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전날, 강제적으로 반복되는 일상에 조금은 색다른 행동을 할 시간이 넉넉하게 주어지는 휴일, 오늘은 그 휴일이 공휴일로 연장되어 기분이 평소보다는 좋아진 나는 평소 다니던 식당에서 주로 먹던것이 아닌, 조금 특별한, 나름 비싼 요리를먹고 휴일 동안 무엇을 할지 고민하며 자취방으로 가는 길이었다.
그렇게고민하다 내가 애용하는 골목에 들어섰을 즈음 한 소문이 떠올랐다.
‘이 시간대 근방에서 화살 날아가는 소리나 칼로 벽을 내려치는 소리가 간간이 들려온다.’
그 때문인지 가던 길을 멈추곤 주변 소리를 주의 깊게 들어봤다.
들려오는 건 평소와 같은 망가진 상하수도를 통해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나, 폐 건물로 인한바람소리, 꺼림칙한 바람 소리뿐이었다. 라 말하고는싶었지만 평소와는 조금 다른, 규칙성이 있는 바람소리였다.
나는 시선을 움직여 건물 곳곳을 살펴보았다.
그렇게 ‘소문은 소문이겠지’라는가벼운 생각으로 눈을 굴린 지 몇 초도 안돼서 내 동공은 붉은 것에 멈췄다.
아니, 이 표현은 오해에 소지가 있는 것이 붉다는 것은 전체를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중세 시대 귀족들이 입을 법한아름다운 곡선과 물결이, 여성이 금속으로 된 그림자에 감싸인 것 만 같은 전신 갑옷 그리고면 갑을 통해 보이는 붉은색.
안 그래도 강렬한 시인성을 지닌 색의 주변은 검을 분만 아니라 빛이라도 나는 것인지 그림자에 색이 탁해지는 것이 아닌 선명하고도 깊은색감을 가진 검은 배경 속 루비 같은 눈이 시선을 끌고 있던 거였다.
잠시 생각을 가다듬은 나는 상황을 파악해보려 그 붉은색의, 아니 그녀의 움직임을 살폈다.
그녀는 규칙적인 움직임을 가지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아마 규칙적인 바람소리는 걸음 소리가 울려서 나는 소리인 것 같다.
나는 걸어 나아가는 모습을 보고 자연스럽게 그 예상 목적지를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휘어…… 업!”
서둘러 입을 막고 자세를 낮추었다.
어차피 내가 있는 곳이 고도가 높은 대다가 고도 차도 거의 1미터인지라 자세를낮춘다고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고 심지어 소리가 들릴까 막은 입보다 당황하여 급하게 움직인 소리가 더욱 큰 문제였지만 다행히 바람소리 덕분인지 그녀와 그것은 아무런 변화가없었다.
물론 그녀가 가만히 있었다는 건 아니고 계속 걷기만 한 것도 아닌 목표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지금 허리 춤에 차고 있던 롱소드를 뽑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싸울 생각인 것 같다. 하지만 그녀가 들고 있는 검은 적당한 두께에, 검으로서 최대로 보이는 길이를 가진 롱소드다.
아무리 길어도 상대도 길다.
아무리 두께가 있다지만 상대는뭉쳐있다.
아무리 양손으로 들고 있다지만 상대 역시 양손으로 들고 있다.
그녀는 아름다운 갑옷을 입고 롱소드를 들고 있다.
상대는 거칠고 조잡한 갑옷을 입고 워해머를 들고 있다.
그녀가 공허 하다면 상대는강렬했다.
하지만 그녀는 칼을 뽑는 대 망설임이 없었고 오히려
걸음이 더욱 빨라졌다.
“뜻 없는, 감동에 분노 이자 증오인 거다.”
바람소리가 들려온다. 이는 발걸음이 건물에 울리며 건물 사이를 도는 바람에 섞이면서나는 소리와는 다른 비교가 안되는 바람소리.
물론 바람소리처럼 들리는 발걸음 소리도 그녀의 망설임 없는 발걸음과 어울려 바람을 흘러가는 신비로운 분위기를 주지만 이 바람소리는이 신비로움에 어울려… 아니 어울리되 확고했으며 전하고자 하는 것이 내 머리 속을 관통하며 그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이 얼마나 완벽한 소리인가…! 이는 분명 아름다움... 정말 감탄이 나오는 목소리다.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오래가지 않았고 더 들려 오지도 않았으며 규칙적인 바람 소리만이 이어졌다.
그리고 그 바람소리는 바람소리가 묻힐 정도의 충돌 음이 들리며 멎었다.
망설임 없던 발걸음과 마찬가지로 그녀가 공격도 망설임 없이 사선으로 내려친 것이다.
하지만 상대가 워해머 아래를 위로 올려 그녀의 공격 시도를 막았다.
그럼에도 그녀가 롱소드의 방향을 비틀어 손잡이를 타고 목을 향해 찔러오자 바로 몸을 비틀어 칼을 치우고는 워해머를 내려쳤다.
