녀의 허리를 노렸지만 그녀는 이무기의 뛰어난 신체로 몸을 뒤로 빼서 창을 피했다.
‘이걸 피해?’
‘빠르 군… 거기다 묵직해. 정면으로 맞았다면 위험했군.’
한 번의 공방으로 상대의 강함을 깨달은 둘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진심을 다했다. 춘곤은 현세 강림으로 척준경의 육체 3할 정도를 빌렸고 그녀는 원래 이무기가 가진 권능인, 비, 바람, 번개 등을 조종하는 기후조작(氣候操作)을 사용하였다. 참고로 구룡과 싸울 때 그녀가 기후조작을 쓰지 못한 건 그녀가 그 권능을 쓰기도 전에 구룡에게 쓰러졌기 때문이다.
춘곤은 곧바로 조상의 육체를 얻음으로써 쓸 수 있는 속도의 경지인 신속을 사용했다. 구룡과 싸웠을 때보단 조금 느리지만 그는 저번과 달리 신속을 완벽하게 제어하였다. 그는 날아오는 번개를 피하고 주변의 돌을 잡아 그녀에게 날렸다. 그녀는 그 돌을 알아보진 못했지만 무언가 날아온다는 것을 인지했고 호수의 물을 끌어다가 거북이 모양의 방패를 만들어냈다.
이무기가 용의 권능인 뇌우를 일으켜?! 진짜 연이 쟤 정체가 뭐지? 잠깐 분명 그녀는 김(金)연이라고… 설마?!
기습이 막힌 춘곤은 이번엔 그가 뒤로 빠졌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실제로는 3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지금 눈앞에 펼쳐지는 것은 확실히 초 상위랭커라 불리는4자리 수준의 전투였다.
후기:와아~ 2틀 연속 연재다. 여러분 혹시 시간 있으시면 조아라에서도 [과용미]를 봐주세요. 하는 김에 댓글도.
(IP보기클릭)175.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