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용은 미래를 꿈꾼다9
“다음 수업은 분명 1학년2반, 분명 이수아의 반이였지?
“이 선생, 잠깐!”
“잠시 시간을 내주실 수 있나요?”
문을 열려는 순간 누군가 나를 불러 세웠다. 뭐야? 곧 있으면 수업시간인데… 뒤를 돌아보니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인 남자 한명과 20대 중반 쯤 되는 섹시한 금발의 외국인? 여성이 서 있었다.
“저기 죄송한데 수업 끝나고 하면 안 되나요?”
“수업은 자습으로 돌려놨어, 그러니 일단 와봐.”
“저희 학생들 때문에 할 말이 좀 있어서요.”
지들이 뭔데 내 수업을 멋대로 돌려? 일단 따라가 보았다.
교무실로 따라가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여자와 남자는 각각 2반과 3반의 담임이었다.
그들이 나를 불러 세운 이유는 오늘 조례 시간에 자신들의 반 여학생들 몇 명의 분위기가 이상해서 주변에 물어보니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이 원인이었다고 들어서 자세한 내용을 듣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그래도 다행히 불러 세울 만한 이유네. 아마 내가 교실에 그대로 들어갔다면 걔네들의 상태는 더 심각해졌을 것이다.
일단 나는 선생님들에게 사정을 설명했다. 그리고 선생들은 상황을 이해했고 나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물론 너무 심했다고 까였지만.
“아, 일단 걔네들에게 너무 뭐라고 하지는 마세요. 이미 제가 혼냈으니까.”
“뭐, 그건 당연 하겠죠…”
남선생인 황태석 쌤이 어처구니없다 듯이 말했다.
“그럼 오늘은 이대로 다음교시 저희 반 수업도 자습으로 해두고 저는 저희 반 여학생들과 개화하겠습니다.
여선생인 제니퍼 쌤이 말했다.
“네, 그렇게 하도록…, 잠깐 당신 방금 개화라고 말했지? 뭘 개화시켜 당신 뭐 기독교라던가 그런 거야?”
“예? 아아~, 죄송해요. 대화를 잘못 말했습니다. 이제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도 가끔씩 말이 잘못 튀어나오네요. 하하”
참고로 현 기독교 신자는 8억 명으로 매우 줄어들었다. 그 이유는 신들이 세상에 직접 등장하게 되었고 예수도 내려왔지만 어떤 사건을 기준으로 많은 이들의 신앙을 잃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럼 저는 이번 시간은 근처에서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네, 수고하세요.”
“아, 이 선생 오늘 셋이서 잠깐 나갔다오지 않을래?”
이 경우 백 퍼 술자리겠지. 물론
“좋죠.”
오늘 오랜만에 술 마실 수 있겠군.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교무실을 나와 척춘곤의 수련을 봐줄까 하며 수위실을 향했다.
수위실의 담당 선생 척춘곤은 현재 남아도는 시간을 이용하여 자신의 스승인 구룡이 가르쳐준 창술을 연습하고 있었다. 아직 1주일 밖에 되지 않아 큰 변화는 없었지만 그의 기술은 확실히 점점 날카로워졌다. 원래 노력파였던 그의 성품에 자신의 힘을 정확히 파악해준 스승을 얻은 기쁨과 자신이 강해질 수 있는 명확한 방법을 가르쳐준 구룡의 교육 실력이 더해져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 것이다.
“여~ 열심히네?”
그 때 그의 스승 구룡의 목소리가 들렸다. 외관은 자신보다 어려보이는 청년이었지만 실체는 그의 몇 배를 살아온 고룡, 그것의 척춘곤의 스승인 구룡이었다. 게다가 그는 넘버즈이자 이 학교의 넘버즈인 신황현의 스승이기도 하였다.
“어서 오십쇼! 스승님!”
“아까 잠깐 틀린 게 있으면 지적해 줄까 해서 잠시 보고 있었는데 자세는 군더더기 없이 완벽해. 단지 동작과 동작사이의 연결을 느려도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집중하는 편이 좋아. 뭐, 그것도 시간문제겠지만.”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는데 대체 언제부터…!, 역시 스승님!’
