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노 케이타와 아구리의 친구 레벨링]
어느 구름 낀 날의 오후.
오랜만에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아구리와 함께 드링크바를 주문했다. 아구리가 날 보며 물었다.
「아마놋치는 옛날에 야구부였다며?」
「아 네… 맞는데 그건 어디서 들은 얘기죠?」
「어제 게임동호회에서 텐도가 말해줬어. 의왼데? 아마놋치.」
「그건 그냥 친구 사귀려고 들어간거에요. 야구 실력은 형편 없었어요」
사실대로 말했더니 아구리가 불쌍한 것을 쳐다보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리고 친구는 없었다」
「아니, 무슨 책 제목이에요?! 그리고 중학생 때는 그런대로 친구 있었어요!」
「그래 그래. 같은 팀이면 대화없이 지내도 친구라고 착각할 수 있지… 압니다. 다 알아요」
「화…확실히 제일 기억에 남는 대화가 “아마노, 볼보이 부탁해” 랑 “볼보이도 제대로 못 해?!” 인 건 맞지만 너무한 거 아닌가요?!」
「…미안해. 아마놋치」
「아니, 거기서 장난 안 치고 솔직히 사과하면 제가 더 비참해지잖아요!」
「아마놋치는 친구없는 오타쿠를 패시브로 장착하고 있으니까 당연한 거 아니야?」
「그렇다고 바로 태세전환해서 공격하다니! 악마냐!」
아구리는 쿡쿡 웃으며 우롱차로 잠시 목을 축인 후, 본론을 말했다.
「내일 방과후에 타스쿠가 친구들이랑 야구를 한대. 같이 보러 갈래? 아마놋치」
「아뇨」
「망설임없이 즉답하네!」
「우에하라가 야구하는 모습은 보고 싶지만 나말고 다른 사람이랑 노는걸 보면 질투심에 죽을지도 몰라요」
아구리는 질린 표정으로 나를 노려봤다.
「친구 여자친구 앞에서 대놓고 BL 루트를 타는 당당함이 아마놋치와 텐도의 거리감을 만든게 아닐까?」
「남자친구가 야구하러 가는데 당당히 절 꼬시는 게 아구리와 우에하라의 거리감을 만든 게 아닐까요?」
「…어? 내가… 아…아…아마놋치를 꼬…꼬신다니… 상상만해도 속이 울렁거려…」
「배 붙잡고 입 가리면서 쳐다보지 마세요! 진짜 같아서 상처 받잖아요!」
「…웁」
「고개 숙이지 마세요! 연기가 너무 리얼하잖아요?! 연기 맞죠?!」
아구리는 천천히 얼굴을 들며 배시시 웃었다. 리얼한 연기에 진짜 상처 받을뻔 했다.
「어쨌든 얘기 되돌릴께, 아마놋치」
「아구리가 절 꼬시는 거부터요?」
「아하하하, 아까부터 재수없는 오타쿠가 말도 안 되는 소리만 하네?」
아구리의 눈빛이 무서웠으므로 장난은 이쯤에서 중단했다. 아구리는 한 번 헛기침 한 후에 말을 이었다.
「아마놋치만 오지말구 텐도랑 같이 와. 그럼 아구리도 덜 심심하고 텐도랑 데이트도 하구 일석이조잖아?」
「…첫 번째 이득? 같지도 않은 건 버리고 텐도랑 만날 구실이 있는건 좋은데요? 일석일조네요!」
「아마놋치, 한 번만 볼 꼬집을께」
「아, 안… 으어아아아어아어아아」
아구리가 말 끝나기 무섭게 양볼을 무자비하게 늘렸다. 아프다….
아구리는 우롱차를 마신 후 진지하게 말했다.
「요즘 텐도랑 데이트하기 힘들잖아, 아마놋치」
그랬다. 최근 일어난 키스미수사건 이후, 나와 텐도 사이에는 미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점심시간에 같이 식사를 해도 텐도는「텐도 카렌」을 뒤집어 쓰는 시간이 많았다. 그래서 좀처럼 데이트 신청도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건 아구리와 우에하라도 마찬가지일텐데…? 내 표정을 읽고 아구리가 쭈뼛쭈뼛 대답한다.
「아구리도 그… 타스쿠랑만 있기 힘들어서… 아마놋치와 텐도가 같이 있어주면 타스쿠도 조금 본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구…」
슬픈 말이다. 우에하라가 아구리와 있을땐 가면을 쓰고 친구들과 있을 때는 벗는다니… 나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라 더 슬펐다.
