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화 고블린 슬레이어 (11)
“47. 48, 49, 50!”
고블린 슬레이어가 피 묻은 단검을 버리고 고블린의 창으로 다른 고블린을 찔러서 죽인 동시에...
“그래가지고 난교 파티를 펼칠 수 있겠냐, 좆보지 병신들아!!”
양쪽 날개의 손으로 고블린의 목을 한 마리씩 잡은 네로가 불 붙은 레드 퀸으로 베어서 불태워 날려버렸고...
“이거나 먹어라!!”
나는 알테마 블레이드로 고블린 한 녀석을 찌른 뒤에 투왕의 칼로 고블린들을 빠르게 베었다.
“넓어서 좋고, 밝아서 좋고, 쬐끄만 씹보지도 많고!”
“그런데 고블린들이 필사적인데!?”
“녀석들도 불리한 상황이라 인지할 정도의 지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걸로 도망치지 않고 공격한다는 건, 역시 그 위에 누군가가 있다는 거겠지.”
“대가리가 있다면, 그 새낀 목이나 잘 닦고 있어야 할 거야.”
“우리가 그 목을 딸 테니까.”
“그래야지.”
이렇게 고블린들을 몰살한 우리들은...
“휴식을 취하는 게 좋겠군. 체력 소모는 집중력도 저하시키니까.”
“그래? 너도 지치진 지쳤나보네.”
“담배 필래?”
“그건 하지 마, 녹트.”
“아니, 사양하지.”
잠시나마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지구력이 좋은 건 흄의 특징이다만, 끝이 없지는 않다. 필요한 때에 조금이라도 움직임이 둔해지는 건 치명적이다.”
“그건 맞아, 고블린 슬레이어.”
“그렇다고, 체력을 아낀답시고 행동이 느려지는 것 또한 무의미하다. 때와 상황에 따라 다르지. 항상 생각해라. 하지만, 고민할 필요는 없다. 고민하는 건 무의미하다. 나중에 생각한 명안보다, 그곳에서 생각해 내, 바로 실행하는 방법이 더 좋은 법이다.”
“알고 있어. 우리가 세계들을 얼마나 지켜왔는데 그것도 몰라?”
“쉴 때는, 잠깐이라도 장비의 물림쇠를 풀어주는 것이 좋다. 구두의 끝도 마찬가지다. 조인 채로 휴식하는 것과는 체력의 회복 정도가 전혀 다르다. 혹시 식량이 있다면 먹어도 좋다. 하지만, 위에 피가 몰리면 머리가 둔해진다. 조금만 먹도록 해라.”
“배 안 고파.”
“것보다, 술이 땡겨.”
“내 걸 마셔라. 포도주 섞은 물을 넣어 뒀다.”
“진짜야? 그럼 줘!”
“희석했으니 취하지는 않을 거다. 신체도 어느 정도는 따뜻해지겠지.”
“에~? 그래도 좋아.”
마침 고블린 슬레이어에게 약간의 포도주가 섞인 물을 받아 마신 나는 몸이 데워진 듯한 느낌을 실감했고...
“캬하~! 뭐야? 이거 와인인데~!?”
“그런가? 흐음.. 포도주를 너무 많이 넣었나 보군.”
“몸이 좋아져~!”
“완전 베어 그릴스네.”
“? 누구지?”
“생존 전문가.”
“그런가.. ...”
“? 왜?”
“이건 경험과 성장에 따른 기술일 뿐이다. 나라서 가능한, 그런 특별한 것이 아니다. 그 베어 그릴스처럼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니 생각하고 공부하며 배워라. 그렇게 하면, 언젠가 너희들도 베어 그릴스가 된다.”
“짜식이.”
“무인도에서 자연만으로 평생 살 녀석이.”
고블린 슬레이어가 나와 네로도 베어 그릴스가 될 수 있다는 응원을 했다.
“그리고, 할 수 있게 된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해라. 배운 만큼, 누군가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난 그렇게 생각한다.”
“그럼 너도 고블린 사냥법을 모두에게 알려줘.”
“너만 아는 건 치사하잖아.”
“그렇게 너처럼 고블린과의 싸움법을 알고 있는 모험자들이 많이 늘어나면, 그 쬐끄만 개새들 씨가 마를 거야.”
“고블린을 싫어하는 네 속이 편할 거고.”
“.. 그런 얘기를 들으니.. 기분이 이상해지는군. 너희 탓은 아니다만..”