그는 자신이 알아차리지도 못하게 몰래 숨어들었으면서도 자신의 수련을 관찰하고 자신도 난관으로 여기고 있던 부분을 정확히 지적한 구룡의 은밀성과 관찰력에 다시 한 번 존경심을 키우게 되었다.
“아, 그리고 기술이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실전에 쓰기 위한 것이니까 중간부터 자연스럽게 쓸 수 있도록 연습해둬. 게다가 실전에서는 여러 가지 변칙도 많으니까 응용도 해보고 다양한 자세에서 기술을 쓸 수 있도록 연습해 둬.”
“네!, 이 제자 명심하겠습니다.”
“그래, 나는 이제 간다. 열심히 해.”
“네!”
이렇게 내 교사 생활도 1달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아이들은 매일 나한테 가르침을 받고 매일 굴렀다. 그 중에서는 벌써 강해지기 시작한 자도 있었다. 먼저 띨띨이는 의외로 씨름을 할 줄 알았다. 여자애가 씨름이라, 진짜 처음 보는 조합이었다. 씨름은 그녀의 이능력인 중력 조작과 매우 궁합이 좋았다. 원래 넘어뜨리는 것을 목적으로한 씨름은 공격력이 딸리는 편이다. 그러나 중력조작으로 넘어질 때의 충격이 몇 배로 늘어나면 결코 무시하지 못하는 위력이 된다. 자신도 영향권 내이니 동작이 크거나 스피드가 필요한 태권도나 권투보다도 부동의 자세로 기술을 쓰는 씨름이 그녀에게는 더 어울리는 무투였다. 일단 원거리형으로 옛날 조선의 무기였던 봉에 작은 막대를 사슬로 이어서 휘두르는 편곤(鞭棍)을 그녀에게 가르쳐 주었다.
수인화를 가진 시웅이에게는 몸 전체를 무기로 쓰는 레슬링과 다양한 동물로 변할 수 있도록 동물 사전을 주었다. 들어보니 변화할 때는 포유류가 제일 편하고 그 다음이 파충류나 양서류고 아가미나 날개를 만들어야하는 어류나 조류는 아직 변할 수 없다한다. 그리고 포유류 중에서도 대형 동물은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남자 4인조들은 각각의 무기나 마법을 계속 쓰게 하여 익숙해지고 위력도 올리는 심플한 수련을 시켰다. 그 중 훈이에게만 대한민국 군대식 총검술을 가르쳐주고 연습을 시켰다.
백마법을 잘하던 남학생 허지선에게는 대련으로 부상을 입은 녀석들을 회복시켰다. 인정사정없이 계속 시켰더니 수업이 끝날 때쯤에는 허지선 본인이 회복을 받아야만했다.
여자 무투2인조는 남자 무투조와 대련을 시키면서 힘을 키우고 팀워크도 증가시켰다.
최연아는 뭐, 저주 목록을 가르쳐주었다.
그 외에도 흙 계열 마법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던 황토준, 도(刀)를 쓰는 무투가 채태산, 쌍권총을 쓰는 민나연 등이 있었다.
어느 때처럼 애들을 쥐어, 아니 가르치고 양 쌤과 복도를 걷고 있는데 2반의 담임 제니퍼 쌤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이 선생님~”
“네?”
“혹시 다음주에 반끼리 훈련하시지 않겠어요?”
“앵? 웬 공동훈련?”
“아니 그게, 어차피 같은 학교 학생이고 내년에는 섞일 테니까 미리 다른 반 학생들끼리도 익숙해지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서요.”
“그거 나쁘지 않네요.”
확실히 좋다. 나중에 이 아이들이 졸업해서 사회로 나가면 다양한 녀석들과도 태그를 맺어야한다. 그러니 미리 낮선 상대와도 바로 익숙해질 수 있는 적응력을 길러야한다.
“그런데 이 선생님~”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제니퍼 쌤이 나에게 나긋나긋하게 말을 걸었다.
“왜요?”
“그게 그냥하면 재미없으니까 서로 내기하면 어때요?”
“?”