그녀는 옆으로 피하고는 워해머를 발로 밟아 고정 후 롱소드를 찔렀다.
그러나 상대는 손잡이로 공격을 흘리고는 발로 워해머를 밟고 있는 발을 쳐내고는 재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상대가 구조물 뒤로 사라지자 그를 보고 있던 나는 그를 보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몸을 비틀었고 몸을 지지하던 다리는 움직이게 되어 돌을차게 되었다.
그것만 이면 좋겠지만 그 돌은 굴러떨어져 금속과 강하게 충돌했다.
상대를 바라보던 붉은 눈은 나를 바라보았다.
본능, 마치 눈앞으로 무언가 접근하면 눈을 감게 되는 것처럼, 눈이 마주친나는 달려나갔다.
이는 야릇한 장면을 훔쳐보다 누군가의 인기척을 느껴 달아나는 어린아이 같은 모습이지만, 걸리면혼날 거라는 인과로 움직이는 어린아이가 아닌, 동물이 위험한 것을 본능적으로 피해 가는 행위인 것이다.
급한 움직임에 무릎이 아파지고 온다리근육이 비명을 질러 댔지만 푹신한 이끼를 밟아서 인지, 어두컴컴한골목이 나를 숨겨 준다는 안심 때문인지, 포식자를 만난 아기 사슴 마냥 뛰고 있던 나는 판단할여건이 안 됐지만 평소보다 날렵해진 기분을 가지고 계속 뛰어나갔다.
그렇게 계속 뛰어나가 평소에는 그렇게 싫어하던 골목을 빠져나와 푹신한 이끼도 나를 숨겨 줄 그림자도 없는 밝고 넓은 도로에 도착해도 만족감이 들지 않았다.
뒤에서 쫓아오는 소리가 들리지 않아서인지 마라톤을 하는 듯 규칙적인 호흡을 하기 시작한 나는 목표로 한 골목으로 들어가서도 만족하지못하고 계속해서 갈림길을 향해 몸을 던지며 4번 정도 방향을바꾸고 서야 목적 잃은 발걸음을 멈췄다.
“하아, 하아.”
걸음을 멈춘 나는 열을 내뿜는 몸을 식히며 생각했다.
‘왜 달렸는가?’
처음은 ‘그녀의 금속들이 날 향할 거라 생각했나?’였지만, 그녀가 칼을 거두고 몸을 돌리는 것 까지는 봤다.
다시 말해 그녀가 나를 속이려는 의도가 있더라도 그것이 내가 달린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중간은 ‘마지막을 보지도 못한 그것이 나를 향할 것이라 생각하는 가?’였지만, 이것 역시 가능성이 있더라도 무언가 떠올라 내가도망간 이유가 되지 못했다.
마지막은 ‘그녀의 눈을 보았기 때문인가?’
정답이다. 정확히 그녀의 눈과 마주쳤기 때문이다.
폐와 다리에만 모이던 혈액이 온몸까지 지나고서야 머리로 왔는지 그저 달리라고만 외치던 머리가 드디어 냉정히 상황을 파악하는 것 같다.
“하아, 하아…”
충분한 호흡을 마치고 주변을 둘러보자 방금 까지 있던곳과는 다른 담과 건물벽으로 막혀 좁아 보이는 골목이 보였다.
이놈의 동네는 아무리 골목길이라지만 전봇대도 있는 긴 골목에 가로등이 없어 가는 곳마다 어두컴컴하다. 아니그보다 길이가 긴 골목이 많은 게 정상인가?
그나마 다행인 소식은 무턱대고 달려온 보람도 느껴지지 않게 아무런 소식이 없다는 것과 아무리 가로등도 없고 큰길과 거리도 있어 어두컴컴한 길이 지만, 내가 집 가는 데는 문제없는 길이라는 것이다.
무슨 요즘 늦은 밤 인적 드문 곳에서 붉은 기사가 출몰한다는 등 어쩔 때는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가 난다는 등 안 그래도 소문이라는 것에서부터 신뢰도를 잃었는데 그내용이 요즘 보기도 힘든 냉병기 소리라무시했건만 아무래도 이번 연휴는 고생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게 얼른 밖보다는 안전한 집 가서 발 닦고 자야 할 것 같다.
덤으로 ‘설마 냉 병기가 무려 금속으로 된 문을 뚫고 나를 위협하겠는가?’라는 생각을하며 집을 가려던 나는 공기 역학 따위는 씹은 물체가 다가오는지 강렬하게 나를 향하는 매서운 바람소리에 몸을 날렸다.
그저 편히 집 가서 쉬려던 나를 향해 오밤중 암흑기 냉병기인 워해머를 휘두른 그것은 내가 피했음에도 무기를 고쳐 잡아 손잡이 끝으로 나를 날려 버렸다.
“카학!”
팔로 막아 냈다고 생각했지만 무게 감이 아직도 느껴지는 충격이 팔을 넘어 옆구리까지 들어와 폐 속 공기가 강제로 빠져나갔다.