18화 케이브 오브 다크니스 (7)
“고블린 슬레이어 씨.. 보이질 않네요. 캡틴도 안 계시고..”
“뭐, 지금으로선 오르크볼그가 지나간 길은 우리 진로와 겹치지 않은 것은 확실하네. 그 녀석이 간 길에는 끔찍한 고블린 시체가 굴러다닐 게 뻔하거든. 물이다~ 불이다~ 하면서 공격하지 않았을까?”
“역시 그렇게까지는... 아니, 하겠네요. 네..”
무슨 작전을 벌인 걸까.. 저기, 고블린 슬레이어 씨? ?
“하아.. 여기에도 없었어.”
“그 유미?”
“! 으, 응. 맞아, 소치기 소녀. 솔직히 같이 이동 당하지 않았길 바라고 있거든. 내 생각만 했네.”
“아니, 사과할 필요는 없어, 아스카. 걱정되는 건 당연하잖아. 누구라도 그럴 거야. 특히 좋아하는 사람에 대한 거라면 더욱.”
“조, 조조조조좋아하는!? 아니아니! 그렇게까진~!”
“하고 싶은 말,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말은 말할 수 있을 때 제대로 하는 게 좋아.”
“?”
“말할 수 없게 될 때도 있거든. 내일도 또 만날 수 있다고, 그렇게 정해진 건 아니니까.”
“에.. 저기, 그런 일이 있었어?”
“응, 히비키. 난 말이지, 말하지 못한 채로 몇 년이나 흘렀어. 미안해, 고마워, 또 봐, 이런 말들. 몇 년이나 지나버리면 의미도 달라져 버려.”
“그랬.. 구나.”
“말이라는 거, 참 신기하지? 같은 말인데 때에 따라서 그 무게가 전혀 다르니까. 너무 쉽게 내뱉으면 가벼워져. 하지만.. 끌어안고만 있으면 반대로 너무 무거워지지. 그러니까, 그때 말해둘 걸.. 후회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어.”
“그래도.. 지금 말해도 무게는 같다고 생각해. 만나서 하고 싶은 말을 하면, 분명 받아줄 거야.”
“아.. 아하핫.. 역시 히비키는 좋은 사람이야. 히비키도 소중한 사람에게 전하고 싶은 것을 전했으면 좋겠다.”
“나도, 소치기 소녀 너의 마음을 소중한 사람에게 전했으면 좋겠다.”
“나도. 여기서 살아나가서 모두에게 내 마음을 전할 거야.”
“후후.. 서로 힘내자.”
“응!”
“그러자!”
여기서 탈출해 소중한 사람에게 마음을 전하자. 그런 새로운 목표가 생겼고...
“흄은 대단하네. 금방 걱정하면서도 절대로 멈추지는 않으니까. 잠시만 눈을 한순간에 숲의 잎이 물드는 것처럼 한순간에 변해버려.”
“엇?! 저기, 다 들으신 건가요!?”
“그거야, 귀 구조 자체가 다르니까.”
“아으.. 엘프분 앞에서 비밀 얘기는 하면 안 되겠네요. !?”
“!!”
그런 직후에 고블린들이 몰려오자...
“고블린은 정말 분위기 파악 못 해서 싫어. 아무튼, 난 역시 활로 날뛰는 게 낫겠어!”
“그럼, 우린 주먹과 검으로!”
“무쌍을 펼쳐주겠어!!”
“그럼, 전 원호할게요!”
“힘내, 모두!”
“가자, 아스카!!”
“잘 따라오라고, 히비키!!”
나와 아스카가 먼저 고블린들을 향해 돌진했고...
“오라쵸오오!!”
먼저 고블린 여러 마리를 걷어차서 선빵을 날린 나는 곧바로 왼팔꿈치로 고블린 한 녀석을 치고 오른쪽 주먹으로 다른 고블린을 쳐서 날려버렸고...
“하아아압!!”
고블린들이 휘두른 검들 사이로 피한 아스카가 양손의 단도로 그 고블린들의 목을 베어서 죽였고...
“거기다!!”
엘프 궁수가 다가오는 고블린들을 향해 화살을 쏴서 쓰러뜨렸고...
“‘프로텍션’!!”
여신관이 투명한 벽을 생성해서 다가온 고블린들을 막은 틈에...
“거기!!”
“저리가!!”
나와 아스카가 그 고블린들을 각자의 스타일로 공격해서 죽였다.
“정말 튼튼한 벽이네..!”
“그러게.”
“저기, 뒤에!”
“맡겨만 둬!!”
“이게 우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