“그러니까 진 반의 선생님이 이긴 반의 선생님에게 딱1가지를 아무거나 들어주는 건 어때요? 참고로 제가 이기면 후후~”
왠지 음흉한 웃음을 짓기 시작한 제니퍼 쌤, 그걸 보더니 어째선지 양 쌤이 반응했다. 반응? 뭔가 경계?, 견제? 뭐라 말해야 할지 힘든 아우라가 나오고 있다.
“그거 좋군요. 정말 재미있을 것 같아요.”
“그렇죠? 후후”
“하하”
“후후후”
“하하하”
왠지 둘이 말없이 웃고 있다. 그러다 갑자기 제니퍼 쌤이 내 팔을 잡으며 물었다.
“이 선생님, 혹시 오늘 시간 되 시나요~? 제가 저녘 사드릴게요~”
“그럼 나야…”
“죄송하지만 오늘 이 선생님은 저.랑.둘.이.서 내일 수업 준비를 해야 해서 힘듭니다.”
땡큐죠 라고 말하려던 순간, 양 쌤이 제니퍼 쌤의 어깨를 잡으며 위협적인 미소를 지으며 둘이 라는 말을 강조하며 말했다. 뭐, 틀린 말은 아니다. 그래도 저녘 먹으러 나갈 시간은 있었는데...
곧 수업 시간이 돼서 나는 두 선생을 내버려두고 이동했다. 그리고 그날 어째선지 황 쌤이나 황현이랑 둘이서 먹던 급식실에서 나는 두 여선생님 사이에 끼여서 밥을 먹어야했다.
한밤중, 성균고가 보이는 근처 건물에선 검은 두건을 쓴 사람들 수십 명이 성균고를 보며 말했다.
“성균고에서 퇴계외의 전력은 어떻게되지?”
“먼저 7자리로 이루어진 수위부대와 그곳 책임자이자 5자리 솔로인 척춘곤, 전 책임자이자 현 교사인 6자리 양수연, 마찬가지로 6자리인 제니퍼 타니아, 그 외에는 7자리 순준의 교사 5,6명 정도가 있습니다.”
그들은 성균고의 전력을 파악했다.
“그렇군, 그럼 다음주, 우리는 작전을 실행한다.”
다만 그들은 딱 한 가지를 간과했다. 이번 신입 교사인 이구룡을 청년 같은 외모에 초임이래서 그들은 그렇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들은 몰랐다. 이구룡의 존재를.
성균고의 교감 박재석은 무언가 틀어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학교의 존속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 역사교사 이구룡의 존재감이 점점 커져갔기 때문이다. 먼저 그를 반에서 고립시키려했지만 어째선지 그의 반에는 자신의 파벌이 존재하지 않았다. 아마 이사장의 짓이겠지. 그래서 그는 다른 반에 있는 그의 파벌로 이구룡의 반을 몰아내려 했다. 그러다 보면 그는 학생들은 그를 원망하고 그는 이곳에서 어떠한 짓도 하지 못하고 수업만 하다 이 학교에서 쫓겨났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박재석의 예상보다 훨씬 더 약삭빨랐고 음흉했다. 그는 빠르게 자신의 반을 자신의 파벌로 만들고 거기다 다른 반의 입학생 대표까지 자신의 파벌로 들어오게 하였다. 자신의 스카웃을 거절한 그들이! 그는 그렇게 한 달을 굴욕으로 보내야했고 이구룡에게 신황현과 같은, 아니 이제는 더 한 열등감을 느꼈다. 그러다 그는 이구룡과 2반이 단체 훈련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그를 고립시킬 방법을 생각했다. 그곳에서 사고가 나면 그들은 더 이상 이구룡을 따르지 않고 그에게 책임을 물으면 그를 추천한 이사장까지 몰아낼 수 있을 것이다. 교사로서는 하면 안 될 행동이었지만, 이구룡에 대한 열등감이 그의 눈을 가렸고 그는 자신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아~ 그래서 다음 주는 2반과 공동훈련 할 겸 모의전을 하게 되었습니다.”
모의전. 그 말에 반 학생들이 웅성 거렸다. 구룡은 그들을 무시하고 말을 이었다.
“게다가 마침 참관수업도 다음 주니 그때 같이 할 거야. 니들도 기왕이면 화려한 걸 보여주는 게 좋잖아?”
