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용은 미래를 꿈꾼다4화
‘역시 들은대로군.’
척춘곤은 바로 속임수나 준비도 없이 내 목을 향해 창을 휘둘렀다. 의외로 이 녀석은 5자리 중에서 상위권, 4자리가 될 정도로 강했다. 그러나 의식이 처음부터 내 목을 노리고 있었고. 못 막을 속도도 힘도 아니었기에 그냥 막았다. 힘은 나쁘지 않지만 기술은 엉망이다.
“장난하냐, 너? 설마 이게 전력은 아니겠지?”
“크윽!!”
놈은 도발에 걸려 마구잡이로 창을 휘둘러댔다. 이 녀석 이렇게 쉽게 발끈하면서 학생은 어떻게 가르치지?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창을 전부다 뿌리쳤다.
“어디 한번 전력으로 와봐.”
“하아아아아!!!!!!!”
‘하아…, 하아… 뭐야 이 괴물은?!’
척춘곤은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했다. 한 합으로 끝낼려고 했던 결투는 20분이 지난 아직까지도 계속되었다. 그것도 그의 열세인 채로. 그는 지친 것을 빼고는 큰 부상은 없었다. 그러나 상대는 상처 하나 없는데다 땀 한 방울 나지 않았다. 이 지경이 돼서야 그는 실력 차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때 눈앞의 괴물 이구룡이 그의 사고를 한 순간 정지시킬 정도의 말을 꺼냈다.
“어이 너, 곡산 척씨지? 그것도 직계 같은데 그냥 제대로 싸우는게 어때?”
그는 경악했다. 저 괴물이 어떻게 자신의 비밀을 아는 것일까? 근는 자신에게 제대로 싸우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것에 대해서도 저 괴물은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걸 알면서도 쓰라고 하는 것은 대체 무슨 이유지? 그걸 써도 저 놈이 더 강하다는 것일까? 거기까지 생각이 미쳤을 때 그의 사고는 어떤 감정으로 뒤덮혔다. 분노? 아니다! 그것은 이 남자에게는 이것을 써도 된다는 본능의 알림이었고 그는 흥분되기 시작했다.
척춘곤이 갑자기 고함, 아니 포효를 지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내 말을 이해한 것 같다.
‘역시 저 녀석은 곡산 척씨군. 오늘 귀중한 경험하게 생겼네.’
“하아아아!!!”
놈이 기합을 외치고, 쿠구우우우우웅!!!!!!하고 주변이 울렸다. 그 후 놈에게 무언가 변화가 생겼다. 왠 창이 하나있고, 옛날 갑옷을 입었으며 건달 같은 느낌은 장수라는 위압으로 바뀌어 있었다. 관중석을 보니 모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유라는 어려서 아직 저게 짐작조차 못했고, 황현이는 당황한 정도였지만 교감은 아예 떡이 빠질정도로 벙쪄있다. 수연의 얼굴을 보니역시 이것은 몰랐나보군. 그가 `계승자들′ 즉, 영웅의 후손이라는 사실을.
영웅의 후손. 그것은 숫자만 보면 이능력 보다도 희귀한 재능이다. 자신의 피 속에 있는 죽은 영웅 또는 신들의 유전자가 반응하면 세계의 시스템에 균열을 일으키고 영웅들의 힘을 빌리는 이른바 치트키다. 보통 하나의 영웅에 한명 씩 계승자가 되지만 자식이 많아서 여러 명의 계승자를 가지거나 반대로 한명의 육체에 여러 영웅의 힘을 받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으로 그리스 쪽 제우스의 후손들 중에 서는 제우스의 계승자들이 꽤 된다고 한다. 가끔 그 중에는 제우스 위쪽이나 아래쪽 신들의 계승자가 되는 경우도 있다지만. 실제로 넘버즈 중 한명은 제우스와 헤라클래스 양 쪽의 계승자인 놈이 있다.
이야기가 엇나갔는데 이놈의 조상은 신이 아닌 영웅이다. 근데 이게 좀 심각하다. 곡산 척씨의 영웅. 나는 그런 인물을 하나 밖에 모른다. 척준경. 그 괴물이 확실하다.