「알겠어요, 아구리! 텐도와 함께 같이 보러 가요!」
「아마놋치, 고마워!」
「같이 우에하라의 멋진 모습을 우리 각막에 저장시켜놔요! 나 이외의 친구들과 노는건 샘나지만 우에하라만 행복하다면…」
「…역시 그냥 오지마, 게이」
우리는 계속 실없는 잡담만 하다가, 늦은 시각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패밀리 레스토랑 입구 앞, 나와 아구리는 서로 무언으로 마주보았다. 그리고 아구리가 먼저 움직였다.
「………잘가, 아마놋치」
「잠깐만요! 아구리!」
절박하게 아구리의 팔을 붙잡았다. 그녀의 눈빛이 당혹감에 물들었다.
「이대로 떠나지 말아주세요, 아구리」
초롱초롱한 눈동자로 아구리를 쳐다봤다.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아마놋치…」
「알잖아요, 내 마음」
「모르겠는데」
「시치미 떼지마세요. 내 마음, 아직도 모르겠어요?」
아구리는 나의 절박한 시선을 느끼고 눈을 피했다.
「그…그러면 안돼… 타스쿠랑도 못해본건데…」
「지금 그게 중요한게 아니잖아요!」
「안된다구, 아마놋치! 미안해!」
아구리는 정말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내 팔을 뿌리치고 빗 속을 뛰쳐나갔다. 혼자 우산을 펼치며………….
…비가 올 줄이야. 게다가 저「날라리만」 우산을 가지고 있다니. …어떡할까.
집에 있는 남동생을 부르기엔 거리가 너무 멀었다. 버스정류장까지 걸어서 5분 거리. 산성비를 맞으며 가볼까.
「꼭 나중에 아구리가 지옥가게 해주세요」
나는 혼잣말로 신에게 빌며 빗 속을….
「내가 지옥가면 아마놋치는 산성비를 맞고 대머리가 될텐데? 아마놋치, 대머리가 되고 싶었구나. 그렇구나, 그렇구나」
그렇게 말하며 어느샌가 돌아온 아구리는 다시 등을 돌리고 자기 집으로 가는 척했다.
「죄송합니다! 아구리 여신님!」
나의 사죄를 듣고 다시 다가오는 아구리.
「내가 아마놋치를 이런 빗 속에 내버려두고 갈 리가 없잖아?」
「…(찌잉)」
「이…입으로 소리내면서 째려보지마. 사실은 쬐금, 아주 쬐금 버리고 갈까 생각했어! 하지만 돌아왔으니 됬잖아!」
「고마워요, 아구리」
나는 솔직하게 고마워했다. 왜냐하면 나를 버스정류장까지 데려다주면 그만큼 아구리가 집에서 멀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또다른 문제가 생겼다. 이렇게 남녀 두 명이서 한 우산을 쓰기엔 아구리의 우산이 너무 작았다.
「아구리, 아구리. 내 왼팔이 우산의 혜택을 너무 못 보는 건에 대해 질문해도 될까요?」
「아마놋치, 아마놋치. 그건 너의 왼팔을 자르면 해결될 문제란다. 어디보자, 전기톱을 어디다 뒀더라?」
「죄송합니다. 평상시의 톤으로 무섭게 말하지 말아주세요」
멀리서보면 사이좋은 커플이지만 대화 내용은 살벌했다.
「애당초말이야, 왜 우산을 안 챙겨온거야. 일기예보 안 봤어?」
「보긴 봤는데, 완전 까먹고 있었어요…」
「헛… 설마, 일부러 아구리의 우산을 노리고!」
「아니아니아니아니, 그럴리가 없잖아요! 텐도의 우산이라면 모를까」
「아구리의 첫경험을 빼앗고 텐도까지 노리다니… 대체 어디까지 타락할 셈이야, 아마놋치」
「헷갈리는 단어 쓰지 말아요! 남자랑 단둘이 우산 쓴 게 처음이란 소리죠?!」
「당연하지, 아마놋치. 그러니까 너무 달라붙지마!」
「네?! 여기서 더 멀어지면 우산 쓰는 의미가 없는데요!」
아구리가 재미있다는 듯 웃으며, 나에게 조금 더 다가왔다. 왼팔도 비에 맞지 않게 되었다.
평상시처럼 즐겁게 시답잖은 대화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버스정류장이 보였다. 마침 내가 탈 버스도 오고 있었다.
「고마워요, 아구리. 나중에 맛있는거 사줄께요」
「오, 기대할께. 아마놋치」
우리는 서로 손을 흔들었다.
오늘도「친구」와의 재밌는 하루가 끝나갔다.
[본편 5권이 끝난 후의 어느 친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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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진짜로 일반적인 라노벨 전개라면 둘이 이어졌을텐데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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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할만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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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여자를 꼬시는 건 아마노인데 욕은 우에하라가 다 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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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여자를 꼬시는 건 아마노인데 욕은 우에하라가 다 먹음...