“카학, 하아악, 학…”
내장이 기도로 거슬러 올라오는 듯한 고통에 쓰러져 일어나질 못하고 있었지만, 그것은워해머를 고쳐 잡고는 넘어져 있는 나를 향해 내려찍었다.
운 좋게도 전력을 다해 팔로 몸을 밀어냈지만, 운없게도 내 팔은 안전한 곳으로 오지 못했다.
“끄아아아!”
속에서부터 타 들어가는 감각에 온 정신이 팔에 쏠렸고 덕분에 땅에 박혀있던 워해머가 휘둘 여지는 것을 그대로 맞아 빗자루에 쓸려가는 먼지 마냥 벽으로 날려졌다.
그가 다가온다
그는 워해머를 높게 치켜들고 나를 내려치려 했다.
흐려지는 의식 속에서도 내 머리는 피하려 했지만 내 몸은 눈꺼풀을 내렸다.
그런 나에게 들려오는 것은 강한 충돌을 하나와강렬한 색감 만이었다.
나는 잠을 잘 때 마다 머리 근처에 시간에 맞춰 자동으로 작동하는 조명을 두고잔다.
이유로는 아침에 나를 향해 내리쬐는 햇빛을 맞이하며 일어나는 것을 좋아하나, 하루 시간이 부족해지자 희생된 것은 수면이었고, 그에 따라 일어나는시간이 앞당겨 졌기에 기분이라도 내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인지 잠에서 깨어나 처음으로 하는 행동은 안 그래도 부족한 수면과 과도한빛에 혹사당한 눈을 괴롭히는 조명을 끄는 행동이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 악, 카학, 컥.”
“움직이지아니 하는 것이 좋을 거다.”
극심한 고통에 피로가 사라졌지만 다른 의미로 머리가 돌아가지 않던 내가 정확히인지 할 수 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리득 되는 것이라도 새로움은 언재나 고통을 동반하는 것이고….”
“허억, 컥, 커헉.”
고통은 멎었지만 온몸에서 느껴지는 이질감은 사라지질 않았고 비명 속에 거칠어진호흡은 진정되지 않은 채, 목 구멍에서 내장이 올라오는 감각을 주었지만 그럼에도… 익숙한 목소리에 시선만이라도옮겼다.
“무엇보다그대는 완전하지 못한 거다.”
어제 일을 떠올려 준비한 ‘내 몸에무슨 짓을 한 거야.’라는 말은 목 끝에서 멈췄다.
붉은 눈동자, 어두운, 사실상 빛이 전무한 곳에서도 선명히 보이는 붉은 루비와 희미한 빛 속에서 보이는 모습에 내 생각이 맞았음을떠올렸다.
“지금…, 무슨 상… 황이죠?”
시각에 취해 잠시 호흡이 멈춘 것이 좋게 작용한 것인지 말 할 여유가 생긴 나는그나마 무례하지 않을 거라 생각되는 말을 선택했다.
“당연한것이 무너진 것은 판단하기 쉬우나, 무너진 것이 그림자에 감춰진 것은 판단하기는 고사하고 받아들이기도어려운 거다.”
“그게무슨….”
“두팔이 부러졌고, 몸에 뼈가 심각한 상처를 입은 거다.”
그 말에 이질감이 느껴지는 위치를 느끼며 그녀가 무언가로 나를 치료해 줬음을 짐작했다. 그럼에도 듣지 못한 정보에 나는 질문을 바꿔 물어봤다.
“그렇다면…, 그것은 무엇이죠?”
“임플레스에거헤이트, 방황하는 분노이며, 나의 알지못하는 잘못이다.”
그녀는 나에게 걸어오며 말했다.
“그대는나의 실수 그대가 분노를 보았기에 그를 잡게 되었고, 분노는 그대에게 벗어나길 원하니…,”
“분노는자신을 잡은 그대를 느끼고 찾아올 것이다.”
“그분노라는 게 나를 노리고 여길 찾아온다는 건가요?”
그녀는 자세를 낮춰 나와 눈을 마주쳤다. 혹시, 나를 진정시키려는 건가 생각해보다 그녀에 붉고 깊은 눈동자를 통해 내 몸이 미약하게 떨고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러하지만, 다행히도 그 감각은 방향 만이니 그대가 완전해 지는 때까지 시간이 있을 거다.”
“그러면…, 그전에 찾아오면 어떻게 되는 거죠?”
“움직임그도 못하면, 위협만 있는 것 보다는 보호가 함께하는 것이 더욱 명확 하니….”
“그대에게있는 그림자를 다시 가져와 맞서야 할 거다.”
나의 이해를 도우려는 건지 그녀는 자신이 입고 있던 코드 일부의 모습을 작은 단검으로바꾸었다.
“제몸을 치료하는 무언가 말인가요?”
“치료라기보다는막는 거다.”
나는 이번 휴일이 바쁠 거라 예상했다.
“제가상대하겠습니다.”
20170816
만화그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