척준경, 고려제일의 강자이자 한반도, 아니 아시아에서도 손에 꼽는 최강의 남자. 고려가 여진과 전쟁을 할 때 그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불리한 전세가 뒤집힐 정도로 무력으로 세상에 영향을 끼친 인물. 아마 그는 그 관우하고도 동급일 것이다. 이게 대단한 것인가? 확실히 요즘 세상에서는 개인이 세상에 큰 영향을 끼치는 일이 없지 않다. 당장에도 저기 단석에 한 놈이 있으니까.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19세기 중반부터 일부 사람들의 성장력 즉, 엄청나게 강해질 수 있는 신(新)인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척중경은 구(舊)인류다. 다시 말해 그가 만약 신인류로 태어났다면? 적어도 황현은 가볍게 뛰어넘고 넘버즈의 상위이자 랭커들의 정점the 10th에 도달했을 것이다. 지금 저기 떡대는 그런 괴물의 힘을 빌린 것이다. 그리고 놈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
놈은 짐승 같은 고함소리를 내며 나에게 달려왔다. 역시 저 녀석 엄청 강해졌군. 그 증거가 저 놈 지금 3자리 랭커의 수준을 대표적으로 나타내는 대명사. 너무 빨라서 범인들은 인식조차 힘들고 적어도 5자리는 되지 않으면 반응할 수 없다는 신속을 미숙하지만 쓰기 시작했다. 근데 이놈 눈을 보니 완전히 제정신이 아니다. 아마 힘이 너무 강해서 폭주하는 거겠지. 그 덕에 창술이 더 형편없어졌다.
나는 봉으로 놈의 머리로 날렸다. 근데 여기서 예상 외의 사태가 일어났다. 놈이 그걸 머리에 일부러 갔다대고 왼손으로 칼을 뽑아 봉을 가로로 썰었다. 날아가는 봉의 파편을 보고 나는 생각했다. 이 녀석 원래 무투의 경지를 나누는 5가지 등급 중3번째로 높은, 즉 중간인 `귀′급이다. 중간이라 해도 5자리나 되지 않으면 안되는 경지다. 근데 이놈은 자아를 잃은 상태인데도 힘 하나로 그 다음 경지인 `수(獸)′급이 되었다.
‘현세 강림, 그것도 척준경. 폭주 상태인체로 `수′급이라…’
황현은 당황했다. 그는 척춘곤이 무언가 숨기는 패가 있다는 것을 알고있었다. 왜냐하면 그는 자신을 보고도 전투를 원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가 힘의 차이에 굴복하지 않은 전투광 기질이었던 겄도 있지만 그럼에도 뭔가 숨겨져 있은 느낌이었다. 그렇다 해도 현세강림, 그것도 척준경이라는 것은 예상이상이었다. 실제로 그는 지금4자리 중에도 중상위급의 무투를 보여주고 있었다. 주변 교사들은 그가 현세 강림이라는 것만 알고 그가 누구를 소환했는지는 모르는 것 같다. 아마 그도 구룡이 없었다면 그들과 같았을 것이다. 요즘시대에서 역사, 특히 한국사는 소외시 되었으니까. 그리고 그는 구룡과 같은 생각을 했다.
‘‘저 재능에 저 수준 밖에 되지 못하다니 아까워 죽겠군.’’
나는 피하면서 어이가 없었다. 지금 저놈은 지 힘을 1할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아마 지금까지 현세강림을 제어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것 같다. 이유는 대충 짐작이간다. 나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 저기 관중석의 황현에게.
“누구냐? 지금 가르치기는커녕 배워야 할 놈을 교사로 추천한 호구, 아니 등신은?”
대답한 것은 짐승마냥 창을 휘두르고 있는 척춘곤이었다.
“하! 웃기는구나!! 지금 나에게 도망치는 것 밖에 하지 않았던 주제에!”
나는 도망치는 것을 멈추고 놈의 앞까지 한순간 도약했다.
“얌마, 도망칠 수 밖에 없던게 아니라…”
“신보(迅步) 라고?!”
주위가 경악에 물들여졌지만 무시하고 손바닥으로 놈의 배를 빠르게 쳤다.
“내가 피해준거야!!”
“우욱!!”