참관수업. 보통학교에서는 부모들이 잠깐 와서 수업을 구경하는 것이지만 성균고 같은 랭커양성과는 그 의미가 조금 다르다. 이 학교는 애초에 명문가의 자제가 많아 부모들에게 실력을 인정받거나 학부모로써 오는 유명인사에게 자신을 광고하는 행위라 하루 종일을 참관하고 유명한 랭커집단, 사업가, 심지어 넘버즈나 중립국 인사들이 오는 경우도 있다.
“1학년인 니들에게 큰 관심을 가질 거라는 생각은 안 하지만 혹시 모르잖아?”
그중 한 학생 유라가 말했다.
“선생님 그건…”
“맞아, 이기면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이겠지만 지면 꼴사나워지는 양날의 검이었다. 거기다 동시에 사고라도 나면 나도 모가지고.”
“야, 역시 우리 쌤 미친거 맞지?”
“저거 진짜 우릴 생각하는 거 맞아?”
“그냥 괴롭히고 싶은 거 아냐?”
“조용~”
사실 학생들의 말 대로 구룡 학생들을 괴롭히고 싶다는 생각은 조금은 있었다. 그러나 역시 학생들의 실력을 보여주고 경험을 길러주고 싶단 마음이 더 컸고 참관수업을 따로 준비하기 귀찮다는 이유도 있었다.
“하여튼, 일단 아공간에서 단체전으로 모의전을 할 거야. 1대1로 했다가 털리면 너무 쪽팔리잖아?”
“화, 확실히”
“하지만 2반에는 그녀가…”
학생들은 구룡의 말에 희망을 가졌으나 동시에 불안했다. 만약 2반의 최강자이자 1반의 유라와 같은 신학생 대표, 이수아가 있기 때문이다. 만약 처음에 그녀와 만난다면 한 방에 털리는 수치를 맛봐야하기 때문이다.
“니들이 걱정하는 건 이수아겠지? 그럼 그렇게 불안해 할 시간에 수련하거나 그녀의 약점을 조사하는 게 어때? 모의전은 다음 주야.”
“으음..”
“그렇긴 한데”
“아니면 내가 특훈 도와줄까”
““아니요!!””
학생들 20명이 동시에 외쳤다. 그들은 지난 1달간 구룡의 하드 트레이닝에 완전히 질렸다. 덕분에 확실히 성장한 것 같지만 거기에 특이라는 말이 붙으면 어떤 지옥이 올지 상상도하기 힘들었다.
“그러냐? 쳇”
구룡의 표정을 보건데 아마 더럽게 힘들었겠지. 그들은 선생을 잘 만났다 해야 할지 못 만났다 해야 할지 의문을 가졌다.
“뭐 그렇게 알아듣고 나는 오늘 저녘 외출이라 나간다~”
“아!”
“치사하다!”
“우리도!”
“꼬우면 쌤이 되던가~ 하하하.”
그는 웃으며 교실을 나갔고 그들은 구룡에 대해서 생각했다.
학기의 첫 날 그들은 자신들이 꽝을 뽑았다고 생각했다. 다른 두 반의 선생님에 비해 구룡은 무서워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구룡의 수업 시간이 되고 그들은 구룡의 가치를 깨달았다. 그의 수업은 가벼워보였지만 정확했고 무엇보다 자신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확실히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만약 구룡이 아니었다면 그들이 그 날 배운 것을 깨닫는 것은 훨씬 뒤가 되었을 것이다. 남자4인조와 여자3인조는 각각의 사건을 통해 구룡이 생각보다 무섭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고 나머지 학생들도 훈련시간에서 본 그의 장난기 넘치는 행동과 정확한 지적에 구룡은 생각보다 좋은 선생님이고 자신들도 더 가까이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여 그들은 구룡에게 다가왔고 1달이 지나 그를 완전히 신뢰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그들은 생각했다. 대체 구룡의 과거는 어땠을까? 대체 그의 랭킹은 몇 위일까? 구룡과 자신들은 그가 자신의 과거를 말해줄 정도로 가까워 질 때는 언젤까? 그런 의문을 가지면서도 그들은 구룡과 함께 수업을 받는다는 것에 감사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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