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는, 카드를 이렇게 디자인해서 발매한 코나미에게 화가 납니다.
사실 십이수의 컨셉은 명확하고, 장점만큼이나 단점 또한 분명합니다.
겹치기를 핵심 컨셉으로 받은 대신, 그 댓가로 다른 엑시즈 주축의 카드군에서 흔히 보이는 필드 대량 전개 효과가 거의 없습니다.
밑준비 없이 가능한 1차 전개 효과는 모르모래트가 유일하며, 2차 전개 효과인 묘지 부활류 효과가 다소 존재하나 대부분 사용이 어렵고 그나마 사용이 쉬운 라이카는 엑시즈 불가라는 치명적인 디메리트가 붙었죠.
따라서, 이론적으로는 필드 위에 다량의 몬스터를 늘어놓기 힘들며, 따라서 하나의 몬스터에 다량의 엑시즈 소재를 몰아넣고 그 카드의 강력함으로 버티는 타입의 플레이가 주력이 됩니다.(이는 필드마법의 효과와 와일드보우 등에서 잘 드러나죠.)
또한 동일한 이유로 다른 범용 4축 엑시즈를 채용하기 어려우며, 따라서 십이수 덱은 자기 카드군의 엑시즈 몬스터만을 가지고 게임을 풀어내야 했습니다.
문제는, 모르모래트가 자기 자신을 불러올 수 있었다는 점이고, 그 결과 모르모래트는 다른 십이수 메인 덱 몬스터와는 일절 상호작용하지 않아도 단독으로 무궁한 일을 할 수 있는 슈퍼 용병이 되었으며, 현재 모든 티어덱이 모르모래트와 친구들을 넣고 십이수란 이름을 달고 있는 사태에 이르렀죠.
최소한 모르모래트가 불러올 수 있는 몬스터가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십이수기만 했어도 이정도의 용병 파워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저는 이런 독특한 컨셉과 개성있는 디자인을 가진 훌륭한 카드들을 만들어 놓고, 몇 가지의 실수로 인해 환경을 파괴시키고, 해당 카드를 플레이하는 사람들이 매 금제 시즌마다 자신이 좋아하는 카드가 금지의 강을 건너 다시는 플레이하지 못할까 봐 전전긍긍하도록 만든 코나미한테 화가 납니다.
하지만 이 분노가 카드를 플레이하는 유저들에게 가서는 안됩니다.
사실 저도 이 이야기로 이 게시판에 장문의 글을 올렸다가 논란을 만든 적이 있기는 합니다. 그 때도 이야기되었던 것이지만, 환경을 만드는 것은 카드를 만드는 코나미이고, 우리들은 그 환경에서 살아남을 방법을 찾는 유저일 뿐입니다. 대회를 포기하고 친선만 돌며 가볍게 게임을 즐기든, 대회 우승을 위해 십이수 용병을 채용하든, 십이수는 넣지 않지만 대회 입상을 위해 십이수를 카운터 칠 방법을 연구하든, 이것은 각자가 선택한 현 환경에서 살아남는 방법이고 어느 방법만이 옳은 것은 아니죠.
그렇기 때문에, 십이수 쓰는 사람은 나쁜 사람이라던가 하는 발언들은 그 분노의 대상을 잘못 잡았다고 생각하며, 그로 인해 불필요한 논쟁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세 줄 요약
1. 십이수는 장단이 뚜렷한 테마이나, 몇 가지의 코나미의 실수가 겹치면서 오버 파워 용병으로 거듭났다.
2. 십이수를 채용하는 것은 단순히 현 환경에서 살아남는 한가지 방법 중 하나일 뿐이고, 다른 방법과 우열을 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3. 그러니 우리끼리 그만 싸우고 카드 저렇게 찍은 코나미를 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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