놈이 바로 내 목 앞까지 창을 휘둘렀지만 충격 때문에 비명을 지르며 멈췄다. 나는 당연히 그걸 내버려두지 않고 녀석의 다리를 걸어 넘어뜨렸다. 전통 씨름의 `안다리 걸기′였다. 놈은 균형을 잃고 휘청거렸고 나는 넘어져가는 얼굴 정면에 어퍼컷을 날렸다.
“컥!”
놈은 완전히 꼬꾸라졌다. 나는 놈을 향해 말했다.
“지 힘도 못 다뤄서 휘둘려지는 놈이 무슨 애를 가르쳐? 너는 오히려 배워야 하는 쪽이야.”
“크흑!!”
놈은 악을 쓰기 시작했다.
“뭐, 못 배운 이유야 대충 짐작은 가지만”
나는 놈에게 말했다. 갑자기 놈은 노발대발하기 시작했다.
“닥쳐!! 너가 뭘 안다고!”
“아주 잘 알지~ 니가 계승자의 힘을 제어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이유1번, 가르쳐줄 계승자 자체가 적어서, 2번 만약 운좋게 발견해도 니 조상인 척준경을 모르는 그들은 잡신이나 잡졸이라고 판단하고 거부했겠지”
“…!”
놈의 반응을 보니 정답이군. 놈은 곧 둑이 터지듯 호소하기 시작했다.
“내 마음을 아는 것 마냥 말하지마라! 아무도 나의 애원을 들어주지 않았다! 강해지고 싶었다. 힘을 인정받고 싶었다! 나 스스로로도 노력해보았다. 그러나 넘치는 힘을 제어할 수 없었고 항상 폭주해서 주변이 다쳤다. 그나마 저기 있는 자는 나를 봐줬지만 그는 나의 힘을 제대로 보지조차 못했다! 그런 자이지만 나를 인정한 유일한 사람이다. 그가 죽으면 나는 다시 혼자다! 그런데 어떻게 이걸 쓰라는 것이냐!”
아무래도 쌓인게 많았나보군. 그리고 이 녀석은 지금 자신의 힘을 두려워하고 있다.
“그럼 가르쳐주마.”
“뭐?”
척춘곤을 놀랐다. 지금 그가 무슨 말을 했는지 이해하지 못할 만큼.
“그러니까 내가 가르쳐주겠다고. 계승자로써 싸우는 법을. 하는 김에 창술이랑 체술도.”
“서, 설마 너도?”
“아, 일단 말하지만 난 계승자가 아니야.”
“날 놀리는 거냐! 계승자도 아닌 자가 어떻게 힘을 다루는 법을 가르친다는 것이냐!”
“가능해. 나는 `뒤집힌 자′거든.”
“!!!!!”
주변이 다시 한 번 경악에 물들었고 교감은 아예 거품을 물었다.
뒤집힌 자. 그것은 이능력과 계승자들과는 또 다른 체질이다. 다만 뒤집힌 자는 선천적이거나 후천적인 것이 아닌 `인위적으로 생기는 것′이다. 이능력 중에서도 제일 희귀하다고 알려졌고 랭킹1위 `팬텀′의 능력이기도한 `반전(反轉)′계열 능력자들이 자신의 힘을 극한까지 통달하면 현상을 뒤집는 것이 가능하다. 그 중 하나가 사람의 생(生)과 사(死)를 뒤집어 그 사람의 남은 수명 동안 세계에서 소멸되어 있는 대신 수명이 끝난 후부터 다시 세상에 등장하여 불로장생(不老長生)을 누릴 수 있게 된다. 수명이 사라지는 것 뿐이라 병이나 공격으로 죽을 수는 있지만.
“내가 반전되었을 때는 19세기 후반 조선 말기였어. 그 오랜 세월 동안 다양한 놈들을 봐왔고 그 중 계승자들 또한 적지 않았어. 니가 교감따까리 그만두고 내 제자가 되겠다면 내가 힘을 제어하는 법을 가르쳐주지. 그리고 존댓말 써. 임마.”
“하지만 너, 아니 당신은 이제 이 학교의 교사 될 텐데, 나를 어떻게 가르치겠다는 것인가, 아니 말이십니까?”
나는 황현에게 물었다.
“야, 이 학교의 담임은 부담임을 자기가 고를 수 있지?”
“일단은, 하지만 그건 학교 내의 인물이여야 해. 그는 외부인이라고?”
“그거야 당연할 테고, 그럼 나는 부담임으로 저기 수비대의 대장인 `양수연′을 지목하겠어. 내가 봤을 땐 자격은 충분해. 그리고 새 수비대 대장으로 여기`척춘곤′을 추천하겠어.”
“네?!”
“…! 그렇다면, 너 되겠다는 거야?”
“그래 가르치고 싶은 사람이 2명이나 생겼고 내 어리광이 심한 제자도 도울 겸. 물론 이 녀석이 내 제안을 받아들였을 때 이야기지만.”
“…한 가지만 물어볼 수 있습니까?”
“뭐든지.”
“왜 교감의 파벌에서 나오라는 겁니까? 저를 당신의 파벌에게 오게라고 할 셈입니까?”
“아니. 애초에 나는 파벌이 없어. 그건 니가 척준경의 후손이기 때문이야.”
“?”
“나는 척준경을 한반도 최강의 무력이라고 인정해. 하지만 그는 전사가 아닌 칼이였어. 그렇기에 주인을 잘못만나 죽음을 당했지. 그걸 반복 하면 안되잖아? 내 교육은 도구를 쓸모있게 하는 것이 아닌 사람을 성장시키기 위한 것이야. 그리고 저 애송이는 그런 내 교육방침에 반해.”
그 때 구석에서 고함이 들렸다. 교감이었다.
“너 따위가 감히 나를 가르치려들어!! 너가 오래 살았을지는 몰라도 교육자로써는 40년을 교육자로 살아온 나에 비하면 2류나 다름없다! 본 것과 가르치는 것이 같은 줄 아느냐!”
“너 말 잘했다. 내 제자가 니 옆에 있으니까 내가 누가 교육자로써 2류인지 한번 비교해볼까?”
교감은 잠시 멈칫하고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그의 옆에는(처음부터 있었지만) 이 학교의 이사장이자 랭킹88위의 넘버즈인 신황현이 쑥쓰러운 웃음을 지으며 앉아있었다.
“서, 설마?!”
“그래. 걔도 내 제자다. 까놓고 묻는데 니 제자 중 이 녀석 정도 되는 놈은 있냐?”
“그, 그건…”
있을 리가 없었다. 애초에 그게 불가능해서 이 학교를 먹으려고 했던 거니까. 구룡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근데 이 새끼는 왜 지네 문제를 나한테 다 떠넘기고 지랄이야? 뭐 전통이니 뭐니를 중시한다면서 교사라는 작자들이 척준경도 모르는 걸 보니 나한테 매달릴만 하지만.”
교사들은 울컥했다. 그러나…
“야 여기 역사담당은 누구야? 있긴 하냐? 설마 성균이라는 이름을 쓰면서 역사선생 하나 없는 것은 아니겠지? 뭐야? 진짜 없어? 여기 완전 겉만 화려하고 속은 텅텅빈게 엉망이구만.”
그들은 구룡에 말에 얼굴을 붉히며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화가 치미지만 그가 한 말은 모두 정론이었다. 이 나라는 2025년부터 넘버즈중 한국 출신이 없다는 사실에 초조해져 다른 나라의 넘버즈들이 쓰는 무술이나 마법 등만 연구한 나머지 한반도의 고유한 역사나 문화, 기술들을 잊어버렸고 소홀시하다가 2040년 문화재나 역사자료들을 한곳에 모아놓은 박물관에 사고가 나서 우리 고유의 것들을 거의 잃었다. 그래서 전통을 중시하던 이 학교가 더욱 부각되었지만 사실 전통은 학교 외관과 규칙뿐 만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아까 내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내가 이 학교의 역사 선생님이 되어주겠어. 원한다면 한국 무술이나 도술, 주술 정도는 추가로 가르쳐주지.”
그렇기에 그들은 구룡의 제안이 교감, 이사장 할 것 없이 너무나도 매력적이었다. 아니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교감은 분했지만 아무 말도 못했다. 그리고 머리를 굴렸다. 어차피 지금은 그가 필요하다. 그래서 일단 그를 내버려두고 그의 실적이 완성되기 직전 그를 쫓아내고 자신이 완성하면 그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 그렇게 교감은 생각을 마쳤다. 그러나 그는 몰랐다. 구룡이 얼마나 기인(奇人)인지를.
작가 후기: 나 지금 시험기간에 뭐하고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